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3화 배가 가라앉는다!
“종씨, 잘 살펴보라고!”
육장봉은 사람들에게 임무를 맡긴 뒤, 떠나기 전에 특별히 종씨에게 귀띔했다.
종씨는 듬직하고 지혜로웠다. 종씨가 지켜보고 있다면 육장봉은 안심이 되었다.
“대장군, 걱정하지 마세요. 저 종씨는 절대 대장군께 실망을 끼쳐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종씨는 한참 기다렸으나 육장봉이 자기에게 임무를 맡기지 않자 속으로 조금 실망했었다.
육장봉이 그더러 지휘하라고 하자 종씨는 감격스러워서 다급히 걸어와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
“저 종씨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절대 향혈해 그 개자식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응.”
육장봉이 명령을 내린 뒤, 흉터 일행도 전갑을 입었다.
전갑은 육중한데다 거추장스러웠다. 싸우기는커녕 전갑을 입고 빗속에 서 있기만 해도 답답해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흉터 등 사람들은 평소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것에 익숙해져 전갑의 속박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불편해했다.
그러나 가장 반항적인 흉터를 포함하여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장군이 전갑을 입으라고 한 것이 자기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장봉은 흉터 일행을 데리고 왼쪽의 전함에 올랐다. 그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몰아서 향혈해 양측 호위에 전함에 바짝 다가가라고 명령했다.
전함 위의 사람들은 육장봉 일행이 기세등등하게 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빠른 속도로 주선(主船)에 갔다. 그리고 향혈해에게 보고했다.
“소주! 육 대장군의 사람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기세로 보면 마치…….”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늘을 뒤덮는 화살 비가 그들의 배에 쏟아졌다.
“이 날씨에 전쟁을 벌이다니. 육장봉은 미친 건가?”
향혈해는 선두에 서 있었다. 그는 온몸이 바닷물에 흠뻑 젖어 있었는데 화살 비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당황하여 앞으로 두어 걸음 걸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빗물로 감출 수 없는 당혹함이 서려 있었다.
“활을 쏘거라! 거리를 벌려 그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거라!”
신비궁의 우세는 바로 장거리 공격이었다. 만약 육장봉의 사람들이 그들의 전함에 올라탄다면 신비궁의 우세는 사라지고 만다.
향혈해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육장봉은 더욱 잘 알고 있었다.
향혈해가 미처 반응하지 못한 틈을 타 육장봉은 궁수들더러 끊임없이 활을 쏘게 했다. 하늘을 뒤덮는 화살 비를 방패로 삼아서 급속도로 향혈해의 호위 전선을 향해 나아갔다.
향혈해는 전선 위의 사람들이 육장봉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지쳐 있어 자기의 강점을 포기한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신경 쓰지 못한 채, 바로 옆의 호위 전선에 올라타고 신비궁 한 대를 빼앗았다. 그리고 육장봉의 배를 조준하며 말했다.
“활을 쏘거라. 그들의 배를 적중하거라!”
슉…….
향혈해의 목표는 명확했다. 화살 머리가 적중한 위치도 매우 절묘하여 뱃사람이 아무리 빨리 반응해도 대응할 수 없었다.
다만 “퍽”하는 굉음과 함께 화살은 배 바닥에 꽂히면서 거대한 충격이 생겼다. 그리고 곧장 위로 날아갔는데 그 자리는 마침 흉터가 있던 자리였다.
흉터는 허겁지겁 피하고 조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대장군, 배가 망가졌어요!”
“그래!”
육장봉은 검을 휘둘러 신비궁이 쏜 화살을 날려 보냈다. 그리고 그들의 배를 적중하여 흥분해 마지않는 향혈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급하지 않다!
“육장봉, 난 또 네가 얼마나 대단한가 했네. 결국에는…… 겨우 이 정도로군!”
단번에 육장봉의 배를 적중하자 향혈해는 흥분되어 어쩔 줄 몰랐다. 그는 뛰고 소리를 지르며 다시 한번 쇠뇌를 당겨 화살 머리를 육장봉이 있는 전선으로 돌렸다.
“날 봐. 너에게 한 번 더 먹여 주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화살이 날아갔다.
목표물은 크고 향혈해의 조준도도 평범한 궁수들보다 위였다. 이 화살은 당연히 또 적중되었다!
그러나 이번 화살은 갑판을 꿰뚫지 못하고 꽂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육장봉의 배에 큰 어려움을 가져왔다.
육장봉이 있는 전선은 체적이 크지 않고 물을 먹는 양도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큰 배도 연속 구멍이 두 개 나는 것을 버티지 못했다.
곧, 배는 물이 들어와 평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배 전체는 앞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배에서 몇몇 뱃사공들은 끊임없이 밖으로 물을 퍼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물이 지나치게 빨리 들어오는데다 하늘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배 전체는 통제를 받지 않고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대장군, 우리 배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배 아래의 구멍을 막던 뱃사공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육장봉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괜찮다, 계속해서 전진한다.”
이미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져도 갑판 위에 서 있는 육장봉은 사람들의 초점이었다.
향혈해가 명령할 필요도 없이 향혈해의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모두 육장봉을 향해 활을 쏘았다.
육장봉은 혼자서 상대 전선의 구 할 이상의 화력을 받아들였다. 만약 향혈해 수중의 신비궁이 많지 않아 궁수들처럼 번갈아 교체할 수 없지 않았다면 육장봉은 조금도 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가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은 없어. 이건 명령이다!”
전투의 빈틈을 타 육장봉은 차가운 시선으로 상대방을 스쳐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의심할 수 없는 냉혹함이 담겨 있었다.
“네, 대장군!”
뱃사공은 더 이상 대장군의 명령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는 얼굴을 한 번 훔친 뒤, 다급히 뛰어 내려가 다른 뱃사공더러 계속해서 앞으로 가라고 통지했다.
촤아…… 촤아…….
배에 물이 들어오자 배가 많이 무거워졌다. 뱃사공들이 전력으로 앞을 향해 나가아도 배가 전진하는 속도는 점차 느려졌다.
느려지는 것은 가장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배의 물이 가슴까지 찼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배를 몰 수 없습니다.”
뱃사공들은 물속에 서서 점점 내려앉는 배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온통 절망뿐이었다.
배 바닥에는 온통 구멍이었다. 막아도 소용없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물을 퍼냈다. 그러나 물을 퍼내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배에 물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빠르지 못했다.
“배가 가라앉는다!”
곧, 물은 목까지 차올라 더 이상 노를 저을 수 없었다.
“대장군의 명령이시다. 갑판으로 간다!”
흉터는 헐레벌떡 선실로 뛰어가 선실 아래의 뱃사공들을 불러냈다.
이때, 배는 이미 바다에 반 정도 가라앉았다. 갑판 위에도 온통 물이었다.
전갑을 입은 육장봉은 물에 잠긴 채, 향혈해와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에는 각자 신비궁이 들려 있었다.
육장봉의 손에 들린 신비궁은 그가 빼앗아 온 것이었다. 그가 빼앗은 신비궁에는 화살이 한 대밖에 없었다. 그러나 육장봉에게는 화살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신비궁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육장봉은 신비궁을 향혈해에 조준했다. 거의 동시에 육장봉의 배가 곧 침몰한다는 것을 보아낸 향혈해는 공격을 포기하고 신비궁의 방향을 돌려 육장봉을 겨냥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활을 당겨 화살을 쏘았다.
슉! 슉!
두 사람 수중의 화살은 거의 동시에 날아올라 상대방을 향해 날아갔다.
“슉”하는 소리와 함께 두 화살은 공중에서 만났다. 육장봉이 쏜 화살은 강한 충격이 담겨 있어 향혈해가 쏜 화살을 둘로 나누었다. 그리고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은 채, 향혈해를 향해 날아갔다.
“안 돼! 그럴 리 없어!”
신비궁을 손에 든 향혈해는 날아오는 화살을 바라보며 제자리에 멈춰선 채, 움직일 수 없었다.
‘육장봉이 내 화살을 둘로 쪼개다니. 어떻게 한 것이지?’
이런 시기에 이런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지 말고 피해야 한다고 이성이 말해 주었다.
그러나 육장봉의 강대한 살기 앞에서 그의 두 발은 마치 뿌리라도 자란 것처럼 제자리에 멈춰선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한없이 커지는 동공만이 그가 지금 느끼는 두려움을 나타낼 뿐이었다.
화살이 곧 향혈해의 머리를 적중하려는 순간, 그의 뒤에 있던 호위가 앞으로 덮치면서 향혈해의 앞을 가로막았다.
“소주, 조심하세요!”
화살은 향혈해의 호위를 꿰뚫고 강대한 충격으로 그를 뒤까지 날려 보냈다. 그가 막고 있던 향혈해마저도 이 충격에 뒤까지 떠밀려 넘어졌다.
“소주!”
“소주!”
향혈해가 있는 전선은 혼란스러웠다. 육장봉은 손에 든 신비궁을 뒤에 있는 선원에게 던져주고 차갑고 도도하게 명령했다.
“쳐들어가서 그들의 쇠뇌를 족치자!”
“네, 대장군!”
흉터는 사람을 데리고 앞으로 와 이 장면을 보자 몹시 흥분되었다. 육장봉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는 먼저 선간(船竿)의 노끈을 잡고 날 듯한 속도로 적의 전선으로 뛰어갔다.
“나한테 쇠뇌를 줘!”
흉터가 앞으로 쳐들어가는 순간, 육장봉은 궁수에게서 손에 든 쇠뇌를 받아 화살 세 대를 꺼내 활시위를 당겼다.
슉! 슉! 슉!
연속 세 번의 화살이 날아올라 흉터의 좌우를 보호했다. 화살은 흉터에게 날아드는 화살들을 하나하나 적중해 떨어뜨렸다.
슉! 슉! 슉!
또 화살 세 대가 날아갔다. 적수의 궁수에게 숨을 돌릴 기회를 주지 않고 육장봉의 화살 세 대는 다시 한번 흉터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떨어뜨렸다. 육장봉의 엄호를 받으며 흉터는 순조롭게 적의 배에 올랐다.
흉터가 성공적으로 배에 오르자 다른 뱃사람들도 자극했다. 다른 뱃사람들은 하나하나 노끈의 충격력을 빌려 적의 전선으로 뛰어올랐다. 육장봉도 차별하지 않고 화살을 쏘아서 그들이 순조롭게 적의 배에 오를 수 있게 보호했다.
육장봉의 엄호를 받으며 다섯 뱃사람들은 순조롭게 적의 배에 올랐다. 그들이 배에 올라서 처음 한 일은 바로 신비궁을 손에 든 궁수들에게 칼을 휘두른 것이었다.
여섯 번째 뱃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건너갔을 때, 신비궁의 화살에 의해 날아간 향혈해가 애써 기어 일어났다.
육장봉이 쏜 그 화살은 큰 힘을 담고 있어서 호위에게 가로막혀도 향혈해는 여전히 다쳤다.
그는 가슴팍의 상처를 움켜쥐고 일그러진 얼굴로 노호했다.
“그들을 죽이거라! 신비궁이 어디 있느냐? 나한테 줘. 난 육장봉을 죽여 버리겠다! 그를 죽여 버리겠다!”
그는 신비궁의 도움이 있는 상황에서도 육장봉이 그를 다치게 할 줄 몰랐다!
역시, 육장봉은 그가 큰일을 이룩하는 데 발목을 잡는 방해물이었다.
육장봉이 죽지 않는다면 그는 영원히 조씨 황실을 이길 수 없었다.
그는 오늘 반드시 육장봉을 죽여야 했다!
“소주, 여기는 위험합니다!”
향혈해의 호위는 흉터 등 사람들이 배에 오른 것을 보고 향혈해더러 먼저 떠나라고 했다.
그러나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향혈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켜!”
그는 호위를 홱, 밀치고 가슴팍의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난폭하게 궁수의 손에서 신비궁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힘껏 활시위를 당기고 이를 악물며 화살머리를 육장봉에게 겨냥했다. 그의 두 눈은 분노의 불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