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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87)화 (987/1,004)

987화 제 말대로 하시면 됩니다

북요 황제가 보기에 월진절은 더없이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그에게 충성심이 대단했다. 그가 계획한 모든 일은 황제인 자신과 북요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였다.

월진절이 좋다고 말한 일은 분명 진짜일 것이고 북요에 유리한 일일 것이다.

북요 황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궁인에게 월령안더러 지금 바로 입궁하여 혼사를 정하자고 말하라고 했다.

야율헌일은 비록 마음이 급했으나 북요 황제가 월령안더러 오늘 혼사를 정하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끝내 눈을 흘겼다.

'부황은 참, 늙을수록 어리석어지시는군.'

그러나 그에게 유리한 일이라면 부황이 어리석든, 어리석지 않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 * *

월령안은 궁인이 전하는 말을 듣고 겨우 눈을 흘기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북요 황제의 이 모습은 참 꼴불견이군.'

그러나 여기서부터 북요에 소금이 보통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요 황제는 진심으로 급해진 것이었다. 그는 나라에 내전이 일어나 전선의 전쟁에 영향을 주어 주나라를 함락하여 대사를 그르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

비아냥거리는 것은 비아냥거리는 것이고 월령안은 겉으로 북요 황제의 체면을 충분히 봐주었다. 그녀는 격식을 차린 옷으로 갈아입고 궁인과 함께 북요 황제를 만나러 입궁했다.

월령안이 도착했을 때, 북요 황제의 아들들도 도착했다.

주나라에 남아서 인질이 된 대황자를 제외하고 모두 열일곱 명이었다. 그들은 원래도 크지 않은 궁전을 꽉 채우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몇몇은 모두 대비를 맞아들였고 가장 어린 황자는 월령안의 허벅지만 했다. 그는 월령안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앳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이 누님은 참 예뻐요."

월령안은 몹시 불편해졌다.

'이렇게 어린아이까지 내오다니. 북요 황제는 참 미치광이군! 설마 내가 어린애를 고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긴. 만약 내가 정말 야심이 있어 북요의 황후로 북요에서 뿌리를 내리려고 한다면 '어린 남편'을 고르는 게 가장 유리하기는 하겠어.'

그러나 문제는 그녀는 대충 북요 황제에게 둘러대어 시간을 벌려는 것뿐이라는 거였다. 그녀가 거절하면 북요 황제가 그녀를 끌어들일 수 없다고 생각해 닭을 죽이고 알을 취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북요 황제가 자기의 아들들을 소개하기 전에 월령안이 먼저 말했다.

"폐하, 전 삼황자와 가장 익숙하니 삼황자를 고르겠어요."

북요 황제의 아들들은 자기가 왜 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월령안의 말을 듣자 화를 냈다.

"셋째를 고른다고? 셋째 저 겁쟁이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북요의 황제가 된다는 말이야!"

"너 이 여편네의 안목이 왜 이래? 내가 셋째보다 건장하잖아! 분명 내가 더 적합하지."

"셋째의 그 비실비실한 몸뚱이가 기댈 만하겠어?"

세력이 좀 있는 몇몇 황자들은 월령안을 노려보며 잡아먹을 것처럼 굴었다.

야율헌일은 기뻐하기도 전에 몇몇 나이 어린 황자들에게 둘러싸였다.

"미처 몰랐는데 셋째 형에게 이런 야심이 있었군요."

"셋째 형은 우리와 겨루려는 건가요?"

"셋째 형, 월씨 상사의 가주를 맞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

"나…… 난…… 월 낭자가 날 골랐으니 너희들, 불만이 있다면 부황께 얘기해."

야율헌일은 형제들 사이에서도 줄곧 야무지지 못했다. 그는 일에 봉착하면 숨을 줄밖에 몰랐다.

비록 그는 월령안의 간택을 받은 이상, 더는 이 사람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래된 습관은 그가 본능적으로 위축되고 피하게 하였다. 정면으로 적을 마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너의 이 겁먹은 모습을 보라지. 어떻게 우리 북요 미래의 황후와 어울리겠어!"

"맞아……."

북요 황제는 싸늘한 시선으로 아들들이 야율헌일을 괴롭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월령안에게 물어보았다.

"셋째를 선택한 게 확실한가?"

월령안은 힐끗 훑어보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삼황자 전하는 아주 딱 좋은 사람이에요. 아닌가요?"

이 겁먹은 모습은 마침 그녀가 꼭두각시를 고른 것처럼 보이게 하기 딱 좋았다.

"그렇다면 사흘 뒤에 혼인식을 올리지."

북요 황제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깔끔하게 탁자를 두드렸다.

"사흘 뒤요? 혼인식이요?"

월령안은 고개를 번쩍 들고 놀라운 시선으로 북요 황제를 바라보았다.

'북요 황제는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왜? 월 가주는 시집가기 싫은가?"

북요 황제는 갑자기 안색을 바꾸었다. 그는 거절하면 죽이겠다는 난폭한 모양새를 했다.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왜 내 무덤을 내가 판 기분이 드는 거지? 난 왜 이 북요인들이 머리가 나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잊은 거지? 큰일 났군. 실책이야.'

월령안은 애써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폐하, 먼저 태자를 세워서 삼 전하의 후계자 신분을 확실하게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녀는 당연히 시집가기 싫었다. 그러나 이 말을 할 수 없었다.

북요 황제의 예상을 뒤엎는 성격상, 그녀가 거절한다면 무슨 황당한 일을 저지를지 몰랐다.

그때가 되면 정말 울 곳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 북요는 태자를 세우는 법이 없네. 북요의 황위는 능력 있는 자가 오르는 것이지. 왜? 월 가주, 자기가 고른 남편에 대해 자신이 없나?"

북요 황제는 일부러 '남편' 두 글자를 강조해서 말했다. 그는 월령안이 곧 북요에 시집올 테니 반드시 한마음으로 북요를 위해야지 다른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북요에서는 예전에도 한인 여인을 황후로 세운 전례는 없었어요. 폐하께서 절 황후로 세운다고 하셨으니 당연히 제가 고른 남편이 다음 북요의 황제지요. 미리 천하에 알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능력 있는 자라고요? 저를 아내를 맞이하는 것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요?"

월령안은 줄곧 생글생글 웃으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색을 흐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세를 뿜으며 캐물었다.

"아니면, 폐하께서 저한테 황후 자리를 내주겠다고 말씀하신 것은 절 놀리는 것인가요?"

"물론 아니네."

북요 황제는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월령안은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라면 명령을 내리셔서 삼황자를 태자로 세우시죠! 폐하께서 삼황자를 태자로 세우시면 전 그때 시집가겠어요."

"부황, 안 됩니……."

"안 됩니다!"

"그의 몸의 절반은 한인의 비천한 피가 흐르고 있는데 그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북요의 다음 황제가 된다는 말입니까."

북요의 몇몇 아들들은 깜짝 놀라 화를 내며 반대했다.

월령안은 냉소를 지었다.

"여러 황자들에게 시집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렇지 않으면…… 여러 황자들을 서운하게 할 뻔했어요."

"너 이 요녀야, 넌 분명…… 참, 넌 분명 우리 북요인의 북요를 너희 한인의 북요로 만들려는 것이지?"

나이가 많은 이 황자는 그의 위에 있던, 병권을 장악하고 있던 대황자가 쓰러졌으니 황위는 자기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변고가 생겼다.

이 황자는 화가 나서 월령안을 죽일세라 물어뜯었다.

"부황, 절대 이 한인 여인에게 속아서는 안 됩니다. 셋째는 겁쟁이예요. 그녀가 셋째에게 시집가면 우리 북요의 일을 셋째가 결정하는지, 아니면 이 여인이 결정하는지도 모릅니다."

"부황, 한인은 항상 말하지 않습니까? 같은 종족이 아니면 마음이 반드시 다르다고요. 이 한인 여인은 우리 사람이 아니니 믿을 수 없습니다. 황후 자리를 절대 그녀에게 줄 수 없습니다."

다른 몇몇 황자들도 질세라 말했다.

그들은 야율헌일은 무서워할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진정한 적은 월령안이라는 한인 여인이었다.

가장 어린 황자를 제외하고 북요 황제의 아들들은 모조리 나서서 월령안이 북요의 다음 황후가 되는 것을 결사반대했다.

그들도 줄곧 발아래에 깔아뭉개던 야율헌일이 다음 황제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황자는 더더욱 모진 말을 내뱉었다. 북요 황제가 기어이 이렇게 한다면 그는 자기의 여인과 아이를 데리고 어머니의 부락으로 가겠다고 했다.

다른 몇몇 황자들도 이 말을 듣더니 자기들도 둘째 형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너희들, 너희들……. 이 불효막심한 것들!"

북요 황제는 몇몇 아들들 때문에 화가 나 쓰러지고 말았다.

"부황……."

"폐하……."

궁전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

궁인들은 다급히 높은 소리로 어의를 불렀다. 몇몇 황자들도 떠들지 않고 분분히 북요 황제에게 몰려들며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들의 시선에서 흥분의 빛을 읽었다.

북요 황제가 죽는다면 그들에게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황실은 역시 재미있었다.

그녀가 살짝 떠밀었을 뿐인데 하나같이 추태를 드러냈다.

월령안은 가볍게 웃고 여유롭게 돌아섰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궁전을 뒤로했다.

* * *

월령안은 불을 지펴 북요 황제와 황자들 사이의 갈등에 불을 지피고는 멋지게 떠나갔다. 그녀는 자기가 떠난 뒤, 북요 황실이 어떻게 혼란스러워질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궁에서 나간 뒤, 마차에 앉는 것을 거절하고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느긋하게 상경 성안을 노닐기 시작했다.

수행하던 시위들은 저지하려고 했지만 월령안은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돌리고 호통쳤다.

"난 북요 미래의 황후다. 북요 미래의 황후로서 미래의 영지를 좀 둘러볼 자격조차 없다는 것이냐?"

"어……."

시위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왜 이렇게 이상하게 들리는 것이지?

그러나 그들은 방금 전에 분명 황제가 월령안을 황후로 세우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또 월령안이 고른 남편이 다음 황제가 된다는 것도 들었다.

북요의 황후는 주나라의 황후와 달랐다.

북요의 황후는 황제의 권리를 일부 누릴 수 있어 지위가 높았다. 그들은 정말 감히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월령안의 옆을 바짝 따르며 그녀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방비했다.

월령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성안에서 길을 걷기로 한 것은 상경의 길을 익혀서 도망칠 때, 길을 잘못 들어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월령안이 여유롭게 상경에서 노닐면서 상경의 길을 익히고 있을 때, 육장봉은 드디어 북요의 사사들의 저지를 물리치고 전력으로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하루 뒤에 육장봉은 변방에 도착할 것이다.

이 소식은 가장 빠른 속도로 북요 황제의 귀에 들어왔다.

북요 황제는 깨어나자마자 이 나쁜 소식을 듣자 하마터면 또 쓰러질 뻔했다. 다행히 월진절이 제때 사람을 시켜 그에게 약을 먹였다.

북요 황제는 약을 먹고 눈빛이 몽롱해졌다.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참 지나서야 북요 황제는 맑은 정신을 회복했다.

"육장봉이 변방으로 가는 계획이 실패했는데 앞으로 우리는 어떡하지?"

"월령안더러 빨리 당신 아들과 혼인하게 해야죠."

월진절은 육장봉이 언제 변방에 도착하는지 관심이 없었다. 또 북요의 생사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오직 언제쯤이면 월령안을 망가뜨릴 수 있고 그녀의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 월령안의 희망과 행복을 부술 수 있는지에만 신경이 쓰였다.

"그러면 육장봉이 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북요 황제는 확신이 없다는 듯이 물었다.

월진절은 거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제 말대로 하시면 됩니다."

'물론 아니지. 그렇지만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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