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944)화 (944/1,004)

944화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돈도 아니잖아. 뭐가 좋다고."

그의 비상금이 다 날아갔는데 왜 월령안의 체면을 봐주겠는가.

"이번에 없지만 앞을 내다보아야지. 폐하를 좀 생각해 봐."

비상금이 다 털린 온 태수는 이상하리만치 냉정했다.

"네가 변경에 없어도 잘 알고 있을 거야. 폐하께서 월령안에게 불만이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결국은? 폐하께서는 여전히 월령안에게 일을 맡겨야 해."

온 태수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놀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기다려 봐. 무역지역의 현금이 변경에 운송되면 폐하께서는 아무리 월령안이 싫어도 잘 구슬려야 한단 말이야."

온조는 이반반이 변경에 긴급 비밀 편지를 띄운 것을 떠올리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는 사실 크게 기대되었다. 황제가 월령안을 못마땅해하면서 부득불 그녀에게 계속 일을 맡겨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분명 아주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 * *

이반반은 황제의 심복으로서 어떤 일도 황제에게 숨기지 않았다.

완안유를 사로잡은 것이나 무역지역에서 사흘 동안 조정을 위해 육백여만 냥의 돈을 벌어들인 것이나 이반반은 모두 최대한 빠르게 황제에게 편지를 보냈다.

황제가 소식을 한시라도 더 빨리 받게 하기 위해, 이반반은 편지를 비밀에 부치는 한편, 긴급으로 보냈다. 게다가 모두 최고 등급, 군사정보와 같은 등급이었다.

황제는 온 태수가 돈을 받은 이튿날, 이반반으로부터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황제는 완안유가 사사로이 관성에 들어갔다가 관성 태수에게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보고 탁상을 치며 칭찬했다.

"잘했다. 온조! 짐이 너의 큰 공을 인정할 것이다."

황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금군은 또 두 번째 편지를 보내왔다.

"폐하, 관성으로부터 온 긴급 편지입니다."

"이반반, 일 처리가 왜 이리 허둥대는 거야. 무슨 일을 한 번에 말하지 않고, 편지를 두 개씩이나 쓰지. 참 들볶는 게 좋은가."

완안유의 일이 먼저 있었기에, 황제는 입으로는 싫을 소리를 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기분 좋게 편지를 펼치며 웃었다. 그리고 편지를 들여다본 순간, 놀라서 경직되고 말았다.

"육백육십팔…… 만 냥!"

황제는 잠깐 동안 자기가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래서 편지지를 탁상 위에 펴 놓고 손가락으로 일 열의 글자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었다.

거듭 확인하고 나서야 잘못 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

황제는 숨을 한껏 들이쉬었다. 편지를 든 손도 부들부들 떨렸다.

"월령안! 월령안! 정말 대단하군, 월령안."

조계안은 들어서면서 황제가 손을 떨며 일그러진 얼굴로 월령안의 이름을 되뇌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순간 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월령안은 또 무슨 잘못을 한 거야?'

* * *

원래 조계안은 월령안의 흠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황제가 월령안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자 그는 최대한 빠르게 월령안을 위해 말해 주었다.

그는 머리를 쥐어짜면서 반나절이나 월령안을 위해 온갖 좋은 말을 다 했다. 하지만 황제는 바보를 쳐다보는 듯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계안, 종인부에 갇혀 있더니 바보가 된 것이냐?"

조계안은 멍해졌다.

'이건 아니잖아!'

그리고 그가 왜 종인부에 갇혔는지는 황제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바보가 아니에요."

조계안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냥 한마디 일깨워 드리는 것뿐이에요. 월령안은 강남에서 큰 공을 세웠어요. 만약 월령안이 없었다면 이 동생은 강남에서 죽었을 겁니다. 괜히 사람을 실망시키지 마세요. 만약 황형께서 공이 있는 데도 상을 내리지 않는다면, 다음번에 제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누구도 저를 구해 주지 않을 겁니다."

"짐이 조운 경영을 월씨 가문 상사에 맡기지 않았느냐? 어찌 상을 내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느냐?"

조계안이 또 월령안을 위해 공을 요구하자, 황제는 불쾌해했다.

"그건 월령안이 바다의 군대를 모두 육장봉에게 넘긴 상이 아닌가요? 어떻게 저를 구한 상으로 바뀌었나요?"

조계안은 황제가 월령안에게 화를 내는 눈치가 아닌 것을 보고 졸이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긴장을 풀고 나른하게 난각의 긴 의자에 드러누웠다.

그는 상처가 아직 채 낫지 않았다. 부상자로서 아무리 게을러도 괜찮았다.

"한 가지만 상을 주는 게 뭐 어떠냐? 월령안 때문에 네 얼굴이 훼손되었잖느냐. 짐은 처벌하지도 않았구먼."

조계안이 말하지 않으면 그나마 괜찮았다. 그가 입을 열자 황제는 또다시 조계안의 얼굴이 떠올랐다.

조계안의 얼굴은 월령안 때문에 철저하게 망가졌다.

황제는 이가 갈리도록 증오심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손에 든 편지를 보자 마음속 불길은 이내 '훅' 하고 꺼졌다. 그는 힘없이 말했다.

"그러나 월령안이 이번에는 확실히 큰 공을 세웠다. 물론 상을 내려야지."

그가 월령안에게 상을 내리는 것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꿈이 있는 자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일단 공을 세우면, 출신에 상관없이 후한 상을 내리고 중용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했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재능과 식견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조정을 위해 힘쓰고, 황제를 위해 걱정을 덜어 주는 것을 격려해 주려 했다.

그렇지 않고 공로가 있어도 상이 없다면 누가 또 조정을 위해 힘쓰려 하겠는가.

"월령안이 또 무엇을 했나요?"

듣기에는 공을 세운 것 같았다. 그 공로가 너무 커서 황제가 부득불 상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인 듯싶었다.

그런데 월령안은 관성에 있지 않는가.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혹시 북요의 내전을 도발한 것은 아니겠지?'

"직접 봐라."

황제는 편지에 적혀 있는 것을 떠올리자 입꼬리가 크게 휘었다.

그는 정말 기뻤다.

이 돈이 있으면, 내년에 제방을 쌓든, 백성을 북쪽으로 이주시켜 황무지를 개간하든 얼마든지 해낼 수 있었다. 심지어 징병까지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돈이 남으면, 그는 은양당 같은 곳을 몇 개 더 지어 주나라의 백성들이 어려서는 키우는 곳이 있고, 늙어서는 의지할 곳이 있게 할 수 있었다.

돈은 정말 좋은 물건이었다. 조정에 돈이 있으면, 그가 전부터 줄곧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을 이제는 모두 할 수 있을 것이다.

"젠장…… 이게 사실인가요?"

조계안은 편지를 넘겨받고 한 번 훑어보더니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이게 가능한 겁니까? 단 사흘 만에 관성 그 후미진 곳에서 육백여만 냥이 되는 돈을 벌었다고요? 이거 속임수가 아닌가요? 가짜 편지로 저를 놀리는 거죠? 아니다. 혹시 이반반이 월령안을 해코지하는 게 아닌가요? 일부러 황형께 이렇게 높은 수치를 알려드리고, 때가 돼서 월령안이 내놓지 못하면, 월령안에게 기군망상 죄를 들씌우려 게 아닌가요?"

"무슨 허튼소리냐? 이반반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황제는 편지를 확 빼앗았다. 하지만 조계안의 말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설마? 사실일까? 정말로 가짜는 아니겠지?'

육백여만 냥 같은 숫자는 사실 정말 가짜 같았다. 이 편지가 이반반이 쓴 것이 아니라면 황제도 그냥 한 번 훑어보고 던져 버렸을 것이다. 편지에 적힌 것을 한 글자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흘 동안에 월령안이 돈을 강탈해도 육백여만 냥을 강탈할 수가 없어요. 이반반이 월령안를 해코지하는 게 아니면 대체 뭐예요?"

조계안은 이를 간단히 믿지 않았다. 그는 이반반이 월령안을 해코지하려 한다고 굳게 믿었다.

황제는 이반반을 변호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숫자가 너무 커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다행히 황제가 마음속으로 꿀리고 있을 때, 염 황숙이 사람을 보내 황제와 조계안을 청했다.

황제는 조계안을 마주 보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자. 염 황숙께서 청하는 걸 보면 반드시 중요한 일이 있을 거야."

이는 염 황숙이 조계안 때문에 화가 나서 쓰러지고, 황제가 부득불 황명을 내려 조계안을 처리한 다음, 염 황숙이 처음으로 먼저 황제와 조계안을 만나려 하는 것이었다.

생각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이 틀림없을 것이다.

"황숙."

황제와 조계안은 동시에 염 황숙에게 인사를 올렸다.

"보거라……."

염 황숙은 바퀴 의자에 앉아 다리에 담요를 덮고 있었다. 그는 눈꺼풀이 축 처지고, 얼굴에는 늙은 티가 확연하며 죽음에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원래 황제는 염 황숙이 일부러 쓰러진 척하며 조계안을 모함하려 한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염 황숙의 상태가 날로 나빠지는 것을 보고서, 황제는 염 황숙이 쓰러진 척한 게 아니라 그냥 병세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의 다 죽게 된 사람에 대해, 황제는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몇 달간의 일이었다. 낮은 자세로 염 황숙을 기쁘게 달랠 수 있다면, 그에게 있어서도 어지간히 걱정을 더는 일이었다.

황제는 탁상 위의 장부책을 들고 두어 번 뒤적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마지막 장 맨 마지막 한 줄의 통계 숫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멍해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게 다 사실입니까? 월씨 가문 표호가 사흘간 다룬 돈이 무려 일억 냥이나 된다고요?"

황제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는 다소 갈라진 듯했다.

그는 너무나 놀랐다.

이반반의 편지를 볼 때보다 더 놀랐다.

염 황숙은 의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관성의 소식을 받으셨을 겁니다. 관성 무역지역에서 짧은 사흘 동안 조정을 위해 현금 육백육십팔만 냥을 벌어들였습니다."

"헉……!"

황제와 조계안은 동시에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사실이었다.

이반반이 편지에 적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편지에 적은 내용은 새 발의 피였다. 관성 무역지역에서 진정으로 돈을 버는 것은 월씨 가문 표호였다.

황제는 장부책을 덮고서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황숙, 월씨 가문 표호는 개인이 경영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조정에 바쳐야 합니다."

염 황숙은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다만 손을 거치는 돈들입니다. 대다수는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는 것이지 진정으로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이 아닙니다. 폐하께서는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액수가 작지도 않습니다. 산서 상방의 모든 전장을 합쳐, 수십 년간 손을 거친 돈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황제는 엄숙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소리 없이 염 황숙에게 이 일에 대해서는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알려 주었다.

염 황숙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이 자기 말만 했다.

"월령안은 북요, 금나라, 서하, 서역의 몇몇 대상단들과 의논해 그들과 합작할 생각입니다. 그들 나라에서 월씨 가문 표호를 개설하려고 한답니다. 폐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짐은 의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월씨 가문 표호는 반드시 조정에서 경영해야 합니다."

'월령안의 야심은 정말 크군!'

그는 월령안이 주나라 사람이며 또한 그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무척 다행으로 여겨졌다.

"폐하께서는 무엇을 가지고 바꾸시렵니까?"

염 황숙이 물었다.

황제는 나쁜 마음으로 염 황숙을 위해 함정을 파 놓았다.

"황숙께서는 지금 월령안을 대표해 짐과 조건을 논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염 황숙은 전혀 함정에 빠질 생각이 없었다. 그는 눈을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황제를 훑어보고는 위엄 있게 말했다.

"저는 지금 폐하를 도와 월령안을 설득하려는 겁니다."

염 황숙은 심드렁한 황제의 표정을 보고 한층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왜요? 폐하께서는 월령안이 월씨 가문 표호를 순순히 내놓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월령안이 폐하의 약속을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황제는 이미 수차례 약속을 번복했다. 지금 그는 월령안에게서 신용을 운운할 수조차도 없었다. 황제는 그것도 모른단 말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