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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09)화 (909/1,004)

909화 네가 날 구한 것이냐?

이토록 큰 상처를 입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니, 조계안의 삶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녀가 전에 조계안에게 먹인 그 약의 공로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월령안은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천 조각을 들고서 밖에 나가 빗물을 받았다. 그리고 조계안 몸의 상처를 깨끗이 닦아 주었다. 닦을 수 없는 곳은 비수를 뜨겁게 달구어 비수로 상처 위의 오물과 허옇게 뜬 살을 도려냈다.

칼을 잡은 월령안의 손은 매우 안정적이었고 힘 조절도 적당했다. 그러나 살을 도려내는 아픔은 보통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조계안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 감각도 없었던 것이다.

월령안은 조계안의 '협조'를 다행으로 여기는 동시에 또 살을 도려내는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조계안이 정말 살아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고 해야 할 것은 해야 했다.

월령안은 지니고 있던 외상약과 연고를 조계안의 상처에 발랐다. 또 말린 천 조각으로 꽁꽁 싸맸다.

조계안 몸의 상처를 다 처리한 월령안은 이제 정말 기운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마른 흑의를 꺼내 조계안의 몸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모닥불 위에 말려 뒀던 남은 옷들을 넣어둔 채 산굴을 태우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자 동굴 벽에 기대어 실신했다.

그녀는 휴식이 필요했다. 잠깐이면 되었다.

월령안과 조계안은 잠시 안전해졌던 그때, 밖은 발칵 뒤집어져 있었다.

조계안은 이미 닷새 동안 실종되었던 것이다.

조계안이 실종된 넷째 날, 최일의 사람은 성밖에서 사위의 시체 네 구를 찾았다.

잘 살펴보니 이 넷은 바로 조계안의 신변을 따라다니며 조계안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던 사위였다!

조계안이 강남의 사건을 조사한 뒤, 강남의 성밖에서 실종되었고 호위는 참사했다. 그리고 조계안은 행방불명이 된 채, 생사도 알 수 없었다.

이렇게 큰일을 최일은 숨길 수도, 숨겨서도 안 되었다.

강남에서는 이 네 사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계안과 함께 강남으로 온 사위는 무려 수십 명이 되었다.

최일이든, 사위든, 모두 조계안에게 일이 생긴 뒤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

조계안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최대한 빠르게 궁에 전해졌다.

황제는 조계안이 조방 방주와 강남 총독을 잡아들인 뒤, 신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추격당하고 지금까지 행방불명되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난각까지 다 부술 뻔했다.

"간도 크구나! 범의 간이라도 먹은 것이냐? 감히 짐의 동생에게 손을 쓰다니! 짐이 너무 만만해 보여서 그들은 짐이 사람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감히 짐의 동생을 건드리다니. 그놈의 구족을 멸하겠다! 짐의 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짐은 강남 전체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다!

최일에게 명령을 전하거라. 그더러…… 땅을 세 척 파더라도, 강남을 발칵, 뒤집더라도 계안이를 찾아내라고 하거라. 못 찾으면 그도 짐을 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형부, 이부, 호부에 명령을 전하거라! 그들 삼부더러 손을 잡고 강남 관가를 엄밀히 조사하라고 하거라! 그리고 소금 밀매 일을 엄밀히 조사하거라! 강남 관가의 사람들은 하나하나 세세하게 조사하거라. 잘못 죽이더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병부, 추밀원에 명령을 전하거라. 그들더러 강남 주둔군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하거라. 직무에 태만하거나 직권을 남용하거나 횡령을 받은 자들은…… 모두 목을 친다!"

황제는 수 차례 연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린 그는 그것만으로 부족한지 또 금군 통령 두위더러 금군을 데리고 강남에 다녀오라고 했다.

"강남에 가서 조왕을 찾거라. 조왕을 찾지 못하면 너희들도 돌아올 필요가 없다!"

"네, 폐하!"

두위는 마음이 황공하여 맞은편에 있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황제를 보자 감히 한 마디도 더 하지 못했다. 심지어 감히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길 생각도 못 한 채, 궁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금군을 데리고 강남으로 향했다.

황제는 사람을 하나하나 파견했지만 속으로 여전히 불안했다. 혹시나 뭔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을까 봐 끊임없이 난각에서 돌아다녔다.

갑자기, 황제는 걸음을 멈추었다.

"장봉은? 그가 강남에 있지 않았느냐? 그는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 그가 강남에 있었는데도 조계안에게 이렇게 큰일이 생기다니. 그는 설마 짐과 조계안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 아니냐!"

"폐하, 전에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대장군께서는 사람을 거느리고 해적 향혈해와 암거래를 추격하러 떠났습니다."

이반반도 조마조마한지라 황제의 말을 듣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장봉이는 무엇을 하는 것이냐? 계안이가 필요로 할 때, 강남에 없었다니! 한낱 해적을 상대하는데 대장군이자 추밀원사가 나서서 쫓을 필요가 있느냐!"

황제는 방금 누른 노여움이 확 치밀어 올랐다.

이반반은 움찔하더니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조왕이 실종될 줄 누가 알았겠어?'

황성사와 추밀원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대장군은 황성사에 협조할 필요가 없었다. 조왕에게 일이 생긴 것은 정말 대장군과 상관이 없었다.

"장봉은 꼭 나서야 할 때 안 나서고 나서지 말아야 할 때 굳이 나서더라!"

황제는 비록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이 일이 육장봉 탓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제는 그저 마음속의 분을 삭일 수 없었을 뿐이었다.

육장봉으로 화풀이를 할 수 없자 황제는 또 분노의 화살을 월령안에게 돌렸다.

"모두 월령안 탓이다! 월령안이 강남 총독과 척을 지지 않았더라면, 월령안이 향혈해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 그 화근도 괜찮은데 짐의 동생만 그녀 때문에 행방불명 되다니! 월령안, 조계안에게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계안에게 일이 생긴다면 짐은 그녀가 함께 묻히게 할 것이다!"

"폐……."

강남 관리가 부패한 게 월령안과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만약 월령안이 강남 관가의 일을 까발리지 않고 강남의 관리들이 계속해서 나쁜 짓을 하게 내버려 두었다면 강남이 계속해서 주나라에 속할 수 있겠는지도 말하기 어려웠다.

월령안은 분명 공을 세운 것이었다!

아무리 황제의 사람이라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반반은 황제의 그 말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잔뜩 노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황제를 보자 이반반은 계속해서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의 목숨보다 자기 목숨이 더 중요한 법.

'월 낭자, 절대 제가 낭자를 위해 말을 안 했다고 탓하지 마세요. 전 정말 그럴 담이 없어요. 전 그냥 낭자를 위해 조왕 전하가 무사하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아니면 대장군과 염 황숙도 낭자를 보호하지 못하실 거예요!'

월령안이 깨어났을 때, 비는 이미 그쳤다. 그러나 바깥의 날씨는 여전히 음침하고 탁하며 기온도 내려갔다. 나무 판자로 동굴 입구를 가리고 있어도 월령안은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날씨는 동굴에서 불을 쬐기 딱 좋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반드시 나가서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그녀는 배고팠다!

얼마나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전에 하루 밤낮 꼬박 뛰어다니며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에 계속해서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배고파서 자기 스스로를 잡아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음식을 먹지 않더라도 조계안은 뭔가를 먹어서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조계안은 분명 견디지 못할 것이다.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고 곧 꺼질 것 같은 모닥불에 건초와 나뭇가지를 한 줌 넣었다. 그리고 또 조계안의 옆으로 와서 그의 이마를 만져 보았다. 열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월령안은 마른 흑의를 그의 몸에 덮어 주고 나무 판자를 연 뒤, 밖으로 나갔다.

비는 그쳤으나 땅에 고인 물은 마르지 않았다. 풀이 있는 곳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풀이 없는 곳은 밟으면 온통 진흙이었다. 월령안은 비틀거리면서 걷다가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하는 수 없었다. 그녀는 배가 고파 기운이 전혀 없었다.

월령안은 나뭇가지 하나를 찾아서 땅을 짚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오늘 뭘 찾아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녀의 현재 체력으로는 수렵이나 새알 서리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 먹을 수 있는 야생 열매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산나물을 찾는다면 더욱 좋았다.

'아니지, 산나물을 찾아도 끓을 솥을 찾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지.'

월령안이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멀지 않은 풀숲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월령안은 깜짝 놀라서 비수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웬 놈이야?"

잠깐 기다렸으나 아무런 기척도 없자 월령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한 손에는 나무막대기를, 다른 한 손에는 비수를 쥔 채, 조심스럽게 소리가 난 곳으로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마치 큰 적을 만난 것처럼 몹시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그녀는 나무 앞에 쓰러진 토끼를 보았을 때, 그만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이게 바로 한 것 없이 이득이 생긴다는 건가?"

그녀의 운은 줄곧 별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의 운은 괜찮았다.

월령안은 미소를 짓고 토끼를 집어 들었다.

부딪혀 죽은 토끼는 매우 통통했다. 그녀와 조계안 두 사람이 먹기에는 충분했다. 토끼를 얻은 월령안은 더 이상 수림에서 오래 돌아다니지 않고 야생 열매 몇 알을 더 주운 뒤,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은 월령안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그래도 두어 걸음 더 걸어서 강가로 왔다. 그리고 토끼의 가죽을 벗겨 깨끗이 씻었다.

물이 그나마 맑은 것을 보고 월령안은 또 수림에서 대나무 몇 가닥을 잘라 물을 길었다.

그녀와 조계안은 음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물도 필요했다.

월령안은 물을 긷고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물에서 물뱀 한 마리가 기어 나오더니 월령안의 얼굴을 덮쳤다. 다행히도 월령안은 반응이 빠른 데다가 침착하여 칼로 뱀의 머리를 잘랐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뱀 머리가 몸과 분리되었다. 뱀 머리는 땅에, 뱀 몸뚱어리는 물에 떨어졌다. 월령안은 땅에 주저앉아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가 반응이 빨라 뱀에게 물리지는 않았으나 많이 놀라기는 했었다.

한참 뒤에야 월령안은 놀라움을 진정하고 땅에 떨어진 채, 입을 뻐끔거리는 뱀 머리를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순순히 구덩이를 파서 뱀 머리를 묻었다.

월령안은 뱀 몸뚱어리도 놔두지 않고 강가에서 배를 갈랐다. 그리고 나뭇가지로 한 단락씩 꿴 뒤, 뱀 담도 대나무 통에 담았다. 돌아가 조계안에게 먹일 생각이었다.

월령안이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왔지만 조계안은 여전히 깨지 않았다. 월령안은 그의 숨이 아직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 이상 그를 신경 안 쓰고 대나무 통을 불에 걸쳐서 굽기 시작했다.

또 모닥불을 따로 분리한 뒤, 옆에서 토끼고기와 뱀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뱀고기는 빨리 익었다. 월령안은 구우면서 먹었다. 뱀 한 마리를 다 먹자 체력이 점차 회복되었다.

그녀는 동굴 안에서 앉아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가 불을 지필 수 있는 마른 나무와 약재를 찾아 보았다.

산굴 안에서 토끼고기가 익고 있어 월령안도 감히 멀리 가지 못했다. 대략 일각이 지난 뒤, 그녀는 돌아왔다.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조계안이 동굴에 기대어 앉아 불더미 위의 토끼고기를 응시하며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깨셨어요?"

월령안은 잠깐 멈칫했다.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들을 떨어뜨릴 뻔했다.

'엄마야, 폐하의 얼굴을 하고 음산하게 토끼고기를 노려보니 정말 위화감이 드는데.'

"네가 날 구한 것이냐?"

조계안은 유유히 고개를 들었다. 불빛 아래 흉터가 있는 그의 얼굴은 음침하고 창백하게 일그러져 이상하게 무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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