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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82)화 (982/1,004)

982화 황제조차 해낼 수 없는 일

"우리 월씨 상사는 줄곧 공무를 중히 여기고 법을 지켰죠. 이미 관부와 사염을 타격하기로 손을 잡았어요. 상인들이 사염을 밀매하는 것을 금지시켰죠. 그리고 우리 월씨 상사는 관염의 가격을 낮추어 모든 주나라 백성들이 모두 관염을 살 수 있게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사염은 금지할 수 없어! 우리가 돈을 낼 수만 있다면 탐욕스럽고 아둔한 상인들은 너희 황궁의 보물까지도 훔쳐서 우리에게 팔 거야."

"황궁의 보물은 물론, 황제의 여인도 훔쳐내서 우리들이 즐길 수 있게 팔 거야. 그 상인들은 간이 몹시도 크니까!"

"여인은 여인이군. 머리가 길고 식견이 좁으니 말이야. 높은 가격으로 소금을 좀 샀다고 정말 각국의 소금을 전부 샀다고 생각하다니. 멍청하고 머리가 없네."

"난 또 그 육씨가 무슨 선녀라도 얻은 줄 알았는데 결과는…… 겨우…… 겨우…… 겨우…… 이까짓 물건짝이야?"

"하하하……. 그 육씨는 안목이 참 별로군. 어쩌면 숫총각일지도 모르니 전쟁터에서 만나면 내가 꼭 그를 데리고 진짜 여인이 무엇인지 보여 줘야겠어."

월령안이 한 말을 그들의 인식을 훨씬 벗어나 있었다. 이 부락의 족장들은 월령안을 장난으로 여기고 그녀의 협박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시시덕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심지어 조마조마했던 북요 황제의 마음도 월령안의 터무니없는 말에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월령안이 만약 자기가 북요에서 싼 가격의 소금을 살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거나 소금을 충분하게 사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면 그는 믿었을 것이다.

월씨 상사의 역량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그녀의 허락 없이는 소금 한 알도 북요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면 북요 황제는 믿을 수 없었다.

월령안이 주나라의 소금을 통제할 수 있고 주나라의 상인들이 소금을 북요로 운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서하, 금나라까지 북요와 거래하지 않게 통제할 수 있겠는가?

월령안은 물론이고, 주나라의 황제조차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 북요에도 염광(鹽礦)이 있었다. 정 안 된다면 그들 스스로 한동안 파내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대전에는 사람들과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할 수 있습니다!"

"소견이 좁은 것은 당신들입니다!"

뒤에 앉아 있던, 북요 황제에게 초원의 지혜로운 자라고 칭찬을 받았던 낙풍 족장이 갑자기 나섰다. 그의 표정은 전례 없이 엄숙했다.

"당신들은 해낼 수 없지만 그녀는 가능합니다! 그녀는 우리 북요, 심지어 서하, 금나라의 소금을 모두 매입할 수 있습니다. 또 주나라의 사염이 한 알도 우리 북요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낙풍, 너 그러지 마……. 주나라의 그 말을 뭐라고 했더라?"

"남의 기세를 돋구고 우리 자신의 위풍을 꺾는다."

"맞아, 맞아, 맞아, 바로 이 말이야……. 낙풍, 우리는 네가 주나라의 그 시구들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부락에 몇몇 주나라 사람을 키우고 있다는 것도 알아. 네가 주나라의 뒤꽁무니를 핥는 것은 네 일인데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하하…… 낙풍은 한낱 여인에게 겁을 먹었구먼."

족장들은 작은 부락에서 왔으나 곳곳에서 그들을 깔보는 이 족장을 몹시 싫어했다. 그래서 기회를 잡자 잊지 않고 그를 짓밟았다.

낙풍은 이 사람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걸어 나왔다. 그리고 북요 황제에게 초원 최고의 예를 올렸다.

"폐하께 어서 이 일을 알아보실 것을 간청드립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는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낙풍, 이 일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

북요 황제는 마음이 편해졌다. 앉은 자세마저 호방함이 느껴졌다.

그는 덤덤한 시선으로 월령안을 힐끔 훑어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짐은…… 월 가주가 놀라서 말을 마구 내뱉었다고 생각하네. 주나라 사람들은 다 이렇지 않은가? 큰소리나 떵떵 치고. 자기가 이러면 다른 사람에게 겁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북요 황제는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월령안, 짐의 말이 맞지 않은가?"

"허……."

월령안은 웃고 나서 고개를 돌려 북요 황제를 바라보았다.

"폐하, 폐하께서는……. 저에게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말을 마친 월령안은 잊지 않고 대전 중앙에 서 있는 낙풍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낙풍 족장께 저를 업신여기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를 드려야겠네요."

물론, 그녀는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북요에 어쩌다가 나타난 총명한 사람에 그녀는 신기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낙풍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내가 널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널 무서워하는 거야!'

"돈이 얼마나 있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짐보다 많겠나?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들 어떠하리? 짐은 천하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한데."

북요 황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의 시선은 감출 수 없는 의기양양함이 차 넘쳤다.

월령안은 미소를 지었다.

"폐하께서 아마도 우리 월씨 가문에 대해 무슨 오해가 있으신가 보군요."

자기 자신의 재물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는 것 같았다.

북요 황제는 천하를 소유할 만큼 부유한 적이 없었다. 세상의 크기는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천하와 비교했을 때, 북요는 작은 땅 한 덩어리를 점유한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무슨 염치로 천하를 가졌다고 하는 것인가? 주나라의 황제조차 천하를 가졌다고 일컫지 못하는데.

그러나 이 말을 북요 황제에게 해 줄 필요는 없었다.

"저한테 돈이 얼마나 많냐고요?"

월령안은 고민하는 얼굴로 말했다.

"저한테는 저조차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아요. 북요 전체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아요."

"월 가주, 이 농담은 하나도 웃기지 않군."

북요 황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시선이 차가워지고 기세가 날카로워졌다. 그의 얼굴은 몹시 화가 났다고 써 놓은 듯했다.

'여인은 참 안 되겠군. 조금이라도 체면을 봐주면 마음이 둥둥 떠서는. 자기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농담이 아니에요!"

월령안도 웃는 표정을 거두었다.

"제 손에는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일억 냥이 훌쩍 넘게 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면 이 세상에는 저 월령안이 살 수 없는 것은 없어요!"

말을 마친 월령안은 북요 황제의 난감한 안색을 신경 쓰지 않고 싸늘한 시선으로 자리에 있는 부락의 족장들을 훑어보며 조소 띤 말투로 말했다.

"당신들은 가격만 높이 부르면 소금을 살 수 있다고 했죠? 그런데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 중, 누가 저보다 더 돈이 많나요? 누가 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겠어요?"

돈을 쓰는 일에 있어서 월령안은 여태까지 져 본 적이 없었다.

"저를 돈으로 이기시려 한다면 당신들은 모두 제 적수가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제 말은…… 당신들 모두 합해도 제 적수가 아니라는 말이에요!"

월령안은 '당신들'이라고 말할 때, 특별히 북요 황제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말없이 북요 황제에게 '당신들'에 그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월령안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그러나 그녀가 한 말의 뜻은 매우 강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커다란 궁전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이때, 얼굴 가득 구레나룻이 난 족장이 난폭하게 탁자를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큰소리 작작 쳐. 네가 우리 모두보다 돈이 더 많다고 말한다고 돈이 더 많은 것이냐? 재주가 있다면 증명해 보여 주던가!"

"그래, 증명해 보여 달라고."

몇몇 부락의 족장들은 월령안의 말을 듣고 마음이 불안해졌다. 다만 그들은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북요에 정말로 소금이 부족해진다면 그들은 죄인이 된다.

"어떻게 증명해 보일까요? 당신네 부락의 땅을 파시겠어요? 제가 시장가격의 열 배를 낼게요."

월령안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맞섰다.

"너, 너……."

몇몇 큰소리로 떠들던 족장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너무나 방자했다!

너무나 으스댔다!

너무나 방종했다!

이런 여인을 주나라의 황제가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는가?

그 육씨는 도대체 무슨 안목이기에 이런 여인을 마음에 품었던 것인가?

"왜요? 열 배가 너무 적나요?"

월령안은 일부러 그들의 뜻을 오해하며 부자의 콧김을 자랑했다.

"가격이 더 높아도 상관없어요. 당신들이 원한다면 부락의 모든 땅을 저에게 팔아도 됩니다. 그럼 백 배의 가격이라도 저는 내놓을 수 없어요. 물론, 팔려면 다 같이 팔아야 해요. 코딱지만 한 땅은 저도 눈에 안 차니까요."

월령안은 절대 자기가 꽁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또 그녀가 일부러 코딱지만 한 땅이라고 말한 것은 북요 황제가 말한 '천하를 가진 것처럼 부유하다'는 말을 비꼬기 위해서라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요 황제의 안색은 여전히 굳어졌다.

그는 저격당한 기분이 들었다.

"너…… 너무 까불지 마! 고얀 년, 돈이 있으면 대단하다는 거야! 난 네가 그 돈을 쓸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어."

몇몇 족장은 월령안의 말에 할 말을 잃자 난폭하게 협박만 했다.

"돈이 있는 게 뭐가 대수겠어요? 그러나 돈도 있고 뒤에 강대한 나라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대단한 거죠."

월령안은 두려워하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제가 오늘 북요에서 죽으면 이번 겨울에 당신네 북요에서는 적어도 절반의 사람들이 죽을걸요?"

월령안은 험한 말을 내뱉은 뒤, 또 온몸의 기세를 거두었다.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홀가분하게 말했다.

"제가 만약 당신들이라면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바로 사람을 파견해 시장을 둘러보게 하겠어요. 가게들에서 소금을 파는지, 북요의 염광에서 소금을 파낼 수 있는지 말이죠."

"무슨 짓을 한 건가?"

"어서, 사람을 파견하여 조사해!"

낙풍 족장과 북요 황제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하나는 월령안에게 물었고 하나는 심복에게 명령을 내렸다.

"돈을 쓴 거죠. 제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요?"

월령안은 매우 진지하게 낙풍 족장의 말에 대답했다.

"짧디짧은 보름 만에 당신네 북요에 대량의 현금이 들어온 것은 바로 제 공로잖아요? 당신들은 저한테 고마워해야 한다고요. 제 덕분에 당신들 올해의 수입은 배로 늘어나 풍족한 설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만약 은을 뜯어먹으며 배를 불릴 수 있다면 매우 풍족할 것이다.

"난 자네가 우리 북요의 염광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고 물었네."

낙풍 족장은 월령안이 말을 돌리자 직접적으로 캐물었다.

"전 북요에 들어서자마자 당신들에 의해 감금되었어요. 저처럼 돈만 있지 권력이 없는 연약한 여인이 뭘 할 수 있겠어요?"

'난 당연히 손을 썼지. 그런데 내가 왜 인정해야 하는데?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월 가주, 여기는 북요네! 육 대장군 때문에 자네를 높이 볼 사람은 누구도 없어."

"우리 폐하께서 자네를 귀한 손님으로 대하셔서 자네가 우리 북요의 귀한 손님이 된 것이네."

"우리 폐하께서 만약 언짢으시다면 자네는 그저 포로일 뿐이네. 알겠나?"

낙풍 족장은 어두운 안색으로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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