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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81)화 (981/1,004)

981화 전 그럴 수 있어요

무대에서 악사와 기녀도 매우 눈치가 빠르게 연주를 시작하고 춤추기 시작했다.

좌측 하단의 자리에 사람이 한 명 바뀐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월령안이 들어오기 전과 다름이 없었다.

부락의 족장들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해서 옆의 여인과 시시덕거렸다. 그들은 이따금씩 일어나 북요 황제에게 한 잔 권했다.

북요 황제는 매우 즐겁게 받아들였다.

조용히 앉아 있는 월령안은 마치 외국인 같았다.

북요 황제는 목표에 달성한 후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북요 황제처럼 월령안의 실력을 직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술이 세 바퀴 돈 뒤로 어떤 사람은 머리가 잘린 구나금을 잊었는지 술기운을 빌려 월령안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월령안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술이 거나하게 취한, 키가 작으나 몸집이 탄탄한 한 부락의 족장이었다. 그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자 거들먹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무례하게 월령안을 손가락질하며 트림을 했다.

"육, 육…… 뭐시기 봉의 여인이라고, 이 어르신은 주나라 기생집의 여인들은 다 노래를 잘한다고 들었어. 자, 일어나……. 이 어르신께 살랑거리는 노래 한 곡 불러 보거라."

월령안은 싸늘한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그 싸늘한 시선에 그 족장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다 자기를 보고 있으니 그는 속으로 겁을 먹어도 겉으로는 약한 티를 내지 않았다. 그는 목에 힘을 주고 월령안을 노려보았다.

"너, 너…… 너 무슨 뜻이냐? 노래 한 곡 하라는 거지. 너, 널 어찌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너, 너, 주제를 알라고."

"맞소, 맞소, 맞소!"

누군가 선두를 떼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떠들었다.

"맞아, 맞아! 불러, 한 곡 불러!"

"우리가 뭐 잠자리를 데우라고 한 것도 아니고 고작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는 건데, 기분이 좋지 않은 거야?"

"눈치가 빠르면 얼른 일어나 노래를 부르라고. 그 아파, 아파, 아파…… 아무것도 없어, 쿵쿵쿵~! 하는 노래를 불러 봐. 이 어르신은 그 노래를 좋아해. 느낌이 있어."

"좋아, 좋아, 좋아, 곡을 아주 잘 골랐네. 주나라의 그 비실비실한 곡들은 한 글자도 알아듣지 못하겠어. 오직 이 곡만 알아들을 수 있지!"

그들은 월령안이 깔끔하게 사람을 죽인 일을 잊지 않았다.

다만 그 일 이후 궁중의 시위들은 전부 월령안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월령안에게는 시위의 칼을 빼앗을 기회가 전혀 없었다.

월령안이 칼을 잡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신하자 떠드는 사람은 더욱 많아졌고 언사도 더더욱 노골적이 되었다.

칼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남정네들이 여인 하나를 무서워할까?

여기까지 생각한 족장들은 더더욱 꺼리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북요 황제까지 들먹였다. 그들은 월령안더러 북요 황제에게 노래를 선사하라고 하면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바로 북요 황제에 대한 불경이라고 말했다.

북요 황제는 말을 더하지 않았다. 그러나 떠드는 족장들을 저지하지도 않고 상석에서 지켜보았다.

그는 월령안의 실력을 인정했고 그녀에게 강자가 받아야 할 존중을 주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월령안을 예우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월령안이 부락 족장들의 존중을 얻어내고 싶다면 그녀의 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도 여인인 월령안이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하는지 보고 싶어졌다.

여기까지 생각한 북요 황제는 저도 모르게 흥미가 생겨 기대의 눈빛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이 북요 족장들의 저속하고 상스러운 관찰과 희롱에 월령안은 위축되거나 난감해하기는커녕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앞서 그 키가 작고 탄탄한 족장을 노려본 것 말고 월령안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매우 느긋하게 젓가락질하며 음식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녀는 실제 행동으로 북요 족장들이게 오만과 안하무인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 주었다.

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쳐다볼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초원의 남자들은 여인을 중히 여긴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여인은 가축과 다름없었다. 월령안이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행위는 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특히 그 키가 작고 탄탄한 족장은 울화가 치밀어 월령안의 방향으로 뛰어갔다.

"너 이 천한 년, 염치가 없어도……."

월령안의 손에는 병기가 없었다. 그녀는 남자를 싸움으로 이길 수가 없었다.

구석에 웅크린 채, 전혀 존재감 없이 있던 야율헌일은 몰래 월령안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었다.

"큰일 났구나!"

그는 고민에 잠겼다. 그는 일어나서 월령안을 위해 분위기를 풀어 줘야 하지 않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월령안은 젓가락을 거세게 던지고 나서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북요에는 소금이 없는 건가요? 음식들이 왜 하나같이 싱겁고 맛이 없죠?"

"어…… 너, 너 뭐라고 했어? 노래…… 노래를 부르겠다고?"

키가 작고 탄탄한 족장은 월령안의 바로 앞까지 들이닥쳤다가 월령안의 호통을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술 냄새를 풍기는 트림을 하고 눈빛이 모호한 것이 많이 취해 보였다.

하긴, 술이 많이 취했기에 다른 사람의 자극을 받고 나섰을 것이다.

"노래는 무슨, 이 천한 년은 좋게 말할 때, 듣지 않았으니까 혼내 줘야 해. 어서 저년의 따귀를 때려서 버릇을 고쳐 줘."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심하게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씩씩거리며 입을 열어 키가 작은 족장더러 월령안을 혼내 주라고 재촉했다.

월령안은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북요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당신들은…… 북요에 소금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나요?"

"뭐? 뭐라고?"

몇몇 가까이 있던 족장들은 비록 많이 취하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월령안의 말을 듣고도 둔감해진 그들의 머리는 한참이나 반응하지 못했다.

북요 황제는 달랐다. 그는 순간 강대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월령안을 훑어보았다.

"월 가주, 이게 무슨 말인가? 짐은 왜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

월령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우아하게 옆에 놓인 차를 들고 꼼꼼히 입을 헹구었다.

북요 황제는 인내심이 있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북요의 몇몇 족장들은 인내심이 없었다. 그들은 월령안이 거드름을 피우는 것을 보고 탁자를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너 이 천한 년, 어디서……."

"입 닥쳐!"

북요 황제는 어두운 얼굴로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여기서 자네들이 끼어들 틈은 없네!"

"네, 네, 폐하."

그 사람들이 혼나자 다른 사람들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은 일제히 월령안을 바라보며 월령안의 대답을 기다렸다.

월령안은 이 사람들의 난폭하고 폭력적인 시선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녀는 속도를 전혀 늦추지도 재촉하지도 않고 입 안의 차를 뱉어낸 후, 또 손수건을 들고서 입안의 물기를 닦았다. 그렇게 이 족장들을 조급해 미칠 지경으로 만든 뒤에야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의 뜻이에요. 자리에 계시는 여러분, 전에 한동안 몰래 고가로 많은 소금을 팔아넘기셨죠? 지금 손에는 소금이 얼마 없으시죠? 제 짐작이 맞다면 당신들 수중의 소금은 기껏해야 한 달가량 버틸 수 있을 양일 거예요. 이것도 족장인 당신들에게나 해당되는 거죠. 보통 백성의 경우, 기껏해야 보름 남짓 버틸 수 있을 거예요."

월령안을 말을 마친 뒤, 입을 다물고 웃었다. 퍽 고소해하는 표정이었다.

"물론, 이건 당신들이 아직 주나라와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의 상황이죠.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소금 소모는 더욱 빨라질 거예요. 당신들은 아마 한 달도 버티지 못할 거예요."

"네가 어떻게 우리가……. 아니지, 고가로 우리들에게서 소금을 사 간 멍청이가 바로 너의 사람이냐?"

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월령안을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자네들…… 모두 소금을 팔았나? 그것도 아주 많이?"

북요 황제는 비록 월령안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월령안이 특별히 소금의 일을 꺼낸 것은 절대 목적 없이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안에는 분명 그가 모르지만 북요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자리에 있는 족장들은 월령안의 말을 듣고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난 또 무슨 일이라고. 수중에 있는 소금이 많지 않을 뿐이잖아. 겨우 소금 가지고. 다 먹고 또 사면 되지. 우리에게는 넘치는 것이 금은보화인데 소금 하나 못 살까 봐?"

북요는 소금 생산량이 매우 적었지만 그들에게는 소금이 부족하지 않았다.

소금일 뿐이었다. 돈이 있는데 사지 왜 사지 못하겠나?

그러나 바로 그들은 망신당하고 말았다.

"사지 못하실 거예요!"

환한 불빛 아래서, 월령안의 눈매가 휘어지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저 월령안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북요에는 소금 한 알도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당신들에게 금산, 은산이 있어도 소용없어요. 당신들이 금과 은을 끌어안고 뜯어먹지 않은 이상은요."

"그럴 리 없어! 상인들이 소금을 우리 북요로 운반하는 것을 네가 막을 수 있다고? 월씨, 너무 자기를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여긴 우리 북요야. 너희들처럼 비천한 상인이 머리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는 주나라가 아니라고."

"우리 북요에서는 너 같은 상인을 눌러 죽이는 것은 개미 한 마리 눌러 죽이는 것처럼 쉽단 말이다!"

몇몇 대부락의 족장들은 원래 약간 긴장해졌다가 월령안의 방자한 말을 듣고 순식간에 대수롭지 않게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절 눌러 죽이는 것은 쉬우시겠죠. 그런데 제가 죽는다면 당신들은 더더욱 소금을 살 수 없을 거예요."

월령안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머리를 갸우뚱하며 말을 하는 족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넌 네가 누군 줄 아는 거냐? 우리가 소금을 못 사게 하겠다고? 세상에 소금이 그리도 많은데 네가 어떻게 전부 다 독점할 수 있다는 거냐?"

몸집이 장대한 족장이 목을 세우고 노호했다. 그의 눈알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마치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았다.

"전 그럴 수 있어요."

월령안은 일부러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엄숙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농담을 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주나라는 소금 생산량이 큰 나라예요. 서하, 금나라와 당신네 북요는 해마다 주나라에서 대량의 소금을 사들이지요."

월령안은 느긋하게 말했다.

"여러분은 아마도 주나라의 관염(官鹽)을 이미 우리 월씨가 대신 팔아 주고 있다는 것을 모르실 거예요. 주나라의 관염이 얼마나 나오는지, 누구에게 나눠 주는지 전부 이 월령안이 말한 대로 결정된다고요. 사염(私鹽)에 관해서는……."

월령안은 생긋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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