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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72)화 (972/1,004)

972화 그 고모에 그 조카

마차는 계속해서 앞으로 갔다. 월령안은 마차 안에 웅크린 채로, 목구멍의 타는 듯한 갈증을 참고 있었다.

피가 목구멍에서 응고되어 물을 마시지 못하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예전에 상단을 거느리고 사막에서 열흘 동안 낙타와 말의 피로만 목숨을 부지하던 나날들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령안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먹느냐?"

월령안은 이미 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월진절도 몹시 고통스러웠다.

비록 그는 월령안더러 죽으라고 했지만 그 말이 홧김에 한 소리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지금 월령안은 죽을 수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죽어도 월령안은 죽을 수 없었다.

유희가 금방 시작했는데 월령안이 죽는다면 그더러 어떻게 즐기라는 것인가?

"네, 월 낭자는 이 이틀간 물 한 방울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몹시 허약해 보이십니다."

사사는 사실대로 보고했다.

"몹시 허약해?"

월진절이 반복해서 물었다.

"그렇습니다."

사사는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그럼 잘 됐어!"

월진절의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다.

"그녀에게 약이 든 음식을 억지로 먹이거라."

"네."

사사는 명령을 받고 물러났다. 그는 월진절의 요구대로 월령안에게 음식을 먹였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월진절의 사람이 먹이는 것만큼 월령안은 토해냈다. 그녀는 실제 행동으로 월진절의 사람에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한바탕 애를 쓴 뒤, 월령안은 전보다 더욱 비참해졌다. 몸에는 죽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그녀의 모습은 언제든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내가 말했잖아. 사는 건 어려워도 죽는 건 아주 쉽다고."

월령안의 움푹 꺼진 두 눈에는 실핏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몹시 허약했으나 눈에는 여전히 강인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난 월진절을 만나야겠어."

월령안의 몸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운과 모든 사람들과 함께 파묻힐 각오가 있었다. 사사는 월령안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다급히 월진절에게 가서 이를 보고했다. 월진절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정상적은 음식으로 바꿔 줘!"

사사는 명령을 받고 약을 타지 않은 음식으로 바꾸어 주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여전히 음식을 먹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기의 요구를 고집했다.

"난 월진절을 만나야겠다!"

"월 낭자, 권하는 술을 마셔야지 벌주를 마시면 쓰나요? 우리 주인님은 성격이 좋으신 분이 아닙니다."

사사는 점점 어두워지는 월진절의 얼굴을 떠올리며 감히 보고하러 가지 못했다.

"난 만나야겠다. 월진절을!"

월령안을 말을 마친 뒤, 눈을 감고 대화를 거부했다.

양보 같은 일은 처음이 있으면 두 번째도 있는 법.

월진절은 이미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를 무사히 상경으로 보내기 위해 분명 한 걸음 더 물러설 것이다.

"우리 주인님은 낭자를 만나지 않으실 겁니다. 물과 음식은 여기에 두겠습니다. 드시든지 말든지 낭자께서 알아 하십시오."

사사는 음식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월령안은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사는 멀리 가지 않고 몰래 숨어서 엿보고 있었다.

일각……. 반 시진……. 한 시진이 지났지만 월령안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사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참 머뭇거렸다. 결국 그는 월진절에게 보고하러 갔다.

예상대로 월진절은 몹시 분노했다.

"죽으라고 해!"

그러나 욕설을 퍼붓자마자 북요 황제가 파견한 사자가 도착했다.

"주인님, 각 부락의 족장들이 이미 상경에 도착했습니다. 폐하께서 사흘 안에 각 부락의 족장들을 연회에 초대하신답니다. 어떤가요?"

월진절 일행의 속도로 이변이 없는 이상, 이틀 뒤에는 상경에 들어서게 된다.

북요 황제가 급히 각 부락 사람들을 재촉하여 사흘 뒤에 연회를 연다고 하고 이미 월진절의 체면을 봐준 것이었다. 그를 재촉하지도 않았다.

북요 황제가 월진절의 체면을 봐주니 월진절도 당연히 사람들 앞에서 북요 황제의 체면을 떨어뜨릴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북요 황제가 보낸 사자를 보낸 뒤, 월진절은 돌아서서 말했다.

"날 월령안에게로 데려가거라."

사흘 뒤의 연회에서 월령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손님'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아도 되지만 월령안은 반드시 나타나야 했다. 그것도 반드시 산 채로…….

건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러나 지금의 이 몰골이어서는 절대 안 되었다.

큰 판을 위해서 월진절은 월령안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월령안은 아직 마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월진절은 월령안을 끌어내리지 않고 사람을 시켜 마차를 뜯었다.

마차 바퀴와 차문을 뜯자 암기도 자연스레 해제되었다. 마차는 바닥에 놓여 있었고 월령안은 쇠고랑을 찬 채로 허약하게 기대앉아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고모께서 절 만나시겠다는데 어찌 감히 오지 않겠어요?"

월진절의 바퀴 의자는 마차 밖에 세워져 있었다. 맑은 목소리에 약간의 우울함이 섞여 있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의 관심을 믿고 이렇게 겁 없이 날 협박하는 거야. 내가 육장봉을 죽이고 난 뒤, 월령안을 죽지 못해 살게 만들어 줄 거야!'

"허."

월령안은 천천히 눈을 뜨고 허약하게 웃었다.

이때, 그녀의 눈에는 이미 빛이 없었다. 암울하기가 마치 이미 말로에 들어선 사람 같았다.

"절 만나셨으니 고모께서는 음식을 드실 건가요?"

월진절은 월령안의 비참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눈이 보이지 않으니 그의 오관은 더욱 영민했다.

그는 월령안 몸에서 나는 역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또 월령안의 허약한 몸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월진절의 안 좋은 기분을 많이 좋아지게 만들었다.

월령안이 고통스러우면 그는 즐거워졌다.

"우리 사이에 화해할 가능성이 있어?"

월령안은 애써 일어나 앉으려고 했다. 작은 동작일 뿐인데 그녀의 모든 기운을 다 써 버렸다.

월진절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

"이 문제는 고모가 죽어야 알려 드릴 수 있겠네요."

"보아하니, 다른 수가 없겠구나……."

월령안의 시선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마치 모든 기운이 빠져버린 듯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모든 기운이 빠져 버린 월령안이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월진절을 덮쳤다.

사사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 전에 치밀한 수법으로 손의 쇠사슬로 월진절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그를 자기의 앞으로 끌어왔다.

"보아하니, 다른 수가 없겠군. 너한테 손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겠어!"

월령안은 수중의 쇠사슬로 월진절의 목을 감았다.

월진절은 매우 가벼웠다. 월령안이 살짝 끌어당기자 그는 앞까지 끌려왔다.

"놔줘!"

월진절은 볼 수 없었다. 보지 못하기에 공포심이 더욱 커졌다.

"주인님을 놔주십시오!"

사사도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월진절이 월령안의 손에 있기에 그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엇다.

마차 양쪽을 지키던 기병, 궁수들은 말없이 장창과 화살을 월령안에게 겨냥했다. 월령안이 도망칠 흔적만 보여도 그들은 바로 손을 쓸 수 있었다.

월령안은 하찮다는 듯이 한번 훑어보고 말했다.

"너희들이 보기에는 가능한 것 같으냐?"

그녀가 자기 실력으로 잡은 인질을 왜 풀어 줘야 하는가?

"월령안, 넌 도망칠 수 없……."

찰칵!

월령안의 손목이 움직이더니 쇠사슬을 꽉 잡아당겨 월진절의 두 팔을 꺾었다.

"읍!"

월진절은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흘렸다. 손가락 틈에 있던 은침도 때맞게 떨어졌다.

월령안은 힐끗 보고 허약하게 웃었다.

"역시 그 고모에 그 조카구나. 취미마저 똑같아."

'손을 빨리 써서 다행이야. 그러지 않았다가는 헛수고가 될 뻔했어.'

"절 잡고 있으면 고모도 도망가지 못해요."

습격을 실패했는데도 월진절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분하게 복어로 월령안과 협상하고 있었다.

"고모, 정신을 차리세요. 북요에서 고모는 저보다 훨씬 중요해요. 절 잡고 계셔도 소용없어요. 제가 고모를 놔준다고 해도 저 병사들은 고모를 풀어 주지 않을 거예요. 고모를 풀어 준다고 해도 여기는 북요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고모는 도망칠 수 없어요……."

"걱정하지 마. 난 도망치지 않아."

'지금 내 이 꼴로 어디를 도망칠 수 있겠어?

일어설 힘조차 없는데 몇 걸음 도망칠 수 있겠어?'

"깨끗한 물과 음식을 준비해 줘."

도망치고 말고는 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단 배불리 먹고 마셔서 기운을 차리는 게 중요했다.

충분한 체력과 인질까지 손에 있다면 그녀는 언제든지 도망칠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 안 된다고 해도 상경에 들어서면 그녀는 도망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모의 말대로 하거라."

월령안이 도망칠 생각만 없다면 월진절도 월령안과 놀아 줄 생각이 있었다. 아무튼 결국 월령안은 그의 손에 들어올 것이다.

월령안이 모질게 마음을 먹어 지금 바로 그를 목 졸라 죽일 생각이 아닌 이상, 월령안이 그의 손에 들어왔을 때 백 배로 갚아 줄 것이다.

사사는 곧 깨끗한 음식과 물을 가지고 왔다. 월령안이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은 것을 알고 액체로 된 음식을 가지고 왔다.

월령안은 몹시 굶주려 있었다. 지지 않으려는 독기만 아니라면 그녀는 진작에 쓰러졌을 것이다.

음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월령안은 그릇을 들고 입안으로 쏟아 넣었다. 연속 다섯 그릇을 마신 뒤에야 멈췄다.

"깨끗한 물을 줘. 난 세수를 해야겠어. 그리고 외상약도 가져와. 상처를 싸매야겠어."

죽 다섯 그릇을 먹은 월령안은 여전히 배고프다고 느껴졌지만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오래 굶은 사람의 위장은 몹시 약했다. 만약 폭식을 한다면 위장이 다치기 쉬웠다. 많이 먹어 탈이라도 난다면 큰일이었다.

사사는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월진절이 고개를 끄덕여서야 월령안에게 물과 약을 가져왔다.

월령안은 치장을 마친 뒤, 느긋하게 분부했다.

"됐다, 지금 마차를 다시 조립하거라. 난 쉬어야겠다."

"그녀의 말대로 해!"

월령안에게 쇠사슬로 꽉 묶인 월진절은 이를 악물고 부하더러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그의 치명적인 요해처를 잡고 있었고 또 그의 팔도 꺾었다. 발이 없고 보이지도 않는 그는 월령안의 손에서 몸을 뺄 수가 없었다.

마차를 뜯을 때, 차 바퀴와 문, 암기만 뜯었지 차체를 다치지 않아 곧 조립이 끝났다.

"암기도 장치해."

월령안은 월진절을 암기 개폐기의 자리에 눌렀다.

"조카야, 착하지. 여기에 잘 앉아 있어. 아니면 우리 둘 다 죽을 거야."

"미쳤어요?"

월진절은 줄곧 자기가 미치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월령안이 그보다 더욱 미친 듯했다. 분명 더 안전하고 편한 곳에 있을 수 있는데도 월령안은 자기의 목숨으로 모험을 했다.

'월령안은 지금 나에게 보복하는 건가? 참 유치해.'

"그래서 우리가 고모와 조카 사이인 거야."

월령안은 또 월진절의 사람더러 열쇠를 가지고 와서 그녀 몸의 쇠사슬을 풀라고 했다.

월령안은 그렇게 푼 쇠사슬을 월진절의 몸에 매었다.

월진절은 두 발이 없었다. 월령안은 발의 쇠사슬을 푼 뒤, 월진절의 목을 감고 다른 한쪽은 자기의 손에 걸고 자물쇠를 걸었다.

월령안은 자기와 월진절을 한데 묶었다. 월진절은 그녀를 물리치고 도망칠 수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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