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926)화 (926/1,004)

926화 왜 이제야 이야기하는 건가요?

"소인도 그런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조정 쪽에서 워낙 입이 무거워 소인은 감히 제멋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상천은 일 처리에 있어서 항상 신중했다. 이것은 월령안이 그를 높이 사는 점이기도 했다.

"아무튼 사람이 왔으니, 우리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무역지역에서 상인들을 유치하고 구매자를 요청하는 일은 진척이 괜찮느냐?"

월령안은 조정에서 사람을 관성에 파견한 일보다는 무역지역의 진척에 더 큰 관심을 돌렸다.

무역지역이 개점하는 그날, 대박을 터뜨리기만 하면 조정에서 사람을 몇을 파견하든지, 누구를 파견하든지, 그녀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와는 반대로 개업하는 그날, 무역지역에 대한 반응이 평이하고 거래 성립률이 아주 낮다면, 설령 조정에서 육장봉을 파견해 온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없었다.

사람은 항상 스스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나의 바둑돌로서, 바둑 두는 사람이 함부로 버리지 않게 하려면, 남보다 우수하고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소인의 아가씨 분부대로 금나라, 서하, 북요 삼국의 대상인을 초청했습니다. 금나라와 서하는 아주 협조적으로 상단을 보내겠다고 승낙했습니다. 북요 그쪽은 일부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우선 우리와 약속했던 대상인들이 임시로 약속을 번복하면서 상단을 파견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급한 상황이라 소인이 독단적으로 옛 주인님께서 남긴 상단을 동원했습니다. 그들더러 북요의 물건을 무역지역으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상천은 말할 때는 차분했지만,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 얼굴에는 다소 불안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옛 주인이 북요에 남겨 둔 상단은 줄곧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그 상단이 다른 역할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괜히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은 아주 급했다. 만약 월령안에게 편지를 쓰고 답신을 기다리면, 상단은 개업 당일에 물건을 가지고 관성에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월령안에게 꾸중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한번 제멋대로 결정해 버렸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해 주었다.

"정말 잘했다. 상단은 원래부터 돈을 벌려는 것이었어. 당연히 쓸 때가 되면 써야지. 아낄 필요가 없어."

그들 월씨 가문 상단은 비록 부분적으로 소식도 염탐하며 첩자 노릇을 겸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단은 상단이고 첩자는 첩자였다.

상단의 직책은 돈을 버는 것이기에 다른 것들은 모두 주 임무에 길을 내주어야 했다.

"큰아가씨께서 소인이 제멋대로 결정을 내렸다고 나무라지 않는다면 다행입니다."

상천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미소에는 수줍음이 묻어 있는 동시에 소년티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상천은 미소를 거두고 뚱한 표정으로 애써 듬직하고 노련해 보이려 했다.

"구매자에 대해서, 소인은 자주 협력하는 큰 상사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몇몇 대상사에서 모두 상단을 보내 적합한 물건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 소인은 변경의 일부 원로대신 가문에도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그들에게 관리인을 파견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라고 초청했습니다. 무역지역에서는 모두 큰 규모로 거래되기에 거래 가격이 분명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알려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상천은 말을 마치고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장군왕 세자께서는 제가 원로대신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서 소인에게 대량으로 구입하면 값이 싼지, 그리고 상단이 무역지역에서 산 물건을 경성에 가져가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소인은 그에게 상인이 돈을 버는 것은 바로 싸게 사 비싸게 팔고, 남쪽 물건을 북쪽에 가져가 팔아서 버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들이 산 물건이 변경에서 희소가치가 있다면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상천은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단 되어 장군왕 세자는 전에 샀던 땅을 모두 팔았습니다. 그와 함께 왔던 원로대신 자제들도 그를 본보기로 삼아 수중의 땅을 모두 팔아치우고 돈을 모아 무역지역에서 물건을 구매해 변경에 가져가 팔려고 합니다."

상천은 말하면 할수록 씁쓸해지고 얼굴은 불안감에 싸였다.

"큰아가씨, 그들은 전 재산을 다 걸었습니다. 만약 그 장사에서 밑지면 우리 상사를 탓하지는 않을까요?"

그는 장군왕 세자가 이렇게 도박 근성이 강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장군왕 세자가 땅을 모두 팔았다는 소식을 듣고, 상천은 자기가 말을 많이 한 것을 후회했다. 괜히 월령안에게 무슨 화라도 불러오는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월령안의 수족으로서 상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월령안은 줄곧 조정의 원로대신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방법을 강구해 왔다. 애당초 일부러 땅을 한 뙈기 떼어서 장군왕 세자 등에게 판 것은 그들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환심을 사려는 것이었다.

만약 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원로대신들을 끌어들이는 일이 실패한다면, 그는 스스로를 죽이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하지만 월령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장사할 물건을 고르는 것은 안목이 있어야 해. 만약 그들이 손해를 본다면, 그것은 그들 자신이 안목이 없는 거지. 너하고 무슨 상관이냐?"

만약 밑진다면, 그들에게 장사라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므로 돈을 벌려면 고분고분 그녀를 따라야 한다고 것을 알게 할 수도 있었다.

월령안이 이렇게 말하자 상천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 월령안에게 무역지역의 사무를 보고했다.

상천은 빈틈없이 처사하고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상천은 돌발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

월령안은 상천의 보고를 듣고 한마디 덧붙였다.

"월씨 가문 각지의 상사 관리인에게 편지를 써라. 그들에게 즉시 사람과 돈을 챙겨 가지고 즉시 관성 무역지역으로 오라고 명령해라. 개업하는 날, 무역지역의 거래량이 많지 않으면, 그들이 나서서 대량으로 구입하라고 일러라. 잊지 말고 그들에게 귀띔해라. 모든 유동 자금을 가지고 오라고 해라. 무역지역이 개업하는 그날 대박이 터져야 한다. 알겠느냐?"

그녀는 기적을 원했다.

만약 기적이 없다면, 그녀는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이다.

* * *

관성 무역지역은 개업을 앞두었다.

상천이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처리했지만 주인인 월령안이 온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일이 크든, 작든 가리지 않고 시시콜콜 간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역지역 개업 당일의 사람과 일들에 대해서는 이변이 없도록 사전에 잘 알아두어야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비록 여행길에 지쳐 피곤하고 힘들지만 당장 쉴 수가 없었다.

세안하고 간단히 단장한 다음, 월령안은 저녁때가 될 때까지 바삐 보내서야 급한 사무를 다 처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치기도 하고, 배도 고팠다. 그녀가 하인에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시키려 하는데, 하인이 한발 앞서 찾아와 보고했다.

"큰아가씨, 밖에서 궁중 대태감 이 내관이 만나기를 청합니다."

"이 내관? 이반반인가?"

월령안은 갑자기 바르게 곧게 앉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폐하께서 그를 관성에 파견한 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반반이 황제의 심복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에서 이반반의 언행은 황제의 태도를 말해 주었다.

황제가 이반반을 관성에 보냈다.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건가?'

월령안은 지금 힘들지도 않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황제의 태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비하면 이 정도의 피곤함과 굶주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반반더러 화청에 잠깐 앉아 계시라고 해라. 금방 갈 것이다."

이반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월령안은 옷을 갈아입고 화청에 나가 그를 만났다.

이반반이 차 반 잔도 채 마시지 못했는데 월령안이 나왔다.

"이반반!"

"월 낭자, 예의를 차리시는군요."

이반반은 급히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서서 답례했다. 그가 자태를 어찌나 낮추는지 월령안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였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월령안은 이반반이 아주 초라한 모습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옷에는 길을 서두른 사람에게서 나는 특유의 역한 땀 냄새와 먼지 냄새가 배어 있었다.

이는 관성에 들어서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중요해졌지?'

"이는 염 황숙께서 소인더러 월 낭자께 전하라는 편지입니다. 잘 받아 주세요."

이반반은 오늘 길에 염 황숙이 조계안을 어떻게 혼냈는지 알게 되었다.

오는 내내 이반반은 편지를 전하는 일에 무슨 실수라도 생겨 돌아가서 염 황숙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까 조마조마했다.

지금, 편지를 제대로 월령안의 손에 넘기게 되자 이반반은 마냥 되살아난 것만 같았다.

"염 황숙께서요?'

월령안은 편지를 건네받고 편지가 밀봉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이반반의 마치 되살아난 듯한 모습을 보면서 금세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이 편지는 밀봉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이반반이 감히 꺼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월령안은 편지를 챙기고 나서 이반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반반은 어쩐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는 결코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편지 내용을 알고 싶었다.

밀봉하지 않은 편지를 가지고 오면서 그 내용이 궁금하지 않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꺼내 보지 못했다.

꺼내 보는 것은 고사하고, 한 번도 더 눈길을 더 주지 못했다.

원래는 월령안이 편지를 받고 지체 없이 꺼내 본다면, 그도 운수 좋게 한번 곁눈질해서라도 조금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월령안 교활하고 간사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이반반은 월령안의 자상한 관심을 받으며 작별을 고하고 돌아가 쉴 수밖에 없었다.

* * *

이반반을 보내고 나서 월령안은 급히 편지를 꺼내 보지 않았다. 먼저 암위를 불러 변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았다.

암위는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소인이 금방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왕과 염 황숙이 강남 문제로 언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과 조왕이 염 황숙을 화를 돋워 쓰러지게 했고, 폐하께서는 어명을 내려 조왕을 훈계했다고 합니다. 조왕의 업무는 물론이고 작위까지 박탈하고 종인부에 감금했다고 합니다."

"언제 일인가요?"

노인은 역시 손을 써서 조계안에게 뼈아픈 교훈을 안겨 주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황제가 조계안을 너무 편애했다.

종인부에 감금한다는 것 같은 허튼소리는 무지한 백성들만 기만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전혀 믿지 않았다.

어엿한 암황은 종인부가 감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염 황숙께서 이반반에게 명해 아가씨에게 편지를 보낸 이튿날, 폐하께서는 조왕과 강남의 관리들을 처벌했습니다."

암위가 대답했다.

"왜 이제야 이야기해 주는 건가요?"

이 일은 최일이 승진 공문서를 받기 전에 발생한 것이었다. 이치대로라면 그녀는 진작 이 소식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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