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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11)화 (911/1,004)

911화 얼굴이 망가지다

월령안은 조계안과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심지어 조계안을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서 그를 칼로 찍어 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조계안에게 읍한 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갔다.

조계안은 이미 깨어났다. 그에게는 자기 사람에게 연락할 방법이 많고 많았다. 그녀는 조계안이 강남에서 죽어 버려 황제의 미움을 살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조계안은 월령안을 불러 세우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월령안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진작에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뚫어지게 월령안을 바라보며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핏기 도는 눈물이 눈에서 흘러내리고 나서야 조계안은 시선을 거두었다!

조계안은 꼼짝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한참 앉아 있었다. 그는 불에 걸쳐 두었던 토끼고기에서 타는 냄새가 날 때쯤 다시 움직였다.

"낭비할 수는 없지."

조계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까맣게 탄 토끼고기를 꺼내 찢어서 한 입, 한 입, 입으로 밀어 넣고는 기계적으로 씹었다. 마치 입안의 씁쓸함을 느낄 수 없는 듯했다.

조계안은 토끼고기를 먹고 나서 힘겹게 몸을 움직여 월령안이 한쪽에 두었던 열매를 가져왔다. 그리고 한 알, 한 알 입으로 밀어 넣었다.

열매를 다 먹은 조계안은 또 대나무 통의 물을 전부 마셔 버렸다.

산굴에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계안은 멈추었다. 그리고 약간 느린 속도로 땅에 떨어진 가면 두 조각을 주워 들었다.

그의 손가락은 하얗고 길었는데 병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가면을 든 채,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한 그는 왠지 위험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두 가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면서 좌우로 둘러 본 뒤, 그중 하나를 모닥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정중앙의 불꽃이 내려가고 다른 불꽃은 그 가면을 꽉 감싸 안았다.

조계안은 꼼짝도 하지 않고 불더미를 지켜보았다. 장작이 다 타버려 불길이 약해지는 것을 보면서도 전혀 장작을 더할 생각이 없었다.

불이 꺼져 가면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쯤 조계안은 다시 손을 썼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손에 든 가면을 부수어 땅에 버렸다. 또 불더미의 뜨거운 열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불에 빨갛게 달아오른 반쪽 탈을 주웠다. 그리고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얼굴에 눌렀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빨갛게 달아오른 가면은 그의 낯가죽에 딱 달라붙었다. 마치 그의 얼굴의 가죽과 한 몸이 된 것 같았다.

조계안은 신음 소리를 냈다.

"월령안, 앞으로 우리는…… 서로 빚진 게 없다!"

조계안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으며 아파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는 무기력하게 동굴에 기대어 눈을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최일이 흔적을 따라 사람을 데리고 조계안을 찾았을 때, 조계안 얼굴의 가면은 이미 식어 있었다.

최일은 겉에 드러난 조계안의 흉터 진 반쪽 얼굴을 보면서 은근히 짐작이 갔다.

최씨 가문은 대갓집이었다. 최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그는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조계안의 얼굴은 이미 망가졌다!

* * *

조계안이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이미 강남 총독부에 있었다. 그의 얼굴의 반쪽 가면은 여전히 있었다.

가면 아래의 얼굴이 화상을 입어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도 감히 그의 가면을 건드리지 못했다.

"소관이 이미 폐하께 서신을 써서 보냈습니다. 전하를 맞이할 사람이 곧 도착할 겁니다."

조계안이 깨자 최일은 바로 알게 되었다.

그는 부랴부랴 뛰어와 쓸데없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응."

조계안이 대답했다. 목소리가 말라서 갈라져 있었다.

최일은 조계안에게 물 한 잔을 따라 건네주었다.

조계안은 받지 않고 멍하니 눈앞의 잔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는 저도 모르게 산굴에서 월령안이 그에게 물을 건네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건 아마도 월령안이 건네준 마지막 물일 것이다.

앞으로…….

그와 월령안의 사이에는 더 이상 앞으로가 없을 것이다.

조계안은 눈을 내리깔고 시선에 드리운 자조를 지웠다. 그리고 물잔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킨 뒤,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가도 된다!"

"전하, 얼굴의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조계안은 이미 꼬박 이틀 기절해 있었다. 이 이틀간 그는 줄곧 고열이 내리지 않았다. 비록 외상의 원인도 있었으나 얼굴의 화상도 고열이 난 원인 중 하나였다.

"꺼져!"

조계안은 최일을 향해 물잔을 던졌다. 그리고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도자기로 만든 잔이 최일의 발 옆에서 깨졌다. 최일은 안색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전하께서는 강남 전체가 전하와 함께 파묻히고 나서야 만족하실 건가요?"

조계안은 말하지 않고 음산하게 최일을 바라보았다.

최일은 차갑고 자긍심을 가진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맑았으며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한참 뒤에야 조계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육장봉은?"

"대장군께서는 바다에 계십니다."

최일이 대답했다.

"언제 돌아온다고 하더냐?"

조계안이 또 물었다.

"사흘 뒤입니다."

육장봉은 이미 돌아오는 길이었다. 소식도 전해왔으니 그가 말하지 않더라도 황성사 사위는 조계안에게 알려 줄 것이다. 말 못 할 것이 없었다.

조계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기다린다!"

"전하, 폐하께 편지를 쓰세요."

최일은 말리지 않았다.

조계안의 생사가 그와 무관하다면, 최씨 가문을 연루하지 않는다면 그는 조계안이 뭘 하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또 조계안의 생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를 군자로 알고 있었다. 옥처럼 온화하고 대범한 군자인 줄로 알지만 실은 그는 군자가 아니었다.

그는 단지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조계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에 대한 황형의 중시를 잘 알고 있었다. 또 최일이 얼마나 끈질긴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황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최일은 절대적으로 그를 혼절시켜 변경으로 보낼 수 있었다.

"소관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최일이 물러가려고 했다.

"잠깐!"

조계안은 최일을 불러 세웠다. 잠깐 머뭇거린 뒤, 어색하게 물었다.

"월령안은 어디 있느냐?

"령안은 당연히 월씨 상사에 있죠."

최일은 돌아서서 의아한 시선으로 조계안을 바라보았다.

"월씨 가문 상사에 있다고?"

'월령안은 나와 함께 실종되었던 흔적을 지운 것인가?'

최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며칠간 그녀는 줄곧 월씨 상사에 있었다고?"

"물론이죠?"

"줄곧 있었어?"

"줄곧 있었어요!"

"누가 봤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보았어요."

최일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 폭우로 강남의 여러 곳에서 수재를 겪었어요. 수많은 백성의 논밭과 집이 홍수에 떠내려갔죠. 이 며칠간, 령안은 상사에서 강남의 상인들을 동원해 돈과 물품을 기부하여 관부와 함께 구재에 나섰어요."

이것 또한 똑같이 알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조계안이 조사해도 두렵지 않았다.

"구재?"

조계안은 말라 터진 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참…… 총명하구나."

이토록 깔끔하게 몸을 빼다니.

최일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조계안은 최일의 입에서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안색으로 말했다.

"내 사람을 부르거라!"

"전하, 잠시만요."

최일은 조계안이 자기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는 조계안의 신임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최일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 바로, 황성사의 사위가 들어왔다.

"전하!"

"말해, 밖의 일들을."

조계안은 헐벗은 윗몸을 침대 머리에 기댄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 눈빛은 음침하고 사악해 보였다.

"네, 전하!"

사위는 바깥의 상황을 하나하나 조계안에게 보고했다.

최일이 이번 조계안의 실종을 대대적으로 알려서 강남 주둔군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 말고는 다 최일이 말한 것과 같았다. 특히 월령안의 일은…….

푹우가 내리던 이 시간 동안, 월령안은 줄곧 월씨 상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양식, 천 등 물품들을 모아서 최일을 도와 구재에 나섰다.

물자를 모아 구재하기 위해 월령안은 이 기간 동안 많은 상사의 주인들을 방문했다. 이틀 전에는 상사의 관리인들과 함께 죽을 나누기도 했다.

월령안이 돌아다니는 기세는 강했다. 강남에서 많은 상인들과 이재민들은 모두 그녀를 보았었다. 많은 이재민들은 월령안에게 몹시 감격했다. 최일은 더더욱 사람들 앞에서 월령안을 둘도 없는 대단한 여인이자 상인들의 모범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럼 월령안은 이 기간 동안 줄곧 사람들의 앞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조계안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물었다.

사위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허…… 좀 재미있군."

조계안은 허리춤의 매듭단추를 만지작거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비웃음을 흘렸다.

그와 함께 월령안을 조사하러 갔던 사위는 모조리 죽어 버렸다. 그 무덤에서도 월령안에게 불리한 것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증거가 없었다. 그 자신 말고는 누구도 월령안이 이 시간 동안 그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었다. 심지어 월령안이 그 무덤에 갔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월령안 쪽에는 강남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입증해 줄 수 있었다. 그녀가 이 시간 동안 줄곧 상사에서 구재했다고. 그와 함께 있을 수가 없다고.

만약 그가 계속해서 월령안을 물고 늘어진다면 월령안은 완전히 그가 트집을 잡아 그를 음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가 추격당하고 고열에 시달려서 망상증에 걸렸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외부인은커녕 황형조차도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있었다.

월령안의 이 수는 매우 완벽했다.

'이번 만큼은 월령안의 손에 져도 억울하지 않겠군.'

조계안은 고집불통이며 끈질기게 매달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에 월령안의 덜미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자 깔끔하게 포기했다.

"사흘 안에, 강남의 일을 마무리 짓는다."

사흘이면 육장봉이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그는 육장봉이 월령안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월령안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조계안은 입꼬리를 쳐들고 미소를 지었다. 가면에 가려지지 않은 반쪽 얼굴에는 사악한 기운이 넘쳤다.

* * *

"쿨룩쿨룩……."

돌아오는 길에 있던 육장봉은 뱃머리에 서 있었다. 해풍이 불자 옷을 얇게 입은 그는 저도 모르게 기침을 했다.

"대장군, 감기 드시겠어요."

육일은 피풍의를 들고 앞으로 다가갔다. 육장봉이 거절하는 표정을 드러내자 그는 다급히 권했다.

"대장군께서 병이 걸리신 채로 돌아가시면 당연히 마님께서 가슴 아파하실 건데. 마님을 위해서라도 대장군께서는 건강을 조심하셔야지요."

그날 향혈해와 싸울 때, 육장봉은 줄곧 비를 맞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내내 기침을 했다.

그러나 배에 상한 사람들이 많고 약재에 한계가 있어 육장봉은 약을 모두 더욱 심하게 다친 사람들에게 양보했다. 그래서 네댓새 지났지만 육장봉은 전혀 나을 듯한 기색이 없이 여전히 기침을 하고 있었다.

"가져오거라."

육장봉은 피풍의를 걸치고 끈을 매었다. 그리고 매듭에 손가락을 살짝 걸고 아주 옅은 미소를 지었다.

'월령안이 보고 싶군.'

바람이 불자 피풍의가 바람에 나부꼈다. 육장봉의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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