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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71)화 (971/1,004)

971화 참 행복한 사람이야

월령안을 구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자 월진절은 더욱 많은 시간을 현지의 부락과 군대를 만나는 데 썼다.

월령안은 상경과 점차 가까워질수록 월진절이 사라지는 시간이 점차 길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여러 번은 온몸에 피 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적도 있었다.

비록 마차 안에 갇혀 있어 바깥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지만 월진절의 동향으로 월령안은 주나라와 북요 변방의 전쟁이 금방이라도 일어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예전처럼 육장봉에게 힘이 되어 줄 수도 없었다.

상경에 가까워졌다. 이는 월령안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월령안이 북요 황제에게 넘겨지는 것을 두 눈 멀쩡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북요 황도(皇都)에서, 북요 황제의 지역에서 사람을 구해내려면 더욱 힘들 것이다.

바로 이때, 한 군대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들은 사사의 임무를 인수받아 월령안과 월진절을 상경까지 호송한다고 했다.

"기회가 없게 되었군!"

월령안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군대가 나타난 것을 보자 마지막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사람은 적지 않았고 실력도 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강해도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 손에서 월령안을 구할 수 없었다.

"상경으로 가자!"

길가는 동안, 그들에게도 손을 쓸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월진절의 협박과 수횡천이 여러 번 월진절에게 농락당했던 일 때문에 그들은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경에 가까워질 때 손을 쓰기로 했다.

길 가는 내내 방어하느라 긴장했을 테니 목적지를 코앞에 둔 사사들은 이 시기에 쉽게 나태해질 것이다. 그러면 그들의 성공률도 높아지는 것이었다.

성공하지 않더라도 북요 황도 상경에 거의 다다랐으니 월진절도 진짜로 월령안의 눈알을 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이 도리를 아는 것만큼 월진절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북요에서의 월진절의 지위와 권세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이번 노정에서 월진절이 뭘 했는지 그들은 모두 보아서 알고 있었다.

이 군대는 북요 황제가 월진절을 맞이하느라 파견한 것이 아니라 월진절이 스스로 움직인 것이었다.

그는 북요의 군사를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사를 거느린 채, 상경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월령안 일행을 호송하여 상경으로 들어가는 군사는 족히 오천 명이 되었다. 월령안의 앞뒤와 좌우에는 모두 무장한 기병들이었다. 옆에는 궁수들이 줄을 선 채로 언제든지 떨어질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월령안이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수들이 그녀를 구하러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월진절은 사사에게 명해 월령안의 혈도를 눌렀을 뿐만 아니라 쇠사슬로 그녀의 손발을 묶었다. 그것도 부족해 마차 안에 장치를 여러 개 설치했다.

월령안이 앉은 자리가 바로 장치의 개폐기였다. 그녀가 일어서기만 한다면 마차의 밑, 위와 사처에서 활이 날아올 것이다. 월령안이 죽지 않더라도 그녀를 반죽음상태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밖에는 병사들이 지키고 있고 안에는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어 월령안은 날개가 달려도 날아가기 힘들었다.

"월 낭자, 저녁 식사입니다."

월령안에게 식사를 나르는 사람은 여전히 그 사사들이었다.

월령안이 혈도가 눌려 있어 오직 사사만이 그녀의 혈도를 풀어 줄 수 있었다.

월령안은 식사를 할 때만 잠깐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고 뻣뻣해진 두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하는 수 없었다. 몸 아래에는 장치가 있어 그녀가 크게 움직이면 장치가 작동될 것이다.

"고마워요."

사지가 육중한 쇠사슬에 묶인 채,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월령안은 기색이 어두웠고 온몸이 뻣뻣하며 아팠다. 그녀는 잠깐 움직이고 식사를 들었다.

전의 끼니와 똑같았다. 저녁 식사는 달걀 한 알, 찐빵 두 개, 그리고 쌀죽 한 그릇이 다였다.

물은 없었다. 하루 종일 흰 쌀죽 세 끼를 제외하면 월령안은 밤이 되어야만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물론, 월진절이 그녀에게 물을 준비해 준다고 해도 그녀는 마시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온종일 마차에 갇혀 지냈다. 오직 저녁에 휴식할 때가 되어야만 월진절은 그녀에게 씻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줬다.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으면 힘든 사람은 그녀였다.

저녁 식사를 받은 월령안은 급히 먹지 않고 찐빵과 달걀을 반으로 쪼개 보았다. 약 냄새거나 다른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 뒤에야 월령안은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음미했다.

월진절에게 당했던 월령안은 그가 약을 쓰는 데 능하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몹시 신중해졌다. 먹는 것이든, 쓰는 것이든 그녀는 모두 미리 약 냄새거나 다른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지 살펴보았다.

전에 저택에 있을 때는 그래도 손불사가 가르쳐 준 방법으로 입에 들어올 음식과 월진절이 준비한 옷을 검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차에 갇혀 있는 지금,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서 가장 간단하고 거친 방법으로 약물을 검사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찐빵 두 개 빼고는 다른 음식에 모두 뭔가가 첨가되었다.

특히 쌀죽.

비록 참기름을 넣어 냄새를 덮었으나 월령안은 참기름에 덮인 옅은 약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영감님 예전의 가르침이 있어서 다행이야. 그게 아니면 난 몇 번 죽었는지도 모를걸."

월령안은 약 냄새가 나는 쌀죽을 한쪽으로 두고 사사의 감시를 받으며 찐빵을 잘게 찢어서 입안으로 넣었다.

온종일 물을 마시지 못한데다 세 끼 모두 찐빵을 먹은 월령안의 입술은 진작에 말라서 피가 나왔고 목구멍에서도 피가 나왔다. 매번 삼키는 것도 그녀에게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월령안은 찐빵 두 개를 모조리 삼켜 버렸다.

그녀가 다 먹고 나니 목구멍은 아프다 못해 불이 날 지경이어서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사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것으로 다 먹었다고 알렸다.

사사는 남은 음식을 가지고 나가면서 동시에 월령안에게 점혈했다.

다시 꼼짝달싹 못 하는 자세로 돌아온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나날들은 언제 끝이 나지?'

사사는 월령안이 남긴 음식을 들고 월진절에게 복명하러 갔다.

월진절은 힐끗 보더니 말했다.

"참 고집불통이군. 내일부터 그녀의 음식과 물에 모두 약을 타거라."

그는 월령안이 언제까지 버티는지 보고 싶었다.

"네, 주인님."

사사는 낮은 소리로 대답하며 음식을 가지고 나갔다.

그날 저녁, 월령안이 먹는 물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약 냄새가 났다.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이 조카는 참 악랄하군.'

"난 월진절을 만나야겠다."

월령안은 물잔을 내려놓고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르고 갈라져 있었다. 마치 목구멍에 모래를 머금은 것처럼 몹시 듣기 거북했다.

"우리 주인께서는 당신을 만날 시간이 없으십니다. 물은 여기에 둘 테니 마시든지 말든지 월 가주께서 알아 하시지요."

사사는 월령안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약을 넣은 물잔을 내려놓고 나가서 월령안의 세수와 옷을 갈아입는 시중을 들 시녀를 불러왔다.

월령안은 옷을 갈아입고 또다시 마차에 갇혔다. 그동안 월진절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월령안은 온종일 물을 마시지 못해 말라버린 꽃송이처럼 검고 메말라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약을 첨가한 쌀죽 한 그릇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허약하게 마차에 기댄 채,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사는 신경 쓰지 않고 먹을 것을 내려놓은 뒤, 떠나갔다.

점심에 사사는 와서 그 쌀죽을 가져간 뒤, 새 쌀죽을 올렸다.

월령안은 겨우 앞으로 다가갔다가 쌀죽 안의 약 냄새를 맡고서 다시 뒤로 기댔다. 눈을 살짝 감은 그녀의 입술에서는 피가 났다.

월진절에게 잡힌 뒤로 그녀는 배불리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오랜 시간의 기아는 그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그녀의 위도 음식이 없는 상태에 익숙해졌다.

저녁에 사사는 물 한 잔을 더 가져왔다. 월령안은 희망을 품고 살펴보았으나 예상대로 음식과 물에 모두 약이 첨가되어 있었다.

월령안은 음식을 건드리지 않고 갈라진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사사의 주목을 받으며 손목 혈관을 물어뜯어 자기의 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피에는 일정한 수분이 들어있어 목마름을 잠깐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피를 너무 많이 흘리게 되면 그녀는 더욱 허약해질 것이다.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너……."

사사는 월령안의 행동을 보고 놀라서 반응하는 것마저 잊었다.

자기의 손목을 물어뜯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럴 힘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이라면 아픔을 느낄 것이고 아픔을 느꼈다면 주춤하게 될 것이다.

월령안이 깔끔하고 단호하게 자기 손목을 물어뜯는 행위를 본 사사는 자기의 부류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정상적인 음식만을 먹겠다!"

피가 목구멍에 들어가자 타오르는 것 같던 목구멍의 통증을 잠시 완화시킬 수 있었다. 월령안은 입가에 피를 머금은 채, 고개를 들어 힘겹게 말했다.

"너희 주인에게 알리거라. 살아남는 것은 힘드나 죽는 것은 매우 쉽다고."

"당신…… 기다려요!"

사사는 아직도 피가 흐르는 월령안의 손목을 훑어보고 잠깐 머뭇거렸다가 결국 지혈시키지 않았다.

월령안이 너무 심하게 물어뜯은 것은 아니어서 피가 흐르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주인에게 물어볼 시간이 충분했다.

사사는 저녁 식사를 들고 월진절을 찾아갔다.

"주인님, 월 낭자가 자기의 손목을 물어뜯고서는 정상적인 음식을 달라고 목숨으로 협박합니다."

월진절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럼 그녀더러 죽으라고 해!"

'참 행복한 사람이야. 자기의 목숨으로 협박을 하다니. 난 그때 죽는 것조차도 사치였는데…….'

* * *

월령안이 목숨으로 협박을 해도 월진절의 타협을 얻어내지 못했다.

심지어 그날 밤, 월령안의 머리를 빗기고 옷을 갈아입혀 주는 시녀도 나타나지 않았다.

월령안은 마차에 기대앉아 허약하게 웃고는 잠이 들었다.

그녀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월진절이 그녀에게 무슨 약을 탔는지 알 수 없지만 절대 삼키지 않을 것이다.

이건 그녀의 고집이었고 그녀와 월진절 사이의 겨룸이었다.

또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사흘 더 가면 상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흘뿐이었다. 먹지 않고 마시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는 죽지 않을 것이다.

굶주림과 갈증은 월령안의 정력을 저하시켰다. 그녀는 어렴풋이 마차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혈도가 이미 풀려 있었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눕다시피 한 자세로 마차에 기대어 체력을 보존했다.

마차는 급히 가다가 중도에 한번 멈춰 섰다. 월령안은 점심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어렴풋이 음식의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그녀를 더욱 배고프게 만들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고 몸을 웅크린 채, 끊임없이 참자고 다짐했다. 월진절이 나타날 때까지 참으면 그녀는 다른 수가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심지어 벗어날 수도 있었다.

그녀가 지금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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