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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93)화 (993/1,004)

993화 북요의 전례 없는 단합

북요 황제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

"진절, 역시 주도면밀하군. 황후 자리 하나에 월령안이 북요에 아주 일편단심이구먼."

"폐하께서 영명하신 겁니다."

월진절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비웃음을 흘렸다.

'북요의 황후가 된다고?'

월령안은 거만하기 그지없어 북요, 이 야만적인 나라의 황후 자리는커녕, 주나라의 황후 자리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원했더라면 주나라 황제도 그녀를 바둑돌로서 북요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 * *

월령안은 거의 맞게 어림잡았다. 그날 그들은 모두 은 이천구백만 냥을 거두어들였다.

월령안은 바로 천만 냥을 꺼내 황궁에 있는 월진절에게 보냈다.

"은 천만 냥은 이미 준비했어. 넌 무엇을 담보로 낼 거니?"

"담보?"

월진절은 의아해서 고개를 들었다.

"너를 도와 천만 냥을 마련한 거지, 너에게 주는 게 아니야. 잊은 건 아니겠지?"

그녀는 월진절을 위해 천만 냥을 마련한다고 했지, 무상으로 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표호에서 돈을 빌리면 물론 물건을 저당 잡혀야 했다.

"무엇을 저당 잡힐까요?"

월진절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시원하게 승낙했다.

월령안은 휘휘 둘러보고 악의적으로 말했다.

"이 황궁으로 하지."

월진절은 이 돈을 갚지 않을 게 분명했다.

주나라와 북요 대전이 끝난 뒤, 그녀의 월씨 가문 표호도 물론 조정에 바쳐야 했다.

북요가 패전하면 이 황궁도 조정에 귀속되었다.

때가 되어 조정에서 한 손에는 차용증을, 다른 한 손에는 북요 황궁 계약서를 들고 있으면 참 재미있는 모습일 것이다.

물론 월진절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잠깐 생각해 보고 동의했다.

"문제없어요."

아무튼 속아 넘어가는 게 그가 아니면, 그는 월령안과 함께 즐기기로 했다.

* * *

월령안과 북요 황제, 호도고가 연합해 개설한 북요 표호는 개업 당일에 대박을 쳤다. 이는 북요 백성들의 열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쟁 표호는 하루 사이에 전체 북요에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전쟁 표호를 산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북요 모든 부락의 족장들은 전쟁 표호를 샀다. 모두 백 명 이내로 액수 또한 적지 않았다.

상경의 백성들은 칠 할 이상이 전쟁 표호를 샀다. 나머지 삼 할은 살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살 수가 없었다.

그 뒤로 한동안 북요 표호, 전쟁 표호는 모두 북요 백성들의 이야깃거리였다.

육일은 상경에 도착하자마자 북요 백성들이 너도나도 전방 전투와 전쟁 표호에 대해 논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북요 백성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쳤고 말에서도 필승의 신심이 엿보였다.

육일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조금 알아보고 '전쟁 표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자 그는 저도 모르게 한껏 숨을 들이쉬었다.

'마님은 정말 그 무슨 북요 삼황자에게 시집가서 비가 되고, 나아가 미래 북요 황후가 되어 북요를 도와 주나라를 상대하려는 건 아니겠지?'

'전쟁 표호'는 전체 북요 백성들의 전의를 일으켰다.

특히 북요 각 부락의 족장들은 모두 '전쟁 표호'을 가득 사들였다.

북요가 주나라와의 이번 전쟁에서 대승하기만 하면 그들은 큰돈을 벌게 될 것이다. 만약 북요가 지게 되면 그들은 밑천까지 몽땅 잃게 될 것이다.

돈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틀림없이 힘을 모아 주나라에 출병할 것이다.

주나라에 있어서 이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거참…… 큰일인데."

육일은 더 깊이 알아볼수록 점점 더 당황했다.

북요에서 군대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북요 필승 전쟁 표호를 샀다. 이번 전쟁에서 북요는 절대 져서는 안 되었다.

자신의 돈주머니를 위해서라도 그들은 모두 끝까지 사투할 것이다.

육일이 월령안이 정말 북요의 황후가 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사실 월령안의 이 수는 전체 북요를 한 덩어리로 뭉치게 했다.

전쟁 표호가 발행된 지 며칠이 안 되어 몇몇 부락의 족장들이 북요 황제에게 전투에 참가하겠다고 청했다. 그들은 자기 부락의 병사를 거느리고 전선에 나가겠다고 했다.

물론 병사를 이끌고 앞다퉈 전선에 나가는 부락 족장들은 모두 북요 표호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 전쟁에서 북요가 지면, 그들이 큰돈을 주고 산 표호는 모두 폐지가 될 것이다.

때문에 이 전쟁에서 그들은 승리해야만 했다. 패배는 허락되지 않았다.

북요 황제가 월령안과 현음 공주를 내세운 것도 그들이 자발적으로 주나라를 공격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들이 자발적으로 출전하겠다고 나서니, 북요 황제는 물론 승낙했다.

북요 황제는 직접 배웅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금은과 군량, 마초를 그들에게 주었다.

다른 부락 족장들도 이에 덩달아 북요 황제에게 자신들도 군사를 거느리고 출전하겠다고 했다.

북요 황제는 스스로 월령안이라는 돈 주머니가 있으므로 돈이 많다고 생각했다. 무릇 자진해 출전하겠다고 나서는 족장들에게 그는 대범하게 모두 돈과 군량, 마초를 주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사십여 명의 족장들이 출전하기를 자원해 상경을 떠났다. 나머지 족장들은 떠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상경에서의 일을 아직 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들 역시 며칠 뒤면 떠날 것이었다.

북요 황제는 물론 기뻤다. 월진절에 대해서도 믿음이 더욱 깊어졌다.

월진절의 말을 듣고 월령안을 황실에 맞아들인 것은 역시 묘수였다.

월령안은 역시 인재였다.

그는 갖은 노력을 해도 족장들을 설득해 출병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월령안이 손쓰자 그들은 자발적으로 출전하기를 원했다.

이런 대단한 능력을 지녔는데 물론 그녀에게 최상의 예우를 할 만했다.

월령안은 성대하고 화려한 결혼식을 원했다.

북요 황제는 이를 만족시키기로 했다.

북요 황제는 큰마음을 먹고 조정 관리들에게 최고의 예의에 따라 월령안과 야율헌일의 혼례식을 준비하라고 명했다.

다른 몇몇 황자들은 물론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북요 황제는 야율헌일을 수시로 폐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 말을 떠올리며 참아 보기로 했다.

남아 있던 부락 족장들은 북요 황제에게서 월령안이 반드시 북요 황실에 시집갈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시름을 놓았다.

월령안이 북요에 시집오면 바로 북요인이었다. 그들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들도 지체하지 않고 덩달아 출전하기를 청해 병사를 거느리고 전선으로 나갔다.

* * *

육일이 도착했을 때, 북요의 각 부락 족장들은 모두 떠났다.

이 시각, 북요는 전례 없는 단합을 이루었다. 원래 각자 생각을 품고 있던 부락 족장들은 모두 마음을 합쳐 국경지대로 달려가 북요를 위해 싸웠다.

육일은 소식을 더 많이 알아낼수록 끝장이 날 것만 같았다.

그날 저녁, 육일은 별궁에 잠입해, 월령안을 만났다. 그리고 하는 첫마디가 이와 같았다.

"마님, 주나라가 지면 마님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습니까?"

"무슨 이야기인가요?"

월령안은 육일을 보고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받았다.

"당신들이 저를 북요에 보낸 것은 북요 각 부락들을 함께 출병하게 하여 일거에 북요를 멸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나요? 저는 지금…… 당신들의 목적을 이루게 했잖아요?"

한 달이 다 되어 갔다. 육장봉이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오히려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마님, 대장군은 마님께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상경에 와서야 그 일을 알게 되었다.

육장봉은 그 때문에 황제와 사이가 틀어졌다.

"저도 대장군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황제의 목적을 이루게 했다.

다만 효과가 생각보다 좋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마님의 조작으로 북요는 지금 전례 없이 단합되었습니다. 각 부락의 족장들은 모두 군대를 이끌고 전선으로 갔습니다."

북요 각 부락의 군대와 북요 황제의 군대까지 합하면 적어도 백만은 되었다.

육장봉의 수중에는 삼십만 군대밖에 없었다.

'이래도 대장군에게 미안하지 않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북요에 시집가서 북요의 황후가 되어야 정말 미안한 일인가?'

"그들이 함께 출병하면 마침 당신네 대장군이 기다리고 있다가 손쉽게 싸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북요의 지형은 대부분이 사막과 초원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각 부락들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 방향을 확인하기도 매우 힘들었다.

북요가 먼저 출병하지 않으면, 주나라의 병사들은 사막과 초원에 깊숙이 들어가 북요를 멸망시킬 수가 없었다.

"마님, 저희 대장군은 인간입니다."

육일은 갑자기 여인들이 막무가내로 나오면 전혀 도리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 그래서 당신들은 무슨 생각이세요?"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차갑게 웃었다.

"북요 각 부락 족장들이 당신들이 원하는 것처럼 하나하나씩 출전해 하나하나씩 섬멸하게 할 것 같나요? 앞에 사람들이 당신네 대장군에게 전멸된 다음에도, 멍청해서 계속해 나아가 당신네 대장군이 공훈을 세우게 하겠냐고요? 당신이 보기에 부락 족장들이 우리 주나라 장병들처럼 명령만 내리면 죽을 줄 알면서도 진격할 것 같나요?"

월령안은 연이어 물음을 던졌다. 육일은 금세 땀범벅이 되었다.

육일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힘 있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북요인들이 어리석어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자신의 생명과 재산에 관련되면, 그 족장들은 하나같이 누구보다도 더 영리해요. 그렇지 않으면 일 년 전에 당신들은 승리하고 돌아올 수 없었어요. 계속해서 국경지대에서 북요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했죠."

월령안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비웃었다.

"북요 황제의 군대가 싸워서 지는 것을 보면 냅다 뛰는 게 북요 각 부락의 전통이에요. 병력이 분산되면 전쟁에 불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주나라가 북요를 정복하려면 북요의 병력을 분산시켜 하나하나 격파하려고 하지 말아야 해요. 북요의 모든 군대가 같이 출전하게 해, 한바탕 격전을 벌이거나, 아니면 북요가 계속해서 날뛰게 내버려 두어야 해요. 그리고 북요의 철기(鐵騎)가 수시로 우리 주나라 국경지대를 괴롭히는 것을 견뎌야 하고요."

"으음……."

육일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마님께서 말씀하는 것이 아주 일리가 있는 것 같군.'

황제는 북요 각 부락을 함께 출전시키기 위해 월령안을 미끼로 삼아 북요에 보낸 것이었다. 다만 월령안이 이렇게 완벽하게 완성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북요 각 부락들은 일제히 출병했을 뿐만 아니라 전례 없이 단합되고 전의도 높았다.

그들은 지금 자업자득인가.

북요 모든 부락들을 유인해 함께 출병하게 하고, 이를 기회로 주나라가 일거에 북요를 일망타진한다.

이는 본래 현음 공주의 계획이었다. 월령안은 그냥 대세에 따른 것이었다.

다만 그녀는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너무 잘해냈다.

육장봉이 북요의 각 부락 연합군에 대항 가능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만약 대항해서 이기면, 육장봉의 주나라에서의 지위는 누구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지어 황제도 못 미칠 것이다.

반대로 지면, 모든 사람들이 끝장날 것이다.

육장봉은 전쟁터에서 언제나 고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치하게 모든 것을 자신이 다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쟁터에서는 상황이 급변하기에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 전까지는 누구도 무슨 의외의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지금처럼 이제 막 싸움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이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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