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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47)화 (947/1,004)

947화 정말 시집갈 생각이오?

그러나 중이 도망을 가더라도 절은 도망칠 수 없으니, 그는 급하지 않았다.

"대단한 수요! 폐하께서는 그 말을 밖으로 전하지 않을 것이오. 폐하께서는 특히 이런 도색 사건 때문에 나와 연관되는 걸 좋아하지 않을 테니. 이는 그의 영명한 모습을 망치는 짓이니까."

이 소문이 퍼져나가면, 황제는 정말 그녀의 표호를 강제로 빼앗기 어려워진다.

아무튼 그녀는 월씨 가문 표호가 자신의 혼수라고 말했으니까.

그러나 육장봉은 그 말에 위안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

"무슨 혼수든가, 무슨 황후로 세운다든가 그런 소리는 앞으로 다시는 하지 마시오. 혼인 대사를 어찌 애들 장난 취급으로 할 수 있는 것이오. 말끝마다 혼수가 어쩌고저쩌고 그건 안 될 말이지."

월령안은 전술적으로 황제더러 알아서 포기하게 하고, 또한 황제가 먼저 패를 꺼내 자신과 월씨 가문의 표호를 바꾸게 하려고 내건 조건이었다.

하지만 월령안이 쉽게 혼사를 허락하는 것을 들은 육장봉은 그래도 몹시 화가 났다.

월령안은 그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그를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폐하께서 절대 승낙하지 않고 또 조건도 제안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폐하께서 제가 한 요구를 아시면 저를 분수를 모르고 날뛴다고 야단칠 거예요."

그랬다. 황제의 눈에 그녀는 바로 백조 고기를 먹으려는 두꺼비였다.

황제는 두꺼비인 그녀가 백조인 자신은 물론이고, 육장봉에게 손을 뻗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육장봉은 황제가 지배하고,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릇 세상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소."

육장봉은 얼굴빛이 더욱 보기 흉해졌다.

"만일의 경우가 가장 무서운 것이오. 만에 하나 폐하께서 승낙하면?"

"폐하께서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월령안은 확신에 차 대답했다.

황제가 그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육장봉이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내 말은, 만에 하나 혹시라도 폐하께서 허락하시면 정말 시집갈 생각이오?"

육장봉은 형형한 눈빛으로 월령안을 바라보며 그녀가 물음을 피하지 못하게 했다.

월령안은 황제가 자신에 대한 혐오만 알지, 황제가 그녀를 특별하게 여긴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황제의 눈에 월령안은 특별하고 유일하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였다.

월령안이 보기에는 황제가 항상 일부러 그녀를 괴롭히는 것 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또 다른 관심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월령안을 제외하고, 여태까지 황제는 다른 사람을 괴롭힌 적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지금 그를 위해 돈을 벌어들이는 범씨 가문에 대해서도, 황제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황제에게 있어서, 범씨 가문은 쓸 수 있으면 쓰고, 쓸 수 없으면 그냥 바꾸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달랐다.

황제는 시종일관 월령안에 대해 신경을 쓰고 꼭 월령안이기를 바랐다.

물론 여기에는 월령안 자신의 실력이 탁월해 황제가 간과할 수 없어 중용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더욱 많이는 월령안에 대한 황제의 집착이었다.

월령안을 제외하고, 황제는 한 번도 다른 월씨 가문 사람을 쓰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전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황제는 줄곧 월령안만 인정하고, 그녀가 아니면 안 되었다.

혹여 황제 스스로도 월령안에 대한 그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남자가 한 여인을 독특한 존재로 간주하고,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면, 이제 그가 연모의 감정을 품는 데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아니었다. 아마 이미 마음이 흔들렸지만, 자신이 모르고 있을 수 있었다.

물론 형제간이라고 해도 육장봉은 결코 이에 대해 알려 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황제가 평생 모르고 지내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둘 사이는 정말 형제간의 관계도 유지하기 어려웠다.

마치 그와 조계안처럼 말이다.

설령 여전히 형제간이라 하지만 결코 이전의 감정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육장봉이 진지하게 묻자, 월령안은 잠깐 궁리한 다음, 여전히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왼손을 옆쪽에 있는 작은 탁상에 올려놓고 턱을 고이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고는 방그레 웃으며 육장봉을 바라보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태후가 섭정 대장군에게 시집가다. 대장군, 이 내용으로 화본을 쓰면 어떨까요?"

"싫소! 소연지는 당신을 도와 말을 전하지 않을 것이오. 그 일에 대해서는 마음을 접으시오."

육장봉은 이를 갈았다. 두 눈에는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월령안, 그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 주시오. 기억하시오. 당신은 황후든, 태후든 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소. 알겠소?"

'너무하잖아. 월령안, 정말 너무한단 말이야!'

그는 월령안이라면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나머지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제 귀로 듣고 나니, 그는 왠지 자기가 버림받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령안은 그를 한마디라도 달래 주면 안 된단 말인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한마디 하면 어디가 덧나는 건가.

'됐다. 월령안을 탓해 뭐 해. 탓하려면, 나 자신을 탓해야지.'

그는 월령안이 어떤 성질인지 뻔히 알면서도, 어리석게도 자초해서 멍청한 문제를 물었다.

역시 월령안을 만난 뒤로, 그의 머리는 잘 돌아가지 않았다.

"월씨 가문 표호로 뭘 바꾸려는 것이오. 말해 보시오. 내가 대신 요구할 테니까. 황후의 자리가 아니면, 당신이 무엇을 바꾸려 해도 모두 만족시킬 것이오."

사실 육장봉은 물음을 던지고는 곧장 후회했다. 월령안이 정말로 황후가 되고, 태후가 될 생각을 할까 두려웠다.

월령안을 한바탕 경고한 다음, 육장봉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곧 말머리를 돌렸다.

"당신이 개입하면…… 별로 좋지 않을 거 같은데요? 폐하께서는 줄곧 당신이 저와 가까이하는 것을 싫어하시고, 특히 당신이 제 편에 서는 것에 대해 더 신경 쓰세요."

육장봉이 말머리를 돌리자 월령안도 그에 맞게 대답했다. 사실 그녀는 황후, 나아가 태후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일이 정말 그렇게 되면 그녀도 꼭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육장봉이 이토록 신경 쓰는 것을 보자, 월령안은 마음속으로 몹시 기뻤다. 물론 이런 마음을 육장봉에게 그대로 알려 주지는 않을 것이다.

월령안이 혹시라도 황제에게 시집갈지도 모른다는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하지 않게 되자, 육장봉은 곧바로 평소의 모습대로 돌아와 차갑고 도도하게 그리고 하찮다는 듯이 되물었다.

"폐하께서 신경 쓰신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황제가 신경 쓰는 일들은 수두룩했다. 만약 그가 모든 일에서 황제의 뜻에 따르기만 한다면 결코 육장봉이 될 수 없었다.

월령안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것이야말로 말로만 듣던, 가장 평온한 말투로 가장 강력하고 강압적인 말을 한다는 경우인가.

역시 육장봉다웠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다시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어요."

"걱정하지 마시오. 폐하께서 신경 쓰셔도 상관없소. 폐하께서는 아직 나를 써야 하거든."

육장봉은 월령안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는 먼저 말했다.

"북요의 여러 부락들이 이미 군대를 집결시켜 놓고 있소. 이변이 없는 한, 초봄쯤이면, 전쟁이 시작될 것이오."

월령안은 의아해서 물었다.

"북요와 금나라 사이 동맹이 우리 때문에 파괴된 거 아닌가요? 그런데도 북요에서 감히 남하한단 말인가요? 우리가 금나라와 연합해서 그들을 공격할까 두렵지 않은 건가요?"

때는 엄동설한이어서 정말 전쟁이 시작된다면, 주나라에 아주 불리했다.

육장봉은 고개를 저으며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북요가 동맹을 맺으려던 대상은 줄곧 완안유가 아니라 금나라 삼 황자, 즉 지금 서금의 황제였소. 완안유는 시종일관 그냥 눈가림용이었소. 북요인들이 앞에 내세워, 우리의 시선을 돌리는 눈가림이었단 말이오."

완안유가 직접 관성에 와서 북요와 동맹을 담론하자, 그들은 모두 양국 동맹의 진실성을 믿게 되었다.

만약 그가 잘못된 점을 발견하고, 북요의 중심지로 깊숙이 들어가 사실을 조사하지 않았다면 주나라는 아마 준비할 틈도 없이 북요와 서금에 얻어맞았을 것이다.

"비록 사전에 눈치채고 북요까지 쫓아가서 양국의 동맹을 막으려 했으나 여전히 늦고 말았소. 내가 북요에 도착했을 때는 북요가 이미 서금 황제와 동맹을 맺은 뒤였소. 서금은 북요를 도와 우리 주나라의 서쪽 병력을 견제해 줄 뿐만 아니라, 북요에 군비를 지원했소. 원래 출병을 반대했던 각 부락에서는 서금이 보내준 보석과 군비를 받고 모두 출병에 동의했소."

북요는 주나라와 달랐다. 주나라의 병권은 황제의 수중에 있으며 군대도 조정에서 키웠고 황제에게 지시권이 있었다.

황제의 권리는 부분적으로 조정 대신들의 견제를 당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황제의 권리는 큰 편으로, 국고가 충족하면 황제가 전쟁을 원하는 경우, 조정의 대신들은 거의 저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북요는 달랐다. 북요는 각 부락 자치 제도를 실시하기에 북요 황제는 사실상 그중 실력이 가장 강한 부락의 두령이자 황제라고 불렸다.

북요 황제는 자체 군대가 따로 있었고 각 부락도 자체 군대가 있었다. 각 부락의 군대는 북요 황제가 키우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각 부락의 군대도 북요 황제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북요 황제가 여러 부락에서 출병하게 하려면 반드시 이익을 내주어야 했다.

이전에는 북요가 강세고 주나라가 약세였다. 매번 북요가 주나라와 전쟁을 벌일 경우, 북요는 주나라에서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이득을 위해 북요 각 부락은 적극적으로 출병했다.

그러나 오 년 전에 육장봉이 통수가 되어 출정한 다음부터 북요의 행복한 나날은 막을 내렸다.

육장봉은 국경지대에서 삼십만 군사를 거느리고 북요와 삼 년간 싸웠다.

그 삼 년 동안 주나라는 거의 천만 냥의 군비를 썼으며 사상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북요에서 출전한 군대도 주나라보다 적지 않았으며 군비 역시 막상막하였다. 사상자도 마찬가지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요는 엄청난 인력과 물력을 쏟아부었으나 패배했다. 결국 주나라에 신하로 자처하고 공물을 바쳐야 했다.

북요는 원래부터 주나라보다 부유하지 못했다. 저번 전쟁으로 북요 황제는 국고가 거덜 나고 군대도 태반이나 잃어 실력이 이전보다 훨씬 못해졌다.

다른 부락에서 이 광경을 보고, 북요 황제의 지시를 따르기는커녕, 기회를 틈타 북요 황제의 세력을 삼키지 않으면 아주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북요 황제는 그전부터 기어코 주나라를 공격해 치욕을 씻으려고 했으나, 줄곧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북요 황제는 너무 가난해 여러 부락들을 출병시킬 방법이 없었다. 또한 여러 부락을 강요해 출병시킬 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북요는 서금과 동맹을 맺고 서금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북요 황제의 성질로 미루어 보아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칠 리가 없었다.

월령안은 북요의 상황에 대해 훤히 알고 있었다.

그녀도 주나라와 북요가 단시일 내에 반드시 일전이 있을 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닥쳐올 대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이처럼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그녀는 전에 준비했던 모든 것이 그래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되었다.

월령안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어요?"

"어서 관성을 떠나오. 변경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을 것이오."

변경은 국경지대와 가깝지만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변경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면, 주나라는 안전한 곳이 없을 것이다.

"관성 여기는……."

월령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거절하려 했다. 이때 육장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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