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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40)화 (940/1,004)

940화 금나라 황제를 납치하다니

"도대체 어느 가문에서 손을 쓴 거야? 어쩜 이리도 어리석지? 월씨 가문 상사에 산 증인까지 내주었잖아. 너무 멍청하잖아."

"귀시가 없어지니까 역시 많은 일들이 불편하군. 그러니 자네들도 그만 손을 떼게. 우리까지 조사하지 말게 말이야."

"참 재수가 없군. 아무 이익도 챙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괜히 구정물이 가득 튀었잖아."

"월씨 가문도 일 처리가 참 너무 막 하는 거 아닌가. 어느 집에서나 사적으로 빛을 보지 못할 일을 한두 가지쯤은 다 하지 않나. 암살 같은 것은 모두 암암리에 깔끔하게 처리하면 되지. 괜히 그들만 이목을 끌면서 북 치고 꽹과리 칠 뿐만 아니라 관아까지 개입시키다니.

'관(官)' 자는 입이 두 개잖아. 관아의 사람들이 얼마나 속이 시커먼데. 관아에서 개입하면, 그들 월씨 가문 상사도 아무런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거잖아. 그냥 돈을 팔고……."

월씨 가문 표호를 탐내서 암암리에 살수를 사 월령안을 암살하려던 상인들은 욕지거리를 하며 화내는 한편 두려움도 느꼈다.

관성 태수 온조는 상천의 보고를 받고 나서 짜증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월령안은 이런 암살 사건을 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단 말인가.

관아에 보고해도 조용히 하면 안 되는가.

우선 월령안이 무역지역을 건설해 그의 치적을 크게 늘린 것 외에도, 육장봉의 체면을 봐서라도 그는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어 민의로써 그를 누르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거기에 더해 상천이 보내온 산 증인이 금나라의 새로운 황제라는 것을 아는 순간, 온조는 화가 치밀어 하마터면 욕설을 퍼부을 뻔했다.

'월령안, 이건 지나치잖아.'

양국의 대사에 왜 그처럼 보잘것없는 국경지대의 태수를 끌어들인단 말인가.

그는 다만 약소하고 무기력하며 큰일을 벌이지 않고 오직 치적을 올려 승진하려는 하찮은 태수일 뿐이었다.

'날 좀 가만 놔두면 안 되나?'

"육장봉은? 관성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런 일을, 왜 육장봉을 찾지 않고 나를 찾는 것이지? 그리고…… 이게 무슨 산 증인인가. 나한테 보내온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이지? 만약 사람이 내 손에서 죽거나 누군가에게 구출되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온조는 남 앞에서 태수의 기개와 위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월령안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월령안은 도대체 일의 심각성을 아는가, 모르는가.

금나라 황제, 이 사람은 금나라의 새로운 황제였다. 만약 그가 관성에서 죽는다면, 그처럼 보잘것없는 태수는 물론이고, 관성 전체 백성들도 모두 그와 함께 순장될 것이다.

금나라는 체면 때문에, 새로 등극한 금나라 황제도 위엄을 지키고, 인심을 사로잡기 위해 반드시 관성을 함락해 제사 지내려 할 것이다.

이런 뜨거운 감자를 그에게 넘기다니. 내려놓을 수도, 죽일 수도, 죽어서도 안 되며 또한 금나라 사람들이 구하게 해서도 안 되었다.

월령안은 지금 그의 명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상천은 온 태수의 짜증을 외면하고 공손하고 예의 있게 읍했다.

"대인, 범인은 이미 넘겼습니다. 이 사건은 이제 우리 월씨 가문 상사와 아무 관련도 없습니다."

온 태수가 거절하기도 전에 상천이 유유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어젯밤 일 때문에 저희 큰아가씨께서는 놀라서 앓아누웠습니다. 무역지역의 장부는 소인이 돌아가서 결산해야 합니다. 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무역지역의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조정에서는 그에 해당되는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조정의 그 돈은 아직 월씨 가문 상사에 있었다.

만약 온 태수가 그 돈을 서둘러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는 태수부에서 장기간 머물러도 개의치 않았다.

"너, 너, 너……!"

온조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불가사의하다는 듯이 상천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가.

당당한 태수가 보잘것없는 일개 상사의 관리인에게 위협을 받다니.

이는 도무지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니었다.

완안유는 신분이 특별했다.

월령안이 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떠들썩하게 사람을 보내 주지 않았다면, 온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몸을 사리는 태수 대인이 되면 되었다.

하지만 월령안은 사람을 보내오고 완안유의 신분까지 밝혔다.

온조는 아무리 싫어도 이 뜨거운 감자를 받아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 정말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황제는 가장 먼저 그부터 목을 칠 것이었다.

때문에 온조는 설령 상천에게 위협을 받아도 마지못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더 말할 것도 없이 그는 가난했다.

아니다. 그가 가난한 것이 아니라 관성이 가난했다.

관성은 쥐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는 무역지역에서 버는 돈으로 관성을 건설하려 했다. 그렇지 않고 아무도 가지 않는 관성의 황무지가 관성보다 더 잘 지어진 걸 본다면 태수로서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와, 짜증 나 죽겠군."

온조는 스스로 생각을 넓게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상천이 돌아가고 나서 그는 어찌해도 그 울적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황제를 가까이서 모시는 대태감 이반반이 그와 함께하고 있었다.

이반반이 줄곧 북요와 금나라가 동맹을 맺는 데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었잖는가.

그에게 완안유를 맡기면, 아마 매우 기뻐할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로."

온조는 눈앞이 훤히 밝아지는 것만 같았다.

"여봐라. 어서 가서…… 아니다. 내가 직접 찾아가 봐야지."

온조는 한시도 기다리지 않고 관포(官袍) 매무새를 단정히 한 뒤, 아직 혼미 상태에 있는 완안유를 끌고 이반반을 찾아갔다. 그러고는 온전히, 월령안이 보내온 그 모양 그대로 완안유를 이반반에게 넘겨주었다.

이반반은 처음에 온조가 북요와 금나라의 동맹을 파괴했다는 말을 듣고 더없이 기뻐하며 잘했다고 연거푸 칭찬했다. 당장에서 변경에 돌아가면 황제 앞에서 반드시 온조의 공을 청할 거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온조가 완안유를 그에게 넘겨주었을 때, 이반반은 그제야 커다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나라의 황제를 납치하다니. 이게 사람이 할 짓이란 말인가.

그들은 금나라와 여태껏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양국 집권자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지, 적어도 표면적으로 양국은 사이좋게 지내며 근 십 년 동안 전쟁을 하지 않았다. 북요처럼 국경지대에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수시로 한 번씩 전쟁이 벌어져 쌍방이 원한을 맺은 정도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금나라의 새로운 황제를 납치했다. 어떻게 보아도 주나라에서 금나라와 척을 지려는 모양새였다.

그들은 북요와의 관계가 날로 긴박해져 쌍방 모두 암암리에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때에 그들이 금나라의 황제를 납치하면, 이는 북요와 금나라의 동맹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두 나라의 동맹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두 나라가 연합해 주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 셈이었다.

"너희…… 너희 이 닭대가리 같은 것들!"

이반반은 하늘땅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아 당장 쓰러지고 싶었다. 그는 화가 치밀어 난화지를 쳐들고 온조를 콕 찍었다.

"당신네 납치해도 북요 황제를 납치해야 할 것 아닌가. 금나라 황제를 납치하다니. 이건 뭐 북요를 돕겠다는 건가? 당신네 온씨 가문이 주나라에 정착하고 대대로 충직해 북요 내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망정이지, 난 자네가 북요와 내통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단 말이야."

"이반반, 말씀을 삼가시죠."

온조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서 이반반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고 되받아쳤다.

"북요 황제를 납치하고 싶어도 그분이 관성에 와야 할 거 아닙니까."

"나도 말을 삼가고 싶은데, 당신네가 한 일을 좀 보게. 금나라 황제를 납치하다니. 이 일을 도저히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잖는가."

사람은 이미 납치했다. 아마 금나라에서도 이미 소식을 받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람을 풀어 줄 수도 없었다.

'정말, 울화통이 터져 죽겠군. 관성에는 정말 무엇이 씌었나 봐. 내가 처음부터 오지 말았어야 했어!'

지금까지 그는 공로를 하나도 못 건졌다. 그중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무역지역에서 덕을 본 것도 없고 괜히 번거로움만 한가득 떠안게 되었다.

특히 이 일은 자칫 잘못하면 두 나라 사이 분쟁이 될 판이었다.

"금나라 황제가 암암리에 주나라에 들어와서는 호위를 명령해 주나라 경내에서 살인을 명했습니다. 제가 관성의 부모관으로서 그를 또 어찌 해야 합니까?"

온조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지, 이 순간만큼은 신랄하고 위엄 있게 강압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이반반과 마주했다.

그는 한 손을 뒷짐 지고, 눈매가 차갑고 기품이 꿋꿋하며 범접할 수 없이 도도한 모습이었다.

어느 한순간 이반반은 멍해졌다. 온조가 마치 성스러운 빛에 감싸여 더없이 고상해 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반반은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서로 조정에서 버둥거리며 앞날을 도모하는 사람들이었다. 누가 누구를 모르는가.

이반반은 화가 나서 콧방귀를 뀌었다.

"대장군께서 미쳤어. 자네도 미쳤군. 하나같이 월령안을 대신해 덤터기를 쓰려는 거잖아. 자네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모를 줄 아는가. 이 금나라 황제는 월령안이 잡은 거 아닌가?"

앞서 말하지 않은 것은 온씨 가문의 체면을 봐주었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보태면 공로도 작아지기 마련이므로 그의 손에 오면 공로가 더 적었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은 분명 과오만 있을 뿐, 공로는 없었다. 어떻게 하든 다 잘못된 일인데, 그는 어리석게 떠맡고 싶지 않았다.

이반반이 이렇게 하는 것은 온조를 도와 이 일에서 깔끔하게 몸을 빼게 해 주고 모든 것을 월령안에게 떠넘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온조는 감사히 여기지 않고 냉랭한 얼굴로 정직하고 올곧은 태도를 취했다.

"지난밤, 월 가주의 처소가 자객에 의해 불탔는데, 월 가주는 그때 당시 화재 현장에 있었습니다. 월씨 호위가 사람을 구했을 때는, 이미 혼미 상태여서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월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저 사람의 신분을 알지 못하고 모양새만 봐서 우두머리인 줄 알고 그냥 산 증인으로 남긴 듯합니다."

"온조!"

이반반은 온조가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고 그와 입을 맞추려 하지 않자 화가 나서 직접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며 화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온조는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일깨워 주었다.

"이반반, 대장군께서 지금 관성에 계십니다."

육장봉이 월령안을 얼마나 아끼는지, 남들은 잘 몰라도 그의 친구로서 온조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일을 월령안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가 정말 그렇게 하면 육장봉과의 우정이 끝장날 것이다.

여인을 위해 다년간의 우정도 팽개치는 일을 남들은 할 수 없어도 육장봉은 반드시 할 수 있었다.

육장봉은 경계심이 강했다. 한마디로 말해 무정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여인에 대해서는 더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정한 사람도 일단 연정을 품으면 가장 정이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육장봉은 월령안에게 연정을 품었으며 그 감정은 바다와도 같이 깊었다.

"대, 대, 대장군……."

이반반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을 더듬으면서 한마디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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