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934)화 (934/1,004)

934화 돈을 삼키는 보물단지

거래 중심지는 또다시 호황을 맞이했다. 월령안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이반반의 이러저러한 잔소리에도 성질을 내지 않고 일일이 대답해 주었다.

"월 가주, 기웃거리지 말고 북요 상인들을 예의 주시하세요. 그들이 금나라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세요. 월 가주, 이상한 사람을 발견했나요? 자세히 살펴보세요. 괜히 잘못 감시해서 그들이 무역지역에서 만나 동맹을 맺게 된다면 당신은 주나라의 죄인이 되는 겁니다."

솔직히 월령안은 줄곧 북요와 금나라 상단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금나라와 북요의 상단은 모두 그녀가 초청한 것으로 그녀와 거래가 있었던 대상단이었다.

특히 금나라 상단은 상인들은 모두 그녀가 만나 본 사람들이었다. 그는 정말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만약 북요와 금나라가 동맹을 맺으려 한다는 소식이 금나라 황궁에서 전해진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자신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이라 의심할 정도였다.

이반반의 이런저런 질문과 불만에 대해, 월령안은 사실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월령안은 이반반에게 오래 시달리지 않았다.

거래 중심지의 장사가 너무 바빠 가게 주인과 심부름꾼은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몇몇 큰 거래는 가격 우대 문제가 있어 가게 주인과 심부름꾼이 결정할 수 없었다. 그들은 월령안을 끌고 가서 상의했다.

월령안은 급급히 실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상사의 사람을 따라갔다. 이반반은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월령안은 그냥 돈에 미쳤어. 지금이 돈 벌 때인가?"

온 태수는 옆에 서서 허허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반반을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반반이 갑자기 관성에 오지 않았더라면, 오늘은 그가 무역지역 내에 서서 무역지역 주인의 신분으로 무역지역의 정식 개업을 선포했을 것이다.

그러면 관성 무역지역에 온조라는 낙인을 확실하게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반반이 찾아왔기 때문에 그는 부득불 양보해야만 했다. 아니면 이반반이 그의 이목을 모두 빼앗아 무역지역의 결실을 채 갈 수도 있었다.

"당신네 관성 사람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아닌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반나절이 지나도록 왜 북요와 금나라의 첩자를 찾아내지 못하지?"

이반반은 불쾌했다. 온 태수가 말을 안 하는 것도 잘못이었다.

하지만 온 태수는 이반반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심드렁해서 한마디 던졌다.

"우리 관성에는 온통 무식한 사람들뿐입니다. 이런 치밀한 일에서는 이반반이 변경에서 데려온 사람들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반반, 이 무역지역은 상인들이 장사하는 곳입니다. 제가 오래 머물러 있으면 비난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온 태수는 말을 마치자, 이반반이 말하기도 전에 가 버렸다.

이반반은 혼자 남겨져서 화가 난 나머지 난화지를 쳐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상천은 월령안의 명령을 받고 이반반을 동반해 주러 찾아왔다. 그는 이반반이 발을 동동 구르고, 허리를 흔들며 뾰로통해서 화내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흠칫 떨었다.

그는 오래도록 제자리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야, 비로소 웃는 얼굴로 이반반에게 다가갔다.

* * *

무역지역의 대박은 사람들의 예상을 넘어섰다.

날이 어둡기도 전에 가게의 물건이 전부 매진되었다.

날이 어둡기도 전에 각국 상단이 가져온 화물은 전부 거래가 끝났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한가득 수확하게 되었다.

물론 수중의 돈도 모두 써 버렸다. 바꿔 놓았던 표호도 전부 다 써 버렸다. 돈이고, 표호고 전부 화물로 바뀌어 무역지역의 창고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내가 장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편하게 한 날이었어. 정말 관성에서는 천하의 물건들을 모두 구전하게 살 수 있고 게다가 마음까지 놓을 수 있단 말이야. 상단에 속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서둘러 길을 재촉할 필요도 없잖아. 그냥 돈을 좀 주고 창고를 빌리기만 하면 모든 것을 차분하게 처리하고 갈 수 있단 말이지."

"정(程)씨, 나 오늘 목재를 샀다네. 시세의 이 정도 액수만 내고 손에 넣었단 말일세."

비단옷 차림의 배불뚝이 상인은 이제 막 큰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는 기분이 좋던 터라 아는 사람을 만나자마자 자랑을 했다.

"시세의 오 할이란 말인가?"

정씨 상인이 물었다. 확정적인 대답을 얻었지만 배불뚝이 상인이 바란 것처럼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그는 진중하고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그게 대순가. 나 오늘 소를 샀거든. 소 말이야. 서하 상단이 가져온 것을 시세의 삼 할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샀다네. 이 소들을 우리 쪽에 가져가면 꼭 세 배 내지 다섯 배 정도로 벌 수 있단 말일세."

두 사람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또 다른 아는 사람이 다가와 득의양양해 자랑했다.

"허허, 당신은 이번 거만 샀군. 난 말이야, 북요 상인과 석 달 뒤에 양 천 마리를 사기로 했다네. 지금의 가격으로 먼저 이 할의 계약금만 지불하면 된다네. 한 달 뒤면 초봄이 되어 양들이 배불리 먹어 토실토실할 거란 말일세. 게다가 천 마리 중에 암컷이 삼백 마리나 된다네. 이번에 정말 나도 크게 벌게 되었다네."

"석 달 뒤의 물건을 예약했다는 건가? 그것도 계약금의 이 할을 지불하고. 당신 바보 아니야? 석 달 뒤에 어디 가서 사람을 찾으려고? 양 같은 소리. 예약금도 날아가게 생겼구먼. 멍하니 뭐 하는 것이오? 어서 자네를 속인 북요 상인을 찾아가야지. 우리 가서 계약금을 찾아오자고. 이곳은 우리 주나라의 땅이네. 북요 상인이 감히……."

정씨 상인은 말하면서 와서 자랑하던 상인을 확 채서 그를 도와 사람을 찾아 주려 했다. 두 사람의 교분이 상당히 두터운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랑을 하던 상인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정씨 상인의 손을 훅 밀쳐 버리고는 잘난 척했다.

"당신 뭘 안다고 그러시오. 나는 계약금을 월씨 상사에 주었다네. 나뿐만 아니라 북요 상인도 계약금의 이 할을 바쳤네. 석 달 뒤에 만약 내가 사지 않거나 상대방이 물건을 내놓지 못하면 계약금은 돌려주지 않기로 했네. 그중 일 할은 내게, 일 할은 월씨 상사에 속하지. 거래가 성사되면 계약금은 대금으로 충당된다네. 보게…… 안전하지 않은가."

"월씨 상사가 우리를 도와 보증까지 서 주는 건가?"

다른 상인들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평소에 늘 판매자와 직접 접촉하고 제삼자를 개입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속임을 당하면 그냥 재수가 없거니 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좀처럼 외부인과 장사를 하지 않았다. 늘 익숙한 사람과 거래하거나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아 장사를 했다.

"물론이지. 월씨 상사에서 하는 일이 많거든. 내가 알려 주지……. 진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장사도 월씨 상사에서는 모두 할 수가 있다네. 우리에게 보증인이 되어 주기도 하고 화물도 운송해 준다네. 약간의 운송비만 내면 월씨 가문 상사에서 우리를 도와 물건을 보내 준다는 거야."

자랑하던 상인은 자신이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을 보고는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그는 금방 거래중심에서 들은 이야기에, 과장을 보태 마치 월씨 가문 상사가 못 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말했다.

그의 말이 과장되기는 했지만 선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그와 잘 아는 상인 몇은 그가 허풍 치기 좋아하지만 절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말 중 약 칠팔 할 정도를 삭감하고 듣는다 해도, 자신들이 월씨 가문 상사와 큰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예약 주문 말이다.

장사에서는 희한한 물건과 값싼 물건을 놓쳐서는 안 되지만, 안정된 공급원도 매우 중요했다. 만일 안정된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들의 승산이 일 할 늘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무역지역이 문을 닫기 직전, 거래중심에서는 또 한 차례 열기가 일어났다.

한 무리의 상인들이 거래중심에 와서 월씨 가문 상사의 사람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예약 주문 협의를 체결했다.

이 할의 계약금도 그들은 아무 고민 없이 바쳤다.

상단과 직접 주문하면 그들은 상단이 예약금을 가지고 달아날까 걱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월씨 가문 상사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우선 월씨 가문 상사는 백 년간 좋은 평판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무역지역이 개업할 때, 관성 태수가 직접 왔을 뿐만 아니라, 황제 옆에 있는 황궁 대태감 이반반까지 천자를 대신해 월씨 상사에 왔었다.

천자까지도 월씨 가문 상사를 믿는데, 그들이 무슨 걱정거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모든 상인들은 모두 호주머니에 남은 마지막 동전 한 닢까지 탈탈 털어 다 쓰고서야 아쉬워하며 무역지역을 떠났다.

떠날 때, 모두들 돈을 적게 가지고 와서 마음껏 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다행히도 상천이 즉석에서 선포했다.

"아직 길에 있는 상단들도 있습니다. 내일, 모레까지 사흘간 무역지역에는 계속해 대형 상단들이 들어설 것입니다. 절대 공급원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상인들은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아직도 대형 상단들이 오고 있다면 공급원이 충분하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러면 그들도 싼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주나라에 싣고 가서 춘절 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지금 그들에게는 한 푼도 없었다.

"월씨 가문 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던데. 우리 내일 가서 물어보지 않겠는가?"

상인 몇 명이 떠나가면서 몰래 상의했다.

상천은 그 사람들의 말에 입술을 오므리며 가볍게 웃었다.

무역지역에서는 거래가 하나 성사될 때마다 일정한 비용을 징수했다. 성사되는 거래가 많아질수록 당연히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무역지역 내에서 진정으로 돈을 삼키는 괴물 혹은 보물단지는 월씨 가문 표호였다.

상인들은 무역지역에서 거래할 때 돈과 은표를 표호로 바꿔야 했다. 표호를 받은 상인들은 단시간 내에 돈을 찾아가지 않고 계속 표호를 가지고 무역지역에서 다른 상인들과 거래했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시간차를 이용해 돈을 대출해 주어 이자를 벌거나 다른 장사를 해 돈으로 돈을 벌 수 있었다.

이 밖에, 상인들이 예약 주문할 때 내는 계약금도 있었다.

그들이 주문한 물건은 짧으면 석 달, 길면 일 년이었다. 이 기간에 쌍방이 내놓은 계약금은 모두 월씨 가문 표장이 보관하고 있으므로 그 돈도 먼저 꺼내 사용할 수 있었다.

즉 월씨 가문 표호가 있는 한, 그들 월씨 가문 상사는 더 이상 돈이 부족하지 않을뿐더러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더는 자기 돈을 쓸 필요가 없었다. 온전히 표장에 있는 돈으로 돈을 벌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상천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가 월씨 가문 표장에 돌아와 표장 주인이 당일 받은 은표와, 지출한 표호를 계산해 놓은 것을 보고는 더더욱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억 냥이나 되었다.

하루 만에 일억 냥이나 되는 은표를 월씨 가문 표장에서 다루었다.

주나라의 연간 국고 수입도 천만 냥에 불과했다.

'맙소사!'

상천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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