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6화 월령안의 야심
오대 상방과 각국 상단 두령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그들에게 무역지역의 가게와 부지를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오대 상방은 무역지역을 짓기 전에 이미 적지 않은 토지를 사 두었다. 지금 더 가져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거래중심을 위주로 한 부지는 모두 무역지역에 포함되어 가게를 건설했으므로 그들이 부지를 가진다고 해도 가치가 높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무역지역 내의 가게를 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월령안이 무역지역에 지은 가게들은 처음 삼 년간은 임대료를 면제받고, 뒤이은 칠 년간도 임대료가 형편없이 적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저가로 가게를 팔고 그들의 가게가 정상적으로 영업하면서 무역지역의 계획에 따라 물건을 팔기를 요구했다.
그들 상방은 무역지역에 모두 전체 거리의 가게를 가지고 있었다. 가게는 전혀 모자라지 않았다.
가게가 모자란다 해도 그들은 사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은 관성 무역지역의 십 년간 사용권만 가지고 있었다. 십 년 뒤, 그녀는 무역지역 전부를 조정에 넘겨줘야 했다.
그들이 가게를 산다고 해도 십 년의 사용권밖에 사지 못했다.
그들이 왜 비싼 값을 내고, 처음 삼 년 동안은 임대료를 내지 않고, 뒤이은 칠 년 동안은 임대료를 적게 받는 가게를 사겠는가. 머리가 어디 잘못된 거도 아니고 말이다.
월령안은 가게 외에도 무역지역의 지분을 그들에게 양도해 경영에 참여시키겠다고 먼저 양보했다. 하지만 표호가 없는데 그들이 경영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
그냥 돈을 밀어 넣으라는 말인가.
월령안은 정말로 간사했다.
먼저 위협하더니 나중에는 약한 척하면서 결국 그들에게 어떤 이득도 내주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주도면밀하고 용의주도하게 일을 처리하다니. 그녀를 어떻게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그야말로 요물이었다.
오대 상방 사람들은 화가 나도 월령안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무역지역은 조정의 것이고 월령안은 다만 대리로 관리할 뿐이었다.
거기에 무역지역은 월령안이 돈을 내어 지은 것이었다.
무역지역에서 매번 거래가 성사되면 월씨 가문 상사에서는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 수수료에서 대부분은 조정에 바쳐야 했다. 얼마 되지 않는 나머지로 월씨 가문이 무역지역에 투자한 돈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만약 그들이 꼭 개입하려 한다면 우선 먼저 돈을 보태야 했다.
오대 상방은 갑갑해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각국 상단 두령들은 그들보다 더 화가 나 있었다.
그들은 사전에 부지를 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주나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부지를 사려면 주나라에서 사람을 찾아 명의를 빌려 사야 했다.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들은 무역지역 내의 가게들에 흥미를 가졌다.
하지만 가게의 임대료가 너무 쌌다. 그들이 정말 돈이 남아돌아야 무역지역 내에 가게를 살 것이다.
'짜증이야.'
'하지만 어쩔 수도 없잖아.'
월령안은 먼저 상점과 부지를 내놓았다. 그들 자신이 사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월령안을 탓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화를 내기도 전에 월령안은 또다시 협상 주도권을 잡고서, 각국 상단 두령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미끼를 던졌다.
"여러분께서 무역지역의 부지와 가게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군요. 그러면 혹시 금나라 표호, 북요 표호, 서하 표호에는 흥미가 없으신지요?"
몇 상단의 두령들은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는 그대로 다시 눌러앉았다.
"월 가주, 무슨 뜻입니까?"
그들은 월씨 가문 표호가 오늘 하루 동안 돈을 얼마나 주고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오늘 얼마나 팔고, 얼마를 샀는지를 알고 있었다.
대략 짐작해 보면,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해도 칠팔 할 정도는 짐작 가능했다.
월씨 가문 표호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주나라 월씨 가문 표호에 손을 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자국의 표호에는 얼마든지 손을 뻗을 수가 있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것 또한 절대적으로 이익이 컸다.
"각국 은표는 유통되지 않습니다. 주나라의 은표는 북요에서 인정하지 않고, 금나라의 은표는 서하에서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장사하면 대량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하잖습니까. 저희 월씨 가문이 각 대상인들에게 편리를 제공하기 위해 월씨 가문 표장을 각국에 세울까 합니다.
각국 은표로 우리 월씨 가문 표호를 모두 바꿀 수 있게 하고, 월씨 가문 표호로 바꾼 다음, 다른 나라의 은표로 바꿀 수 있게 할 겁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월령안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다만 간단하게 몇 마디 언급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몇 마디 말만으로 자리에 있던 뭇사람들은 월씨 가문 표장이 결코 주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월씨 가문 표호를 사국 결산을 할 수 있게 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령안의 야심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거기에 연관되는 이익도 컸다. 특히 그들도 그 가운데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각국 상단 두령들은 금세 두 눈으로 빛을 뿜었다. 서로서로 마주 보기만 했다.
이변이 없이, 그들은 서로의 눈에서 욕구를 보아냈다.
이는 참으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북요 상단의 두령이 가장 먼저 마음이 움직여 질문을 던지려 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자마자 월령안이 중단시켰다.
"물론 이 일은 급하게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은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십시오.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지도 우리 서로 상세하게 의논해야 할 것입니다."
뭇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이치가 있는지라 즉석에서 돌아가 잘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이런 커다란 미끼가 생기자, 각국 상단의 두령들은 무역지역의 부지와 가게를 거들떠보지 않고 너도나도 일어서서 작별을 고했다.
안휘 상방, 용유 상방, 강좌와 강우 상방의 사람들은 월령안의 수중에서 한몫 챙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달갑지 않으나 유감을 지닌 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떠나기 전, 사대 상단의 사람들은 모두 선망과 질투심이 섞인 눈초리로 산서 상단의 후계자 소연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시샘이 났다.
그러나 그들도 그냥 시샘할 수밖에 없었다.
전장 장사는 줄곧 산서 상방의 독점 장사였다. 그들은 개입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월령안이 강한 기세로 개입했다.
산서 상방은 보건대 덩달아 크게 한몫 잡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더는 독점 장사가 아니었다. 산서 상방 산하의 전장들도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을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사대 상방의 사람들은 마음의 균형을 찾을 수가 있었다.
어쨌든 그들은 자기의 영역을 지켜내었던 것이다.
사국 관계를 소통시키고 사국이 유통 가능한 무역지역을 구축했다. 월령안은 그야말로 수완이 뛰어났다.
뛰어난 수완만큼 그녀의 야심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가 무역구역 건설을 빌려 월씨 가문 표호를 만들 때, 산서 상방의 후계자 소연지는 그녀가 힘써서 관계를 트고, 수많은 인력과 물력을 들여 사국 호시가 가능한 무역지역을 만드는 것이 결국 그녀의 발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때 당시, 그는 모두가 극력 반대하는데도 장로(長老) 내지 아버지의 불만을 무릅쓰고 전체 산서 전장으로 월령안을 위해 배서하면서 그녀의 표호에 담보를 서 주었다.
월씨 가문 표호가 설립되고 출범하자마자 상인들의 인정을 받는 데에, 소연지는 큰 공헌을 했다.
오늘 이전까지 소연지는 자신의 혜안에 자화자찬했다.
월씨 가문 표장의 표호는 함부로 발행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애당초 약정에 따라 월씨 가문에서 발행하는 표호 액수는 월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전장의 은표와 그들 전장이 월씨 가문에 빌려준 돈으로 구성되었다.
은표는 모두 그들 전장에 저축하므로, 월령안이 발행한 표호가 많을수록 그들 전장에 저축한 돈도 많아지며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돈도 많아질 것이다.
돈 차입에 있어서도 월씨 가문은 높은 이자를 내야 했다.
월씨 가문의 표호 발행은 전적으로 그들 산서 전장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월씨 가문 표호가 유통된다면 최종적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자기가 한 일이 옳은지 그른지, 늑대를 제집으로 끌어들인 것이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월령안은 야심이 너무 컸다.
어찌나 큰지 그는 왠지 자신의 이용 가치가 이미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녀의 발걸음은 너무 빨랐다. 그는 자신이 당장 버림받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특히 사대 상방의 사람들이 자리를 뜨기 전에, 그를 바라보던 구경거리를 기다리는 듯한 눈빛에 소연지는 왠지 얼음 구덩이에 빠진 것만 같았다.
금나라 표호, 북요 표호, 서하 표호…… 월씨 가문 표호와 관련된 이 표호들이 구축되면 사국 상인들은 모두 월씨 가문 표호로 결산하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월씨 가문 표장이 표호를 발행하는 데 산서 전장의 눈치를 보겠는가.
앞으로 월씨 가문 표호가 그들 산서 전장의 배서와 인가가 필요하겠는가.
그때가 되면, 아마 월씨 가문 표호가 그들 전장의 은표보다 더 공신력이 있게 될지도 몰랐다.
때가 되면, 월령안은 표호를 발행하고 싶은 만큼 발행할 수 있었다. 투기 현상이 생기지 않기만 한다면 그녀는 돈을 낳는 보배단지를 가지게 된 것과 같았다.
오히려 그들 전장의 은표는 오직 주나라에서만 유통되었다. 무역지역에서 사용할 수도 없고 다른 나라 상인들과 거래할 수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편리하지 않았다.
"월……!"
소연지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월령안이 한발 앞서 말했다.
"소 공자, 저는 상인이에요. 저는 그냥 돈을 벌고 싶을 뿐이에요. 화를 자초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다른 삼국과 연관되는 표호는 전적으로 회통 전장에 일임할 거예요. 어떤가요?"
산서 상방의 명의로 된 크고 작은 수십 개 전장에서 가장 큰 것은 회통 전장이었다.
회통 전장은 소연지 가문의 전장이며 조정에서 가장 많이 개입한 전장이므로, 회통 전장에 넘겨주는 것은 조정에 통제권을 넘기는 것과 같았다.
'휴우, 늑대를 끌어들인 건 아니군.'
월령안은 야심이 있으나 탐욕스럽지도, 어리석지도 않았다.
소연지는 한숨을 내쉬며 뻣뻣하게 굳어 있는 등도 긴장을 풀었다. 그러고는 월령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제가 졌습니다."
이렇게 큰 이익을 단박에 포기하다니. 그로서는 정말 해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