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8화 왜 배신한 거죠?
사도로 들어간 뒤, 아름답던 소협은 바로 못생기고 등이 굽은 남자로 변했다. 그러나 백발요녀는 사공으로 인해 용모가 변하지 않아서 영원히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보아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무려 삼십 년 동안이나 서로 도우며 살았다.
곱사등이 스님은 요녀를 위해 사도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요녀의 목숨을 살리려고 월씨 가문 오보의 문지기가 되었다.
요녀는 곱사등이 스님을 위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사공을 쓰지 않고 심지어 산송장이 되어도 번복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그렇다, 산송장.
눈앞의 이 아름다운 여인은 산송장이었다. 그녀는 늙지도, 못생겨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영원히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때, 곱사등이와 미모의 여인은 한 명은 사도에 들어가고 다른 한 명은 사도에 고통받고 있었다.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월씨 가문의 오보로 도망쳐 왔고 오보 아래에 있는 한빙동(寒冰洞)을 발견했다.
한빙동은 여인의 사공을 억제할 수 있었다. 한빙동에 있으면 여인은 사공에 의해 벌레에 갉아 먹히는 듯한 고통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한빙동에는 주인이 있었다!
한빙동에 남기 위해 곱사등이 스님은 월씨 가문을 위해 오보를 지키겠다고 그때의 월씨 가주 가문과 약속했었다. 월씨 가문이 오보를 없앤다면 이 한빙동은 바로 그들 두 사람의 것이었다.
오보를 지킨다면 밖에서만 지킬 수 있고 오보로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나 여인은 사공 때문에 이 밀실을 떠날 수 없었다.
곱사등이 스님은 월씨 가문을 위해 오보를 삼십 년이나 지켰다. 그 말은 이 삼십 년 동안, 두 사람은 지척에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했다.
월령안은 이것이 잔인함의 일종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살아 있다면 희망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그녀가 왔으니 이 두 사람은…….
그래도 자유가 없었다.
미모의 여인은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은 함께할 수 있었다. 더 이상 헤어지지 않아도 되었다.
두 사람의 과거를 알고 있는 월령안은 부러워하지 않고 동정했다. 그녀는 서로 지켜 주며 사랑하는 연인을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밀실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해야 할 결정을 한 뒤, 월령안은 미모의 여인에게 예를 올리고 떠났다.
그녀는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직접 월씨 가문의 가장 큰 의지할 곳을 없앤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예전에 그녀가 뭔가를 도모하는 데는 능하지 않으나 끊어 버리는 데는 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아주 빨리 이 결정을 내렸다. 이건 잘한 결정이라고 이성이 말해 주었다.
그러나 마음은 방황하고 불안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월씨 가문 전체가 그녀의 결정으로 인해 쇠퇴의 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 * *
월령안은 온밤 자지 못했다.
그녀는 건물 밖에서 하룻밤을 서 있었다.
이는 그녀가 월씨 가문에서 소문난 오보에 처음 온 것이었고 또 마지막이 될 것이다.
“나 왔어!”
뒤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것처럼 메마르고 갈라져 있었다.
“선배께서는 참 일찍 오셨네요.”
월령안은 돌아서서 곱사등이 스님을 보자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 사람이 바로 오보 밖에서 월령안에게 문을 열어 준 곱사등이 스님이었다.
“넌 퇴로가 없어.”
월령안을 바라보는 곱사등이 스님의 시선은 전의 음산함 대신 뜨거움으로 가득했다.
삼십 년이었다!
그는 드디어 기다려냈다.
“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여기로 온 것은 바로 오보에 대해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젯밤에 본 기록은 그녀의 판단을 입증하는 데 쓰였을 뿐이었다.
설령 어젯밤의 기록들을 보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더 이상 오보에서 나온 사람을 쓰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쓴다면 의심하지 말아야 하고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 그들을 한 번 만나 보고 싶어요.”
월씨 가문의 쌀을 먹고 자랐으면 그래도 가주인 그녀를 만나야 한다. 또 누구의 손에 죽는지도 알아야 한다.
곱사등이 중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으나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일각의 시간을 줄게!”
“충분해요!”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곱사등이 스님의 옆을 지났다.
“가주.”
건물 밖에서 파란색 옷의 노부인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월령안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예를 올렸다.
“의사청으로 간다. 모든 사람을 집합시키거라.”
월령안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의사청(議事廳)으로 갔다.
파란색 옷의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라갔다.
월령안이 주인석에 앉자마자 오보에서는 “댕! 댕! 댕!” 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종소리가 울리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오보에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왔다.
이 사람들은 바로 어제 월령안이 들어온 뒤, 월령안에게 위세를 부리던 사람들이었다. 월씨 가문에 의해 부양되었으면서 주인인 월령안을 인정하지 않던 타수(打手)들이었다.
종소리가 아홉 번 울리자, 세 장로는 황급히 나왔다. 그중에서 삼장로의 발걸음이 가장 빨랐다.
“가주, 제멋대로 종을 쳐 사람을 불러 모은 것은 무슨 뜻인가요?”
“셋째야, 입을 다물거라!”
대장로는 그보다 한 걸음 늦었다. 삼장로의 말을 들은 그는 한마디 호통쳤다.
“큰형님, 제가 말을 잘못했나요? 가주께서 우리한테 말도 없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종을 친 것은 우리를 안중에 두지 않는 행위가 아닌가요?
삼장로는 끈질기게 말하면서 월령안을 노려보았다.
“가주께서 우리한테 불만이 있으시고 우리가 무능하다고 생각되시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불러오셔서 우리를 교체하시면 됩니다. 우리 셋은 권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교체는 필요하지 않아요. 월씨 가문은 소용없는 사람을 남기지 않아요.”
월령안은 탁자를 세게 두드린 뒤, 세 사람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물었다.
“그들은 언제 당신들과 연락을 했나요?”
“뭐, 뭐라고…….”
월령안이 갑자기 묻자 삼장로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의도적으로 월령안의 시선을 피했다.
“가주,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는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대장로는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직 이장로만이 한결같이 침착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주, 사람을 다 불러 모은 것은 혹시 가주를 마지막으로 뵈라고 하는 것이 아닌지요?”
“둘째야!”
“둘째 형님!”
대장로와 이장로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장로를 바라보았다.
‘손을 쓰려는 것인가?’
이장로는 두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태연하게 시선을 마주하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역시 이장로께서 절 아시네요. 다들 도착하셨으니 모두 들어오세요.”
“가주, 아주 기개가 넘치십니다!”
이장로는 이를 악물고 협박의 어조로 말했다.
“밖의 저 사람들은 가주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실 텐데요.”
“당신들이 제 말을 들으면 되잖아요?”
이 세 사람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가주께서는 우리가 말을 듣는 것을 바라시기는 하나요?”
이장로는 빛을 등지고 있어 온몸 전체가 어두운 기운이 풍겼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 틀림없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지 않는 것은 맞아요!”
“그래서 제가 가주께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미리 준비했었더라도 이 말을 들은 이장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결국 그들은 월씨 가문의 이 여자애를 낮잡아 보았다. 열몇 살 된 여자애는 쉽게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그들은 항상 성공적으로 속여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을 무는 개는 짖지 않는 법이다.
십몇 년 동안 짖지 않더니 오자마자 그들을 척결하려고 한다!
월령안은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월씨 가문의 핏줄을 죽이는 계획은 언제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건가요?”
“보아하니, 우리는 더 얘기할 것이 없겠군요. 여봐라…….”
‘우리의 목숨을 취하려고 하면서 답도 알려고 하다니. 꿈도 크군. 정말 우리가 월씨 가문의 개인 줄 아나?’
이장로가 높이 부르자 손에 나무막대기를 든 소년과 장수가 늑대처럼 쳐들어왔다. 커다란 의사청은 사람으로 꽉 찼다.
“저년은 너희들의 것이다.”
이장로는 월령안을 가리키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빼앗아라!”
장수들과 소년들은 울부짖으며 늑대처럼 월령안을 덮쳤다.
펑! 펑! 펑!
그들이 월령안에게 덮치는 순간, 갑자기 하나하나 터져버렸다.
마치 화려한 불꽃처럼 피와 살이 “펑” 하고 터졌다.
“악! 으악…….”
뒤에 있던 사람들은 피에 온몸이 적셔지자 비명을 지르며 연신 뒤로 물러섰다.
“너…… 너 뭘 한 거야?”
세 장로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돌아서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목숨은 월씨 가문 가주의 손에 있었다. 월씨 가주가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면 그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전 이해가 안 가요. 당신들은 분명 월씨 가주가 언제든지 당신들의 목숨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배신한 거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놀라기는. 겨우 이 정도의 간을 가지고 감히 나를 배신하다니?’
“우리는 배신하지 않았어요! 그…… 그들도 월씨 가문 사람이에요.”
대장로는 횡설수설했다. 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모두 월씨 가문 사람이라, 허…….”
월령안은 냉소를 지었다.
“당신들이 아는 모든 것을 알려 주세요. 그러면 통쾌하게 끝내 줄게요.”
북요의 월씨 가문 사람들의 내막을 알아보고 싶지 않았으면 그녀는 일각의 시간을 더 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장로와 삼장로는 입을 뻐끔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장로는 잠깐 멈췄다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말했다.
“십삼 년 전, 그들은 바다의 사람을 통해 저희에게 소식을 전했습니다. 우리들더러 그들에게 사람과 양식을 제공하기 바라며 함께 손을 잡고 청주 월씨 가문을 망가뜨리자고 했고 우리는 응했지요.”
그들은 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 걸음, 월령안이라는 한 걸음만 부족했다!
월령안이 그때 죽었다면 청주 월씨 가문도 멸망되었을 것이고 그들도 자유를 되찾았을 것이다.
“제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에 당신들의 몫도 있었나요?”
월령안의 두 눈에는 물기가 촉촉했지만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
찾아 헤매던 진범이 전부 자기 사람인데 그녀에게 무슨 화를 낼 낯이 있겠는가…….
“그래요!”
이미 다 밝혀졌으니 이장로는 못할 말이 없었다.
“그들과는 어떻게 연락한 거죠?”
주먹을 쥔 월령안의 손톱은 이미 손바닥에 박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를 풀어 주시면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이장로는 억지로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
“가주께서 알고 싶어 하시는 모든 것을 알려 드릴게요.”
그들에게는 월령안이 원하는 게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월령안과 조건을 내걸 수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예상대로 나오지 않았다.
“월씨 가문에서는 쓸데없는 사람을 남기지 않아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그렇다면…… 모두 죽으세요.”
월령안은 덤덤한 얼굴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