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8화 모두에게 좋은 일
상업계의 일들은 꽉 맞물려 있기에, 어느 한 연결고리에서 문제가 생기면 영향이 지대했다.
"관성 무역지역이 곧 열리게 된다. 한번 가 볼 것이다. 걱정하지 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강남에는 명주실이 없지만 다른 지역에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녀는 원래 이렇게 빨리 관성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보아하니 이번에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들이 비록 하나하나 해결되었지만 관리인들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큰아가씨, 그 사람들의 복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그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번거로움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 일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큰아가씨, 계속 그렇게 끌려다녀서는 안 됩니다."
관리인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들은 월령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하기에 월령안더러 그 사람들을 찾아가 사과하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협박에 못 이겨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것은 체면을 구기는 일이지만, 체면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봐서는 안 되었다.
"걱정하지들 말게. 이틀만 더 지나면 그들도 꼼짝하지 못할 거야."
최일이 손쓰기만 하면 그 상인들은 하나같이 목욕재계하고 처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관리인들은 월령안이 확신에 차서 말하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틀 정도라면, 그들도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틀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그날 오후 관아에서는 재난을 틈타 이익을 취한 양곡 상인과 포목 상인을 체포했다.
물론 공식적인 죄명은 재난을 이용해 이익을 챙긴 죄가 아니라, 조방의 잔여 세력을 사적으로 숨겨 주었다는 죄명이었다.
조방의 사람들은 사사를 파견해 조계안을 죽이려고 했기에 조정에서는 그들을 황족 음해 죄로 정해 삼족을 멸했다.
조방은 강남에서 수십 년간 운영해 왔다. 당연히 강남의 관리, 상인들과 깊은 관계가 있었고 적지 않은 상인들은 모두 그들과 인척 관계를 갖고 있었다. 그 상인들 저택에서 조방과 관련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었다.
조방과 관련된 사람을 찾아내지 못해도 괜찮았다.
월령안이 기꺼이 그들을 도와 몇 사람을 만들어 주면 되었다.
그러나 월령안이 손쓰기 전에 최일이 먼저 그들의 약점을 잡게 되었다.
이 사람들이 체포되자, 강남의 모든 상인들은 최일이 월령안을 뒷받침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남의 상인들은 물론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몇몇 대상인들은 어떻게 잘 조작해 최일을 강남에서 이직하게 만들겠는지 의논했다. 최일이 강남에 있는 한, 그들은 월령안을 확실하게 해치울 가능성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최일을 어떻게 쫓아 보낼지에 대해 결정하기도 전에 조정에서 금군을 파견해 강남의 크고 작은 소금 상인들을 전부 가두어 버렸다. 죄명은 소금값을 조작하고 소금을 밀매한 것이었다.
금군을 거느린 장령은 바로 두위였다.
두위는 변경으로 돌아가던 도중, 임시로 황명을 받게 되었다.
그는 조계안을 황제가 보내온 사람에게 건네주고, 수하를 거느리고 다시 강남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최일을 협조해 강남 소금 상인을 심사했다.
두위는 금군으로 황제를 가까이서 모시는 사람이었다. 그가 온 것은 곧 황제의 태도를 말해 주는 것이었다.
황제가 소금 상인을 잡아들이자, 강남의 상인들은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그들은 꼬리를 내리고 조용히 지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의 상인들은 월령안과 맞불을 놓고, 월씨 가문의 장사를 억누르기는커녕 그녀를 만나도 피해 가려 했다.
그러나 피해가려고 해도 잘 안 되었다.
금군이 소금 상인을 잡아들이자마자 조운의 경영권을 임시로 월씨 상사에 맡긴다는 황제의 명령이 전달되었다.
황제의 명령에서는 비록 임시라고 했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월씨 가문이 경영하는 동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 '임시'라는 단어는 조만간 없어질 것이었다.
"조운이 월씨 가문의 수중에 떨어지게 되다니? 어찌 아무 소식도 없었지? 여러 곳에서 서로 쟁취하려던 거 아니었어?"
"육 대장군은 변경에 안 계시고, 최 승상은 폐하의 말씀만 듣고, 젊은 최 대인도 변경에 안 계시는데, 도대체 누가 폐하 앞에서 월령안을 위해 말해 주었지?"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해봐야 무슨 소용 있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궁리해 보세."
"생각할 게 뭐가 있나. 월씨 가문에서 감히 우리 물건을 운송하지 않겠어?"
황제의 명령이 전해지자마자 강남 상인들은 한데 모여 대책을 강구했다.
* * *
월씨 가문 상사의 관리인도 기쁜 표정으로 월령안을 찾아 별장으로 달려갔다.
한바탕 축하하고 나서 관리인들은 냉정을 되찾고 강남 상인들의 물건 이야기를 꺼냈다.
조방에 문제가 생긴 뒤, 조운은 이미 경영을 멈춘 상태였다.
그 뒤로 물난리가 나면서 강물이 불어 배를 띄울 수가 없었다. 강남성 내에는 수많은 상품이 누적되어 운송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리인들은 월령안에게 전에 그들을 탄압했던 상인들의 물건을 월씨 가문에서 운송해 주겠냐고 물었다.
"운송을 왜 하겠어? 그자들의 체면이 그렇게 대단한가?"
월령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
"그게…… 나쁘지 않을까요? 그들 수중에는 운송 계약서가 있습니다. 우리가 운송하지 않으면 우리 월씨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잖습니까?"
관리인들도 당연히 운송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들은 더 많이 생각해야 했다.
"조방이 그들과 맺은 계약서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 조방과 맺은 계약서를 이행하고 싶으면 그들더러 조방을 찾아가라고 해. 만약 그들이 찾아와서 소동을 일으키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한 번 소동을 일으키면 일 년을 운송 금지시킨다고! 크게 소동을 벌이면, 우리 월씨 가문이 조운을 장악하고 있는 한, 절대로 그들의 물건을 운송하지 않을 거라고 일러."
조운은 유일한 운송 업체였다.
세상의 장사는 항상 판매자가 구매자의 낯빛을 살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 독점 거래일 경우, 반대로 구매자가 그녀의 안색을 살펴야 할 것이다.
"큰아가씨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관리인들은 금세 의기양양해졌다.
"큰아가씨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가 조운을 장악하고 있는 한, 그들이 우리 눈치를 봐야죠. 우리가 기분이 좋으면 운송해 주고, 기분이 나쁘면 그들을 상대하지 않으면 되겠네요."
월령안은 그들이 괜히 자만할까 두려워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어. 지금 우리 월씨 가문은 조운을 잠시 넘겨받은 것뿐이야. 폐하께서는 언제든지 조운을 거둬들일 수 있어. 절대로 산 돼지 잡으려다 집 돼지 놓치는 짓을 해서는 안 돼. 요 며칠 상사의 손해가 커서 다들 초조해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돈 버는 일은 급하게 해서 되는 게 아니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양식과 소금을 북쪽으로 운송해 북쪽의 양식과 소금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야. 폐하께 우리 월씨 상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나라를 위한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해. 다른 것들은 다 지연돼도 상관 없지만. 알았어?"
"큰아가씨, 걱정하지 마시지요. 저희는 절대 작은 일 때문에 큰일을 그르쳐 폐하를 노엽게 하지 않겠습니다."
관리인들은 잠깐 멍하게 있다가, 엄숙한 표정으로 약속했다.
"됐어. 가서 자기 일들을 봐."
월령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관리인들이 떠나자마자 하인이 기쁜 표정으로 달려와 보고했다.
"큰아가씨, 좋은 소식입니다. 대장군…… 대장군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배가 막 부두에 도착했습니다."
하인은 한발이라도 먼저 월령안에게 기쁜 소식을 보고하고 상을 받으려는 마음에 내내 뛰어오느라 숨을 헐떡이며 보고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이 소식을 듣자 돈을 상으로 주기는 고사하고,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육장봉이 돌아왔다.
그녀는 아직 어떻게 육장봉과 마주해야 할지 마음을 정해지 못했다. 그런데 육장봉이 돌아왔다.
육장봉은 이미 돌아와 바로 부두에 있었다. 그녀가 나가기만 하면 바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월령안은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풀리지 않는 응어리와 노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육장봉을 만난 다음, 자신이 계속해 평정심을 유지하고, 결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거나 추태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원한에 찬 규중 부녀자처럼 육장봉과 싸울 바에는 잠시 떨어져 냉정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욱 나을 것 같았다.
"말을 준비해라. 관성으로 가야겠다."
월령안은 한순간에 결정을 내리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육장봉 때문에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돈을 버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별장의 하인은 잘못 들은 줄 알고 저도 모르게 한마디 물었다.
"큰아가씨, 지금이요?"
"이각 뒤에 출발한다."
월령안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부랴부랴 나가는 모습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싶었다.
하인은 왠지 머리가 아팠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월령안을 쫓아가 그녀더러 생각을 접게 설득하려 했다.
"큰아가씨, 관성 무역지역에 운송할 물건도 아직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출발하면 너무……."
'서두르는 건 아닐까요.'
월령안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물건은 좀 뒤에 보내도 된다. 내가 먼저 갈 것이다. 알겠느냐?"
"네. 네……. 소인 알겠습니다."
하인은 깜짝 놀라 혀끝까지 밀려온 말을 억지로 삼키고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히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알았으면 어서 가서 준비하거라. 그리고 떠나기 전에 아무 변고도 없어야 한다. 알겠느냐?"
월령안은 하인에게 한마디 경고하고 돌아서서 떠나갔다.
월령안이 이각 뒤에 떠난다고 명령을 내리자 별장의 모든 하인들은 팽이처럼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침 이각 뒤에 월령안의 외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별장의 관리인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월령안에게 관성 장사에 문제가 생겨 서둘러 가는 건 아닌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무표정한 모습을 보자 관리인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묵묵히 그녀를 배웅했다.
월령안도 이에 대해 해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다만 관리인더러 자신이 쓴 편지를 각 상사의 주인들에게 보내라고 분부했다.
"처리할 수 없는 일들은 그들더러 나한테 전갈을 보내라고 해라. 내가 될수록 빨리 회답할 거라고 일러라."
그녀는 강남의 사람들이 관성의 장사를 그녀가 직접 가서 처리해야 된다고 여기게 하는 것도 별반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장사를 중히 여기는 주인이 감정에 휘둘리는 주인보다 훨씬 나았다.
월령안은 뒤쪽 관도를 힐끗 쳐다보고는 망설임 없이 말을 몰아 떠났다.
잠시 만나지 않는 것이 그녀에게나, 육장봉에게나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