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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78)화 (978/1,004)

978화 전쟁의 서막

월령안은 비록 피곤으로 인해 멍한 상태였으나 경계는 줄지 않았다. 그녀는 쉽게 월진절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보아하니, 고모께서는 큰 것을 준비하셨나 보네요. 그런데 그게 정말 소용 있을까요? 고모, 고모는 지금 북요의 먹잇감이에요. 고모는 설마 혼자 힘으로 나라 전체와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월씨 혈족 전체가 못 해냈는데 고모 혼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월진절의 목소리는 어딘가 기운이 없었고 기세가 줄어들어 있었다. 그러나 괴상야릇한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월령안은 월진절의 허약하고 창백한 안색을 바라보며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난 혼자가 아니야. 내 뒤에는 주나라가 있어. 주나라는 나의 기댈 곳이자 내 저력이기도 해."

"허…… 주나라."

월진절은 비꼬듯이 코웃음을 쳤다.

"고모를 한 번도 사람으로 보지 않은 주나라가 어떻게 기댈 곳이 되겠어요? 고모, 잊지 마세요. 주나라 황실이 고모를 북요로 보내왔어요. 그들의 도움이 없이 저 혼자서라면 고모를 북요로 유인할 능력이 없었어요."

"주나라는 날 사람으로 보지 않은 적이 없어. 나와 주나라 황실 사이에 작은 모순이 존재하는 것은 맞아. 그러나 이것들은 북요의 문제 앞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아. 북요에서 나와 주나라는 한 몸이야. 주나라가 강대해야 내가 강대한 거야."

뒤에 강대한 나라가 버티고 있는 것은 타국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에게 가장 큰 저력이었다.

이 점에 대해 월령안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해외에서, 서역에서, 심지어 금나라와 서하에서 주나라의 상인들은 모두 예우를 받았다.

소국이 주나라 상인들을 예우해 주는 것은 상인 자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이 주나라의 상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월진절이 이 도리를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에게 기댈 곳이 되어 준 사람은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곧 북요 황궁에 도착하게 되네. 이 얘기를 그만하자."

월령안은 이 화제를 계속 얘기하고 싶지 않아 거칠게 끝내 버렸다.

"고모, 이제는 절 풀어 줘야 하지 않겠어요?"

월진절은 손에 감긴 쇠사슬을 흔들며 월령안을 일깨워 주었다.

"응, 내일 밤 연회에서 다시 말하자."

'풀어 주는 것은 불가능해.'

그녀는 북요 황제가 야율헌일을 파견해 그녀를 맞이하는 것이 그녀에게 아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아부한다기보다 그녀는 북요 황제가 위엄을 부리는 것이라고 믿었다.

'봐라, 네가 애써 끌어들인 황자가 짐의 명령 하나만으로 너의 대척점에 서지 않느냐?'

그러나 월령안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북요는 언젠가 망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야율헌일을 지지하는 것은 물을 흐리는 것에 불과했다.

마차는 북요 황궁 밖에 세워져 있었다. 황궁의 시위가 월령안더러 마차에서 내리라고 하자 월령안은 거절했다.

"내가 오려고 해서 온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날 모신 것이다!"

'모시다'라는 말은 그 뜻이 의미심장했다.

북요 시위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월령안은 또 해결 방법을 꺼냈다.

"물론, 나도 너희들은 난감하게 하지 않을 거야. 만약 마차가 황궁에 들어서지 못한다면 난 궁문 밖에서 기다릴 거야. 어쨌든 연회는 내일 밤에 열리니 난 내일 들어가면 된다."

연회가 열리기 전까지 그녀는 마차에서 내리지도, 월진절을 풀어 주지도 않을 것이다.

연회가 시작되기 전에 이 암기를 장치한 마차와 월진절은 그녀가 북요에 있는 동안의 부적이었다.

이 두 부적이 없다면 현음 장공주가 그날에 겪었던 수모가 그녀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컸다.

북요인은 현음 장공주마저 괴롭힐 정도로 야만적인데 또 어찌 그녀를 사람으로 보겠는가?

월진절은 월령안의 품에 기대앉아 웃음을 터뜨렸다.

"고모는 주나라가 고모의 저력이자 뒷배라면서요? 그런데 왜 강대한 주나라를 뒷배로 둔 고모가 두려워하는 거죠?"

"영리한 사람은 멍청이들과 겨루지 않는 법이야. 멍청이들은 소견이 좁아서 눈앞의 이익만 볼 뿐이지. 명주(明珠 - 빛이 곱고 아름다운 구슬)로 돌 부스러기에 부딪히는 일을…… 네 고모인 내가 할 거라고 생각해?"

월령안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월진절에게 하는 말 같았지만 사실 그녀는 야율헌일과 북요인들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전 자기를 명주에 비유하는 사람을 처음 봐요."

월진절은 퉁명스럽게 코웃음을 쳤다.

그는 월령안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북요인들의 짧은 안목으로는 정말 결과를 상관하지 않고 월령안을 괴롭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가 북요 병사들을 시켜 사람들 앞에서 현음 장공주를 유린하게 하는 방식으로 월령안을 혼내 주겠다고 했을 때, 북요 황제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요인들은 멍청하고 소견이 좁았다.

"그러나 난 정말 명주가 맞아!"

그녀는 월씨 가문의 명주였다.

"고모가 기쁘면 그만이에요."

그가 반박해도 월령안은 듣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과 월진절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주고받았다. 야율헌일은 끼어들 틈을 찾지 못했다.

월령안과 월진절이 말을 마쳤을 때, 야율헌일은 월령안을 마차에서 내리게 설득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월령안은 스스로 명주라서 모험하지 않겠다고 말까지 했다. 절대 마차에서 내릴 리 없었다.

야율헌일은 월령안을 설득하는 것보다 부황을 설득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다.

야율헌일은 금군더러 궁문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북요 황제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궁문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하나 북요 황제에게 들려주었다.

물론, 야율헌일은 잊지 않고 월령안이 탄 그 마차가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지 북요 황제에게 말해 주었다.

그 마차는 월진절이 월령안을 위해 만든 것으로 스스로 다치게 할 뿐, 아무런 공격력도 없었다.

"마차 한 대일 뿐인데 짐이 그녀를 무서워하겠느냐. 그녀더러 마차를 탄 채로 입궁하라고 하거라!"

북요 황제는 야율헌일이 말을 마치기 전에 손을 휘저으며 패기 넘치게 명령을 내렸다.

야율헌일은 명령을 받고 물러났다. 그런데 몸을 돌리자마자 북요 황제의 말이 들렸다.

"아 참, 시위더러 조심하라고 하거라. 절대 월진절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월령안에게 짐의 모사를 다치게 하지 말라고 전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짐은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거라."

"네, 부황."

야율헌일은 월진절에 대한 부황의 관심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전혀 놀랍게 느껴지지도, 부럽거나 질투 나지도 않았다.

그는 한 번도 아버지의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번에 월령안이 월진절을 인질로 잡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또 월령안과 친분이 있지 않았더라면, 그의 부황은 이런 아들이 있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북요 황제가 허락하자 월령안은 마차를 탄 채로 북요 황궁에 들어섰다. 문턱에 도착하자 시위가 들어서 옮겨 주었다.

북요 황제의 당부가 있으니 시위는 몹시 조심스러워했다. 조금이라도 거칠게 다루었다가 장치를 작동할까 두려워했다.

* * *

월령안이 탄 마차가 황궁에 들어설 때, 주나라와 북요 변경을 지키고 있던 북요 대군들도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군 준비, 일각 뒤, 성을 공격한다!"

북요의 대장군은 서신을 덮고 갑옷을 입은 뒤, 병영 밖으로 나갔다.

병영 밖에는 북요의 기마병과 선봉군이 무장을 마친 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 부락에서 증원하는 병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지금 변방에 있는 군사들은 모두 북요 황제의 군사들이었다.

금나라의 양식과 금전의 지지로 그들은 하나같이 기운이 샘솟았다. 몸에 걸친 갑옷은 불빛 아래서 반짝반짝 빛났다.

북요의 대장군은 말 등에 올라타며 장검을 높이 쳐들었다.

"주나라의 여인, 주나라의 양식, 주나라의 금은보화가 바로 전방에 있다. 우리가 그 성을 함락하기만 한다면 주나라의 모든 것은 우리의 것이 된다. 우리 북요의 남아들아, 쳐들어가자!"

"쳐들어가자!"

북요의 기마병이 재빨리 따라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눈으로 탐욕스러운 빛을 뿜었다.

"쳐들어가자!"

보병들은 성을 공격하는 전차를 밀며 바짝 뒤쫓았다. 그들도 질세라 하나같이 흥분된 상태였다.

무수한 경험이 말해 주다시피 주나라의 성곽만 함락한다면 그들은 대박이 날 것이다!

돈, 보석, 여인…… 다 있을 것이다!

다그닥다그닥…….

말발굽 소리와 하늘을 뒤흔드는 고함 소리가 밤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때는 바로 자정 무렵이어서 사람이 가장 고단할 때였다. 주나라 군사들 중, 성을 지키는 병사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성밖에서 갑자기 울리는 고함 소리를 들은 장수들은 깜짝 놀라 깨어났다. 그들은 윗사람의 명령이 없이도 하나같이 병기를 들고 재빨리 줄을 서서 전투 준비를 했다.

주나라 장수들은 비록 북요의 습격에 놀라웠으나 북요에서 변방으로 지원군을 늘이는 것을 보고 곧 북요와 전쟁을 시작하게 될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든지 전쟁을 시작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북요의 대군이 성을 공격했다. 열호군(烈虎軍)의 사람은 나를 따라 성벽 위로 간다. 웅응군(雄鷹軍)의 사람은 아래쪽에서 상대한다. 척후병은 북요군의 상황을 살피며 그들에게 지원군이 있는지 주의 깊게 보거라."

변방의 장령은 가장 먼저 막사를 뛰쳐나가서 단호하고 신속하게 일을 나누었다.

"대장군께 편지를 보내 북요가 먼저 출병하여 우리를 공격했다고 하거라."

성벽으로 가는 길에서 변방의 장령은 잊지 않고 주변 사람에게 분부했다.

"그리고 조정에 급한 전보를 보내 다음 분기의 군량과 마초, 지급품을 보내달라고 재촉하거라."

성을 지키는 장령은 양식에 신경 쓸 여유도 있었다. 그들은 이번 북요의 습격에 당황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은 예전이 아니었다. 북요에게 억압당한 채, 얻어맞고 북요의 정예 기병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예전이 아니었다.

육장봉이 주나라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북요의 정예 기병들을 흠씬 두들겨서 초라한 몰골로 투항하게 한 뒤로 주나라의 장수들은 북요와의 전쟁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특히 육장봉과 함께 전쟁에 참여한 육가군들은 더욱 두려워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전쟁은 그들도 미리 예상했던 바였다.

지금, 성벽 위의 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이미 준비를 마친 뒤였다.

북요의 병사들이 움직이자 뜨거운 물, 뜨거운 기름, 돌멩이와 궁수들은 모두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든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드높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들은 여러 날 전에 소식을 받아 대장군이 이미 병사를 거느리고 변방에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대장군도 곧 도착할 터였다.

대장군이 도착하기 전에 그들은 북요인들과 정면으로 붙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오직 성문을 잘 지키기만 하면 되었다. 대장군이 도착한다면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들이 북요를 공격하는 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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