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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20)화 (920/1,004)

920화 그 이후는요?

"듣자 하니 대장군께서 최대한 빠르게 별장에 달려가서 령안을 만나려 했지만 허탕을 쳤다고 하더군요. 정말인가요?"

육장봉을 저택에 초청해 공무를 이야기하려던 젊은 최 대인은 당당하게 육장봉을 비웃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미소는 촛불보다 더 밝았다.

그 얄궂은 미소에 육장봉은 정말이지 최일을 확 패 주고 싶었다.

"최 대인은 내 검이 예리한지, 아닌지 시험해 보려는 것이오?"

'지금 나를 놀리는 게 재미있다는 말인가?'

"강남에는 저보다 더 높은 직급의 관리가 없습니다. 제가 쓰러지면 당신은 절대 몸을 빼서 령안을 쫓아갈 수 없을 거예요."

최일은 찻잔을 들고서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강남에 온 지 이렇게 오래되었건만 오늘이 가장 기뻤다.

"강남에는 부자들이 많으니 나도 강남에서 한몫 잡지. 최 대인께서 피곤하다고 하니 그럼 잘 쉬시오."

말이 떨어지자마자 육장봉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최일은 군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최씨 가문이 강남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얻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일이 수작을 부리면, 그는 감히 강남에서 최씨 가문이 짜 놓은 판을 망가뜨릴 수 있었다.

최일은 차분하게 찻잔을 내려놓고, 육장봉의 한쪽 다리가 문턱을 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령안이 급히 강남을 떠난 게 대장군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탁', 육장봉은 한 발을 문턱을 넘어 힘 있게 내디뎠지만, 다른 한 발은 문턱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육장봉이 돌아서지 않는 것을 보고, 최일은 패를 더 얹었다.

"저는 이런 일에서 대장군께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자네 소식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약속해야 할 거야."

육장봉은 내디뎠던 발을 거두고 뒤돌아서서 원래 자리에 도로 앉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최일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여우같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마음속으로 조계안을 위해 초를 일렬로 켜놓고 기도해 주었다.

육장봉의 성질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서, 최일은 그의 반쪽짜리 친구로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최일은 놀리는 것을 적정선에서 그만두고 육장봉이 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사실을 낱낱이 털어놓았다.

"얼마 전에 령안은 육삼을 청주에 보내고, 혼자서 읍에 있는 상사로 갔습니다. 조계안은 사위(司衛)를 데리고 암암리에 령안의 동향을 조사하다가 그녀의 흔적을 추적해 읍으로 들어갔고요.

이후 두 사람은 함께 대엿새 동안 사라졌습니다.

폭우가 내리던 그날 밤, 조계안과 령안 일행은 조방이 보낸 살수의 습격을 받았고, 조계안 신변의 사위는 모두 전사했습니다. 그리고 조계안과 령안은 실종되었죠.

이틀 후, 저는 사람을 거느리고 흔적을 쫓아 숲속에서 령안의 암기와 조계안의 검에 죽은 살수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동굴에서 조계안을 찾아냈습니다.

동굴에는 조계안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두 번째 사람, 한 여인의 발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조계안은 그때 당시 혼미상태로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반쪽이 된 가면이 씌어져 있었습니다. 그 가면은 빨갛게 달군 다음 쓴 것으로, 얼굴 반쪽이 완전 훼손되었습니다. 손쓴 사람은 아주 모질었고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습니다.

령안과 계안이 사라진 동안, 령안을 아주 닮은 여인이 줄곧 사람들 앞에서 이재민을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강남에서 그녀를 본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멀리서 한번 보았습니다. 비바람을 사이 두었고, 머리가 푹 젖어 얼굴을 반 정도 가려서인지 정말 비슷해 보이더군요.

조계안은 깨어난 뒤에, 가면에 대해 묻지 않고 오히려 령안의 일에 대해 물었습니다. 두 사람이 실종됐을 때, 줄곧 '령안'이 사람들 앞에서 뛰어다녔다는 말을 듣고 조계안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최일은 조리 있게 하나하나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인내심이 없었다.

"핵심을 말해 보게."

"이다음이 중요합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최일은 말이 끊겨도 화를 내지 않고 차를 마시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조계안이 평안하게 돌아온 뒤, 폐하께서는 여러 번 명을 내려 조계안더러 신속하게 변경에 돌아오라고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조계안은 변경에 돌아가려 하지 않고, 대장군이 언제 돌아오는지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게 사위를 보내 대장군께서 언제 돌아오는지 알아보았고요. 대장군께서 곧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흥분하는지 무슨 나쁜 수작을 한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최일은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스스로 반박했다.

"물론 조계안이 비정상적인 것이 문제를 설명해 줄 수는 없습니다. 조계안은 원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가 만약 정상이면 이상한 거죠. 하지만……."

최일은 갑자기 말에 힘을 주었다.

"령안이 변경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비둘기로 산장의 서 선생께 편지를 보냈고, 서 선생은 편지를 받자마자 황궁에 들어가 염 황숙을 만났습니다."

최일은 여기까지 말하고 탄식했다.

"염 황숙 그쪽의 수위(守衛)는 대장군도 알고 계시죠…… 서 선생과 염 황숙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니까 한참 이야기했는데…… 핵심이 도대체 뭐라는 것이오?"

결정적인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잖습니까. 대장군, 조계안, 염 황숙 세 사람이 월령안과 공동으로 관련된 문제, 게다가 월령안이 매우 신경 쓰는 일. 신경을 너무 쓰다 보니 폐하께서 의심하는 것도 개의치 않고 변경에 편지를 보냈다는 것……. 이렇게 뻔한데 아직도 모르시겠나요?"

평소에 그렇게 영리한 사람이 어떻게 월령안과 관련된 일을 만나면 이렇게 두뇌 회전이 안 될까.

육장봉은 잠깐 멈칫하다가 입을 열었다.

"십일 년 전, 북요에서 있었던 일?"

"아니면요?"

최일이 되물었다.

"나와 조계안이 령안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만나고, 또다시 두 사람의 시신을 청주까지 이송해 주었지……."

'그래서 월령안의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과 관련된다는 말인가?'

"한마디 일깨워 드리죠. 월씨 가문은 은상으로 암황의 명령에 따라야 했어요. 그리고 당시 암황은 염 황숙이었고요. 그분이 그때 당시, 대장군과 조계안을 구하기 위해 북요에 갔었습니다."

최일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조계안의 구경거리를 보고 싶을 뿐만 아니라, 조계안을 도와 그가 보고 싶었지만 미처 보지 못한 구경거리를 마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월령안은 이미 떠나서 강남에 없었다. 그는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다.

"월령안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월씨 가문에서 도망쳐 나온 자들의 손에 죽었어."

육장봉의 얼굴은 먹장구름이 꽉 끼었고 눈빛은 살짝 어두웠다.

"그건 손쓴 사람이고, 모든 것을 추진한 사람이 있잖아요."

최일은 눈빛이 맑았다. 항상 웃음을 띠던 눈동자에는 조소가 어려 있었다.

"이미 마음속으로 의심하고 있었잖아요. 아닌가요?"

그렇지 않으면, 육장봉이 이렇게 차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전에 북요에서 인력, 물력을 써 가며 월령안을 도와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장군께서는 령안의 큰 금기를 어겼어요. 령안이 대장군을 만나지 않는 것은 대장군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일은 무자비하게 육장봉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내가 곤란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즐거운가?"

육장봉은 한 손을 탁자 위에 가로놓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최일을 억압했다.

최일은 살짝 뒤로 몸을 젖혀 두 사람 사이 거리가 멀어지게 함으로써 육장봉의 위압감을 피했다.

"제가 정말 대장군의 구경거리를 보고 싶었다면 이 사실들을 말해 주지도 않았을 겁니다."

어떤 일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그가 확실히 육장봉이 곤란한 모습을 고소해하고 있다는 것이 그랬다.

최일은 육장봉의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특별히 한마디 일깨워 주었다.

"령안은 대장군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관성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마 관도로 갔을 것이고 대장군과 달리 령안은 밤에는 틀림없이 휴식할 것입니다. 만약 지금 전력으로 쫓아간다면, 날이 밝을 때쯤 령안을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구경거리도 좋지만, 화를 자초해서는 안 되었다. 그는 결코 최씨 가문이 강남에 짜 놓은 판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순조롭게 령안을 따라잡을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아니면 내가 당신 옷을 홀딱 벗겨 강남 기녀들의 침대에 던져 버릴 테니까."

육장봉은 최일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뒤쫓아 가기로 했다.

어쨌든 일단 월령안을 따라잡은 다음에 다시 생각해야 했다.

최일이 의아해했다.

"그 일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이렇게 되면 너무 억울하잖아.'

"관두죠. 실의에 빠진 남자와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최일은 옷에 없는 주름을 툭툭 털어 없애고는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눈빛이 침울하고, 얼굴의 미소도 쓸쓸하고 슬프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누구의 눈길도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그는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꼭 누르고 눈을 감았다.

그는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추측을 육장봉에게 알려 준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이 일에 있어서 월령안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왜 그녀 혼자만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야 하는가.

* * *

육장봉은 밤새도록 길을 달렸다. 그리고 최일이 짐작했던 것처럼, 날 밝을 무렵 역참에서 쉬고 있는 월령안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

육장봉은 도착한 후 즉시 월령안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녀의 문 앞에 서서 그녀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월령안이 나오자마자 그는 바로 그녀를 막아섰다.

월령안을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웃기웃하며 구경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육장봉이 이 시간에 찾아왔다면 그가 이미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역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개울에 이르렀다. 월령안이 먼저 말했다.

"여기까지 쫓아왔으면 제가 왜 당신을 만나지 않으려 하는지 알 거 아니에요."

"그때 당시 나는 아무것도 몰랐소."

이에 대해서 그는 확실히 월령안을 속인 적이 없었다.

그때 당시, 그는 월씨 가문이 은상이고 암황의 명에 따르며 음지에 숨어서 황실을 위해 돈을 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 뒤에는요?"

월령안은 육장봉이 그때 당시 몰랐다는 말을 믿었다. 필경 그때 육장봉은 아직 관료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전이고, 자기의 사람이 없어 내막을 모르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는?

그녀의 신분을 안 뒤에는?

그녀를 좋아하게 된 뒤에는?

북요에서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낸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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