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4화 당신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해외의 황금의 얘기를 합시다.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다고 해도 해외는 우리 주나라의 땅인가요? 주나라의 군사들이 해외를 점령했습니까? 주나라의 국경비가 해외에 세워져 있나요? 증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월씨 가문이 해외에서 금광을 발견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해도 해외는 원래부터 주인이 없는 땅입니다. 월씨 가문 사람들이 발견했다면 월씨 가문 소유지요.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월씨 가문이 철광을 발견한 일은……."
육장봉은 그윽하게 황제를 쳐다보았다.
"그 철광산은 북요, 금나라와 주나라 세 나라의 교접지역에 있습니다. 그곳은 주나라도, 북요도, 금나라도 아니지요. 폐하께서는 월씨 가문에서 보고했다면 그 철광을 채굴했을 것이라고 확신하시나요?"
"이건 월씨 가문이 보고하지 않고 사적으로 철광을 채굴해서 병기를 만든 것에 대한 이유가 되지 않아!"
황제는 씩씩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들 월씨 가문은 한낱 상인이다. 철광을 채굴하고 병기를 만들어서 어쩔 생각이라는 것이냐? 반역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황제의 걷잡을 수 없는 노여움과는 달리 육장봉은 여전히 평온했다.
"철광의 일은 확실히 월씨 가문이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반역을 꾸민다고 해도 과하지는 않지요. 그런데 이 모든 상황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폐하 당신입니다!"
육장봉은 황제를 가리키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폐하 당신께서 일을 공평하게 처리하지 못하셔서 이런 상황을 만드신 겁니다. 폐하께서는 월씨 가문을 줄곧 야박하게 대하셨죠. 월씨 가문에 공이 있으면 상을 내리지 않으시면서 과오가 있다면 반드시 벌을 내리셨죠. 월씨 가문에서 만약 철광산을 보고한다면 폐하의 첫 반응은 어땠을 것 같으십니까?
폐하께서는 절대 월씨 가문이 충성스러워서 철광산을 발견하고 바로 보고했다고 여기지 않으셨을 겁니다. 폐하께서는 월씨 가문에서 진작이 이 철광산을 발견했지만 스스로 채굴할 수 없어서 이제서야 조정에 보고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심지어 월씨 가문이 몰래 이 철광산을 채굴했거나 월씨 가문이 더 값진 물건을 발견하여 이 철광산을 중히 여기지 않기에 보고하는 것이라고 여기시겠죠."
육장봉이 말을 빨리하지도 않았고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을 몰아붙이는 강한 기세를 띠고 있었다.
"월씨 가문이 만약 철광산을 일찍 보고했다면 폐하께서는 월씨 가문에게 상을 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월씨 가문이 너무 늦게 보고했다고 탓하시겠죠. 또 왜 월씨 가문이 이 철광산을 발견했는지 의심도 하실 테죠. 혹시 월씨 가문이 도처에 철광산을 찾아다니는 것은 아닌지, 월씨 가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그런 의심 말입니다."
여기까지 말한 육장봉은 차갑게 비꼬았다.
"폐하께서는 월씨 가문의 각종 꿍꿍이를 생각하시면서도 절대 월씨 가문이 우연히 철광을 발견했으리라고는 생각하시지 않으시겠죠."
황제는 육장봉의 말을 부인할 수 없었다. 만약 월씨 가문이 일찌감치 철광산을 보고했다고 해도 그는 똑같이 월씨 가문을 의심했을 것이다.
"그것이 짐의 잘못이냐? 월씨 가문이 전과가 있지 않았다면 짐도 그들을 의심하고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건 폐하의 잘못이 아니죠. 잘못한 것은……."
육장봉은 깊은 눈매로 황제를 바라보며 황제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세 글자를 말했다.
"월, 령, 안이죠!"
월령안의 잘못은 월씨 가문 출신이라는 것이다.
월씨 가문과 황실의 백 년 된 은원은 말 두어 마디로 마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간에 많은 시시비비가 있어서 당사자라고 해도 시비를 똑똑히 가릴 수 없었다.
월씨 가문의 선조가 저지른 일 때문에 월씨 가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황제는 월씨 가문, 또는 월령안이 몰래 세력을 남기고 있다고, 황실에 대해 충분히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백 년 전에 월씨 가문은 하마터면 황실에게 멸문당할 뻔한 적이 있어 월씨 가문도 황실을 믿지 않고 황실에 솔직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의 비장의 패를 늘이기 위해서, 황실이 마음대로 월씨 가문을 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월씨 가문은 줄곧 황제가 의심하는 대로 몰래 세력을 키웠다.
월씨 가문은 스스로 몹시 은밀하다고 생각했지만 소용없었다.
황제가 염 황숙이 몰래 키운 세력을 알아내지 못해도 여전히 염 황숙을 방어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떤 일은 증거가 없이 심증만으로도 충분했다.
월씨 가문에서 정말로 세력을 숨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숨기는 것이 없이 황제에 대해 충성심이 지극했다 해도 황제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한 번 충성스럽지 않으면 백 번 용납할 수 없었다.
황제와 월령안은 모두 잘못이 없었다.
잘못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 의심하면서도 또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월씨 가문과 황실은 줄곧 서로를 믿지 못했다. 그러나 이익을 위해서 또 함께 묶여 있고 양측의 평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황실은 세력이 강했으나 월씨 가문을 모조리 죽이지 않고 줄곧 월씨 가문에게 살길을 남겨 주었다.
월씨 가문은 비록 돈이 많았으나 줄곧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다. 이 평형을 깨뜨렸다가는 모두 망하는 결과를 초래할까 두려웠다.
백 년 동안, 월씨 가문은 황실에 버림을 받지 않으려고 자기의 실력을 나타내며 사업을 천하에 분포시켜 대체될 수 없도록 노력했다.
월씨 가문 사람들은 정말 해냈다. 백 년 가까이 황실은 월씨 가문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월씨 가문이 능력이 있을수록, 강할수록, 대체할 수 없을수록 황실은 더더욱 월씨 가문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월씨 가문이 대체 가능한 존재였다면 황실은 월씨 가문을 진작에 버렸을 것이다.
월씨 가문과 황실은 백 년 동안 공존했으나 둘 사이의 모순은 항상 존재했다. 백 년 동안 공존하고 협력했다고 모순이 작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백 년 가까이 묶여 있다 보니 이익과 굴레가 점점 더 심해져서 월씨 가문과 황실 사이의 모순도 점차 격해졌다. 심지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월씨 가문은 황제 마음속의 가시였다. 살에 자란 채, 살과 함께 박혀 있는 가시였다. 뽑지 않으려니 생각이 날 때마다 아프고, 뽑으려니 또 근육과 뼈를 다칠까 두려웠다.
그러나 가시는 가시였다. 뼈에 자라서 살과 함께 붙어 있다고 해서 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래 자랄수록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상처도 점점 커질 것이다. 근육과 뼈를 다치더라도 뽑아야 할 것은 뽑아야 했다.
월씨 가문이 줄곧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몰래 황실을 위해 돈을 번다면 황실과 월씨 가문의 모순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었다. 그리고 월씨 가문의 세력이 커질수록 월씨 가문에 대한 황실의 의심도 점점 깊어질 것이다.
월씨 가문은 이미 더 이상 갈 길이 없었다. 오직 죽어야만 나중을 생각할 수 있었다.
월령안은 이를 꿰뚫어 보고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월씨 가문의 역대 가주들이 모은 인력, 물력, 재력을 전부 내놓았다. 그녀는 황제가 월씨 가문의 수중에 든 비장의 패를 아는 것을 전혀 꺼려하지 않았다.
심지어 월령안은 황제가 절대 월령안이 소유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월씨 가문 표호도 만들어냈다.
월령안은 자기의 방식대로 황실과 끝장을 보았다.
스스로 물러설 수 없는 결연한 방식으로 황실과 결별했다.
이는 월령안의 선택이었다. 마치 그녀가 북요로 가서 지난 월씨 가문과 끝장을 보는 것을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일이 이 상황까지 오니 월령안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
일이 이 상황까지 오니 황제가 월령안을 용납할 수 있다고 해도 월령안이 더 이상 황제에게 충성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황제는?
육장봉은 몰래 숨을 내쉬었다.
그는 떠보았었다.
황제가 월령안에 대한 편견과 월씨 가문에 대한 편견을 떠보았었다. 그것은 마치 높은 산, 깊은 바다처럼 옮길 수도 없고 메울 수도 없었다.
설령 그가 황제의 불공평함과 월씨 가문에 대한 야박함을 지적한다고 해도 황제는 스스로 잘못했다고 인지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월씨 가문에 대한 억압과 통제가 부족했다고 여길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도저히 돌이킬 수 없었다.
육장봉은 황제를 물끄러미 쳐다보다니 일어났다. 그리고 구겨진 옷자락을 툭툭 털었다.
"일이 끝난 뒤, 후회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는 너무 순진했다. 그는 황제와의 친분으로 황제를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가 잊은 것이 있었다.
황제는 그의 사촌 형일 뿐만 아니라 황제였다.
아니, 먼저 황제고 그다음에야 그의 사촌 형이었다.
월령안의 말이 맞았다.
황제는 그 누구에게나 너그러웠으나 월씨 가문에 대해서는, 그녀에 대해서는 각박할 뿐이었다.
황제와 월씨 가문, 그녀와의 모순은 화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마음껏 힘을 써 보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의 남자로서 그는 그녀의 뒤에 서서 그녀가 기댈 곳이 되어 주기만 하면 되었다.
"짐은 후회할 것이 없다."
황제도 일어섰다. 동작이 좀 느렸지만 그래도 일어섰고 곧게 일어섰다.
"장봉, 짐은 네가 자기의 신분을 기억하기 바란다. 남녀 간의 사랑에 영향받지 말고 잘 준비하여 주나라를 위해 전쟁을 치르려무나!"
"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은 자기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육장봉은 돌아서서 황제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황제가 부르기도 전에 먼저 황제에게 읍했다.
"신에게는 폐하께 보고드릴 일이 또 하나 더 있습니다."
육장봉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모두 군왕에 대한 신하의 존경이 묻어 있었다. 물론, 소원함도 담겨 있었다.
지금, 황제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더 이상 황제와 함께 자란 형제가 아니라 주나라 추밀사 육장봉이었다.
"장……."
황제는 입을 벙긋거렸다. 그의 시선에 우울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그 글자를 내뱉지 못했다.
그는 눈을 감고 시선에 담긴 우울함과 눈물을 숨겼다. 그리고 주먹 쥔 손을 등 뒤로 놓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고하라!"
'과인은 외로운 천자다.'
이는 선황이 죽기 전에 그에게 남긴 말이었다. 그는 줄곧 이 말을 기억하면서 수시로 이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했었다.
지금, 그 순간이 왔다. 그는 비록 마음이 아팠으나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군왕이었고 종묘사직을 생각해야 했다.
"염 황숙께서 사실 날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명월 산장은 애초에 염 황숙을 위해 지은 것이니 폐하께서 염 황숙이 궁 밖으로 나가서 명월 산장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궁중에는 어의가 있으니 염 황숙께서 궁중에 계시는 것이 더 적합하다."
황제는 생각도 해 보지 않고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