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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84)화 (984/1,004)

984화 왜 돌아온 거지?

하지만 지금은 아직 야율헌일과 척을 질 때가 아니었다.

월령안은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만약 번거롭지 않으시다면 삼황자 전하께서 절 도와 현음 장공주의 소식을 알아봐 주세요."

"번거롭지 않아요, 번거롭지 않아요. 월 가주,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내일 바로 알아볼…… 아니, 오늘 밤에 알아볼게요."

야율헌일은 적극적으로 상냥하게 굴었다. 그는 월령안이 자기가 실력이 없다고 여길까 두려워 월령안 앞에서 실력을 나타내려고 애를 썼다.

"월 가주,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일은 제가 힘이 닿지 못해도 상경의 소식은 제가 알아내지 못하는 것이 없어요."

월령안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별궁까지 아직 한참 남았지요. 삼황자 전하께서 저한테 그 낙풍 족장에 관해 얘기를 좀 해 주시겠어요?"

이번 길에서 야율헌일더러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쓸데없는 정보를 듣고 싶지 않았기에 먼저 화제를 던졌다. 야율헌일이 끝없이 자기 앞에서 아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 * *

월령안은 돈의 '매력'으로 잠깐의 자유를 얻어서 북요에 있는 주나라의 별궁에 들어갔을 때, 변방에서 급보가 왔다.

밤을 새며 주나라와 북요의 변방에 다다르던 육 대장군이 북요 사사들에게 둘러싸여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러싸인 채,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었다. 그 사사들은 육장봉을 죽일 능력이 없었다. 물론, 그들도 육장봉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육장봉을 죽이기보다 그들은 더더욱…….

"대장군, 이 사람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육십이는 튀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가장 먼저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왜 질러? 네 목청이 크다 이거냐? 너만 보인다는 거냐? 우리들 중 그걸 누가 보지 못했겠어?"

육이는 바로 육십이의 옆에 있었다. 그는 손을 돌려 육십이에게 딱밤을 먹였다.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든 반드시 실력을 보여서 이들을 해결해!"

이 북요 사사들이 포위하여 죽이려는 것이든, 아니면 그들을 가로막는 것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반드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이 사람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사들이 그들의 일정을 끌게 해서는 안 되었다.

"네, 둘째 형!"

육십이는 더 이상 과시하지 못하고 칼을 쳐들고는 가장 앞쪽에 있는 흑의 사사를 향해 뛰어갔다. 주변의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 모습은 꼭 마치 바보 같았다.

육이는 화가 나서 다급히 말을 타고 앞으로 가 육십이를 위해 사사들을 제압했다.

육사, 육오와 육칠, 육팔은 각각 양측의 적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들은 육십이가 바로 앞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십이가 전에 병사를 거느리고 청주로 갔을 때, 잘하지 않았어? 첫째 형은 그에게 대장군의 풍채도 느껴진다고 했었는데. 설마 이 풍채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대장군께서는 이토록 무모하지 않으시죠."

육십일은 사사의 일격을 막아내고 육십이가 전혀 방어하지 않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것을 보고는 퉁명스럽게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는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육십이를 제외하고 가장 어린 친위대로서 육십일은 육십이와 가깝게 지냈었다. 또 육십이의 생각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일부러?"

"일부러라고?"

육사와 육오 등 몇 사람은 모두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앞에 있는 흑의 사사들을 해결한 뒤, 일제히 육십일 앞으로 모여들었다.

"십이가 일부러 뭘 한다는 거야?"

"일부러 장난치는 거예요."

육십일은 눈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십이가 만약 성숙하고 듬직해서 독자적으로 한 부분을 맡을 수 있다면…… 대장군께서 그를 여전히 옆에 두시겠어요? 대장군께서는 그때가 되면 그를 데리고 다니시겠어요?"

육십일은 빠른 속도로 그와 겨루고 있던 흑의 사사를 죽였다.

이때, 육십이와 육이만이 우두머리인 두 흑의 사사와 뒤엉켜 있었다.

"쟤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니!"

"십이, 쓸만한데!"

"우리는 다 생각지도 못했어!"

육사와 육오 등 몇 사람은 육십이와 육이가 손쉽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도울 생각이 없었었다.

그러나 지금 육십일의 말을 들은 그들은 빠른 속도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일제히 칼을 들고 앞으로 뛰어갔다.

"십이, 네가 지휘해. 우리가 할게!"

"십이, 넌 우리 중에서 유일하게 병사를 거느렸던 사람이야. 앞으로 싸우는 일은 내가 할 테니 넌 후방에서 지휘하면 돼."

"맞아, 우리들 중 십이 네가 가장 총명하고 성숙하고 듬직하잖아. 네가 있어야 우리가 안심 돼!"

그들은 앞으로 뛰어가 난폭하게 두 사사 우두머리를 벌집처럼 쑤셔 놓았다.

육십이는 육사 등 사람들의 과장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 반응이 늦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적의 옷깃을 베는 공로도 차지하지 못했다.

한참이나 싸웠지만 손에 든 칼은 여전히 깨끗한 채로 있어 육십이는 우울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는 형제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발견했다.

"십이는 참 대단해."

"십이가 지휘했기에 우리가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적들을 죽일 수 있었던 거야."

"십이에게는 역시 대장군께서 젊으셨을 때의 풍채가 있어. 언젠가 반드시 독자적으로 한 부분을 맡을 수 있을 거야. 형인 나는 안 되겠어. 형들은 머리가 둔해 싸우고 죽일 줄밖에 모르지. 대장군을 떠난다면 분명 살아남을 수 없어."

"맞아, 맞아……. 그래도 십이가 능력이 있지. 앞으로 전쟁터에서 우리는 그래도 십이를 기대해야 해."

육십이는 육사 등 사람들의 칭찬에 멍해졌다. 그는 망연한 얼굴로 갑자기 엉뚱해진 형제들을 바라보더니 또 손에 든 깨끗한 칼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는 무척 난감해졌다.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육장봉은 단칼에 북요에서 파견해 온, 그가 변방으로 가는 것을 가로막는 무림 고수를 참살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는 한데 모여서 웃고 떠드는 친위대를 바라보자 수십 날 어두웠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드리웠다.

앞길은 비록 고달프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형제들이 있다면 주나라와 북요의 전쟁에서든, 그와 황제의 전쟁에서든, 육장봉은 결국 최후의 승자일 것이다!

길을 막은 살수들을 처리한 뒤, 일행은 쉬지 않고 밤길을 재촉하며 길을 떠났다.

북요는 이미 공격을 시작했다. 그들은 반드시 가장 빠른 속도로 변방에 도착해야 했다.

육장봉의 발목을 잡으려는 북요의 결심은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그 후에도 육장봉은 길을 가로막는 사사들을 여러 번 맞닥뜨렸다. 가장 많을 때는 하루에 열 번에 가까운 공격을 받았다.

게다가 번마다 모두 무림 고수가 있었다.

그 무림 고수의 목적은 육장봉에게 매달려서 그의 정력을 소진하려는 것이었다.

"조왕에게 편지를 전하거라. 주나라의 암탐들은 모두 밥만 축내는 것들이냐고 묻거라!"

사사들의 공격을 또 한 번 해결한 육장봉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화를 버럭 냈다.

연이은 추격전은 육장봉의 일정을 심각하게 지연시키고 있었다.

전에 두 날은 참을 수 있었어도 이미 사흘이 지났다. 조계안 수하의 암탐들은 이 사람들마저 해결하지 못했다. 그들더러 무능하다고 말해도 순화하여 표현한 것이었다.

"네, 대장군."

육이도 짜증이 나던 찰나였다. 육장봉의 명령을 받자 육이는 전혀 사양하지 않고 조왕에게 몹시 신랄한 문책의 말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조왕이 얼마나 기분 나쁠지 잠깐 생각하지 않더라도 편지를 보낸 육이는 통쾌할 것이다.

편지를 보내서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수횡천이 북요에서 보낸 소식을 받았다.

"대장군, 좋은 소식입니다!"

육이는 훑어보고 나서 다급히 편지를 대장군의 앞에 바쳤다.

"수 맹주가 장공주를 구해냈습니다. 월…… 마님도 무사하답니다. 마님은 지금 상경에 계시답니다. 수 맹주는 지금 마님을 구할 방법을 찾고 있답니다."

수횡천의 편지는 매우 짧았다. 그는 이 기간 동안의 상세한 일을 쓰지 않고 육장봉에게 간단한 소식만 전했다.

수횡천이 이 편지를 쓴 의도는 육장봉더러 안심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편지를 본 뒤, 안색이 굳어졌다.

"장공주! 수횡천이 장공주와 함께 있다고?"

수횡천은 북요에 여러 날 동안 있었지만 그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보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받지 못했다.

현음 장공주를 구해내자마자 수횡천은 그에게 전부 좋은 소식만 있는 편지를 보냈다. 이는 그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그는 수횡천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수횡천의 지력을 의심했다.

만약 현음 장공주가 그를 속이려고 하는 것이라면 수횡천은 현음 장공주에 의해 팔려가도 모를 것이다.

"대장군, 이 편지에…… 문제가 있나요?"

육이는 다급히 미소를 거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육장봉은 편지를 구기고 육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말에 올라타며 말했다.

"계속해서 길을 재촉한다!"

편지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현음 장공주는 반드시 문제가 있었다.

그는 반드시 최대한 빨리 변방에 도착해야 했다.

* * *

월령안 앞에서 뽐내기 위해, 또 월령안에게 자기의 실력을 보여 주기 위해 야율헌일은 밤새 자지 못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움직여 날이 밝기 전에 현음 장공주의 소식을 알아냈다.

"현음 장공주가 돌아왔어요!"

야율헌일은 온밤 자지 못해 두 눈은 벌겋고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몹시 흥분된 상태였다.

"돌아오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월령안은 야율헌일이 왜 흥분한 건지 대개 짐작이 갔다.

그녀는 묵묵히 속으로 야율헌일을 위해 동정의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야율헌일이 황위를 쟁탈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그러나 야율헌일은 황위를 얻어 그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십중팔구는 나라를 망하게 할 왕이 될 것이다.

그가 후회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제 사람이 알아낸 소식은…… 어젯밤, 현음 장공주는 호위의 보호를 받으며 공주부로 돌아왔어요. 그러나 밖에다 소문을 내지는 않았고요."

그래서 그의 부황이 그토록 자신감이 넘치게 부락의 족장들에게 육장봉의 어머니와 여인이 모두 북요에 있으니 육장봉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이었다.

월령안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가 물었다.

"믿을 만한 소식인가요?"

야율헌일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직접 현음 장공주가 공주부에 있는 것을 봤어요!"

"현음 장공주를 공주부로 호송한 호위는 공주가 늘 데리고 다니던 호위인가요?"

"네."

"공주부에 낯선 새 얼굴이 나타나지는 않았나요?"

월령안은 현음 장공주가 돌아온 것이 수 오라버니를 데리고 입성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아닌 것 같았다.

현음 장공주가 북요의 공주도 아니고 그녀도 북요에서 감시를 당했다. 낯선 사람을 데리고 입성한다면 반드시 북요 황제의 시선을 끄는 것이니 오히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컸다.

'수 오라버니 그들을 상경으로 데리고 들어오려는 게 아니면 현음 장공주는 또 왜 돌아온 거지?'

북요와 주나라는 전쟁을 시작했다. 북요에서 그녀의 사명은 이미 끝났다.

이런 시기에 그녀가 북요에 있다면 오히려 북요가 주나라를 협박하는 이유로 될 수 있었다. 심지어 북요인들에게 분풀이로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

그녀가 만약 현음 장공주라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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