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916)화 (916/1,004)

916화 투자한 만큼 돌려받아야겠어요

"범 대공자, 당신이 왜 강호 마을 팔 할의 경영권을 저에게 양도했던지 잊으신 모양이군요?"

"아, 맞다. 조운!"

범씨 대공자가 놀라 소리 질렀다.

어찌 이리 중요한 것을 잊어버렸단 말인가.

월령안이 조운의 경영권을 차지해 남북 화물 수로를 관리하게 된다면, 입장이 바뀌어 강남 상인들이 감히 월령안에게 밉보이지 못할 것이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강한 용도 그 지방의 뱀은 못 이긴다고 하죠. 하지만 절대적 실력을 가진 용이라면, 지방의 뱀도 손쉽게 짓이겨 버릴 수 있어요."

"다…… 당신, 얼마만큼 확신이 있나요?"

범씨 대공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탁자 아래에 둔 두 손으로는 옷자락을 꽉 잡고 있었다.

'지금 내가 미리 월령안에게 얹혀 이득을 보게 된 건가?'

"최 대인의 아버님이 어떤 분이신지 잊은 건 아니죠?"

월령안이 옆에 있는 최일을 가리켰다.

범씨 대공자는 또다시 주체하지 못하고 놀라서 부르짖었다.

"최 승상이시죠."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범 대공자께서는 제가 지방의 뱀 같은 이들을 두려워할 거 같나요? 무서울 게 뭐가 있나요. 오늘 그들이 우리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도중에 자리를 떴잖아요. 앞으로 그들이 감히 우리를 넘보지도 못하게 해야죠."

남북 화물 운수 관리권을 장악하면, 월령안이 상업계 규칙을 파괴하고 관아를 상사 간 일에 개입시켰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녀가 많은 이들 앞에서 그들의 체면을 짓밟는다 해도 오직 이익만 추구하는 상인들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월령안을 달래야 할 것이다.

누가 돈을 싫어하겠는가.

월령안은 미소를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범씨 대공자한테 말해 주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우리'라는 게 없었다. 그녀는 한 번도 범씨 가문과 함께하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오직 그녀 월령안뿐이었다.

범씨 대공자는 월령안의 확실한 답을 듣고서 기분 좋게 떠났다. 하지만 최일은 범씨 대공자처럼 쉽게 달랠 수 없었다.

그는 최 승상이 조운 일에 대해 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최 승상은 월령안이 이 일에 개입하게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월령안이 온전히 조운을 장악하려면 그래도 황제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최일은 서둘러 돌아가지 않고, 월령안과 함께 화청으로 갔다.

"령안, 조운을 장악할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건가요?"

최일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월령안은 방긋 웃고서 되물었다.

"폐하께서는 줄곧 소금 밀매를 해결하려고 했었죠. 아닌가요?"

"방법이 있는가요?"

최일은 월령안에게 황제와 맞바꿀 수 있는 패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친김에 무적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물론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호적을 신고할 수 있게 할 수 있어요."

주나라에서는 인두세(人頭稅 - 납세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각 개인에게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조세)를 내야 했다. 인두세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보통 백성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

때문에 '연줄'이 있는 사람들은 대지주에게 빌붙어 마을에 숨어 호적을 적게 신고하거나 아예 신고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 가난한 자는 그냥 산속에 들어가 산민(山民)이 되었다.

호적이 없으면 그런 사람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점을 이용해 정탐꾼들이 숨어들기도 했다.

조정에서는 줄곧 무적자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만약 성사시킬 수 있다면, 조운 경영권을 장악하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최일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월령안이 충분한 패를 내놓을 수 있다면, 그는 절대로 그녀가 손해를 보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예전이라면 저도 전혀 방법이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은 좋은 기회예요."

최일이 이렇게 말하자 월령안은 더는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이번에 강남 관료 사회를 척결하면서 많은 소금 상인들이 연루되었어요. 조정에서는 반드시 그들 수중의 염호(鹽湖)와 염정(鹽井)을 조정은 반드시 회수할 거예요.

회수한 다음, 그냥 예전처럼 소금 허가증에 근거해 소금을 판매하면, 십 년이 지나지 않아 강남에는 또 한 무리 소금 상인들이 나타날 것이고, 강남의 관리들도 예전과 똑같이 될 것이에요. 소금 값이 너무 비싸고, 소금 밀매가 범람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정에서는 소금을 파는 방법을 바꾸어야 해요."

"소금 파는 방법을 어떻게 바꾸면 되나요?"

최일은 저도 모르게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았다.

"관아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인인 저로서는 알지 못해요. 하지만 저는 상인으로서 상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드릴게요."

월령안은 줄곧 소금은 어디까지나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소금값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소금 밀매가 범람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업계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여겼다. 일단 관아에서 개입하면, 여러 가지 부정부패와, 뒷거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상인으로서 상대방을 억누르려거나 한 가지 물품의 가격을 낮추려면, 우선 원가를 줄여야 해요. 다음으로 여러 가게에 상품을 쫙 깔아 놓는 거예요. 그러면 이 물품이 많아서 가게에 쌓일 거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거죠.

그렇게 되면, 백성들은 서둘러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가게에서는 사는 사람이 적으면 값을 내려 경쟁하게 되죠. 옆에 가게에서는 이런 광경을 보면 자연스럽게 덩달아 가격을 내려 손님을 끌려고 할 거예요.

백성들은 이 물품의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것을 보면, 물품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좀 더 기다리려 하겠죠…….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되면 그 물건의 가격은 상인의 이윤이 최저치가 될 때까지 떨어질 거예요."

월령안 같은 친구가 있기에 최일 역시 일부 상업 규칙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금은 일반 상품과는 다르잖아요. 사람은 반드시 소금을 섭취해야 하죠. 게다가 소금 생산량이 줄곧 낮다 보니 대량으로 팔 수가 없고요."

"소금도 마찬가지예요."

월령안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당신은 정말로 소금의 생산량이 백성들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할 정도로 낮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게 정말이라면, 대체 밀매되는 소금은 어디서 나온 거예요?"

최일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월령안이 말을 이어 갔다.

"소금 생산량이 높지 않지만, 수요를 감당 못 할 정도로 낮지는 않을 거예요. 소금의 생산량이 낮다고 여기는 것은 소금 상인들이 소금 생산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시장에 나가는 소금의 양을 끊임없이 줄여, 백성들에게 우리 주나라가 소금이 부족해 지금 사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거라고 착각하게 만들죠.

사실 주나라는 줄곧 소금이 부족하지 않았어요. 부족한 것은 관염(官鹽)이죠. 관염의 양은 적고 사람이 소금을 먹지 않으면 안 되고, 이런 상황에서 사염이 나타나는 거예요. 설령 관염보다 조금 비싸도 보통 백성들은 살 수밖에 없어요. 거기에 더해 사염의 가격은 며칠에 한 번씩 크게 오르죠. 그렇게 되면 백성들에게 만약 오늘 사지 않으면 내일은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착각을 주게 돼요.

물론 이건 착각이 아니에요. 사염 값은 줄곧 올랐어요. 이러면 백성들은 지금 사는 게 버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돈이 있을 때 많이 사 두었다가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월령안은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소금 허가증을 가진 상인들이 관염 출하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요. 그래서 돈푼이나 있는 백성, 소상인들도 기회를 틈타 소금을 사재기하고 소금값을 마구 올리는 거예요. 이게 바로 시중에 소금이 부족하지 않은 게 분명한데, 사염이 나오기만 하면 순식간에 없어지고 우리 주나라가 소금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원인이에요."

"저는 당신을 믿지만, 폐하께서는 믿지 않을 겁니다."

최일은 미간을 확 좁혔다.

"이 몇 마디 말로 제 재간으로는 폐하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준비해서 왔어요."

월령안은 탁자를 한번 두드렸다.

"책장 세 번째 층에서 남색 장부책을 가져오너라."

"장부책?"

최일은 연회에서 월령안이 그에게 건네던 장부를 떠올리며 대담하게 짐작했다.

"관염과 사염의 판매량에 관한 장부를 만든 건 아니겠죠?"

월령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다만 가까운 십 년간의 것이고 그 이전 수치는 수집하지 못했어요."

"당신은 참……."

최일은 한순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것을 십 년 동안 준비한 건가요?"

"아니에요. 사실은 사 년 전부터 준비한 거예요."

십 년 전이면 그녀는 아직 월씨 상사를 장악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이런 장부책을 만들 능력이 안 되었다.

"사 년 전이면?"

'육장봉과 관련된 건가?'

"장사하는 사람은 말이에요. 항상 돈이 되는 것이 보이면 그걸로 장사를 하죠. 저는 그때 급하게 돈을 벌어야 했어요. 사염 장사로 돈을 빨리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저도 한몫 잡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알고 계시잖아요…… 소금 상인들은 유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제가 아무리 권세나 신분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저를 무시하고 끼워 주지 않았어요."

월령안은 그때 일을 언급하며 아무 슬픈 감정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소금 상인들을 사 년 동안이나 마음속에 새겼다. 그리고 암암리에 그들의 소금 방출량과 근 십 년간의 수익을 수집했다. 이로부터 애당초 그녀가 소금 장사에서 큰 어려움을 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최일은 자상하게 더는 그 문제에 대해 묻지 않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사 년 동안, 그들이 소금 가격을 조작하고 소금 밀매를 한 증거를 수집한 건가요?"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역시 농담조로 대답했다.

"무슨 방법이 있나요. 원수가 있어도 당장에서 갚지 못하니, 그냥 적어 둘 수밖에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회색 옷을 입은 늙은 하인이 장부책을 들고 나타났다.

"큰아가씨, 장부책입니다."

늙은 하인은 장부책을 내려놓고 물러갔다.

"열어 보세요."

월령안이 장부책을 최일에게 건넸다.

최일은 이미 장부책에 무엇을 기록했는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열 근 이상이 되는 거래는 모두 기록되고, 개인 장부까지 상세하게 적힌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장부책에 얼마만큼 심혈을 기울인 건가요?"

월령안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했다.

"심혈은 얼마 쏟지 않았지만 돈은 정말 적지 않게 썼네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이렇게 투자한 돈을 돌려받아야겠어요."

그녀는 조운뿐만 아니라 소금 장사에도 손을 뻗으려 했다.

별수 없었다. 그녀는 이처럼 집착이 강했다.

그녀는 하고 싶었던 일은 반드시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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