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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91)화 (991/1,004)

991화 벌기만 하고 밑질 수 없는 장사

월령안은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가 있었다. 혼인 대사를 논한다 해서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제가 결혼할 사람은 미래의 북요 황제입니다. 제가 미래의 북요 황후로서 북요에 가져올 혼수는 가치가 일억 냥에 달하는 월씨 가문 표호예요. 폐하, 당신네 북요에서 제게 주는 폐백이 그냥 황후 자리만은 아니겠죠?"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동전 한 푼 팔지 않고 혼수만 챙기려 하다니. 북요 황제는 무슨 이리 야무진 꿈을 꾸시는가.

'이 월령안이 그렇게 쉬운 결혼 상대라는 말인가.'

"그리고 제 혼례복은…… 사흘만에 새로 만들어 낼 수 없을 거예요. 폐하, 저보고 남들이 입던 낡은 혼례복을 입고 결혼하라는 건 아니겠죠? 아니면, 저더러 급하게 만든 싸구려 혼례복과 봉관을 하고서 결혼하라는 건가요?"

월령안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마냥 웃었다.

"폐하, 그런 거칠고 값싼 것들이 저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월령안의 얼굴은 거절과 혐오로 점철되어 있었다. 북요 황제는 그녀의 뼛속으로부터 배어나는 가소로운 표정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그녀 말 중의 '거칠고 값싼 것'들은 싸구려 혼례복과 봉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북요를 가리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월령안은 대놓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가 화를 내면 스스로 싸구려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국 창피한 것은 여전히 그 자신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북요의 황제는 월진절의 말을 떠올리고 억지로 화를 억눌렀다.

월령안은 돈이 많았다. 그녀를 북요에 맞아들이면 북요에 보탬이 되는 동시에, 주나라의 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이것은 일거양득의 좋은 수였다.

그러므로 그는 참아야 했다.

월령안이 시집올 때까지 참았다가, 때가 되면 다시 손 좀 봐주면 되었다.

"정상적이고 제 신분에 걸맞은 절차대로 결혼하자는 건 무리가 아니죠? 북요의 미래 황후인 제가 성대한 결혼식을 치를 만한 자격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녀는 이미 사 년 전의 단순하고 아무것도 모르며 사랑에 미친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를 속여 결혼시키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설령, 그때 당시라 해도, 육씨 가문에서 혼인 이야기를 꺼내서 혼례식을 올리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북요는 무슨 그리 대단한 체면이 있단 말인가. 그냥 으름장을 놓으면 그녀가 고분고분 따르리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직도 말을 잘 듣는 귀염둥이가 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북요 황제는 울화통이 터졌다.

평범한 아가씨라면 북요 황후가 된다고 하면, 아무리 서두르고, 아무리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른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월령안은 평범한 아가씨가 아니었다.

북요 황제는 화가 나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 북요는 월 가주처럼 돈이 많지 않네. 전쟁 상황이 긴박하므로, 국고의 돈은 전쟁을 위해 사용해야 하지. 다른 일에 쓸 수가 없다네."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면 월령안 자신이 돈을 내야 할 것이다.

"제가 호도고와 합작한 북요 표호가 이미 거의 다 준비된 거 아닌가요? 표호가 열리면 돈은 생깁니다. 때가 되면 폐하께서는 표호에서 돈을 빌리시면 됩니다."

그녀는 돈이 필요한 사람을 가장 좋아했다. 누군가 돈이 모자라면, 그녀는 돈을 벌 수 있었다.

"표호는 상인과만 합작할 수 있는 것인가?"

북요 황제의 눈동자가 살짝 번뜩였다. 눈에는 온통 탐욕뿐이었다.

"조정과 합작할 수 없는 것인가? 이제 곧 북요의 황후가 될 사람이네. 이런 돈 버는 장사는 우선 먼저 황실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결혼식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월령안은 성대한 결혼식을 원했다. 그런 결혼식을 하려면 사흘은 역부족이었다.

월령안이 북요에 시집와서 가져다주는 이익보다 눈앞의 표호가 가져다주는 이익은 더욱 직접적이었다.

"월씨 가문은 신용을 중히 여깁니다. 그리고 저는 먼저 호도고와 거래했지요. 호도고가 먼저 물러나지 않으면 저는 그를 내쫓을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호도고와 이야기해 보시지요. 호도고가 동의하면 저는 문제 없습니다."

북요 황제가 무슨 방법으로 호도고를 퇴출시키는가는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

북요에서 제일가는 상인으로서 호도고의 배후 관계는 아주 복잡했다.

북요 황제가 그를 상대해서 꼭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 * *

월령안의 이 말에 북요 황제는 그녀에게 결혼 날짜를 정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호도고를 찾아가 이미 만반 준비를 다 하고, 월령안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곧 열릴 북요 표호를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호도고 뒤에는 북요의 반절에 달하는 부락 족장이 있었다. 북요 황제도 단번에 그들 모두에게 밉보일 수는 없었다.

몇 차례 담판을 거쳐 북요 황제는 호도고를 쫓아내지 못했다. 대신 북요 황제가 끼어들어 이익의 사 할을 가졌다.

하는 수 없었다. 그는 북요 황제가 아무리 보기 싫게 욕심을 부린다 해도 주변 사람들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몇몇 부락 족장들은 북요 황제가 그들을 이끌고 주나라에 침입해 주나라의 재부를 나누기를 바랐다.

지금 북요 황제에게 이익을 양도하는 것도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였다.

북요 황제가 끼어든 다음, 월령안이 북요 표호라고 이름 붙인 표호가 개업하기만을 기다렸다.

표효가 개업하기 전, 월진절이 찾아왔다. 그는 월령안에게 수횡천이 육삼과 추수를 구했다고 해서, 표호가 개업하는 첫날 그를 위해 천만 냥을 마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잊지 말라고 귀띔했다.

"걱정하지 마. 잊을 수 없어. 한낱 천만 냥일 뿐이야. 너에게 빚을 지고 갚지 않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월령안은 재력가로서 아주 대수롭지 않게 약속했다.

"고모께서 이리 말하시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월진절은 오래 머물지 않고 말을 마치자 곧 가 버렸다.

호도고는 마침 표호 개업 날짜를 결정하려고 월령안을 찾아왔다. 그는 월진절의 말을 듣고 미간을 마구 구겼다.

월진절이 가자마자 그는 급급히 월령안을 일깨워 주었다.

"월 가주, 북요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북요의 상황을 잘 모르시군요. 북요의 권력가와 백성들은 주나라처럼 그렇게 돈이 많지 않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장사를 해 왔으므로 잘 알고 있었다.

주나라 황제는 인정(仁政)을 베풀어 백성을 부유하게 했다. 주나라 백성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이었다.

그러나 북요는 달랐다. 북요 자체가 가난할 뿐만 아니라 북요 황제와 부락 족장들은 어질고 너그러운 성격이 아니었다.

그들은 좋은 물건이 있으면 먼저 자기들이 누렸다. 그들은 북요 재부의 구 할을 차지하고 있었다.

북요의 백성들은 고사하고, 북요의 권력자들도 돈이 많지 않았다.

월령안은 손을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돈이라는 것은 방법을 생각하면 다 벌 수 있어요."

북요인들은 대개 가난하지만 부자들도 많을 것이다.

호도고는 각 부락 족장과 북요 황제가 재부의 구 할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그들에게서 방법을 찾으면 되었다.

"월 낭자, 무슨 계획이 있나요?"

호도고는 월령안의 돈을 버는 재간을 대단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북요는 땅이 척박하고, 사람도 야만스러웠다.

월령안의 호소력이 아무리 강해도 상인들은 감히 북요에 와서 거래하지 못할 것이다.

밖에서 오는 상인이 없는 상황에서, 월령안이 북요 백성에게서 천만 냥의 돈을 짜내려면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힘들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돈을 꺼내 사게 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팔면 되었다.

그러나 부자들이 큰돈을 내놓게 하려면, 물건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이익이 필요했다. 그것도 큰 이익이 필요했다.

그들이 거부할 수 없는 큰 이익을 내놓아야 했다.

"이익요?"

호도고는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표호는 결산용일 뿐입니다. 표장의 돈은 이리저리 넘기기만 하는 것인데 우리가 무슨 이익을 내놓을 수 있습니까?"

"표호는 종잇장에 불과해 그 자체로는 가치가 높지 않아요. 월씨 가문 표호를 주나라에서 열 수 있었던 건, 첫째로 월씨 가문 신용과 산서 전장이 담보를 섰기 때문이에요. 둘째로는 제가 관성 교역지역 내 거래에서는 반드시 표호로 결산해야 한다고 규정지었기 때문이죠."

월령안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계속해 말을 이어 갔다.

"그러나 북요에서 우리는 뭇사람들에게 반드시 표호로 결산하라고 요구할 능력이 안 돼요. 만약 그럴 능력이 있다면, 우리는 표호가 아니라, 금은으로 대체할 수 있는 화폐 장사를 해야 해요.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아닌가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북요 황제가 가장 먼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호도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첫날에 천만 냥을 거두어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제 계획에 표호는 보통 백성들이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제 주요 목표는 상인들입니다. 그들이 금은을 많이 가지고 다니면 도적들의 목표가 되기 쉽기에 표호로 바꿔서 각국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그들의 일을 대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뭔가 참신한 것으로 시도해 보자고요."

월령안이 신비롭게 말했다.

"참신한 것이요? 월 가주께서는 무얼 하시려는 겁니까?"

호도고는 호기심이 동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 전쟁 표호를 발행해요."

월령안은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도고는 잠깐 멍해졌다.

"전쟁 표호? 그건 뭔가요?"

"전쟁을 기회로 삼아 돈을 벌어들인다고 생각하면 돼요."

월령안이 대답했다.

"주나라와 북요 전쟁을 빌려 돈을 번다는 건가요?"

"음."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북요 표호 이름으로 표호를 발행하는 거예요. 액면가는 여섯 냥, 열두 냥, 백스무 냥, 천이백 냥 등 부동하게 말이에요. 그러나 사는 사람은 다섯 냥, 열 냥, 백 냥, 천 냥만 내면 살 수 있죠."

월령안은 설명하면서 시종일관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가 있었다.

"주나라와 북요 사이 전쟁이 끝난 뒤, 북요가 대승하면 우리는 액면가에 따라 환전해 주는 거예요. 환전 일자는 곧 전쟁이 끝나는 날이에요. 이 전쟁은 한 달만 진행될 거예요. 한 달만 지나면 천 냥이 천이백 냥이 되는 거예요. 만약 이 싸움이 하루 만에 끝난다면, 표호를 산 사람들은 하루 만에 이 할의 돈을 버는 거예요. 이렇게 쉽게 버는 돈을 부락 족장들이 그냥 넘길 수 있겠어요? 때가 되면, 당신이 지은 창고가 아마 은으로 가득 넘쳐날 거예요."

월령안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농을 건넸다.

하지만 호도고는 예리하게 맹점을 지적했다.

"만약 북요가 지면요?"

북요가 지면 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닌가. 이익의 이 할을 지불할 필요도 없이 본전도 다 그들의 몫이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사였다.

"북요가 지겠어요?"

월령안이 되물었다.

북요는 당연히 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는 확실히 벌기만 하고 밑질 수 없는 장사였다. 하지만 벌기만 하고 밑지지 않는 사람은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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