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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35)화 (935/1,004)

935화 하루 만에 일억 냥

하루 매상이 일억 냥이 되었다.

이건 그야말로 돈을 빼앗는 것이었다.

아니었다. 돈을 빼앗아도 이 정도로 빠르지는 못했다.

어느 곳에 일억 냥의 은표를 두고 있겠는가. 설령 산서 상방의 전장이라 하더라도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돈을 장만할 수 없었다.

상천의 이 소식을 듣고 월령안도 깜짝 놀라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월령안도 무역지역 개업 당일 거래량이 반드시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하긴 했다.

거래량이 터지지 않는다 해도, 그녀는 엄청난 수치를 만들어 내 각국 상인들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그래도 그녀는 무역지역이 이처럼 대박이 날 줄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 특히 월씨 가문 표장의 돈을 모으는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상사의 주인으로서 아무리 놀랐다 해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말아야 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촌놈처럼 소리 지르고 껑충껑충 뛰면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냥 억 냥이었다. 이제 첫날이고, 게다가 단지 손을 거친 것뿐이지 그들이 번 것도 아니었다.

언젠가 그녀의 월씨 가문 상사가 날마다 일억 냥씩 벌어들일 때, 그때 다시 흥분해도 늦지 않았다.

월령안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그냥 매상고가 억 냥일 뿐이다. 우리가 번 돈도 아니잖느냐. 설령 우리가 번 돈이라도 해도 크게 놀랄 만한 게 없어. 무역지역에서 사국(四國) 물품이 유통되고 있으니 하루 매상고 억 냥은 아주 정상적인 것이야. 그 웃음을 좀 거둬. 왜 그리 우물 안 개구리 티를 내는 것이냐."

"큰아가씨가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가 좀 오두방정을 떨었네요."

상천이 대답했다. 하지만 올라간 그의 입꼬리는 내려올 염을 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단시간 내에는 그 흥분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월령안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반쯤 웃고 나서야 부하 앞에서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웃음을 거두었다.

이른 시간도 아니고 오늘은 모든 이가 바쁘게 보낸 하루였다.

월령안은 말을 길게 하지 않고 손을 들면서 말했다.

"오늘 다들 수고했다. 조금만 더 애써 줘. 이틀 뒤에 축하연을 열 테니."

"고맙습니다. 큰아가씨!"

모두들 기뻐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좀 전보다 더 흥분했다.

그들은 모두 월령안을 여러 해 따랐던 사람들로, 그녀가 아랫사람에게 너그럽고 후하게 대하며, 과오가 있으면 벌을 주고 공로가 있으면 상을 후하게 내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관성 무역지역이 이처럼 대박이 났으니, 그들이 받을 상금도 틀림없이 많을 것이다.

뭇사람들이 미처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하인이 들어와 보고했다.

"큰아가씨, 산서 상방, 안휘 상방, 용유(龍游) 상방, 강좌(江左), 강우(江右) 상방 사람들이 찾아뵙습니다."

"다 왔어?"

월령안은 환하게 웃었다.

"과연 다들 소식이 빠르군."

역시 고양이과들인 모양이었다. 비린내를 맡으면 놓치지 않으려 했다.

월령안이 사람을 만나러 미처 나가기도 전에 또 하인이 와서 보고했다.

"큰아가씨, 금나라, 북요, 서하, 서역 상단의 두령이 밖에서 찾아뵙습니다."

월령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늦은 밤에 한 번 오기도 쉽지 않겠군. 이왕 찾아왔으니 모두 같이 만나자고 전해라."

사람이 많으면 좋았다. 오는 사람이 많아야 경쟁이 있고 경쟁이 있어야 그녀도 강태공 낚시질을 한번 재밌게 할 수 있잖겠는가.

오대 상방과 각국 상단의 두령들은 모두 무역지역 때문에 찾아왔다. 모두들 속셈이 깊은 사람들이라, 특별히 모두 가고 나서 아무에게도 주목을 끌지 않는 시간대인 밤을 택해 찾아왔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경쟁자를 많이 두고 싶지 않아서였다.

일찍 찾아온 것도 한발이라도 앞서 월령안과 상의하면 가장 큰 한몫을 챙길까 해서였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오대 상방의 사람들은 비슷한 때에 도착했다.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겉으로는 서로 미소를 띠고 인사를 나누며 상대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그들은 북요 등 몇 개 상단의 두령들도 찾아온 것을 보자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멍청이가 아니었다. 몇 개 상단의 두령들이 무엇 때문에 찾아왔는지도 모두 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상인들이라 앞으로 서로 교제해야 하므로 억지웃음이라도 지어야만 했다.

월령안이 도착했을 때, 한 무리의 상인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주거니 받거니 얼토당토않은 듯한 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곳곳에 함정으로, 서로 탐색전을 벌이고 있었다.

어느 한순간, 그녀는 화청에 보이지 않는 칼들이 빛을 번쩍이며 오가는 것처럼 느꼈다.

역시 금전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무역지역이 대박으로 터지자 이 사람들은 장사 기회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누구도 이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성 무역지역은 아무나 마음대로 한입 떼어먹을 수 있는 살코기가 아니었다. 이 사람들이 이익 때문에 기회를 틈타 물어뜯으려 해도 자칫하면 이가 부러질 터였다.

월령안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화청에 들어섰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게 했습니다."

"월 가주, 축하합니다."

"월 가주, 어린 나이에 참 대답하십니다. 탄복해 마지않습니다."

"월 가주께서는 역시 월씨 가문 사람답습니다. 이 무역지역으로 저희는 시야를 크게 넓혔습니다."

"월 가주께서 큰돈을 버시면 우리에게 국물이라도 남겨 주셔야 합니다."

월령안이 들어서자 오대 상방 사람들도, 각 상단의 두령들도 너도나도 일어나 그녀에게 읍하며 답례했다. 자세를 낮추지는 않았지만, 모두 선의를 나타냈다.

상인들은 원래 이러했다. 이익이 있다면 어린 아가씨가 아니라, 젖먹이 아이라도 마찬가지로 치켜세울 것이다.

"모두 여러분이 도와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저는 이 무역지역을 개업할 수도 없었겠죠. 여기서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월령안은 뭇사람들에게 일일이 읍했다. 진심 어린 표정을 보아 마음속으로부터 자리에 모인 여러 사람들을 고맙게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무역지역의 상품들 중 대부분은 이 몇 사람이 가져온 것이었다. 또한 물건을 가장 많이 산 사람들도 이 몇 사람이었다.

무역지역이 대박이 터지고, 하루만에 일일 매상고 일억 냥을 만들어 낸 것도 이 몇 사람들이 가장 큰 공신이었다.

특히 산서 상방은, 만약 그들 산하 전장이 보증을 서 주지 않았으면 월씨 가문 표호가 명성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몇 사람은 월령안이 무역지역이 대박이 터진 것으로 인해 거만해지지 않고 그들의 정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자 금세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그녀가 도리를 알고 사리 분별을 한다면, 그들이 그녀의 수중에서 한몫이라도 챙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뭇사람들은 모두 무역지역 이 고깃덩어리를 겨냥하고 온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 흘끔 보며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구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왕 누구나 다 한몫 챙기려는 것이었다. 그러면 월령안에게 포섭되고 분열되어 서로 경쟁하느니, 차라리 손잡고 그녀 수중에서 크게 한몫을 챙긴 다음, 다시 사적으로 나누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몇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빛 하나로 서로 알아차렸다.

월령안의 코앞에서 오대 상방과 각국 상단 두령들은 의기투합해 합작하기로 했다.

월령안은 이를 보아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내색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입가의 미소가 더욱 밝게 빛났다.

무역지역은 아무나 손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한입 물어뜯으려는 사람은 이가 상할 것이다.

그러나 오대 상방과 상단의 두령들은 사적으로 '교류'하는 데 여념이 없어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능글맞은 미소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이윽고 그들은 '교류'를 마치고 월령안과 담판을 시작했다. 이때 그녀는 이미 웃음을 거두고 상업계에서 담판하던 기세로 전반 협상을 주도했다.

오대 상방과 각국 상단은 손잡고 그녀에게서 이득을 보려 했다. 그들이 관성 무역지역에 개입해 그녀에게서 한몫 챙기려 하는 것은 그야말로 백일몽이었다.

공적인 사무를 이야기하자, 월령안은 좀 전의 온화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거두었다. 얼굴의 미소도 차가움과 도도함으로 바뀌고 전체적으로 강압적이고 날카롭게 변했다.

그녀는 우선 냉정하고 침착하게 무역지역의 배경과 그녀가 어떻게 각국 황제와 합작을 이루었는가에 대해 일일이 들려주었다.

겉으로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녀가 관성 무역지역을 짓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들을 일깨워 주고 경고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국의 권세가를 설득해, 그들이 관성 무역지역을 반대하지 않고 각국 상단이 이곳에 오는 것을 묵인하게 했다. 그만큼 결코 배경이 없고 수완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의 수중에서 승리의 열매를 채 가고 날도둑질하려면, 우선 먼저 자신이 그런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해 보아야 했다.

한바탕 경고한 뒤, 월령안은 곧이어 월씨 가문 표호를 꺼내 들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세상 물정에 훤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관성 무역지역이 비록 돈을 벌었지만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관성 무역지역이 아니라 월씨 가문 표호였다.

그들의 목표도 월씨 가문 표호였다. 지금 월령안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그들은 당연히 놓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오대 상방과 각국 상단 두령들은 자기들끼리도 이익을 다투는 사이였다.

설령 월령안이 그들을 포섭하고 분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잠시나마 합작했다 하지만, 이익 앞에서 이런 임시 합작은 취약하기 그지없었다. 월령안이 가볍게 한 번 일격을 가하자 그들의 임시 합작은 곧 파열되었다.

그들이 미처 수를 쓰기도 전에, 산서 상방이 앞에 나서서 월씨 가문 표호를 노리는 모든 사람들을 막았다. 매우 강력하게 월령안의 이익을 수호하며, 누구든지 월씨 가문 표호에 손대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자기의 이익과 연관되면 동맹자가 무슨 상관인가?

그들 산서 상방도 월씨 가문 표호가 돈을 끌어 모으는 속도가 탐났지만, 이는 그들과 월령안 사이 내부 문제였다. 이런 것들은 쌍방이 사적으로 해결하면 되는 일이었다.

산서 상방은 백 년 동안 줄곧 전장 장사를 장악하면서 다른 사람이 개입하지 못하게 했다. 이는 그들의 장사 수완이 좋아서일 뿐만 아니라, 건국 당시 조정과의 친분 관계가 더 큰 작용을 했다.

조정은 산서 상방에 대해 신임이 두터웠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에게 줄곧 전장 장사를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산서 상방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게다가 좀 전에 월령안의 귀띔과 경고가 있었기에, 뭇사람들은 서로 눈길을 보내다가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월씨 가문 표호에는 손을 댈 수가 없으니, 이제 한몫 챙길 수 있는 부분은 무역지역뿐이었다.

월령안은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주어 위엄을 세우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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