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910)화 (910/1,004)

910화 월령안, 알고 있어?

"그런 것까지는 아니에요……. 전 제 자신을 구한 거예요."

월령안은 조계안의 응시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일부러 덤덤한 척하며 손에 든 마른 나무를 옆에 두고 뱀 담을 담은 대나무 통을 찾아 조계안에게 건네주었다.

"뱀 담이에요. 해열과 해독 작용이 있죠."

조계안은 뱀 담을 삼킨 뒤, 자기의 얼굴을 만져 보고는 유유하게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너만 내 얼굴을 보고 살아 있다는 거지?"

"네!"

'조계안의 이 말은 무슨 뜻이지?'

강렬한 불안감에 월령안을 손을 멈출 수 없었다. 뱀 담을 건넨 후, 월령안은 또 끓였다가 식힌 대나무 통을 조계안에게 건네주었다.

"물 좀 마시세요."

조계안은 물을 받아 다 마시고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 얼굴을 보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알아?"

"열매 좀 드실래요?"

월령안은 또 조계안에게 열매를 한 줌 건네주었다.

이번에 조계안은 받지 않고 월령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월령안, 도망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제가 전하를 살렸어요."

'조계안이 먹지 않는다면 내가 먹을 거야.'

그녀는 배가 고프지도, 출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꾸 불안하고 몹시 불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조계안의 그 얼굴과 마주하자 그녀는 마음속으로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일시적으로 조계안이 황제의 얼굴로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건 너무 폐하 같지 않아. 물론 조계안 같지도 않고.'

눈앞의 이 익숙하고도 낯선 조계안을 보자 그녀는 어떻게 마주할지 몰라 당황스러워졌다.

"너도 말했잖아. 네 스스로를 구한 것이라고!"

조계안은 불 위에 걸쳐진 채, 구워지고 있던 토끼고기를 내려서 익은 겉 부분을 찢어내고 느긋하게 먹기 시작했다.

그는 배고파 깨어난 것이었다!

깨어나자마자 산굴의 상황을 보고 자기의 상처가 처리된 것을 보자 그는 월령안이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것을 발견한 그는 기분이 미묘하게 좋아졌다. 이 희열은 그가 얼굴에 가면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사라졌다.

월령안이 그의 얼굴을 본 것이다!

황실이 외부 사람에게 알릴 수 없는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저도 확실히 전하의 목숨을 살리기는 했잖아요."

월령안은 조계안과 도리를 따지려고 했으나 조계안이 도리를 따진다면 조계안이 아니었다.

조계안은 말을 잇지 않고 입 안의 토끼고기를 삼킨 뒤에야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너는 내 얼굴을 보고 황실 사람밖에 모르는 비밀을 알았어. 월령안, 말해 봐, 내가 널 어찌하면 좋겠어?"

조계안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목소리는 명랑했다. 마치 천진난만한 소년 같았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의 말에 담긴 뼈가 시릴 정도의 차가움을 느꼈다.

조계안은 지금…….

"전하, 이건 사고입니다!"

'조계안이 설마 날 죽여서 입을 막으려는 것은 아니지?'

월령안은 스스로 간이 작지 않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조계안의 음침한 눈동자와 마주하자 그녀는 결국 묵묵히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

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했다. 그녀는 조계안의 시선에 몹시 불안해졌다.

조계안은 몹시 사악했고 성질도 괴팍하여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가 안면을 몰수한다면 바로 몰수하는 데다가 황제라는 대단한 뒷배경도 가지고 있어 일을 행할 때, 전혀 거리끼는 것이 없이 제멋대로였다.

"피하기는 왜 피해…… 너는 간이 아주 크잖아? 왜? 개에게 먹혔어?"

월령안은 뒤로 움직여 동굴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의 얼굴은 모두 어둠 속에 파묻혔다.

그는 손에 든 토끼고기를 한 층 다 먹어버렸다. 남은 설익은 부분에 피가 묻어 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찢어서 입에 넣었다.

월령안은 황제와 닮은 조계안의 얼굴을 보기 싫어 시선을 내리깔고 피에 물든 새빨간 그의 입가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겁이 났다.

본 것이 많은 월령안도 겁이 났다.

월령안은 입으로 열매를 밀어 넣으며 조계안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조계안이 입을 열었다.

"월령안, 알고 있어? 십일 년 전에 네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북요에서 청주 월씨 가문으로 데려온 사람은 육장봉이 아니라 나다!"

월령안은 고개를 들고 조계안을 바라보았다.

"왜? 믿어지지 않아?"

조계안은 눈을 치켜뜨고 있었는데 그의 입가에 묻은 피와 어우러져 사악한 기운을 풍겼다.

"더 믿을 수 없는 일도 있는걸."

조계안의 음산한 시선에 조롱의 의미가 가득 담겼다. 월령안이 말을 묻기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십일 년 전, 너의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북요에 있었던 것은……."

조계안은 일부러 말을 멈췄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시선으로 월령안을 바라보며 그녀가 애원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고 말았다!

월령안은 그를 바라보며 전혀 절박한 기색이 없이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물어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넌 참, 점점 재미없어지는구나."

조계안은 "칫" 하고 손에 든 토끼고기를 불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손을 들어 입가의 피 흔적을 닦았다.

"전 줄곧 재미없었어요."

그녀의 인생은 월씨 가문과 육장봉을 제외하고는 다른 색을 띠지 않았다. 조계안은 물론, 그녀조차도 자신이 몹시 재미없다고 느껴졌다.

"물!"

조계안은 월령안을 향해 아래턱을 쳐들었다.

월령안은 잠깐 멈췄다가 물 한 통 꺼내 조계안에게 넘겨주었다.

조계안은 한 모금 마시고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난 그래도 방금 전, 조심스럽던 너의 모습이 더 좋은걸."

월령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계안도 화를 내지 않고 물통을 옆에 두고 정색해서 말했다.

"난 네가 날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 그러나 내가 앞으로 하는 말을 넌 잘 들어야 해. 한 번만 말할 테니까. 날 살린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두지."

월령안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녀는 조계안이 무슨 말을 할지 대략 짐작이 갔다. 가능하다면 그녀는 조계안더러 말을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녀는 전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현실을 도피하고 있었다.

그때의 일이 조금씩 밝혀질수록 그녀는 이미 현실을 도피할 능력이 없어졌다.

그래서 월령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선택권을 조계안에게 넘겨주었다.

조계안이 말한다면 그녀는 들을 것이다.

조계안이 말하지 않는다면 그녀도 캐묻지 않을 것이다.

"그때, 너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북요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에 쫓기고 있었다. 그들은 원래 도망쳐 나왔으나 나와 육장봉이 북요에서 신분이 노출되는 바람에 북요 황실의 추격을 당했지. 그들 두 사람은 명령을 받고 돌아와서 나와 육장봉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어. 그 명령을 내린 사람은 바로……."

'영감님!'

월령안은 묵묵히 마음속으로 조계안의 말을 받았다.

월씨 가문은 은상(隱商)이었다. 어두운 곳에 숨어 황실을 위해 장사를 하고 황실의 명령만 듣는 상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암황밖에 없었다.

십일 년 전, 암황은 노인이었다.

"염 황숙이시다."

조계안은 말을 돌리지 않고 평온하게 말을 마쳤다.

그러나 월령안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마음이 텅 빈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 그녀의 마음에 들어와 도려낸 것 같았다.

그녀는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육장봉은 그때 월씨 가문의 진정한 신분을 몰랐어. 그들이 사고로 개입된 줄 알았지. 네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죽은 뒤, 육장봉은 그들을 충의지사(忠義之士)로 여기고 거기에 파묻으려고 했어.

난 그때 이미 암황의 후계자였어. 난 네 아버지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 또 그들이 왜 돌아왔는지도 알고 있었고. 그들이 북요에서 죽은 뒤, 청주의 월씨 가문에서 반드시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과 누군가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지.

나야! 내가 억지를 부려 네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시신을 주나라로 옮기자고 했어. 또 내가 억지로 그들의 시신을 청주 월씨 가문으로 보낸 거야."

조계안은 자신을 미화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물론, 난 네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희생에 뭔가를 느껴서 그들의 시신을 돌려보낸 것은 아니야. 내가 고집을 부리면서 너의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시신을 가져간 것은 이 핑계로 정정당당하게 청주로 돌아가 너희 월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를 고르려고 했던 거야.

다만, 내가 늦었지. 내가 청주에 도착했을 때, 월씨 가문에서는 너 말고 모두 죽어 버렸어. 하는 수 없이 난 다른 사람을 골랐어. 범씨 가문이 바로 내가 골라낸 것이야. 됐어, 난 말 다 했어. 넌 뭐 할 말 있어?"

말을 마친 조계안은 월령안이 전혀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먼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눈을 감고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전…… 할 말이 없어요."

그녀는 지금까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노인이 왜 자기한테 이렇게 잘하는지?

왜 자기를 위해 이렇게 많은 것을 하는지?

이 세상에는 아무 이유 없는 호의는 없었다. 노인처럼 세상 만고를 겪고 세상의 모든 악함을 만난 사람은 더더욱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약해지거나 베풀지 않을 것이다.

그녀도 자신이 개인 매력만으로 어엿한 암황이 그녀를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쓰고, 이름을 숨기며 그녀를 위해 피와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노인이 그녀에게 빚진 것이 있어서, 그래서 그녀에게 죄책감이 들어 잘해 주고 손녀처럼 키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도 노인은 분명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에 연루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바로 예상했었기 때문에 그녀는 줄곧 북요로 가지 못했고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북요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조사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는 노인의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줄곧 노인의…… 그날을 기다렸다. 그날이 오면 그녀는 북요로 가서 그때의 일을 조사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 월씨 가문 사람들을 알아내자 월씨 가문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것에 대해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안도하기도 했다.

손을 쓴 사람을 알아냈으니 적어도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노인의 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마음속의 불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조계안은 그녀에게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으나 노인에게 핍박당해 돌아가서 육장봉과 조계안을 구하다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육장봉도 있었다!

애초에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시신을 청주로 가지고 돌아왔을 때,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육장봉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때 어려서 생각을 깊이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육장봉이 왜 직접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시신을 청주로 가지고 돌아왔는지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그가 그들의 은혜를 감사하게 여긴다 해도 육씨 가문 장군이 직접 가져올 필요는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개 상인이었고 신분이 낮았다. 육장봉은 육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주변에 그를 보호할 사람이 수두룩하고 그를 위해 죽을 사람도 수두룩했다. 그런 그가 직접 시신을 청주로 돌려올 만큼 일개 상인을 존중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지금…….

조계안이 그녀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모든 것은 황실의 필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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