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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17)화 (917/1,004)

917화 이게 당신의 목적이군요

최근 십 년간 강남 소금 상인들의 소금 거래량 장부책에, 월령안이 만약 소금값을 공제할 방법까지 내놓는다면, 최일은 황제를 설득해 조운의 경영권을 월령안에게 맡길 자신이 있었다.

"자, 이제 그러면 어떻게 소금 가격을 공제하면서 내친김에 무적자들까지 해결할지 말해 볼까요?"

최일은 장부책을 잘 챙기고 나서 말했다.

이 장부책은 그가 강남의 상인들 틈을 비집고, 강남의 정경유착 기풍을 숙청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밑천이었다.

물론 가장 기쁜 것은 월령안이 육장봉이나 조계안이 아닌 그에게 이 장부책을 건넸다는 것이다.

"소금과 호적을 연계시켜 염표를 설치하는 거예요. 주나라의 백성은 매달 월초에 호적에 따라 촌장이나 이장에게서 그달의 염표를 발급받게 하면 돼요. 그래서 인당 매달 한 냥 반 몫의 염표를 주는 거예요.

제가 계산해 봤어요. 보통 백성 가운데 다섯 식구인 집에서는 한 달에 보통 여섯 냥 내지 일곱 냥 정도의 소금을 사용해요. 인당 매달에 한 냥 반 정도의 소금을 사용하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일부 식품을 절여 보관할 수도 있을 거예요.

염표를 가진 다음, 백성들은 염표와 호적을 가지고 관아에서 지정한 상사에 가서 조정에서 정한 가격에 관염을 사게 하면 돼요.

염표의 유효기간은 두 달간이고 기한이 지나면 다시 구매할 수 없고요. 그리고 염표는 호적 등본과 함께 사용해야 하며, 사사로이 팔지 못하게 해야 해요.

물론 조정에서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소금 장사를 월씨 상사에 맡길 수도 있어요. 월씨 상사는 주나라 백성들이 모두 조정이 정한 가격대로 소금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가의 사염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호적이 없는 무적자는 그녀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이게 당신의 목적이군요."

최일은 월령안이 월씨 상사 이야기를 하자 곧 그녀의 타산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월령안의 욕심은 진짜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제안도 끌리는 데가 있었다.

"저는 상인이에요. 돈을 벌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당연히 놓치지 말아야죠."

월령안은 대범하게 인정했다.

"당신, 이번에…… 염표로 소금을 구매하는 것은 소금 허가증과 유사하면서도 소금 허가증보다 더 좋은 거 같아요. 소금 가격을 통제하기 더 쉬울 뿐만 아니라 소금의 모든 구매처를 조사할 수 있네요.

폐하께서는 아마 받아들이실 겁니다. 다만 마찬가지로 소금 상인들은 모두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당신이 이렇게 하면 그들의 이익을 건드리는 것은 관련된 관리들이 막을지도 몰라요."

소금 허가증을 가질 수 있는 사람치고 수완이 좋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강남의 소금 상인들은 승상의 아들인 그마저도 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어떻게 조정의 대신들을 설득할지는 폐하께서 고려하셔야 할 일이에요. 폐하께서 이 대책이 나라와 백성을 이롭게 한다고 여기시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추진하실 거예요. 전에 선박사 일처럼 말이에요. 그때 폐하께서는 조정에 이익이 있는 것을 보고 조정 대신들의 압력에도 꿋꿋이 상선의 출항 세액을 올리셨잖아요."

문에는 최 승상이, 무에는 육장봉이, 암부에는 조계안이, 재물에는 월씨 가문이, 그리고 또 황궁에는 노인이 진을 치고 있었다. 황제는 지금 권력이 세서, 조정 대신들과 충분히 팽팽하게 맞서 싸울 수 있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최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무적자에 대해 말해 봅시다. 호적에 따라 염표를 발급받고 염표를 가지고 소금을 구입하는 것으로 무적자를 정리하려는 건가요?"

"염표가 있어야 적정한 가격의 소금을 살 수 있고, 호적이 있어야 염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하면 되죠. 호적 등본이 있으면 인두세를 내야 하지만, 그 정도 세금은 그들이 소금을 사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

만약 관아에서 다시 칙령을 더 내려 첫 삼 개월 동안 자발적으로 호적을 등기하고 산민이든 무적자든 조정의 배치에 따르기만 하면, 지나간 일을 따지지 않을 거라고 하면 돼요. 조정에서 그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고 정착하게 도와주면 돼요.

짐작하건대 대다수 무적자와 산민들은 마음이 끌릴 거예요. 다른 마음을 품고 있거나 조정을 믿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뭐 어쩔 수가 없죠."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극소수의 사람들에 대해서, 그녀는 상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포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그녀가 심혈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조정에서 그들을 안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무적자는 말할 것도 없고, 관아 통계에 따르면 몰래 숨어서 사는 산민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조정에서 안치할 수 있을까요?"

최일은 저도 모르게 탄식하고 말았다.

이 일은 월령안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조정도 조정의 어려움이 따로 있었다.

"남해가 있잖아요. 남해에는 사람이 없는 거 아닌가요?"

월령안은 손가락을 펴며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촉중(蜀中)과 관외(關外)도 땅이 넓고 사람이 드물어요. 이 사람들을 그런 곳에 정착시켜 황무지를 개간하게 하면 조정에도 유익하잖아요."

최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곳은 모두 생고생만 할 뿐이에요. 날마다 밭에 나가 땅을 파도 배불리 먹을 수 없는데 무적자나 산민들이 가려고 하겠나요."

월령안이 제안한 몇 곳은 모두 유배지였다. 만약 산민들이 그런 곳으로 가려고 했다면 산에 숨어 있으면서 호적도, 땅도 없고 맞아 죽어도 관계하는 사람이 없는 산만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에는 가려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갈 수도 있어요. 조정에서 일부러 관선(官船)을 조직해 바다로 나가고 남해가 바다에 닿아 있으니 그곳에 부두를 세우면 되죠. 따라서 많은 대상선들이 드나들 거예요. 상선이 드나들기만 하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어요.

촉중과 관외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촉중의 면직물은 세상에 이름 있고, 밖에는 없는 희한한 제품들이 많아요.

비록 길이 험했지만 앞으로 조정에서 상선을 조직해 바다로 나가면 돈을 벌려는 상인들은 반드시 촉중에 들어가 희귀한 물건들을 살 거예요. 촉중으로 가는 길이 험난할수록 돈을 벌 기회가 많아질 것이고요.

아무래도 밖에서 온 상인들은 길을 잘 모르기에 그 일에 익숙한 사람이 이끌어야 할 게 아닌가요? 관외가 이전에는 구차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곡식을 심을 수 없고 따라서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런 거죠.

그러나 이제 조정에는 감자와 옥수수가 있잖아요. 그것들은 어디에서나 다 자랄 수 있다고 했어요. 사람들더러 감자를 심게 하면 되죠. 게다가 관외에는 모피도 많아요. 산민들을 관외에 정착시키면 그들에게 있어서는 아마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일 건데요."

이 세상에 어디 쓸데없는 곳이 있는가. 다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었다.

관성에서도 그녀는 금을 캐낼 수 있었다. 남해, 촉중, 관외는 아무리 못해도 관성보다 나을 것이다.

최일은 저도 모르게 실소하고 말았다.

"당신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 세 곳은 모두 더없이 좋은 곳이군요."

"원래부터 좋은 곳이에요. 제대로 경영하기만 하면 그 세 곳은 강남에 비길 수는 없겠지만 백성들이 먹고사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거예요. 현지 관리의 능력이 좋으면 그 세 곳이 두 번째 청주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

월령안은 이 세 곳을 매우 좋게 보고 있었다.

그 세 곳은 모두 저마다의 대체할 수 없는 우세가 있었다. 잘 발전하기만 하면 반드시 번화한 대도시가 될 수 있었다.

최일은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

"제가 남해에 가서 임직하면 어때요?"

월령안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강남에서보다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강남은 이미 성숙한 대도시였다. 최일은 강남에서 대부분 안정을 유지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과감하게 밀고 나가 정치적으로 큰 성과를 이루려면, 쉽지 않았다.

월령안이 지지 의사를 비치자 최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어요. 먼저 강남의 일을 제대로 해결한 다음 다시 이야기해요."

월령안이 그에게 이처럼 큰 공적을 떠안겨 주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강남을 확실하게 숙청해 월령안이 강남에서 제한받지 않게 하고 싶었다.

최일은 별장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월령안과 공적인 이야기를 다 나눈 다음 곧 돌아갔다.

강남에서의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월령안의 별장에서 오래 머물게 되면, 내일 무슨 듣기 거북한 말들이 쏟아져 나올지 몰랐다.

그는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월령안의 명성에 누가 되어 상인들이 그녀를 이야깃거리로 삼는 것은 두려웠다.

최일이 가자마자 월령안은 긴장을 늦추었다.

소금에 손대는 것은 그녀가 강남에서 해야 할 마지막 일이었다. 최일에게 장부책을 넘겨주었으니 그녀가 강남에서 해야 할 일은 다 끝난 셈이었다.

나머지는 황제의 결정에 맡기면 되었다.

* * *

연회가 끝난 뒤, 강남의 월씨 가문 가게는 강남의 크고 작은 상인들의 미친 듯한 보복을 받았다.

우선 먼저 월씨 가문 상사에 물건을 공급하던 상인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게다가 계약 파기 배상금도 주지 않으려 했다.

곧이어 물건을 주문했던 구매자들이 월씨 가문의 물건을 받지 않았다. 각종 이유로 월령안이 제공한 물건에 문제가 있다고 꼬투리를 잡고서 물건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배상금을 요구했다.

월씨 가문은 강남에서도 비단 장사를 하고 있었다. 고정적으로 월씨 상사에 명주실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온 마을의 명주실이 모두 타 버렸다.

이 밖에, 월씨 가문 상사에서 이재민을 돕던 죽 가게에서도 한 이재민이 그들이 제공한 죽을 먹고 중독되어 죽었다.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월씨 가문 상사의 관리인들은 아무리 예상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해도 당해 낼 힘이 없었다.

상사의 관리인은 뾰족한 수가 없어, 월령안을 찾아가 그녀의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전혀 놀라지 않고 조리 있게 분부했다.

"관아에 신고해야 할 것은 신고하고, 배상해야 할 것은 배상하면 된다. 명주실을 키우는 사람들의 손실은 우리 월씨 상사에서 부담한다. 그들이 계속 누에를 기를 수 있게 하고 명년에도 계속 거두어들인다.

이재민이 죽을 마시고 죽었다면 그냥 그대로 죽을 나눠 주던 가게의 문을 닫아라. 대신 이재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구제하는 것으로 해라…….

그리고 이재민들 사이에 은 천 냥을 현상금으로 내걸어라. 죽을 먹고 죽은 사실의 진상을 밝히는 자 중에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조사해 내는 자에게는 은 천 냥을, 유용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자에게는 은 이백 냥을 준다고 해라."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

이재민들은 원래부터 철판같이 단단하게 한 덩어리로 뭉친 사람들이 아니었다.

강남 상인들이 이재민을 동원해 그녀를 모함하게 할 수 있다면, 그녀도 이재민을 매수해 진범을 밝힐 수 있었다.

"올해 명주실의 양이 부족해, 우리 가게에서 내년에는 팔 비단이 모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해상 거래에도 물건을 공급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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