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2화 좀 상식적으로 행동하자고요
"그들이 더러운 짓거리를 한다고 해도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이미 무림맹에 사람을 보내 학살 명령을 발포했어요. 무법천지의 흉악범들이 임무를 받고 북요로 들이닥치면 그들은 저를 대비할 시간이 없을 거예요."
월령안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육장봉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북요와 주나라의 전쟁이 곧 시작되오. 주나라 상인의 신분은 당신에게 있어 보호막이 아니라 명을 재촉하는 칼이오. 당신이 말하는 그런 거창한 도리는 듣고 싶지 않소. 지금……."
"대장군!"
월령안이 과장해서 부르며 육장봉의 말을 가로챘다.
"제가 강조하는 건, 주나라 상인의 신분이 아니라, 월씨 가문 표호예요. 월씨 가문 표호는 폐하마저 흥미를 가지고, 심지어는 체면을 무릅쓰고 직접 요구한 거예요. 당신은 북요 황제가 그에 대해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갖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세요?"
월령안은 비웃듯이 콧방귀를 뀌고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분석했다.
"북요가 주나라를 공격하려면 반드시 대량의 군비를 마련해야 해요. 서금 황제가 지원해서 당장은 군비가 모자라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나 남의 신세를 지면 자기 맘대로 할 수가 없어요. 남에게 손을 내미는 게, 자기 손에 돈을 쥐고 있는 거보다 당당하지 못하죠.
월씨 가문 표호는 돈을 긁어모으는 속도가 빨라요. 이는 당신도, 저도, 폐하도 알고 있어요. 아마 지금쯤이면 북요 황제도 알고 있을 거예요. 천하의 사람들은 모두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죠. 이 세상에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황제도 예외는 아니에요."
월령안의 눈빛에는 가소로움이 가득했고 눈매는 도도하고 위엄이 서려 있으며 날카로움을 드러냈다.
"월씨 가문 표호는 돈을 낳는 보물단지예요. 제가 보물단지를 장악하고 있는 한, 어디로 가나 대접받을 거예요. 월씨 가문 표호가 제 손에 있고, 저에게 결정권이 있는 한, 월씨 가문 표호를 손에 넣기 전에는 누구도 저를 함부로 죽이지 못할 거예요."
월씨 가문 그 사람들이 이 시기에 그녀를 핍박해 북요로 오게 했다. 시간이 적절한 원인도 있겠지만, 월씨 가문 표호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월씨 가문 표호가 강세를 보이자 그들은 그녀에게 손쓰는 시간을 앞당긴 것이었다.
그들이 보복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국에는 모두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불과했다.
육장봉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자신이 월령안의 말에 설득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월령안의 말은 틀림없었다. 월씨 가문 표호는 그녀의 호신부였다. 월씨 가문 표호를 월령안이 장악하고 있는 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월씨 가문에서 월씨 가문 상사 모든 관리인의 인정을 받은 사람은 오직 월령안 한 사람뿐이었다. 또한 월씨 가문 표호는 월령안 혼자서 만든 것으로, 월씨 가문 상사의 백 년 신용은 모두 월령안 한 사람에게 있었다.
월령안이 죽으면, 월씨 가문 표호가 있어도 소용없었다. 상인들이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인들은 벌 떼처럼 몰려들어 이 기회에 월씨 가문 표호를 나눠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월령안의 선택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당신이 월씨 가문 표호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이상……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나는 월씨 가문 표호가 폐하 이외, 누구의 수중에도 들어가게 할 수 없소."
"제가 유……."
월령안은 잠깐 숨을 고르고서 변함없는 표정을 말했다.
"편지는 상천의 손에 있어요. 만약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월씨 가문 표호와 상사는 모두 서 아저씨에게 넘길 거예요. 서 아저씨가 폐하께 바칠 거예요."
"당신, 모든 뒷일을 다 준비했군. 그럼 나는? 나는 어떻게 할 생각이오? 내 마음은 생각해 보았소?"
월령안이 말을 꺼내지 않았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으나, 그녀가 말을 꺼내자 육장봉은 더욱 화가 났다. 가까스로 부드러워졌던 얼굴선이 또다시 굳어졌다.
그는 월령안이 정말로 그를 십 년 동안 사랑하고, 그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는 게 사실인지 의심이 들었다.
월령안은 분명 그보다 더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다. 감정에 휘둘려 이성을 잃은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신이 애송이처럼 그녀 때문에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월령안은 잠깐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월씨 가문의 원한이 해결되고 나면, 앞으로…… 저는 그저 당신 혼자만의 월령안이에요."
북요로 가서 월씨 가문의 원한을 끝내는 것은 그녀의 선택이었다.
심지어 노인까지도 뒤로 밀려났다.
이번에 가면, 죽든 살든 그녀는 반드시 월씨 가문과, 그리고 모든 과거와 완전 끝을 맺을 것이다.
이 몇 년 동안 그녀는 충분히 참았다.
때문에 그녀는 반드시 북요에 가야 했다. 이것이 함정임을 알면서도 뛰어들어 모든 원한을 깔끔하게 끊어 버려야 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그녀는 오로지 월령안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더는 월씨 가문의 사명도,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도 짊어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저는 오로지 당신 혼자만의 월령안이에요.'
월령안의 이 말은 육장봉을 매우 감동시켰다.
육장봉은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동요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월령안의 입은 사람을 속이는 귀신이었다.
그는 절대로 그녀의 꾐에 넘어가서는 안 되며, 더는 그녀의 감언이설에 빠져들어서는 안 되었다.
육장봉은 몰래 숨을 골라 애써 냉정해졌다.
"월령안, 내가 당신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소. 마찬가지로…… 당신도 나를 설득할 수 없소."
육장봉은 사람을 놀랠 만큼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의 도리를 듣고 싶지 않고, 나도 당신하고 도리를 따지고 싶지 않소. 지금 말해 줄 것이오…… 당신이 지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나하고 변경으로 가는 것이오. 월씨 가문의 사람과 일에 대해서는 내가 당신 대신 해결할 것이오. 당신 조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사람을 보내 구할 것이오. 그리고 약속하오…… 그가 뭘 하든, 반드시 그를 주나라로 데려갈 것이오."
육장봉은 월령안이 조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조카와 함께 연기하던 것을 떠올리고,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산 채로 말이오."
'산 채로?'
이 말에 월령안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월령안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장군, 이번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요."
"내가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오. 당신이 나와 함께 돌아가면 모든 게 잘 풀릴 것이오."
그가 북요를 함락하면, 월령안의 동족들은 아무리 날고뛰어도 꼼짝달싹하지 못할 것이다.
"그자들에 관련된 일은 단순하게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청렴한 관리라도 집안일을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하잖아요. 어떤 일은 제가 직면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육장봉은 월씨 가문의 방계들을 해결하고 그녀의 조카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을 해결하고 사람도 처리하기 쉽지만, 그녀 마음속의 굴레와 매듭은 그렇게 쉽게, 난폭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 마음속의 매듭을 풀고, 굴레를 벗겨 줄 사람은 오직 그녀 자신뿐이었다.
"그래서, 거절한다는 것이오?"
육장봉은 입술을 오므리고 온몸으로 불쾌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십 년 동안 곁에서 지켜 주고, 키워 준 염 황숙을 따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염 황숙이 월령안을 위해 한 모든 것에 대해 그도 존경심이 들었다.
그런데 왜 혈연관계밖에 없는 그녀의 조카만도 못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못난 녀석을 어찌 나와 비길 수가 있단 말인가?'
월령안은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여 거절을 표했다.
"당신을 못 당해내겠군."
육장봉은 한숨을 내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내가 최하수를 두어야겠소. 당신을 혼절시켜 데리고 가야겠어."
말이 떨어지자마자 육장봉은 월령안의 허리를 채서 끌어안고는 훌쩍 말 등에 뛰어올랐다.
"이랴!"
말 등에 올라타자마자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육장봉은 말 머리를 돌려 월령안을 데리고 도마관 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모든 동작을 물 흐르는 듯이 자연스럽게 단숨에 완성했다. 전혀 멈칫하지 않았으므로 월령안의 호위들이 저지할 기회도 없었다.
"어서, 쫓아가!"
월령안의 호위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육장봉은 이미 월령안을 안고 근 수십 장을 달려간 뒤였다.
호위들은 급급히 말에 올라 황급히 말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동작이 너무 급하다 보니 몇은 서로 부딪치기까지 해 한참 애를 먹어서야 겨우 쫓아갈 수 있었다.
호위들은 물론이고, 월령안도 미처 손쓸 새가 없는 사이 수십 장이나 달렸다. 월령안은 찬바람에 얼굴이 따끔따끔 아프게 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월령안은 화가 나서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
"육장봉, 멈추세요!"
그녀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사실 육장봉이 그녀를 납치해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건 너무나 품위가 없는 행동이었다.
'도리를 좀 따지면 안 되나? 내가 도리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음."
육장봉은 짧은 소리로 대답해 그녀에게 들었음을 알렸다. 그러나 속도는 더 빨라질 뿐이었다.
"육장봉, 우리 좀 상식적으로 행동하자고요."
월령안은 화가 나서 허리춤에 가로놓인 팔을 힘껏 내리쳤다.
"조용히 하시오."
육장봉은 월령안을 난폭하게 더 꽉 껴안았다.
"아니면 정말…… 혼절시킬 것이오."
월령안은 순간 굳어져서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도마관의 관문은 이미 닫혔다. 그들이 돌아간다 해도 관문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참기로 했다.
그런데 월령안은 육장봉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육장봉은 영패를 꺼내 들고 대장군의 신분으로 관문을 지키는 장병에게 관문을 열라고 명령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또 장병들에게 뒤쫓는 월씨 가문 호위를 막으라고 명령했다.
"목숨은 살려 두어야 한다. 나는 긴급 임무가 있으니 뒤를 맡기겠다."
육장봉은 짤막하게 명령을 던지고는 월령안을 데리고 관문으로 들어갔다.
이쯤 되자 월령안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육장봉이 이렇게 뻔뻔스러웠던가.
아니, 공적인 이름을 빌려 사적인 일을 하다니. 대장군의 특권을 이용해 억지로 관문을 열었다.
육장봉은 이게 범법행위인 것을 모른단 말인가.
조정의 문관들이 알면 육장봉은 탄핵하는 상주서에 깔려 죽을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황제도 그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이곳은 다른 여느 곳이 아니라 관문이었다.
주나라 변방의 안정에 관련된 관문이기에, 관문을 열 시간이 되지 않고, 긴급 전쟁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도 명령을 내려 관문을 열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황제마저도 열 수 없었다. 육장봉은 진짜 미친 게 틀림없었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불안을 감지한 듯 속도를 늦추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시오. 북요에서 병사를 움직이는 조짐이 보이오. 이번 일은 직권을 남용하고 공적인 명목으로 사적인 일을 한 게 아니오."
월령안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당신, 참 대단하군요.'
월령안은 이미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육장봉은 지금 흥분하고 이성적이 아니기에 전혀 소통할 방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