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9화 널 내버려 둘 수 없어
수횡천은 월령안을 찾아냈다.
수횡천은 북요로 오자마자 임무를 받고 북요에 '시월' 조직의 성원을 암살하려고 온 무림고수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시월' 조직의 월씨 가문 사람들을 죽이며 다녔다.
길에서 수횡천은 겉으로 빙빙 돌기만 했다. 심지어 몰래 소식을 흘려 월씨 가문 사람이 도망치게 했다.
그래서 그들 일행은 쫓고 쫓아서 고녕성까지 쫓아갔다. 그리고 수횡천은 소년 월진절에 의해 고녕성에 갇혀 있는 월령안을 발견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수횡천이 고녕성에 도착하자 월진절은 깔끔하게 월씨 가문 사람들을 쫓아냈다. 동시에 옆의 고수들을 남겨 수횡천을 막게 하고는 복요 사사들더러 월령안을 데리고 고녕성을 떠나게 했다.
월령안은 사사들에게 꼼짝달싹 못하게 감시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횡천 등 사람들이 멀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도 구조를 청할 수 없었다. 심지어 수횡천 등 사람들에게 단서도 남기지 못하고 사사들에게 끌려갔다.
연속 사흘 길을 간 그들은 수횡천 등 사람들이 쫓아오지 않자 그제서야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고모는 저 멍청이들이 절 찾아올 줄 미리 알고 계셨죠?"
수횡천이 고녕성까지 쳐들어왔을 때, 월진절은 이 문제를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 상황이 긴박하여 월령안에게 물어볼 시간이 없었다.
지금 잠잠해지자 월진절은 참지 못하고 캐물었다.
"사람이면 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아니야?"
월령안은 대범하게 인정했다.
그녀가 관성을 떠난 뒤, 수횡천에게 편지를 써서 수횡천더러 북요로 와서 그녀를 보호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두 가지 준비를 했다.
그녀는 편지에서 수횡천에게 만약 북요에 도착했지만 그녀의 행방을 찾지 못하겠다면 임무를 받은 무림인들과 연합해서 북요 현지의 비적들과 협력하라고 했다. 그렇게 함께 '시월'조직의 사람을 공격하라고 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시월 조직에서의 월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만 하고 최대한 죽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그들을 몰래 풀어 주어 도망가게 하라고 했다.
물론, 공격만 하고 죽이지 않고 그들을 도망가게 하되, 놔주지는 않는다면 마치 고양이가 죄를 잡듯이 그들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가는 것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그들은 살기 위해서 소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녀라는 비장의 패를 드러내면서까지 목숨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
머리가 있는 사람이면 모두 알 수 있었다. 이 무림인들의 공격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월령안밖에 없다는 것을.
죽고 싶지 않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월령안 이 비장의 패를 내놓아 수횡천 등 사람들이 손을 멈추게 하는 것이었다.
월령안의 예상대로 '시월' 조직의 그 몇몇 월씨 가문 사람들은 수횡천 일행에게 쫓겨 궁지에 몰리자 살기 위해 고녕성으로 가 월진절을 찾았다.
고녕성 전체는 모두 월진절의 통제하에 있었고 또 '시월' 조직의 소굴이기도 했다. 그리고 월령안이 바로 고녕성에 있었다.
이때, 그들에게는 고녕성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었다.
수횡천은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고녕성으로 와 월령안을 찾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횡천은 그들보다 한 걸음 늦고 말았다. 월진절은 먼저 월령안을 데리고 도망쳤다.
그러나 월령안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수횡천 그들이 자기를 한 번 찾았으니 두 번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전의 고녕성과 그 저택은 밀폐된 곳이었다. 월진절의 사람들 말고는 드나들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소식이 전해질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월진절이 그녀를 데리고 나왔으니 도망치는 길에서 아무리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해도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횡천을 믿고 있었다. 수횡천의 능력으로 그녀를 찾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계획은 괜찮았어요. 다만 아쉽게도…… 고모의 그 수 오라버니는 멍청하고 무능하여 큰 국면을 장악하지 못해요."
월진절은 아래턱을 살짝 쳐들었다. 은근히 우쭐거리는 티가 났다.
월령안의 계획은 아주 좋았다. 월령안의 계획대로 수횡천은 몇몇 월씨 가문의 사람을 따라 고녕성까지 찾아왔고 월령안을 구해 갈 뻔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횡천의 위신이 부족해 상금 때문에 온 무림인들은 수횡천의 지휘를 듣지 않았다.
고녕성으로 쳐들어가 월령안을 찾는 것보다 그들은 '시월'의 몇몇 월씨 가문 사람들의 머리가 더 탐났다.
월진절이 그 몇몇 월씨 가문 사람을 고녕성에서 내치자 수횡천과 함께 고녕성을 공격하던 무림고수들은 바로 수횡천을 버리고 월씨 가문 사람들을 쫓아갔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북요 사사들이 있더라도 그들은 그토록 순조롭게 고녕성에서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익으로 뭉쳤으니 당연히 이익으로 인해 갈라지게 되어 있지. 그게 수 오라버니와는 무슨 상관이겠어?"
월령안은 수횡천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성공해도 그녀의 현상금 덕분이고 패해도 그녀의 현상금 탓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도 쉽게 월진절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월진절을 핍박해 고녕성을 버려둔 채로 그녀를 저택에서 데리고 나와 그녀가 그의 손에 있다는 것을 노출시킨 것만으로도 그녀의 목표에 도달했다.
게다가 월진절이 급히 도망치느라 그녀만 데리고 나왔지 추수와 육삼까지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수횡천이 고녕성을 찾았으니 육삼과 추수는 안전해질 것이다.
육삼과 추수가 월진절의 손에 없으니 그녀도 마음껏 일을 할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바로…….
급해할 것 없이 천천히 하면 되었다. 그녀에게는 인내심이 충분했다.
월령안은 전혀 실망하거나 후회하는 기색이 없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일이 그녀의 예상에 도달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 순간, 월진절은 매우 큰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월령안의 예상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월진절은 마음속으로 모든 것을 망가뜨릴 충동을 억지로 누른 채, 일부러 홀가분한 척하며 물었다.
"고모, 고모는 이렇게 총명한데…… 알아맞혀 보세요. 앞으로 제가 고모를 어디로 데리고 갈 건지?"
월진절은 월령안이 보이는 이익 없이는 절대 뭔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런 좋은 점이 없이는 그의 말에 대답할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맞히시면 제가 수 맹주에게 단서를 남겨 주죠. 틀린다면…… 오늘의 저녁 식사는 고모의 손가락이에요. 고모, 어떠세요?"
월진절은 예의 바른 말투로 말했지만 월령안은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는 답을 알고 있었다.
"북요 상경 임황부(臨黃府)다."
월령안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고모는 역시 총명하시네요. 아쉽게도 오늘 또 맛있는 것을 드시게 하지 못했네요."
월진절은 여전히 복어로 소리를 냈고 말투는 예전처럼 명랑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에게서 진짜로 실망한 느낌을 받았다.
눈앞의 이 소년은 진심으로 그녀의 눈을 파내고 싶고 진심으로 그녀의 손발을 자르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고모, 우리 또 약속이 하나 더 있죠. 기억하세요?"
연속 두 번이나 월령안에게서 이득을 얻지 못한 월진절의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 두 구멍 같은 눈은 불빛 아래서 마치 사람을 잡아먹는 심연 같게 느껴졌다.
"천만 냥일 뿐이잖아. 내가 상경에 도착하면 당연히 해낼 수 있어."
육삼과 추수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그녀는 보름 안에 북요의 월씨 가문 표호로 월진절에게 천만 냥의 돈을 벌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녀는 월진절의 안배 하에 북요 제일 상인 호도고를 만난 적이 있었다. 월씨 대저택을 그대로 따라 지은 고녕성의 저택에서 말이다.
만나자마자 월령안은 호도고가 이미 월진절과 손을 잡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역시, 상인에게는 입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익만 있으면 되었다.
월진절이 줄 수 있는 이득이 더욱 많자 호도고는 그들 사이의 약속을 바로 저버리고 월진절과 손을 잡았다.
그녀가 만약 수횡천을 북요로 안배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호도고에게 된통 당했을 것이다.
행방이라는 것은 일단 드러나게 되면 다시 감추기 힘들었다.
월진절은 가장 빠른 시간에 월령안을 데리고 도망치기는 했지만 수횡천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무림사람들의 도움이 없더라도 수횡천은 금방 방어선을 뚫고 그 저택을 찾았다.
월진절의 사람이 육삼과 추수를 인질로 삼고 있어 수횡천은 전력을 쓰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면 수횡천은 그날에 쫓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횡천의 속도는 느리지 않았다.
넷째 날, 육삼과 추수를 안전한 곳에 안배한 뒤, 수횡천은 월령안 일행을 따라잡았다.
그러나 따라잡아도 소용없었다.
월령안은 월진절의 수중에 있었다. 같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월진절은 절대 수횡천이 월령안을 구해 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
수횡천의 종적을 발견한 월진절은 사사를 시켜 월령안을 끌고 나가 인질로 쓰게 했다. 그리고 협박하며 말했다.
"앞으로 한 걸음만 더 오면 월령안의 몸에 피 구멍을 뚫어 주겠어요!"
"수 오라버니, 얘와 정면으로 붙을 필요가 없어요. 상경으로 가서 절 기다리세요."
월령안은 수횡천이 월진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수횡천이 월진절의 손에서 그녀를 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불필요한 부상을 피하기 위해 월령안은 먼저 수횡천이 떠나도록 설득했다.
"그럴 수 없어. 난 널 내버려 둘 수 없어."
겨우 월령안을 찾은 수횡천은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험하게 월진절을 노려보며 협박했다.
"령안을 건드리지 말거라! 만약 그녀를 건드린다면 세상 끝까지 쫓아가더라도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너무 무섭네요!"
월진절은 복어로 비웃음 소리를 냈다. 그는 한참 웃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협박했다.
"셋을 셀 동안 떠나지 않는다면 내가 사람을 시켜 고모의 얼굴과 몸의 가죽을 한 층, 한 층 벗겨버릴 거예요."
"너 미쳤어! 네 고모잖아. 고모가 널 얼마나 생각했는지 넌 몰라? 너만 아니었으면 령안은 북요로 오지도 않았어. 령안이 널 위해 그렇게 많은 것들을 했는데 넌 양심이 없어?"
수횡천은 분노했다.
그가 만약 진작 이 소년이 배은망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그때 월령안이 소년을 구할 때 그는 말렸을 것이다. 이 배은망덕한 소년이 알아서 죽게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전 마음이 있어요. 검은색이지만요. 보여 줄게요, 제 검은 마음을."
월진절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조했다. 그의 사람도 협조하듯 칼을 들어 월령안의 얼굴을 그었다.
피가 월령안의 얼굴을 타고 내려왔다. 월령안은 몹시 아파서 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흘렸다. 수횡천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월령안은 다시 한번 수횡천을 설득했다.
"수 오라버니, 북요 상경으로 가서 절 기다리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육장봉이 죽지 않는다면 저도 죽지 않을 테니까요."
그녀는 육장봉의 약점이었다. 북요 황제든, 월진절이든, 그녀를 끝까지 이용하지 않고는 절대 그녀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