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6화 월진절의 지독한 수단
"그럴 수 없어요! 제가 하려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해요. 그 누구 때문에도 절대 바꾸지 않을 거예요."
월진절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또 협박했다.
"고모, 고모는 제 고모인 것을 다행으로 여기셔야 해요. 그게 아니면 발가벗겨진 채, 백옥 침대에 누워서 북요인들에게 사람들 앞에서 짓밟힐 사람은 바로 고모였어요."
여러 장수들더러 사람들 앞에서 현음 장공주를 짓밟고 유린하게 하는 것은 그가 사랑하는 고모를 위해 성심껏 준비한 재미있는 연출이었다.
만약 월령안에게 그의 말을 듣지 않는 결과가 어떤지 보여 주지 않는다면 월령안이 어찌 순순히 그의 말을 들을 것이며 다시는 반항하지 않을 것인가?
현음 장공주가 이 시기에 들려 온 것은 분명 하루이틀 준비한 일이 아니었다.
월령안이 월진절을 반격하여 제압하기 전에 이미 준비가 끝났던 것이었다.
그는 보여 주려는 것이었다. 현음 장공주의 비참한 결과를 월령안에게 보여 주어 그녀가 현실을 인지하고 자기를 화나게 한 결과를 보여 주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도망칠 생각을 못 하고 순순히 말을 듣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가 월령안을 길들이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그는 월령안이 그토록 허약한 상황에서 그를 제압하여 수횡천 일행에게 기회를 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는 그가 준비한 '재미있는 연출'의 재미가 대폭 반감되게 했다.
그러나 괜찮았다. 과정이 어떻든 중요하지 않았다. 목적에만 도달하면 되었다.
"여봐라……."
월진절은 월령안의 협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월령안의 앞에서 명령을 내렸다.
"그들더러……."
그러나 그의 소리가 울리자마자 정수리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월진절이 반응하기 전에 월령안이 그와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현음 장공주를 내려놓고 수횡천 그들더러 멀리 썩 꺼지라고 하거라."
월진절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더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기절하기 전에 그는 월령안이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한숨 푹 자. 날이 밝으면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거야."
그는 기억이 났다!
그 침은 그가 월령안을 찌르려고 준비한 것이었다.
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침은 마차에 떨어졌다.
뜻밖에도 그 침은 결국 그의 몸에 파고들었다. 그는 결국 지척에서 성공을 놓치고 말았다.
"네, 주인님!"
월진절이 평소에 강경하면서도 변덕이 심한 탓에 마차 밖의 사사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전방으로 달려가 월진절의 명령을 전했다.
육씨 가문의 호위는 현음 장공주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쉽게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횡천은 그들보다 훨씬 침착했다.
"그들의 손에는 인질이 둘이나 있다. 우리가 오늘 누구를 구하든지 둘을 전부 구할 수는 없어."
그들에게는 한 명도 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육씨 가문 호위도 이 도리를 알고 있었다.
월진절에게는 수천 명의 병사가 있었고 그들에게는 수횡천이라는 이 무림맹주가 있었다. 이 병사들은 그들을 어찌하지 못했지만 그들도 이 수천 명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
"저자들이 현음 장공주를 해치기 전에 전방까지 쳐들어가 현음 장공주를 구해낸다고 장담할 수 있나?"
수횡천이 또 물었다.
육씨 가문의 호위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중무장한 병사들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물러서기는 내키지 않아요!"
수횡천은 전에 월진절에게 타격을 받고 줄곧 자기 자신과 인생을 의심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몹시 침착했다. 또 모든 사람들 중 현실과 실패를 받아들인 첫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실책이야. 현음 장공주가 저들의 손에 들어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우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그들도 월령안의 조카가 이렇게 저질인 꼼수까지 부릴 정도로 양심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북요의 야만인들이 사람들 앞에서 현음 장공주를 짓밟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이 현음 장공주를 구한다고 해도 현음 장공주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녀 스스로가 꿋꿋하게 버틴다고 해도 주나라의 사람들은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현음 장공주의 명예와 절조를 위해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럼 철수합시다!"
육씨 가문의 호위는 비록 내키지 않았으나 그도 수횡천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솩!
그런 소리와 함께 그들이 움직이자 그들을 겹겹이 둘러쌌던 병사들이 마치 적을 만난 것처럼 앞으로 다가가며 긴 창으로 그들을 겨냥했다.
사사는 병사들이 움직이기 전에 소리를 질렀다.
"주인님이 그들더러 꺼지라고 했다."
"가자!"
수횡천 일행도 이 북요인들이 습격하는 것을 방어했다. 그들은 한데 둘러싼 채, 수횡천을 선두로 앞으로 걸어갔다.
북요의 병사들은 비록 하나같이 고도로 경계하며 창으로 수횡천 일행을 겨냥했지만 수횡천이 걸어오자 길을 비켰다.
이날 밤, 그들은 수횡천을 막기 위해 사람 목숨으로 시간을 끌었다. 짧디짧은 반 시진 동안, 수횡천의 손에 죽은 병사들은 족히 천 명이 되었다.
지금 수횡천이 간다고 하니 북요의 병사들은 감히 막지도 못했고 막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수횡천은 멀지 않은 곳의 백옥 침대에 누워 있는 현음 장공주를 힐끔 보고 또 고개를 돌려 북요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눈에 띄지 않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음속의 좌절감을 삼키고 이를 악물며 떠나갔다.
수횡천이 도착하자 북요 병사들은 분분히 물러서며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내 수횡천 일행이 지나가게 했다.
물론, 그들이 낸 길은 월령안이 갇혀 있는 마차와 현음 장공주가 누워 있는 옥 침대와는 모두 멀리 떨어져 있었다.
수횡천의 무공이 아무리 강해도 순식간에 날아갈 수 없었다.
궁수들은 미리 준비를 해 두고 있어 수횡천이 뛰어오르려는 기척만 보여도 활을 쏘아 그를 죽일 것이다.
양쪽은 모두 서로를 방어했다. 그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짧은 길을 걸었다. 수횡천 일행이 대군의 포위망을 걸어 나오자 수횡천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등골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들이 나오자마자 북요의 병사들은 다시 모였다. 사사도 재빨리 다가와 월진절의 '명령'대로 현음 장공주를 내렸다.
비록 그들은 주인이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꿔 월령안의 앞에서 현음 장공주를 유린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주인의 명령이 있으니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북요 병사들도 다급히 현장을 수습했다. 떠들썩했던 싸움은 잠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렇게 끝이라고?"
육씨 가문과 월씨 상사의 호위들은 고개를 돌려 북요 영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여러 날 준비하고 또 여러 날 기다려 겨우겨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찾은 것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마차와 수십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앞으로 쳐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지척에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상경으로 가자. 상경에 도착하면 자연스레 기회도 생길 것이다."
수횡천도 몹시 아쉬웠다. 그러나 아쉬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이 무능한 탓이었다.
그들의 무공이 좀 더 강해서 북요인들이 현음 장공주를 압송해 오기 전에 먼저 월령안을 구해냈더라면 그들은 이렇게 수동적인 처지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다.
"상경은 북요의 근거지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들어갈 수조차 없어요."
육씨 가문과 월씨 가문의 호위는 자기의 분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북요인들의 앞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북요인들에게 발견되지 않으면서 상경으로 섞여 들어가기에는 거의 불가능했다.
지금, 그들 중에서 상경에 잠입할 수 있는 사람은 수횡천밖에 없었다.
수횡천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너희들은 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갈 테니."
"그러나 그들에게는 인질이 두 명인데 수 맹주 혼자서 어떻게 구해내실 건가요?"
육씨 가문의 호위는 수횡천이 월령안을 구하려고 온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수횡천이 현음 장공주의 생사를 관여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귀띔했다.
"수 맹주, 현음 장공주는 주나라의 공주입니다. 그녀에게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방법을 대 보지."
여러 차례 좌절을 겪은 수횡천은 비록 자신감을 잃을 정도로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육씨 가문 호위에게 반드시 현음 장공주를 구해내겠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사실상, 그는 지금 상경에서 월령안을 구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지금 그는 월령안에게 다른 수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월령안은 월진절을 쓰러뜨리고 나서 월진절을 상경에 도착하기 전까지 깨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그녀는 또 월진절의 목소리로 사사에게 명령을 내려 그들더러 바로 현음 장공주를 돌려보내라고 했다.
그녀는 월진절의 이름을 빌려 사사들더러 현음 장공주를 풀어 주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정말 그렇게 명령한다면 사사는 반드시 의심할 것이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현음 장공주를 먼저 돌려보내게 하여 월진절의 병력을 분산시켰다. 이는 그녀가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가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 오라버니 일행이 실력을 보존하여 기회를 보아 현음 장공주를 구해내는 것이었다.
현음 장공주가 계속해서 북요인들의 손에 놓여 있으면 그녀는 너무나 수동적인 입장이 되고 만다. 도망칠 기회가 있어도 깔끔하게 도망치지 못하고 현음 장공주의 처지를 생각해야 했다.
그녀가 북요에서 도망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현음 장공주를 구해내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월진절의 명령을 가장해 먼저 현음 장공주를 돌려보냈고 또 자기의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군의 발목을 잡았다. 그녀는 이렇게 쌍방의 거리를 넓혀 대군에게 구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소용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또 수 오라버니가 그녀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녀는 시도해 보아야 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자 그녀에게도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점심때가 되자 월령안은 또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군들에게 명을 내려 제자리에서 한 시진 쉬게 만들었다.
사사는 불만스러웠다. 그러나 이것은 월진절의 명령이 아니라 월령안이 월진절을 협박하여 얻어낸 휴식 시간이었다.
그래서 사사는 월령안에게만 불만을 품었을 뿐, 더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월령안도 너무 심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한 시진 뒤,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다.
물론,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월령안은 마차가 흔들린다는 이유로 마부더러 속도를 늦추라고 했다.
일행은 월령안을 상경으로 압송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월령안이 속도를 늦추자 그들도 당연히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 종일 걸었지만 예전 일정의 반 정도 되는 길밖에 걷지 못했다.
사사는 북요 황제가 안배한 연회를 떠올리자 속으로 몹시 조급해졌다. 그러나 그들의 주인이 월령안의 손에 있으니 그들도 감히 재촉하지 못했다. 그들은 월진절에게 월령안의 제압을 벗어날 방법이 있어 더 이상 이렇게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