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9화 큰아가씨를 죽이려 했던 자객들
한창 치열하게 싸우던 호위들은 월령안의 거처에 불이 난 것을 보자 모두 멍해졌다.
"그만해. 싸우지 마. 불이 났다…… 저기는 큰아가씨의 거처이다."
월씨 가문의 호위들은 반응이 더 빨랐다.
완안유의 사람들이 기회를 틈타 뒤통수를 칠까 두려워하지 않고 내원(內院)에서 불이 나자 칼을 거두어 안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직책은 큰아가씨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큰아가씨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월령안의 거처? 폐하께서 안에 계신다. 어서……."
완안유의 호위는 불난 틈을 타 먼저 손을 쓰려 했다. 하지만 월씨 가문 호위의 말을 듣자 휘두르던 칼을 가까스로 거두었다.
완안유의 생사가 불명한데 그들이 무슨 싸움을 하겠는가. 우선 그들의 주인을 구해야 했다.
"불을 끄자. 어서 불을 끄자!"
"여기…… 어서 빨리 불 좀 꺼. 안에 큰아가씨가 있다."
"폐하, 폐하…… 얼른, 어서 사람을 구해."
월령안의 호위와 완안유의 호위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월령안의 처소 밖으로 달려갔다. 집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큰불을 보자, 쌍방은 모두 안으로 쳐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불길은 방 안에서 타기 시작했고, 방 안에는 온통 침대보, 이불, 목재 같은 잘 타는 물건들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사람들은 모두 큰불에 막혀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물 길어! 물 부어."
"물이 없으면 흙이라도 파내! 빨리 흙으로 덮어서 불을 꺼!"
금방 전까지 맞붙어 싸우던 두 패거리는 금세 합심하여 불을 끄기 시작했다. 그들은 불을 끄면서 안에 대고 연신 불렀으나 안쪽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완안유의 호위들은 불안했다.
"안에 사람이 없는 것 같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벌써 탈출한 걸까?"
"우리는 줄곧 건물 밖에 있었어. 우리 집 큰아가씨는 줄곧 집 안에 있고 나오지 않았어."
호위와 시녀는 좀 전에 월령안이 내보냈다. 호위들은 완안유의 사람을 막았고 시녀는 줄곧 건물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
"기절한 것일지도 몰라. 아무튼 일단 불부터 끄고 보자고."
"하나같이 이게 뭐냐. 모두 진정해."
상천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무슨 일이 있는지를 묻고는 곧 과감하게 지휘권을 인계받았다.
"너희 둘, 가서 창문을 뜯어내. 너희 둘은 가서 흙을 파고. 그다음 너희 둘은 저 나무가 보이지. 저 나무를 베어 나뭇가지로 불을 꺼라. 너 그리고 너…… 가서 물을 길어 오고 이불을 가져오너라."
상천은 적아를 막론하고 호위들을 가리키며 차가운 얼굴로 하나하나 임무를 내렸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질서가 없이 한데 엉켜 난리법석만 떨었는데, 상천이 오자 모든 일이 순리롭게 정리되었다. 때문에 완안유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조금 어리둥절해했으나 곧 상천의 요구대로 나무를 자르고 흙을 파며 물을 길러 각자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 일행이 헤어지자마자 상천은 곧 안면을 바꾸고 목소리를 낮춰 옆의 호위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네!"
호위는 잠깐 멈칫하다가 칼을 들고 다가갔다. 그들은 완안유의 호위들이 나무를 베고, 흙을 파며, 물을 퍼서 불을 끄는 틈을 타 몰래 뒤로 다가가서는 칼을 들어 내리쳤다.
"너희들……."
완안유의 호위들은 죽기 전에, 손쓴 자를 확인하고 눈을 부릅뜬 채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
완안유의 호위를 흩어지게 하고 하나씩 다 죽인 다음, 상천은 담담하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불길이 번지지 않게 주변에 모래를 깔아라."
"불이……."
호위들이 점점 커지는 불을 가리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괜찮다."
상천은 한 손을 뒷짐 지고서 고수의 자태를 취했다.
무슨 불을 끈단 말인가. 이 불은 방 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방 안에 있던 사람이 불을 붙인 게 분명했다.
그는 오는 길에 물어봤기에 집 안에는 그들의 큰아가씨와 갑자기 들이닥친 낯선 사내 둘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남자는 상처를 입고 있었고, 게다가 큰아가씨와도 아는 사이였다.
상천은 상처 입은 남자가 월령안을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불은 분명히 월령안이 놓은 것이었다.
상천은 매우 평온했다. 그의 평온한 태도에 호위들은 조금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불길이 다 잡힐 때까지, 호위들은 떠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제자리에서 휴식하며 서로 도와 간단하게 상처를 처치했다. 그러고는 눈앞의 큰불이 점점 누그러드는 것을 간절하게 지켜보았다.
월령안의 처소는 그리 크지 않았다. 나무로 된 창살 등 불에 탈 만한 물건들을 뜯어내고 나니, 불길은 더 번지지 않았다. 반 시진이 안 되어 불이 꺼질 기미가 보였다.
상천은 호위들이 거의 다 쉰 것을 보고 남은 불을 끄게 했다.
불을 끄고 나서, 상천은 홀로 방에 들어가 밀실을 열어 월령안과 완안유를 구해 냈다.
완안유는 그때까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상천이 그를 업으니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월령안은 그 뒤를 따랐다. 입고 있는 옷은 불에 탄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에워싸.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
월령안은 뭇사람에게 해명할 뜻이 없었다. 호위들도 감히 묻지 못했다. 그들은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는 것을 보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월령안이 무사하면 되었다. 월령안이 무사해야 그들의 여생도 기댈 데가 있었다. 그 외의 것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호위들은 바닥에 마구 널브러져 있는 시신들을 훑어보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 밖에 사람과 일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았다.
* * *
지금 관성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곳은 무역지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역지역에서 월령안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괴한에게 암살당하고 처소가 불탄 소식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소식이 빠른 사람들은 이미 알게 되었다.
이튿날, 관성의 모든 백성들이 알게 되었다.
이건 관성 백성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 할 일이 없어서 월령안만 지켜보아서가 아니었다.
월령안이 관아에 보고했던 것이다.
상천은 아침 일찍, 떠들썩하게 '자객'의 시체와 '유일한 생존자'를 모두 관아에 보내 처리하게 했다.
상천은 북과 징을 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목을 끌게 짐수레 두 대에 시체를 끌고서 거리를 누볐다.
길에서 누군가 물어보면, 상천은 목청을 높여 대답했다.
"이 흑의인들은 모두 어젯밤 우리 집 큰아가씨를 죽이려 했던 자객들입니다. 다행히 우리 월씨 가문의 호위들이 그나마 좀 능력이 있어서 자객들이 목적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보이죠. 저기 복면을 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맞아요. 일이 무역지역 내에서 벌어졌습니다. 바로 관성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 큰아가씨께서는 사흘 동안 줄곧 무역지역에서 이곳의 장사 때문에 바삐 보내셨습니다.
우리 월씨 가문은 줄곧 법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월씨 가문 상사는 관성에서 장사를 해도 늙은이든, 아이든 할 것 없이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급료를 체납한 적이 없고 사기도, 기만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저희도 그 사람들이 왜 우리 큰아가씨를 죽이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역지역이 너무 대박이 터져서 우리가 호위를 많이 청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집 큰아가씨는 이제 겨우 열여덟입니다. 아직 어린 아가씨입니다. 평소에도 남을 선하게 대하고 남과 싸운 적이 없습니다.
저희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 미쳐 날뛰면서 살수를 청해 이제 갓 열여덟밖에 안 되는 어린 아가씨에게 손쓰는 것인지 말입니다. 조정에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진범을 밝혀내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그러지 않고 장사가 좀 잘되면 남에게 암살당할 테니, 앞으로 누가 감히 관성에서 장사를 하겠습니까."
상천은 가는 내내 목청 높여 널리 알렸다. 소식이 빠른 고관과 귀인, 부유한 상인들은, 물론 관성의 백성들도 월령안이 간밤에 암살당할 뻔한 것을 알게 되었다.
암살당한 원인에 대해서는 상천이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이 관성의 백성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분명 시샘이 나서 그런 거일 거야. 무역지역의 장사가 얼마나 잘돼! 우리 큰아버지 이웃이 무역지역에서 문지기를 하는데…… 그 사람이 말했어. 무역지역 사흘간의 장사가 얼마나 잘됐는지…… 은표도 모두 마차에 실어 날랐대."
"사흘간 나는 줄곧 무역지역 밖에서 조용히 지켜봤어. 그거 있지! 자네들은 못 봤을 거야. 상인들이 미친 듯이 눈에 보이는 대로 막 사는데, 뭐 돈을 받지 않고 그저 주나 싶더라고."
"무역지역의 장사가 잘되어 관성에 오는 상인도 많아지고 땅을 사는 상인도 많아지니 월씨 가문 상사도 큰돈을 벌었을 거잖아. 그러니까 누군가 꼭 시샘을 내는 거야. 내가 들은 바로는, 월씨 가문의 외동딸이라더군. 만약 그녀가 죽으면 월씨 가문은 오합지졸이 될 것이고 상사에 지도자가 없으면 곧 무너질 거잖아."
"상인들은 속이 너무 검단 말이야. 월씨 가문 상사가 얼마나 좋은 상사인데. 만약 그들이 관성에 무역지역을 짓지 않았더라면 우리 관성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겠어. 우리 그 낡은 집들을 어떻게 값을 받고 팔 수가 있고, 우리도 어디서 일거리를 찾는단 말이야."
"관아에서는 반드시 누가 손썼는지 밝혀내야 해. 진범을 그냥 놓아줄 수는 없지. 그렇지 않고 돈을 좀 벌면 시샘 나서 이런 짓을 벌이면 앞으로 누가 감히 우리 관성에 와서 장사를 하겠어. 사람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이전처럼 가난에 빠질 게 아닌가."
관성의 백성들은 모두 격분을 금치 못했다. 당사자인 월령안보다도 더 격분했다.
이로써 월령안이 이 몇 달 동안 관성 백성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상천은 관아로 가는 내내 관성 백성들이 그들보다도 더 화를 내자 마음속으로 만족스러웠다.
그가 새벽 일찍부터 들볶고, 월령안이 어젯밤 고생한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면, 암암리에 월씨 가문 표호에 시샘이 난 상인들이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다.
상천과 월령안의 이 한 수는 확실히 암암리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상인들을 놀라게 했다.
무역지역의 장사가 대박이 터지고 월씨 가문 표호가 미친 듯이 돈을 긁어모았다. 산서 소씨 가문을 제외하고, 이윤을 나눌 수 있는 상인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자 적지 않은 상인들이 모두 시샘이 나서 토끼 눈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월령안을 암살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월령안을 죽이고 월씨 가문 상사가 지도자가 없는 틈을 타서 나눠 가지려 했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은 무엇을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거대한 이익이 있다면, 그들에게 있어서는 목숨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은 미처 손쓰지 못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생각밖에 누군가 그들 먼저 손을 썼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실패해 월씨 가문에 약점을 잡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