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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95)화 (995/1,004)

995화 좋은 소식이지만 나쁜 소식

월령안은 말문을 트더니, 곧 자포자기한 무뢰한의 모습으로 북요 황제의 얼굴빛을 살피지도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애당초 양국 비무가 있을 때, 육장봉은 이 일로 소 상장군을 위협하면서 소 상장군더러 그를 협조해 신호 대장군을 죽이게 했습니다. 북요가 양국 비무에서 참패한 데는 소 상장군의 공이 있었습니다."

월령안은 말을 마치고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일은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는 게 모두에게 좋죠. 말하면, 폐하께서는 저에게 감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추한 일을 알고 있는 저를 죽여 입을 막으려고 하실 겁니다.

원래 저도 말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저를 이리 잘 대해 주시지 않습니까. 저는 정말 폐하께서 아무것도 모르고 황후의 외간 남자를 도와 애를 기를 뿐만 아니라, 수고스럽게 얻은 강산을 외간남자의 아들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노인이 그녀에게 준 명단에서 살아 있는 두 소씨 가문 사람은 바로 북요 황후 친정의 사람들이었다.

그 두 사람은 능력이 꽤 있어 지난 십 년 동안 지위가 몇 급이나 뛰어올라 지위도 높고 권력도 대단했다.

북요에서 그녀의 세력으로 그들을 죽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남의 칼을 빌려 죽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영화와 소 황후의 일은 바로 유리한 착안점이었다.

월령안은 겉으로는 불안한 모습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냉정하기만 했다. 말끝마다 '외간 남자'를 입에 담으며 끊임없이 북요 황제를 자극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요 황제는 얼굴빛이 먹을 뒤집어쓴 것처럼 시커메지더니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모습을 했다.

"허튼소리 하지 말게. 짐의 황후는 짐이 잘 알고 있네. 그는 절대 외간 남자와 간통하지 않을 것이야."

"저도 그들이 감히 폐하를 배신했다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육장봉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폐하, 아니면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 기회에 떠볼 수도 있잖습니까. 만약에 그들 둘이 간통하지 않았다면 좋은 일이죠. 만약 정말 간통했다면…… 폐하께서 미리 알아차리시고 강산이 남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월령안은 북요 황제가 입으로는 소 황후를 믿는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진작 그녀를 밖에 내쳤을 것이다.

"떠볼 필요 없네. 짐은 황후와 상장군을 믿어."

북요 황제는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폐하, 폐하께서는 소 황후를 집에 한 번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두 사람에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있는 상황에서 만날 기회를 주면 됩니다. 이는 폐하와 소 황후의 감정에 금이 생기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어 소 황후는 친정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게 허락했다고 폐하께 감사드릴 것입니다."

월령안은 북요 황제를 위한 것처럼 친절하면서도 급급하게 설득했다.

"그만하게. 짐은 그런 말들을 듣고 싶지 않네."

북요 황제는 사정없이 월령안의 말을 끊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궁에서 나가도록 하게. 오늘 일에 대해서 짐은 못 들은 것으로 할 것이네. 그러니 자네도 잊게."

월령안은 입을 벙긋거렸다. 할 말이 많은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에는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힘없이 황궁에서 빠져나왔다. 예전처럼 기운에 찬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면, 그녀의 눈에서 냉기가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국의 제왕은 물론이고, 보통 남자도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남의 아이를 키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월령안은 성공적으로 북요 황제의 마음속에 가시를 박은 뒤 조용히 별궁에서 머물면서 더는 손쓰지 않았다.

그녀는 비록 원수를 갚기에 급급했지만 인내심도 있었다. 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다.

* * *

월령안이 기다리는 동안 국경지대의 전세도 크게 역전되었다.

앞서 북요는 육장봉이 국경지대에 도착하지 못한 기회를 빌려 매일 출병해 성을 공격하군 했다.

주나라의 장병들은 진작 준비했지만 체력 면에서 매일 소, 양 고기와 말 젖을 먹고 자란 북요의 병사들보다 훨씬 못했다.

북요 병사들은 매일 끊임없이 공성전(攻城戰)을 벌였다. 주나라의 병사들도 북요의 군대가 성안으로 쳐들어오지 못하게 성문을 지켜 내었다. 하지만 몇 차례 패전도 있었다.

그들이 모든 주의력을 수성(守城)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북요 군대는 주위 여러 마을을 소탕했다. 그들이 군대를 이끌고 도착했을 때는 땅바닥에 온통 시체뿐이었다.

주나라의 장병들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북요 군대는 말을 타고 갑자기 공격하고 곧바로 가 버렸다. 특히 그들의 말은 속도가 빠르고 지구력이 뛰어나 쫓으려 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육장봉이 국경지대에 도착하기 전에 주나라의 병사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손실을 적지 않게 입었고 속이 답답하게 울분이 쌓였다.

그렇지 않으면, 상경에 승전보가 전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육장봉이 왔다.

육장봉이 오자마자 형세가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육장봉의 인솔 하에 주나라 군대는 손해를 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몇 차례 승전을 거두었다.

한번은 육장봉이 그들을 데리고 북요의 대주둔지까지 쳐들어갔다.

날씨가 급변해 광풍, 폭우가 몰아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틀림없이 대승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육장봉은 바로 국경지대 장병들의 마음속 버팀목이었다.

육장봉이 국경지대에 도착한 뒤, 삼십만 대군은 설날이나 맞이한 것처럼 하나같이 기세가 드높고 정력이 왕성해졌다.

수성 장군도 전에 엄숙하던 것과는 달리, 매일 얼굴에 웃음을 띠고 다녔다.

육장봉이 오기 전에 그는 북요의 대부대를 만날까 무척이나 두려웠다.

그는 수성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적은 사상자를 내며 수성할 자신은 없었다.

이 삼십만 명은 모두 육장봉을 따라 여러 해 동안 출정한 노병(老兵)들이었다. 육장봉이 직접 훈련해 낸 사람들로 한 명이 잘못되어도 커다란 손실이었다.

다행히도 육장봉이 왔다.

육장봉이 오면 그들은 버팀목이 생긴 것이고, 이제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주나라의 장병들은 금방 북요와 싸워 그들을 쫓아 버렸다.

작은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장병들은 삼삼오오 모여 국을 마시고 고기를 먹고 있었다.

설령 수시로 전쟁터에 나가야 하고, 언제 전쟁터에서 죽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게 사람 사는 게지."

"역시 대장군을 따르면 고기가 있군."

"대장군께서 전선에 오신 다음부터…… 강남에서 군량과 마초를 얼마나 많이 보내왔는가. 듣건대 모두 장군 마님께서 보내셨다더군. 장군 마님은 참 좋은 분이시야. 대장군께서 마님을 맞이한 것은 정말 복 받은 일이라니까."

먼젓번에 출전했을 때, 육장봉은 군대가 먹고 마신 대부분을 월령안이 보내온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당연히 월령안을 도와 선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강남에서 군량과 마초를 보내오자, 육장봉은 월령안의 이름을 군대 내에서 널리 알렸다.

불과 며칠 사이에 군대에서는 모두 그들에게 부유하고도 대범한 장군 마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반 병사들은 물론이고, 부장(副將)들도 한담을 할 때는 '우리 장군 마님'을 입에 달고 있었다. 어찌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육장봉도 뒤로 밀려날 판이었다.

주나라 막사 안에서 몇몇 부장들이 큰 솥을 에워싸고 함께 앉아서 고기를 먹고 있었다.

육장봉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뭇사람들과 함께 먹지 않고, 혼자 상석에 앉아 작은 솥을 먹고 있었다.

이는 육장봉이 일부러 뭇 장병들과 함께 먹으려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의 기세가 너무 강해 뭇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부장들이 부담스러워했다.

"대장군!"

병참 보급을 책임진 장군은 좀 전에 월씨 가문 상사에서 보내온 군수 물자를 확인하고 왔다. 그는 흥분된 나머지 같은 손에 같은 발을 내디디며 걸어 들어왔다.

"조(曺)씨 왔구먼. 앉게……. 같이 먹자고."

"됐네. 됐어. 누가 한가하게 당신네들과 밥이나 먹을까."

조 부장은 가소롭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흥분해서 말했다.

"대장군, 이번에 마님께서 보내 주신 솜옷이 참 두껍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병사들이 잠을 자고 나면 일어나지 못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솜옷 외에도 군량을 보내왔습니다. 모두 육붙이입니다.

대장군 모르시죠. 마님께서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고기를 모두 삶아서 밀봉된 나무통에 넣었습니다.

상사의 사람이 말하기를 이 고기는 석 달 내에는 상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제가 한 입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조씨 지금 뭐라고 했어? 마님께서 이번에는 군량을 보내 주셨어? 또 고기라고? 그것도 석 달씩 놓아둘 수 있다고?"

부장들은 그 말을 듣자 먹던 것을 멈추고 일제히 조씨를 바라보았다.

"내가 자네들을 속이겠는가."

조 부장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내가 직접 확인했네. 하나도 상하지 않았어."

"그래! 그래! 좋아."

부장들은 눈으로 빛을 뿜으며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 군량들이 있으면, 혹시 북요 중심으로 들어가면 군량과 마초 보급이 달릴까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들이 북요 중심 지역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사막, 초원에서 길을 잃을까 걱정하는 것 이외에, 더욱 중요한 것은 보급 문제 때문이었다.

이제 석 달간 보관할 수 있는 군량이 있으면, 그들은 보급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전선을 길게 늘여 북요의 중심부로 깊게 들어가 북요인들과 일전을 벌일 수 있었다.

뭇 장군들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바로 이때, 통신병이 급급히 걸어 들어와 높이 외쳤다.

"대장군, 전선 급보입니다."

통신병이 편지를 육장봉에게 올렸다.

육장봉은 편지를 뜯어보더니 굳은 얼굴에 웃음기가 보이다가 순간 사라졌다.

"좋은 소식입니까?"

뭇 장군들은 그 모습에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육장봉이 곧이어 뱉어내는 말은 뭇사람들을 다시 긴장하게 했다.

육장봉은 쌀쌀하게 말했다.

"좋은 소식이지만 나쁜 소식이기도 하다."

부장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서로 마주 보며 상대방더러 물어보라고 눈짓했다.

그런데 그들이 미처 질문할 사람을 추천하기도 전에 육장봉이 손에 든 편지를 그들에게 건넸다.

"직접 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부장이 재빨리 받아 보았다. 다른 몇몇은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모여들었다.

뭇사람들은 편지를 보고 나서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반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

"이거…… 이건…… 마님께서는 무슨 뜻입니까?"

'마님은 지금 우리를 돕는 거야, 아니면 함정에 빠뜨리는 거야?'

편지에는 월령안이 북요 상경에서 전쟁 표호를 발행해 북요의 각 부락들을 선동함으로써 그들이 연합해 주나라에 출병한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

현음 공주는 육장봉에게 줄곧 월령안의 소식을 전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군사 상황에 관한 일이라 감히 숨기지 못하고 가장 빠른 시간에 육장봉에게 소식을 전했다.

"좋은 일이 아니냐?"

육장봉이 눈을 들어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들이 스스로 출병하지 않으면, 그들을 찾을 수가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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