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3화 관성 무역지역이 터졌다
월령안은 무역지역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월씨 가문 표장이었다.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돌발 상황을 전부 재연했다. 표장의 주인, 심부름꾼이 땀투성이가 되고 안색이 창백해질 때까지 괴롭히고 나서야 주인을 놓아주었다.
월령안이 떠나자 표장 주인과 심부름꾼은 다시 살아난 것만 같았다.
"다행히 큰아가씨 같은 손님이 많지 않아. 만약 날마다 큰아가씨처럼 번거로운 손님을 만나면 아마 십 년은 감수할 거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은 큰아가씨께서 잘 일깨워 주셨어. 전에 우리는 아무 이자도 받지 않는 사흘 동안의 보관비 문제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았어. 지금 분명히 얘기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빈틈을 이용할 수 있어. 도착한 첫날에 와서 물건을 저당 잡히고, 사흘 안에 찾아가면 창고 보관비는 우리가 지불해야 해. 우리 표장은 돈을 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관비를 더 지불해야 한단 말이야."
월령안은 비록 표장의 사람들을 못내 고생시켰지만 그들을 도와 빈틈을 찾아 줌으로써 표장의 손실을 막았다.
표장 주인들은 비록 고생스러웠지만 즐겁기도 했다.
시간은 넉넉했다. 표장 외에도 월령안은 다른 판매대를 돌아보았다. 특히 무역지역의 각 전시대들을 중점적으로 돌아보았다.
거래중심의 여러 전시대도 중요했다.
거래중심 밖에 있는 가게는 고정된 상인에게 임대해 주었다. 판매하는 것은 모두 고정적인 보통 물건이었다. 다만 무역지역에서의 교역량이 많고 안전하고 가격이 쌌다.
물론 밖의 가게들은 주로 주나라의 소상인들로 주나라의 소상품을 팔아 다른 나라 상인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데 편리를 도모해 주었다.
거래중심의 전시대야말로 각국 상인들이 중점적으로 거래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주요하게 각국의 상단들이 가져온 희한한 물건들로 바깥 물건들과는 달랐다.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 외에 월씨 상사에서는 또 객상(客商)을 도와 물건을 대리 판매하거나 구매정보를 발표함으로써 각국 상인들의 상품 정보 교류에 편리를 제공했다.
물론 이런 것들은 모두 보수를 받았다.
월령안은 전시대를 임대하는 것부터 구매 수요를 발표하는 것까지, 그리고 월씨 가문 상사에 위탁해 물건을 파는 것, 무역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한번 시험해 보았다.
심지어 그녀는 거래중심에서 말 한마디 하고 통하지 않으면 곧바로 손찌검하거나, 상인이 갑자기 병이 도지는 상황 등 돌발 상황에 상사의 관리인, 심부름꾼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시험했다.
월령안이 일일이 모두 시험해 보고 나서 진시(辰時)가 되었다.
무역지역이 정식으로 개업했다.
개업 시간을 일각 앞둔 시점에, 무역지역 밖은 마차로 붐볐다.
진시가 되자마자 무역지역의 성문이 열렸다.
마차에 앉아 있던 상인들은 하나둘씩 내려와 성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부는 지시등에 따라 마차를 한쪽으로 몰고 가 자리를 비웠다.
모든 것이 질서 정연했다. 상인들은 무역지역에 들어서자마자 성안 가게들이 모두 준비해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문 가까이에 있는 두 거리 중, 한 거리에서는 말린 상품을 팔고, 다른 한 거리에서는 전차(磚茶)를 팔았다.
주나라 사람들이 마시는 찻잎이 아니고, 초원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전차였다. 가게 앞에 하나하나씩 쌓아 놓았다. 전체 한 열, 죽 늘어선 열몇 개 가게에서는 모두 전차를 팔았다.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상인들은 가격을 밖에 써 놓았다. 그리고 가게 앞에서 차를 끓여 손님들을 끌었다.
가장 먼저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월령안을 성원해 주러 온 주나라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이런 조잡하게 만든 전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에 차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이 속에 들어 있는 상업적 기회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줄지어 늘어선 차 가게들을 보면서 몇몇 대상인들은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돈 버는 걸로 치면 역시 월씨 가문이 가장 돈을 잘 번단 말이야. 이렇게 많은 상인들이 이곳에서 전차를 파는데 북요, 금나라, 서하 상인들이 다른 사람을 찾아 차를 살 필요가 없잖아."
이 말이 떨어지게 바쁘게, 바로 등 뒤에서 서하 상인이 서하말로 크게 외쳤다.
"전차 하나에 오십 문이라고요? 정말인가요? 다 주세요. 저한테 다 주세요. 월씨 가문 표호가 뭐예요? 네, 네, 네. 바꾸러 갈게요. 지금 당장 가서 바꿀게요. 남한테 팔지 말고 남겨 두세요. 제가 먼저 산 거예요.
뭐라고요? 모두 전차를 판다고요? 이럴 수가! 이 거리에서는 온통 전차만 팔고 있구나.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서하의 상인이 소리치고 나서, 곧이어 금나라 상인이 저쪽에서 소리쳤다.
"어서 와…… 여기에 천이 있어. 면직물이야. 우리는 천을 사려고 해요! 많이 살 겁니다."
"이 상인들은 식견이 너무 좁은 것 같군. 이 정도 전차, 천이 뭐 대수라고."
주나라의 상인들은 그들보다 늦게 들어온 북요, 금나라, 서하 상인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모두 그들 앞으로 뛰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진중하게 미소를 지으며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득의양양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의 여유 만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빨리! 빨리! 서역 상인들이 서역의 굵은 설탕과 보석을 가지고 왔다네! 가격이 얼마나 싼지 깜짝 놀랐다니까. 보석 한 광주리에 겨우 은 백 냥이라고 하네. 세상에……! 그냥 줍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북요 상단에서는 양과 소를 가져왔다네. 양 한 마리에 한 냥 반. 너무 싸! 북요에 가서 바꿀 필요도 없잖아. 빨리, 빨리 가서 사라고…… 늦으면 못 사."
"금나라 상인들은 목재를 가져왔네. 최고급 이화목(梨花木)과 자단목(紫檀木)이더군. 많이 사면 우대해 준다네. 가격이 싸고, 게다가 이미 관성 창고로 운반해 놓아 분주하게 오갈 필요가 없대."
"목화. 서역의 목면(木棉)이 있군."
"북요의 모피가!"
"서하 상단은 쌀보리와 보리를 가지고 왔어. 빨리, 서둘러…… 늦으면 없단 말이야."
…….
누가 먼저 소리쳤는지는 모르지만, 원래 뒷짐을 지고 무역지역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진중하고 득의양양해 하던 주나라 상인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돌변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동업자에게 한마디 했다.
"나는 일이 있네. 천천히 거닐게들. 난 먼저 가 보겠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무역지역으로 나는 듯이 뛰어갔다.
싼 것을 줍지 않는 자는 바보라고 했다.
이런 물건들은 그들이 평소 가서 거두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지금 관성 무역지역에 있으며, 그것도 가격이 아주 쌌다. 그들이 지금 사들여 가져다 팔아 한몫 챙기지 않으면 그야말로 바보였다.
* * *
관성 무역지역이 터졌다.
말 그대로 터졌다.
사람이 붐벼 터졌다.
물건이 너무 많이 팔려 터졌다.
월씨 가문 상사도 대박 터졌다.
모든 상인들이 각 가게에서, 거래 중심지에서 정신없이 몰려다니며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고 각국에서 온 상인들과 가격을 흥정하고 월씨 가문 가게 주인과 심부름꾼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거래의 중심지에 있는 월씨 가문 가게 주인, 심부름꾼들은 모두 엄격한 훈련을 거쳤으므로 거래의 모든 절차에 대해 훤히 꿰고 있었다. 그들은 돌발 상황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든 돌발 상황을 모두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유독 무역지역이 대박이 터지고 상인들이 너무 열성적이어서 그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가게 주인과 심부름꾼들은 하나같이 땀투성이가 되어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밀지 마세요. 다들 밀지 마세요. 여기는 성 밖이라서 야간 통행금지가 없습니다. 시간이 넉넉합니다. 한 번에 몰려들 필요가 없습니다."
"재촉하지 마세요. 한 분 한 분씩!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실수를 하면 안 됩니다.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모두 돈입니다. 착오가 생기면 여러분께서 손실을 보게 됩니다."
"여러분, 급해 하지 마세요! 각국의 상인들이 모두 있습니다. 무역지역은 달마다 모두 대형 화물 거래가 있습니다. 오늘 사지 못하면, 다음 달도 있습니다……!"
가게 주인과 심부름꾼들은 열정적으로 재촉하는 상인들을 상대하는 것만도 힘들었다. 각 상단의 이상한 점을 예의 주시할 정도로 한가할 틈이 전혀 없었다.
그때 월령안은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가서 지켜보려고 하는 순간, 하인이 와서 이반반과 온 대인이 왔다고 보고했다.
월령안은 하는 수 없이 성문 앞에 나가 두 사람을 마중했다.
그리고 그녀가 거래 중심지를 나서는 순간, 북요 상단과 금나라 상단에서 두 털보가 멀리서 마주 보더니 곧 떠들썩한 사람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거래 중심지에서 붐비는 인파를 이용해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만났고, 또 사람들이 야단법석을 떠는 틈을 타 동맹 조건을 협상한 다음, 또다시 자연스럽게 갈라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거래 중심지 밖에 있던, 한 볼품없는 병사가 그들의 일거일동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주 자세히 보면, 그 병사는 몸집이 육장봉과 비슷했다. 다만 육장봉보다 키가 약간 작고 외모도 평범해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 * *
월령안은 무역지역이 진시에 개업한다고 진작 이반반에게 알렸다. 그런데 이반반은 신분을 나타내려고 일부러 반각 늦게 도착했다.
반각이라는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의 신분으로는 반각이 아니라, 일각, 한 시진 늦게 도착해도 감히 불만을 가질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무역지역이지 연회장이 아니었다.
무역지역이 개업하고, 상인들은 모두 장사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개업식에도 요란한 공연 같은 것이 없었다.
아니다.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상천이 약간의 의식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각국 상인들은 무역지역에 들어서자마자 미친 듯이 물건을 사고팔았다.
월령안이 성문을 열기 전에 무역지역이 정식으로 개업하니 각지 상인들이 찾아와서 거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뒤따른 의식은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반반은 반각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그를 태운 마차는 십 리 밖에 막혔다. 마차가 무역지역으로 들어섰을 때는 반 시진이 지난 뒤였다.
그 시각 전체 무역지역의 상인들은 모두 장사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도 한가하게 이반반을 상대할 겨를이 없었다.
때문에 늦게 도착한 이반반은 예상했던 성대한 환영식을 보지 못했다. 다만 월령안이 마중을 나왔다.
그나마 거래 중심지에 도착하자, 월령안은 각국 상인들 앞에서 이반반과 온 태수를 정중하게 소개했다.
각국 상인들도 체면을 세워 주었다. 하나같이 더없이 흥분되어 열렬하게 환영했다. 이는 이반반의 체면을 세워 주었고 그의 허영심도 만족시켜 주었다.
마찬가지로 월령안도 혜택을 받게 되었다.
이반반과 온 태수가 왔다는 것은 관성 무역지역이 조정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각국 상인들에게 이는 무역지역에서는 마음 놓고 거래할 수 있고, 월씨 가문 표호를 믿어도 된다고 말해 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뭇 상인들은 물건을 살 때 돈을 물 쓰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