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2화 도망치려고?
그러나 사실은 배의 사람들 대부분이 짐 덩어리였다. 전쟁에 참여하기는커녕 발목을 잡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육장봉의 배가 쫓아온 것을 보고 향혈해는 날씨가 열악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속으로 전진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뒤에 있는 호위 세력더러 육장봉의 배를 부딪히라고 했다.
“모든 대가를 아끼지 말고 그들을 막거라. 절대 그들이 쫓아오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종씨 그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향혈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그들은 절대 육장봉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날씨가 열악한 틈을 타 재빨리 도망치는 것이었다.
바다 위가 이렇게 넓으니 그들이 빨리 도망만 친다면 육장봉 일행은 분명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이번 도망에만 성공한다면 그는 앞으로 반드시 육장봉에게 본때를 보여 줄 것이다!
“도망치려고?”
향혈해가 도망치고 싶어 한다고 육장봉이 어찌 기회를 주겠는가?
“전쟁을 벌이는 데 급해하지 말고 그들을 바짝 지켜보거라.”
“장군, 제가 몇몇을 데리고 그들의 배를 박살 내겠어요.”
흉터가 나서며 먼저 청했다.
어디서든 위로 올라가려면 반드시 공로를 세워야 했다. 사람을 관리하고 거느리는 데 종씨보다 못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흉터지만 덮치고 때리는 데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 또한 흉터기도 했다.
“얼마만큼의 승산이 있느냐?”
육장봉은 급히 응하지 않았다.
그는 향혈해 무리를 잡아들이고 싶었으나 흉터 등 사람들의 목숨으로 바꿀 생각은 없었다.
흉터 등 몇몇은 이번 전쟁을 기회로 그 앞에서 잘 좀 보여서 좋은 미래를 바꿔오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그도 이번 전쟁에서 바다 위의 깡패들을 잘 수복하여 그들이 기꺼이 복종하고 앞으로도 순순히 말을 듣게 하고 싶었다.
흉터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신중하게 말했다.
“육 할입니다.”
“육일, 네가 그들과 함께 가거라. 잘 살피고.”
이 사람들과 며칠 지내 본 육장봉은 흉터 이들이 얼마나 말을 잘 안 듣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개인 작전 능력은 매우 강했다. 그러나 사람마다 자기만의 특점이 아주 강했으며 야생적이어서 훈련시키기 힘들었고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
전쟁터에서 이런 성질은 치명적이었다.
두 군대가 전쟁하는 것은 개인의 전쟁터가 아니었다. 함께 힘을 합쳐 합작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명령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인다면 그의 개인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많은 사람들을 해칠 수 있었다.
육장봉은 흉터의 개인 능력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큰 국면을 고려하여 자기의 개인 공로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육장봉은 육일을 보냈다.
흉터 등 몇몇은 비록 매우 내키지 않았으나 앞으로 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위에 반드시 관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전처럼 모든 일을 제멋대로 굴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내키지 않아도 동의했다.
그들이 조정의 관리를 받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런 날이 올 것을 예상했었다!
육일의 인솔하에 흉터는 다섯 사람을 데리고 쪽배에 올라탔다.
이때, 폭우는 멈추지 않았고 해풍도 아주 셌다. 쪽배는 풍랑에 의해 이리저리 떠돌았다. 언제든지 부서질 것 같았다.
“폭풍우가 너무 세. 이러면 안 되겠어……. 우리 그냥 바다로 뛰어들자.”
흉터 등 몇 사람은 쪽배에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몇 번 시도해 보았으나 결국 쪽배를 포기하고 물에 뛰어들기로 했다. 그러나 육일에 의해 저지당했다.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 그들의 배에는 신비궁(神臂弓)이 있다!”
향혈해가 이번에 데리고 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싸움을 못했다. 안전을 위해 그는 배마다 아주 많은 병기로 무장했다. 아까까지 그들은 멀리 떨어진 데다 폭풍우로 인해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때, 쪽배에 오르고 향혈해의 선대에 접근한 육일은 향혈해의 뱃사람들이 쓰는 것은 모두 공부에서 최근에 연구 제작한 신비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비궁은 바다를 나가는 상선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새로 제작한 전함에만 있었다. 아직 군대에서 사용하게 보급되지 않았다.
향혈해의 선대가 이것을 쓴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먼저 철수한다!”
육일은 잠깐 생각하다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흉터 등 몇 사람은 허락하지 않았다.
“철수하기는 무슨. 그저 몇몇 쇠뇌일 뿐인데 두려워할 것 없어요. 물 밑에 내려가면 바로 우리 세상인데 쇠뇌가 아무리 강해도 바다에서는 소용없어요. 바다에서는 그래도 우리를 봐야 해요!”
“그래요! 별것도 아닌 문제가 생겼다고 철수하지 말자고요. 향씨 그 사람들은 우리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흉터가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가 데려온 사람들은 육일의 명령에 불만을 표했다. 흉터도 저지하지 않았다.
“이건 명령이다!”
육일은 흉터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너희들은 명령에 복종하기만 하면 된다!”
“뭐라고…….”
흉터의 수하가 불복했으나 흉터에게 저지당했다.
“먼저 돌아간다!”
“돌아가겠으면 너희들이나 돌아가. 난 안 돌아갈래! 그까짓 신비궁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거친 장수 하나가 흉터의 저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로 훌쩍 뛰어들었다.
“돌아와!”
육일이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 사람은 바다에 들어가자 마치 물고기처럼 폭풍우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나갔다.
“어서, 저자더러 돌아오라고 하거라. 목숨을 내놓지 말고!”
육일의 안색은 침울했다. 폭우가 그의 머리를 적셔 그는 얼굴을 훔치고 급히 흉터를 재촉했다.
“너무 과장하는 것 아닌가요?”
흉터는 잠깐 멍해졌다. 그는 바로 뛰어 내려가 그 사람을 잡지 않았다. 육일의 안색은 더욱 나빠졌다. 육일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군령을 어기는 자는 곤장 스무 대다!”
‘이 사람들은 역시 하나같이 악질이군. 어쩐지 이렇게 작은 전쟁에도 대장군께서 친히 나서신다 했어. 대장군께서 오시지 않으셨다면 이 사람들은 너무 제멋대로 날뛰었을 거야.’
“제가 지금 가서…….”
흉터는 육일의 말에 겁을 먹고 황급히 내려가 그를 끌고 오려고 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푸슉!
향혈해 배의 뱃사람이 누군가 호위 배에 접근하는 것을 보고 바로 신비궁의 방향을 조절하여 물속에 있는 사람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슉!
소리와 함께, 손가락 굵기의 화살이 앞으로 날아왔다. 비바람을 뚫고 수면을 격파하면서도 전혀 느려지지 않고 물속의 사람을 적중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어두운 바다속에서 퍼졌다가 바닷물에 흐려졌다.
화살에 적중된 사람은 발버둥 치지도 못한 채, 화살의 여력에 의해 더욱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 화살은…….”
흉터 등 몇 사람들은 쪽배에 서서 긴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비바람의 영향도 받지 않은 채, 해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눈알이 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들은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차마 믿을 수 없었다.
이 화살의 위력은 그들의 상상을 훨씬 벗어났다.
바다 위의 풍랑이 세서 쏜 화살 중 십중팔구는 바닷바람에 비뚤게 날아갔다. 특히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에는 쇠뇌는 장식에 불과했다. 사람을 적중할 수 있다면 화살이 촘촘해서거나 적중된 사람의 운이 나빠서였다.
그들은 바다에서 이토록 살상력이 강하고 바닷바람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쏘아지는 쇠뇌를 본 적이 없었다.
향혈해의 수중에 이토록 강한 병기가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싸운다는 말인가?
“이것이 바로 조정이 수군에게 맞춰 준 쇠뇌예요?”
흉터는 창백한 얼굴로 육일을 바라보았다.
“약점이 있어요?”
육일은 대답하지 않고 굳은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배로 돌아가자.”
이번에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흉터를 위수로 한 몇몇은 말없이 배를 저어 돌아갔다.
그들에게는 차분히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배가 멈추기 전에 육일은 노끈의 힘을 빌려 갑판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주선실(主船室)로 걸어갔다.
“대장군, 향혈해의 배에 신비궁이 있었습니다!”
“신비궁?”
육장봉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시선에 섬뜩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육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공부에서 새로 연구 제작한 그 신비궁이었습니다!”
“하나같이 간도 크군!”
육장봉은 책상을 내리치며 화를 버럭, 냈다.
“황성사의 사람들은 죄다 얼간이인 것이냐? 이토록 큰일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는 것이냐?”
육일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지 않았다.
새로 연구 제작된 병기를 조정의 군사들도 쓰지 못했는데 해적의 배에서 먼저 썼다. 이 일에 대해 공부에서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었다.
“전쟁을 시작한다!”
육장봉은 마음속의 울화를 억지로 누르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 그는 온몸으로 사람이 다가갈 수 없는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
육일은 다급히 피했다. 육장봉이 두어 걸음 걸은 뒤에야 따라갔다.
그는 그들의 대장군이 왜 화가 났는지 알 것 같았다.
폭풍우의 날씨는 전쟁하기 적당하지 않았다. 억지로 싸움을 시작한다면 반드시 다치고 죽는 사람이 많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향혈해의 배에는 신비궁이 있었다!
그들은 추밀원에서 신비궁의 위력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지금 날씨가 열악하여 신비궁을 통제하는 궁수들은 바다 날씨의 영향을 받아 완전히 신비궁의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날씨가 좋아진 뒤, 신비궁이 충분한 위력을 발휘한다면 양측이 접전했을 때, 그들은 승산이 없을 수 있었다.
폭풍우가 쏟아지는 날씨에 향혈해를 만난 것은 어쩌면 운이 좋은 일일 수도 있었다.
쏟아지는 큰비를 무시하고 육장봉은 모든 뱃사람들을 갑판 위로 소환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앞에서 주선의 지휘권을 육일에게 넘겼다.
“네가 할 일은 적의 주 화물선을 통제하여 주도권을 빼앗는 것이다. 알겠느냐?”
전쟁 갑옷을 입은 육장봉은 사람들 앞에 서서 강대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으나 이상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육일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네, 대장군!”
육장봉은 또 육이를 불러냈다.
“넌 육일을 협조하여 향혈해의 모든 배를 주시하거라. 만약 도망치는 기색이 보인다면 바로 나한테 신호를 보내거라.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그가 이번에 월령안의 사람을 데리고 전쟁하러 나온 것은 이 사람들을 수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도 월령안을 위해 그녀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월령안에게 가장 불리한 증거가 바로 향혈해였다!
향혈해는 반드시 죽어야 했다!
그는 절대 향혈해에게 투항할 기회를 주어 향혈해가 조계안을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네, 대장군.”
육이는 앞으로 한 걸음 나오더니 육일과 마찬가지로 대장군의 명령에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답했다.
“흉터, 넌 너의 사람을 데리고 전갑(戰甲)을 입은 뒤, 나와 함께 간다!”
신비궁은 공부에서 새로 만든 것이었다. 향혈해는 비록 먼저 가졌으나 모든 배에 다 신비궁이 장착되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배가 바로 육장봉의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