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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37)화 (937/1,004)

937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장사

"저는 그다지 고상하지 않아요."

월령안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소 공자, 제가 왜 관성 무역지역의 십 년 경영권만 가지려 하는지 아시나요?"

"범씨 가문과의 십 년 쟁탈전 때문인가요?"

이 일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그와 같은 대상사의 후계자들은 모두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월씨 가문이 백 년 동안 줄곧 무엇을 하고, 또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도 애당초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장으로 월씨 가문 표호를 위해 보증을 서 주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은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저에게 있어서 평안하게 십 년을 보내고, 범씨 가문을 이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최근 십 년 동안, 저는 그분이 꺼리는 일을 해서는 안 돼요."

월령안은 하늘을 가리켰다.

소연지는 의혹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왜 각국에 표호를 여는 이야기를 꺼내신 건가요?"

월령안이 정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면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되었다.

월령안이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그 몇 개 상단의 두령들은 생각이 있어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월씨 가문 표장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그들 자신이 발행한 표호는 곧 폐지와 다름없었다.

"시샘이라는 병은 치료할 약이 없어요. 제가 이익을 조금도 내놓지 않으면 그들이 그대로 돌아가겠어요?"

월령안은 차갑게 비웃고 나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무역지역이 대박이 터진 것을 모두 눈으로 확인했어요. 월씨 가문 표호가 얼마나 돈을 버는지도 그들은 얼마간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들은 월씨 가문 표호에 손을 댈 수 없어요. 무역지역은 함정이어서 누가 투자하면 누가 밑져요.

거래에서 얻는 수수료도 대부분은 조정에 바치고 제가 남긴 돈으로는 무역지역 일상적인 경영을 유지하는 정도밖에 안 돼요. 제가 무역지역을 짓는 데 쓴 돈은 전혀 메우지 못하죠. 만약 표호가 없으면 저 역시 손해가 막대해요."

월령안은 눈을 지그시 감고서 어지간히 피곤함을 띤 말투로 말했다.

"장사에서는 독점 장사가 기피 대상이에요. 그들이 무역지역에서 상품을 사고팔면 확실히 돈을 적지 않게 벌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정도로는 소상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뿐이에요. 각국을 오가는 대상단은 제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보고서 결코 그 푼돈으로 만족하지 못할 거예요. 그들을 보내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미끼를 던져 그들끼리 들볶으라고 해야죠."

그녀는 한 가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표장을 북요, 금나라, 서하, 서역에서까지 개장할 경우, 그녀는 이익과 통제권 모두 소씨 가문에 양보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들을 그녀와 같은 배에 묶어 놓는 것이었다.

때가 되면, 설령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관성 무역지역이 없어지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월씨 가문 표호로 결산할 것이다.

사국 상인이 계속 표호로 결산한다면, 월씨 가문 표호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그녀는 영원히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비록 일부 이익을 손해 보지만, 월씨 가문 표호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설령 관성 무역지역이 없어지더라도, 아무리 많은 무역지역이 생긴다 하더라도 월씨 가문 표호의 지위를 흔들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소연지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소연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월령안은 손님을 배웅했다.

소연지도 월령안이 바쁜 줄 알고 있었다. 그는 비록 그녀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의 검푸른 눈가와 감추지 않는 피로감을 보고서 눈치껏 자리를 떴다.

그 늙은 여우들은 모두 토끼를 보지 않으면 매를 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월령안이 그들을 상대하면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해낼 수가 없었다. 월령안은 여유롭게, 여러 측이 모두 만족하고 돌아가도록 했다. 그 가운데 그녀가 들인 노력은 결코 곁사람이 보는 것처럼 홀가분하지 않을 것이다.

소연지가 떠나간 뒤, 또 상인 몇 명이 월령안을 찾아왔다.

모두 영리한 사람들이었다. 설령 우둔하다고 해도 오대 상방과 각국 상단 두령들이 방문하는 것을 보고 그들도 다소 알아맞힐 수 있었다.

소식도 빠르고, 스스로 어느 정도 안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월령안을 만나러 달려왔다.

그러나 월령안은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참 웃기는군!'

무역지역이 대대적으로 성공했다.

지금 그녀를 만나려 하는 사람들은 오대 상방의 권세도 없고, 각국 상단들처럼 대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무슨 이유로 시간을 낭비하며 그들을 만나겠는가.

오대 상방과 각국 상단을 제외하고, 월령안은 단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누구를 깔보는 일도 없었다. 뭇 상인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던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튿날, 무역지역의 거래 금액이 폭락했다.

십만 냥!

하루 동안 열세 건밖에 거래하지 못해 거래 금액이 가까스로 십만 냥에 달했다.

만약 평소였다면 매상고가 하루에 십만 냥도 큰 거래였다. 하지만 어제와 같이 매상고가 억 냥인 데 비하면 십만 냥은 정말 보잘것없었다.

상천은 장부를 들고 또다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 제대로 계산한 게 맞나?'

일억 냥에서 십만 냥으로, 무역지역의 거래액이 절벽처럼 떨어지자, 상천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격차가 너무나 컸다.

월령안에게 보고할 때 상천은 풀이 죽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거래액이 일억 냥에서 십만 냥으로 확 줄어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월령안은 매우 담담했다. 심지어 괜찮다고 칭찬까지 했다.

'괜찮다고요?'

상천은 더 멍해졌다.

"큰아가씨, 혹시 숫자를 잘못 보신 건 아닌가요?"

'십만 냥을 천만 냥으로 본 건가?'

"잘못 보지 않았어."

월령안은 장부책을 덮고 상천에게 돌려줬다.

"어제 살 것은 다 샀다. 상인들이 돈도 다 써 버렸어. 게다가 그들은 나에게서 이익을 얻지 못해 불쾌해하고 있단 말이다. 오늘 십만 냥의 거래가 있던 것만 해도 괜찮은 거야. 내일은 아마 거래량이 좀 늘어날 거야."

상인은 아무리 화가 나도, 돈에는 화풀이를 하지 않는다.

상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큰아가씨, 내일이 지난 다음에는요? 각국 상단이 떠나면, 우리의 무역지역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요? 만약 충분히 많은 상인들이 무역지역으로 몰려들지 않으면, 우리 무역지역은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투입된 돈을 회수하는 것은 차치하고, 인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무역지역이 인기가 없고 관성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관성 내의 땅과 가옥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모두 손실이었다.

"인기를 유지하려면 간단해. 무역지역의 작용은 각국 상인들에게 거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각국 간 장사뿐만 아니라 주나라 상인들과도 장사할 수 있지."

월령안은 이미 무역지역에 대해 계획하고 있었다.

"월씨 상사에서 조운을 맡게 되었어. 조운이 장악했으니 그것을 이용해 남이 할 수 없는 장사를 하면 돼."

"화물 운송요?"

상천은 말하고 나서, 그래도 어딘가 아닌 거 같았다.

"화물 운송은 조운만의 독점 장사이고 조운 경영권을 가지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무역지역하고는 연관이 없잖습니까.

관성은 외진 곳입니다. 상인들이 관성에 물건을 운송해 와서 북요, 금나라, 서하의 상단이 파는 것은 그나마 괜찮습니다. 하지만 주나라 상인들에게 팔려면 관성에 운송해 올 필요가 없잖습니까. 괜히 운송비를 낭비하는 거니까."

"머리를 좀 써서 생각해 봐."

월령안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에두르지 않고 직접 말해 주었다.

"그들은 화물을 관성에 가져올 필요가 없어. 우리가 제삼자로서 증인이 돼 주면 되는 거야. 전에 우리가 상인들을 도와서 예약 주문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이번 예약 주문 쌍방은 모두 주나라의 상인일 뿐이야. 관성 무역지역을 판매자가 견본품을 전시하는 가게로 만들면 된다.

상인들은 무역지역에 물건을 많이 쌓아 두거나 사람을 많이 보내지 않아도 돼. 그냥 관리인 몇 명만 파견해 자리를 지키면 되는 거야.

구매자가 물건을 사려고 관성까지 한 번 오면, 주나라 여러 곳을 다닐 필요가 없이 이곳에서 아무거나 다 살 수 있지. 게다가 무역지역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월씨 상사가 중개인으로 있기에 서로 속임을 당할까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

우리 월씨 상사는 조운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을 도와 화물을 운송해 주고 돈을 받아 줄 수도 있어. 상인들은 화물을 보내고 돈을 받지 못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야. 마찬가지로 물건에 문제가 있어 구매자가 거절해도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염려가 없잖아."

월령안은 손에 물을 묻히고 탁자 위에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 월씨 가문 상사와 각 대상인 간의 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우리 월씨 상사는 앞으로 보통 백성들의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상인들의 돈을 버는 거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상천은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월령안의 말이 끝나자 그는 흥분하여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큰아가씨, 정말 대단하군요. 어떻게 이런 것까지 생각하실 수가 있나요."

"내가 대단한 게 아니야."

월령안은 겸손하게 웃었다.

"이건 귀시에 감사해야 해. 귀시가 없었으면 나도…… 거간꾼 장사가 이렇게 돈이 되는 줄을 몰랐을 거야."

"귀시는 수십 년간 존재해 왔어요. 그래도 누구도 귀시의 방식을 장사에 쓸 생각을 못 했잖아요. 큰아가씨께서 생각할 수 있고, 또 처음으로 시행했으니 정말 대단한 거죠."

아무튼 그의 눈에는 그들 큰아가씨가 가장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들 큰아가씨는 어떤 일이든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월령안은 우습다는 말투로 말했다.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닐거야. 분명 나보다 먼저 생각해낸 사람들이 있겠지. 그 사람들이 왜 할 수 없었는지 알아?"

이 세상에는 영리한 사람이 많다. 그녀는 이 생각을 오직 그녀만 가지고 있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다만 이 생각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월씨 상사가 상인들 사이의 장사를 할 수 있는 건, 좋은 때와 좋은 장소를 만났기 때문이다. 만약 관성 무역지역이 없고, 조운이 없으면 우리도 할 수가 없어."

장사는 막 시작했을 때, 좋은 생각이 중요하다.

기발한 생각으로, 심지어 무일푼으로 자수성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사업을 잘하려면, 자원과 인맥이 좋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장사판에는 영리한 사람이 많기에 무릇 돈을 버는 장사에는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기발한 생각이 있다고 해도 자원과 인맥이 없으면, 처음 시작해서만 돈을 얼마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자원과 인맥이 모두 탄탄한 대형 상사가 진입해 모든 시장을 점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곧 막다른 골목에 이를지도 모른다.

관성 무역지역 방식은 별로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무역지역이 개업한 뒤, 기타 상인들도 범씨 가문의 강호마을처럼 무역지역을 모방해서 만들 수 있었다.

기타 상인들이 따라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고상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국 권력가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이 상단을 보내게 할 수 있는 자원과 인맥이 없었다.

또한 산서 전장을 설득해 그들을 담보해 줄 힘도 없었다.

그러므로 무역지역 이 사업은 그녀의 월씨 가문이 독식하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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