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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68)화 (968/1,004)

968화 결국 나를 이해할 거야

이반반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북요 오십만 대군이 국경까지 쳐들어왔고 금나라에서도 끊임없이 변방으로 병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대장군께서 받으시는 압력은 분명 가장 클 겁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북요와 주나라의 전쟁이 끝나고 장봉이가 짐의 어려운 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구나."

이반반은 웃는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폐하와 대장군의 감정이 두터우시니 대장군께서는 지금 이해하지 못하셔도 나중에는 반드시 폐하의 힘든 점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는 황제가 속으로 뭐든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마음이 심란하여 듣고 싶은 것만 들을 뿐이었다.

황제가 계속해서 곤혹스러워하지 않게 이반반은 다급히 완안유의 일을 꺼내 황제의 주의를 돌렸다.

완안유가 변경으로 보내온 뒤, 황제와 만나서 양측은 '우호 협력'을 약속했다.

황제는 사람을 파견하여 완안유를 금나라로 돌려보내고 완안유가 주나라에서 잡힌 일을 숨겼다.

그 대가로 주나라와 북요가 전쟁하고 있을 때, 서금이 주나라에 손을 쓸 수 없게 완안유가 서금의 병사들을 잡고 있기로 했다.

완안유가 손을 써 서금의 병사들을 잡고 있다면 주나라는 양쪽에서 공격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북요의 대군 말고 골칫거리는 청주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청주의 사대 토사들에서 셋은 이미 황실로 넘어왔다.

그 세 대토사의 병사들이 있는 이상, 청주의 괴물 셋은 쉽게 손을 쓰지 못할 것이다.

내우를 진압했고 외환은 완안유가 있었다. 그들의 적은 오직 북요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북요는 아직 원기를 회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안도 흩어진 모래알 같았다.

그전의 전쟁으로 이익을 잃자 몇몇 대부락은 북요 황제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특히 지금 북요 황제는 점차 늙어가고 있어 그의 아들들은 물론이고 몇몇 대부락의 수령들도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북요 황제는 이때 대전으로 내부의 모순을 전의시켜야 했다. 이 기회를 틈타 각 부락의 병사들을 소모하고 또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사기를 북돋아야만 자기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월령안 이 미끼는 때마침 나타났다. 북요 황제가 다른 부락들을 설득해 출병하는 이유가 되어 주었다.

이번 전쟁에서 그들 주나라는 시간과 지리적 우세를 모두 차지했다. 육장봉이 전처럼 용맹함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북요를 무너뜨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반반은 황제가 이 말을 듣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제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자 이반반은 그들이 미리 여러 번 분석한 일을 꺼내며 티를 내지 않고 황제가 얼마나 영명하고 용맹한지 추어올렸다.

황제는 열심히 듣고 있었다. 비록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내가 한 모든 것은 다 종묘사직을 위한 것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나는 월령안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나는 육장봉 앞에서 속이 켕길 필요도 없다. 그들은 결국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

* * *

월령안이 황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육장봉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황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또 황제를 이해할 생각이 없었다.

그날, 황제를 때린 후부터 육장봉은 황제를 다시 만날 때마다 늘 공적인 일을 공적으로 처리했다. 한 글자로 끝낼 수 있는 일이라면 절대 두 글자를 말하지 않았다.

가장 빠른 속도로 전쟁을 치를 준비를 마친 육장봉은 또 양식을 준비하는 사무를 강남에서 급급히 돌아온 최일과 강압적으로 이동시킨 유경장에게 맡겼다.

"추밀원 부사! 이게 자네의 새 직무네."

최일이 변경에 도착하자마자 육장봉은 그에게 새 임명서를 건네주었다.

"유경장은 자네의 부수네. 그의 직무는 자네가 알아 하게. 이부의 사람은 감히 막지 못할 것이네."

"진심이세요?"

최일은 새 임명서가 어쩐지 뜨거운 감자로 느껴졌다.

정삼품에서 부일품으로 올랐다. 일반적이지 않은 연속 세 등급 승진이었다.

그는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는데 부일품까지 오르다니. 육장봉은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아는 것일까?

이는 황제가 그의 벼슬을 올리고 싶어도 이제 올릴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육장봉의 뒤를 이어 승진할 곳이 없는 두 번째 관리가 되게 생겼다.

"임명서를 줬지 않나?"

그도 최일을 내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변경 사람들 중에서 그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황제도, 조계안도, 심지어 염 황숙과 서 선생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너무 '고상'해서였다.

그들에게는 항상 너무 많은 부득이함이 있었다. 그는 사후에 또 그들이 하는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고 또 핍박에 못 이겨 그들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최일의 인품은 그가 믿는 부분이었고 최일이 월령안에 대한 마음도 그는 믿을 수 있었다.

유경장에 대해서는?

육장봉은 이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는 월령안의 안목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경장의 재능이 어떤지 말하지 않더라도 친구에 대해 몹시 의리를 지켰다. 심지어 마음속의 의리를 위해 목숨조차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좋은 관리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마음 놓고 쓸 수는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연속 세 등급이 승진되어 일약 주나라의 실권을 움켜쥔 관리로 된 최일은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든 임명서를 흔들며 냉정하게 물었다.

"제 아버지는 승상 나리세요. 원칙상으로 폐하께서는 이 몇 년간 저의 직급을 올려 주시지 않을 거예요. 심지어 제가 변경에 남아 있지도 못하게 하시겠죠. 대장군께서는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이는 관가의 잠재된 규칙이었다. 부자가 같은 시기에 벼슬을 한다면 반드시 한 명은 높고 한 명은 낮아야 하고, 한 명은 변경에 있고 다른 한 명은 밖에 있어야 한다.

황제는 부자가 동시에 높은 자리에 있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한 명은 정치를 장악하고 한 명은 병사를 장악하는 일은 더욱 없어야 했다.

"월령안은 미끼로 북요에 갇혀 있네."

그가 지금 말하지 않아도 최일은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최일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 임명서를 들고 있는 손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 그는 이를 악물다시피 해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령안과 제 임명서를 바꾸신 건가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육장봉이 차갑게 비꼬았다.

"자네 임명서는 폐하께서 자기 맘 편하라고 바꾼 작은 은혜일 뿐이네."

황제는 그의 부탁에 응한 뒤, 많이 홀가분해졌다. 마치 그에게 '빚진 것'을 전부 갚은 듯, 또 그를 '장봉'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육장봉은 우습기만 할 뿐이었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변경은 매우 컸다. 그러나 월령안 한 사람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가 이번에 변경을 떠난다면 이변이 없는 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황제를 만나지 않을 것이다.

황제가 어찌 생각하든지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대장군께서는 이걸 달라고 하시면 안 되셨어요."

임명서를 쥐고 있는 최일의 손가락에 실핏줄이 올라왔다. 그는 애써 참아서야 손에 든 임명서를 던지지 않을 수 있었다.

육장봉이 냉소를 지었다.

"왜 안 가지겠나? 자네가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폐하께서 월령안에게 미안해하실 것 같나? 죄책감을 가지실 것 같나? 나더러 사람을 데리고 북요로 가서 월령안을 구하게 하실 것 같나?"

"제가 할 수 없어도 대장군께서는 할 수 있으시죠."

황제의 보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황제의 의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자기의 뜻대로 일을 처리하면 되었다.

"북요의 오십만 대군이 국경까지 쳐들어왔고 전쟁은 수시로 일어날 것인데 내가 갈 수 있겠나?"

어떻게 간다는 말인가?

변방의 군사들과 뒤에 있는 백성들을 남겨 두고 간다는 말인가?

"내가 주수(主帥)가 아니라면 월령안은 가치가 없다고 여겨져 더욱 빨리 죽을 것이네."

그가 모든 것을 내버려 둘 수 있다고 해도 월령안을 이렇게 찾아갈 수는 없었다.

그가 주나라 주수로 있는 한, 북요인들은 그를 경계하느라 월령안의 목숨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북요인들은 월령안으로 그를 협박할 수 없게 되어 월령안이 소용없게 되면 바로 월령안을 죽일 것이다.

"비겁하군!"

줄곧 온화하고 준수하던 최일의 얼굴이 이 순간에는 냉혹함과 일그러짐과 흉악함만이 남아 있었다.

"염치없어!"

육장봉은 말을 잇지 않고 최일을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저 최일에게 당부만 했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는 질 수 없네. 후방을 잘 지키고 있게. 다른 것은…… 나에게 맡기고!"

최일이 후방만 안정시키고 양식의 공급만 보장하여 다른 사람에게 틈을 탈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는 북요를 무너뜨리고 월령안을 구해 올 것이다.

"령안은 괜찮겠죠?"

육장봉이 단호하게 말했지만 최일은 그를 믿지 않았다.

전쟁터에서의 육장봉은 전쟁밖에 몰랐다.

"그녀가 죽는다면 내가 따라가겠네!"

전쟁터에서는 변수가 많았다. 이건 그가 유일하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최일은 활짝 웃고 육장봉에게 읍했다.

"좋아요, 지켜보겠습니다!"

육장봉의 안색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침착했다.

육장봉은 자기가 내뱉은 말을 반드시 지켰다.

물어볼 것을 다 묻고 알아야 할 것을 다 알게 된 최일은 오래 머무르지 않고 육장봉이 준 임명서를 가지고 이부에 보고하러 갔다.

최 승상은 일찍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일이 오는 것을 보자 그는 최일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떠났다.

최일은 앞으로 다가가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최 승상에게 예를 올렸다.

관가의 잠재된 규칙은 그 때문에 깨질 수 없었다.

황제는 절대 그들 부자가 모두 실권을 움켜쥔 채로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끝난다면 그와 아버지 중에서 반드시 한 명은 물러날 것이다.

그가 물러난다면 폄하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폄하되어 조정을 떠난다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가 돌아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그에게 권리의 중심을 접촉할 기회를 더는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물러나는 사람은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최씨 가문의 입장으로 그가 지금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임명서를 들고 이부로 와서 보고해서는 안 되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해야 했다. 그의 아버지는 계속해서 승상이고 그는 밖에서 고생을 하며 경력을 쌓는 것이 최씨 가문에 대해서 가장 유리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도 막지 않고 오히려 먼저 그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는 마음속으로 미안했으나 후회하지 않았다.

마치 육장봉이 말한 것처럼 이번 전쟁에서 그들은 질 수 없었다.

일순간에 최일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는 황제가 친필로 쓴 임명서를 들고 이부에 보고하러 들어갔다.

최일이 정식으로 추밀원에 들어가 추밀원 부사로 된 그날, 육장봉은 대장군부의 사업을 모두 육비우에게 넘겼다.

육장봉은 원래 장군부의 사업을 모두 육십이에게 넘겨줘 그더러 장군부의 모든 것을 계승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육십이는 죽어도 싫다고 했다.

육장봉이 그를 데리고 전선으로 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육십이는 육장봉의 다리를 껴안고 육장봉더러 그를 남기느니 차라리 죽여 달라고 했다.

육장봉은 정말 조금도 방법이 없었다. 그는 장군부를 육비우 이 육씨 가문 적계의 유일한 남자에게 맡겼다.

다음날 아침, 날이 어렴풋이 밝았을 때, 육장봉은 그의 친위대와 장군부의 하인들을 데리고 성을 나서서 변방으로 갔다.

황제는 황궁에서 가장 높은 망원탑에 서서 까만 점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으쓱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다. 조계안은 황제의 뒤에 서서 공허한 시선을 하고 있었다.

육장봉이 친위대와 노복들을 데리고 북요와 주나라의 변경에 도착했을 때, 고녕성에 갇힌 월령안도 북요 사사들에게 끌려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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