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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96)화 (896/1,004)

896화 저를 협박하시는군요

“가주, 별말씀을요. 가주께서 오셨으니 반가워도 모자랄 판인데 어찌 놀라겠습니까?”

대장로는 한 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고 옆으로 돌아서서 물러서며 월령안더러 앉게 했다.

월령안은 가볍게 웃은 뒤, 사양하지 않고 바로 상석의 자리에 앉았다. 동시에 다른 두 장로더러 앉으라고 했다.

네 사람이 자리에 앉자 월령안에게 길을 안내하던 회색 옷의 노인은 슬그머니 물러갔다. 월령안은 힐끗 보고 못 본 척했다.

“가주께서 오보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월령안이 자리에 앉자 이장로가 어려워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월령안은 얼굴의 웃음기를 거두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왜요? 제가 오면 안 되나요?”

“가주, 오해하지 마십시오. 소인은 단지…… 바깥세상이 몹시 혼란스럽다고 들었을 뿐입니다. 황성사 사위도 강남으로 왔는데 가주께서 이런 시기에 오보로 오신 것은 좀 적절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요?”

이장로는 월령안의 차가운 얼굴에 겁을 먹지 않았다. 그는 사죄하고 월령안에게 따져 물었다.

“적절하지 못해도 하는 수 없죠. 세 분께서 청주로 절 보러 오지 않으시니 제가 강남으로 찾아오는 수밖에요.”

월령안은 엄숙하고 경건한 태도를 취했다. 그녀의 한 손은 옆의 작은 탁자에 올려놓았다. 얼굴이 싸늘하게 굳은 것이 기분이 언짢은 게 분명했다.

세 장로는 조급해하지 않고 반문했다.

“가주, 여기에 무슨 오해가 있은 듯합니다. 우리들은 가주께서 언제 가주의 자리를 이어받으셨는지 몰랐습니다.”

“소식을 받지 못했다는 건가요?”

월령안은 화가 나 실소를 하였다.

“전 당신들의 장부 책자를 받았어요! 또 당신들이 돈이 없다고, 돈을 달라고 하는 소식까지 받았어요!”

“가주, 가주께서는 이미 십여 년 동안이나 돈과 양식을 보내시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들은 도저히 더 버틸 수 없습니다.”

대장로의 말에는 원망이 묻어 있었다.

“이 십 년간, 종씨 그들이 보내온 돈이 적었나요?”

‘돈과 양식을 안 보냈다고? 금은보석은 돈이 아닌가? 월씨 가문에서 은전을 보내지 않았지만 그들에 대한 공급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했는가?

십 년 동안, 배에 이백 남짓한 사람만 보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뜨내기들이었다.

이 십 년 동안, 뜨내기가 배에 오른 뒤, 사망률은 팔 할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이는 전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이 십 년 동안, 그들이 종씨 그들에게 보낸 사람이 얼마나 떨어지는 사람들이었는지 충분히 보여 주었다.

종씨 쪽에서 만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지 상사의 관리인들도 만족하지 않았다.

이 십 년간, 월씨 가문이 쓰는 첩자들은 여전히 예전의 사람들이었다. 새로 배양한 첩자들은 계속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다. 심지어 그들의 몇몇 정보까지 노출하여 손실이 막중했다.

최근 십 년 동안!

오보는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계속해서 월씨 가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물론, 이것들은 월령안이 조계안에게 발견될 위험을 무릅쓰고 이 시기에 오보에 나타난 이유가 아니었다.

그녀가 온 것은 바로…….

그녀가 육장봉을 도와 향혈해가 강남에서 운반해간 양식이 모두 얼만지 조사하고 있을 때, 향혈해가 강남의 양식 창고에서 산 양식이 강남에서 판 양식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껏해야 강남 양식 창고에서 판 것의 삼 분의 일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강남 양식 창고에서 백만 단(旦)의 양식을 팔았다면 향혈해는 삼십여만 단밖에 사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육십여만 단은 어디에 갔다는 말인가?

월령안은 종씨가 배에서 그녀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종씨는 이 몇 년간, 오보에서 배로 보내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는 데다가 칠 할은 쓰지도 못할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훈련이라고는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계산해 보니 오보에서 십 년간 쓴 돈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돈들이 어디에 쓰였을 것이며 또 누구에게 쓰였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녀가 방금 들어왔을 때는 오보에 사람이 적지 않았다.

오보에서 키우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종씨 그들에게 보내는 사람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디에 갔는가?

월령안은 배에서 종씨가 그녀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향혈해가 어디에서인지 물질을 아주 잘하는 뱃사람들을 얻어 왔더라고요. 이 사람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그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바다에서 이토록 커지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나…….

육장봉이 사람을 데리고 향혈해의 청어도를 공격할 때, 종씨가 말한 물질을 아주 잘하는 뱃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향혈해가 이 몇 년 동안 강남에서 끊임없이 사들인 양식도 찾지 못했다.

심지어 오랜 근거지인 청어도가 없어진 뒤에도 향혈해는 여전히 강남의 망족들을 데리고 바다로 나갈 저력이 있었다. 이를 본 월령안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향혈해에게 비장의 패, 그것도 더욱 깊숙이 숨겨진 비장의 패가 있으리라는 것.

이것 말고도 육장봉의 손에 죽은 대어만 해도 그랬다!

심해의 물고기를 옅은 바다로 끌어내는 것은 일반사람들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월씨 가문의 사람들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바다에서 사람 몇 명을 발전시키지 못한 향혈해가 종씨의 코앞에서 이것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향혈해의 배후에는 반드시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월령안은 자기의 사람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또 월씨 가문 선조의 심혈을 쉽사리 망가뜨리고도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큰 모험을 하며 직접 오보로 찾아온 것이었다.

결국은…….

처음 들어올 때부터 그녀를 안중에 두지 않는 세 장로를 바라보며 월령안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렇게 시선에 담긴 싸늘함을 숨기고 싶었다.

오보의 이 세 사람은 결국 그녀를 너무나도 실망시켰다.

이유를 찾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월령안이 진심으로 화난 것을 보아낸 것인지 세 장로는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과감하게 인정하였다. 그들은 직설적으로 자기들이 무능하고 늙어서 가주가 맡긴 일을 잘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종씨가 가져온 보석은 모두 책자에 등록한 것이니 세 장로는 변명할 수 없었다. 그들은 깔끔하게 일어서서 죄를 청했다.

그러나 월령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세 사람은 나이를 내세워 거드름을 피웠다.

“가주, 우리 세 사람은 오보를 사십여 년 관리하며 월씨 가문을 위해 무수한 뱃사람과 첩자를 배양해 냈습니다. 지금 우리가 늙어서 쓸모가 없게 되었지요…… 돈을 써도 가주께서 쓸만한 사람을 키우지 못한 것은 우리의 무능함이니 할 말이 없습니다. 가주께서 우리 세 사람이 사십여 년 동안 공로는 없어도 고생한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고향으로 가서 노후를 보내게 해 주십시오.”

‘우리가 돈을 많이 썼다고 탓하는가? 우리가 힘을 쓰지 않았다고 탓하는가? 우리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는 건가? 그럼 우리는 안 할 거다!

한낱 계집애를 가주라고 불러 주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지.

우리가 오보에서 사십여 년 동안 있으면서 오보 전체가 모두 우리 사람이라고. 어떻게 사람을 고르고 뽑으며 키우든지 다 우리 세 사람이 직접 한 거야.

오보의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월씨 가문 가주보다 우리가 더 잘 알아. 우리가 안 한다면 월씨 가문의 오보는 끝장나는 거야.’

“당신들은…… 저를 협박하시는군요!”

월령안은 화가 나 실소를 하였다.

‘내가 아직 따지지도 않았는데 이 세 사람이 먼저 그만두는 것으로 협박하다니. 정말 내가 부모가 없다고 만만히 보는 것이로구나!’

세 장로는 월령안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감히 시인하지 못하고 자기들이 무능하다고만 말했다. 그렇게 월령안을 실망시켰으니 더 이상 중책을 맡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들은 오보의 모든 것을 월령안에게 다 떠넘겼다.

세 사람은 속으로 다르게 생각해도 겉으로는 스스로 물러나는 척하며 좋은 말로 권리를 넘겨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월령안은 피식, 비웃었다.

다들 천 년 된 여우들인데 어찌 그 속셈을 모르겠는가?

그러나 아직은 얼굴을 붉히며 싸울 시기가 아니었다.

월령안은 응하지 않고 잡지도 않았다. 다만 덤덤하게 한 마디만 말했다.

“세 분의 말씀을 잘 들었어요. 이 일은 제가 좀 생각해 보고 내일 다시 대답해 드릴게요.”’

그러나 세 사람은 월령안이 양보하는 것을 보자 선을 넘었다.

“가주께서는 왜 오늘 우리에게 확답을 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장로들께서는 제가 지금 바로 확답하기를 바라시는 거죠? 한시도 더…… 안 기다리시겠다는 건가요?”

월령안은 의미심장하게 세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마지막에 있던 셋째 장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 공수하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가주께서 온종일 바삐 보내셨으니 많이 지치셨을 것입니다. 먼저 돌아가셔서 쉬시죠?”

“삼장로, 괜찮습니다.”

월령안의 시선은 셋째 장로에게 잠깐 머물렀다가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

밖에서 회색 옷의 노인이 다시 소리 없이 나타나 월령안에게 길을 안내했다.

“가주, 여기로 가시지요.”

월령안은 더 이상 그들을 난감하게 굴지 않고 성큼성큼, 떠나갔다.

월령안이 떠나가자 대청 안에서 대장로와 이장로가 삼장로를 바라보았다.

“셋째, 너는 무슨 생각인 것이냐? 오늘 월령안을 핍박해 떠나게 하든가, 아니면 그녀가 우리를 놔주게 핍박하려는 것 아니었어? 네가 갑자기 물러난 것은 우리와 얘기가 되었던 것이 아니잖아?”

“제가 갑자기 물러나기는 했으나 형님들도 절 막지 않으셨잖아요.”

삼 장로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분명 형님들도 무서웠으면서 저한테 다 책임을 미루시고. 재미있으세요?”

대장로는 도도한 얼굴로 말했다.

“한낱 계집애일 뿐인데 내가 왜 무서워하겠느냐? 내가 정말 무서웠다면…….”

“됐어요, 이런 말 하지 마세요.”

이장로는 이 중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대장로가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할까 봐 다급히 대장로의 말을 잘랐다.

“이런 말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더 잘 생각해야 해요.”

대장로는 무안해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중얼거렸다.

“그 계집애는 제대로 된 가주도 아닌데, 설마 정말 우리의 목숨을 거두겠어?”

“확신할 수 없죠. 그녀는 감히 홀로 들어왔고 우리가 다그칠 때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어요. 보아하니, 비장의 패를 숨겨 뒀을 것 같네요.”

삼장로는 더 이상 대장로에게 화를 내지 않고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우리……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대장로의 우울한 얼굴에 흉악한 기운이 서렸다.

“아니면 우리가 직접 손을 써서 그녀를…….”

대장로는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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