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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92)화 (892/1,004)

892화 날 이용한 거 아니야?

제운이 직설적으로 묻자 월령안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번에 월씨 가문의 화물선은 모두 강에 압류되어서 월씨 상사가 예정대로 물건을 내놓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신용을 잃게 되었고 저도 몹시 기분이 상했지요. 제 숙부님 연세가 많으시니 많은 곳에 정력을 쏟기 힘드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조운의 주식의 육 할을 저한테 넘기시는 게 어떻겠어요?"

제운은 아까 말끝마다 '조카'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그러나 월령안은 '숙부님'이라고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이때 '숙부님'이라고 부르자 그 조롱의 의미는 몹시 강했다.

그러나 제운은 이미 화가 나지 않았다.

"월 가주, 이러면 전혀 성의가 없지 않나."

말을 꺼내자마자 육 할의 지분을 달라고 하다니. 아무리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한다 해도 이럴 수는 없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성의가 없는 것은 숙부님이세요. 숙부님이 원하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죠?"

바람이 살랑 불어와 월령안의 이마에 드리운 앞머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제운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너…… 뭘 말하고 싶은 건가?"

'월령안이 뭘 알게 된 것인가?'

황, 성, 사.

월령안은 입술만 움직여 소리 없이 이 세 글자를 내뱉었다.

제운의 안색이 변하면서 돌 탁자 아래에 두었던 손이 저도 모르게 움켜쥐어졌다.

"내가 어떻게 널 믿나?"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여러 날 지났으나 조방과 여 총독도 황성사의 소식을 적지 않게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운이 찾아와 굽신거리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손가락이 탁자를 경쾌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기세로 사람을 괴롭히고 권세로 사람을 억압하는 느낌이 참 좋았다.

"얼마만큼 장담하는데?"

제운이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 어둠 속에 숨은 얼굴이 으스스했다.

'월령안은 역시 많은 것을 알고 있군. 일이 마무리되면 월령안도 남길 수 없겠어.'

"그건 숙부님의 성의가 얼마나 큰지에 달렸죠."

월령안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주도권이 그의 손에 있으니 당연히 그녀가 좋으면 되었다.

그녀가 기쁘면 그만이었다.

"내 성의는 너의 능력으로 결정되지."

제운은 문제를 월령안에게 던져 주었다.

"좋아요!"

월령안은 손을 들어 "딱" 소리를 냈다.

"내일, 조정에서는 화물선 조사를 잠시 멈출 거예요."

"좋네, 내일…… 다시 와서 만나겠네!"

제운의 마음속에는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월령안에게 이렇게 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월령안에게 이렇게 큰 능력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월령안을 죽여야 했다!

오직 죽은 사람만이 위협적이지 않으니까.

* * *

제 방주는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안으로 돌아갔다.

제 방주가 떠나가자 조계안은 어두운 곳에서 걸어 나와 떠나려고 하는 월령안을 잡았다.

"내가 너더러 제운을 잡아 두라고 했는데 이게 잡아 두는 거야? 하룻밤도 안 지났는데?"

날이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제운이 돌아가면 그의 사람이 어떻게 제운의 서재에 잠입하여 증거를 찾겠는가?

'월령안이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야?'

"조왕 전하, 모든 일은 과유불급입니다. 제운은 이미 제가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어요."

월령안은 인내심 있게 해명했다.

그러나 조계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뭐? 그자가 너한테 사정하려고 왔으니 네가 일부러 잡아 둔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사건이 진척되기 전까지는 너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아니야?"

'월령안은 자기가 어떻게 제운을 압박해 돈을 갚게 한 것을 내가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가?'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왕 전하, 여기는 강남이고 전 강남에서 죽고 싶지 않아요."

조방 방주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사람은 절대 선한 부류가 아니었다. 조운을 벼랑 끝까지 몬다면 그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조계안마저도 죽여 버릴 수가 있었다.

제운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 지경에 이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흥……."

조계안은 월령안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너는 강남에서 죽고 싶지 않은 거냐? 아니면 거의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득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냐? 조운 지분의 육 할이라니. 참 쉽게도 입을 열지! 나의 명성으로 빚을 되찾은 것도 모자라서 뭐? 조운 지분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거야?"

이 말을 하자 조계안은 화가 났다.

'월령안은 지금 날 위해 일을 하는 게 맞는 건가? 분명 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자기 좋은 일만 하잖아. 이 여인은 분명 돈이 넘치도록 많으면서 왜 이렇게 돈을 탐낼까…….'

"이익을 각각 공평하게 나누어야죠. 오늘 모두 백삼십팔만 냥의 빚을 받아냈어요. 삼 할을 나누어 드릴게요. 조운 지분도 삼 할을 드릴게요. 제가 얼마를 받든지 조왕 전하께 삼 할을 드릴게요."

월령안은 높게 소리를 질렀다.

"육삼, 사십육만 냥의 은표를 조왕 전하께 드려요."

그러자 어딘가에 숨어 있던 육삼이 조용히 걸어와 대답하고 은표를 한 다발 꺼내 조계안에게 바쳤다.

"조왕 전하, 이건 사십육만 냥의 은표입니다."

"이익을 공평하게 나눈다면서 왜 삼 할밖에 안 주느냐?"

조계안은 받지 않고 눈썹을 치켜뜬 채,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비록 말로는 대범하게 했지만 돈을 줄 때는 결국 속셈이 드러나는군.'

"조왕 전하, 육 대장군의 사람도 있잖아요."

월령안은 육삼을 가리켰다.

"만나면 반으로 나누는데 세 사람이나 삼삼사 해서 전하와 육 대장군이 각각 삼 할, 저는 채권자니 사 할, 괜찮죠?"

"육장봉의 몫은 왜 있어? 그는 한 것도 없는데."

조계안은 불만스러웠다. 힘을 쓴 것은 분명 그였다.

조정에서 갑자기 조운의 화물선을 조사한 것도 그가 사적으로 황형에게 말한 것이었다. 그게 아니면 최 승상만으로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협조하게 움직일 수 있었겠는가?

"사람의 그림자는 나무의 그림자처럼 중요하죠. 육 대장군이 전에 강남에서 한 일들이 없었다면 강남의 관리들과 제 방주는 이렇게 말을 잘 듣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 육 대장군의 호위병인 육삼이 현장을 엄호하지 않았더라면 제 방주도 이렇게 통쾌하게 돈을 내놓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월령안에게는 당연히 조계안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누어 주기 싫은 것이 가장 중요했다.

'육장봉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괜찮다, 육장봉의 것이 바로 내 것이니까. 내가 몰래 꿀꺽해도 조계안은 모를 거야.'

조계안이 말했다.

"그래, 도리가 좀 있는 것 같군."

조계안은 하마터면 월령안에게 설득당할 뻔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그는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아니지, 내가 언제 은표를 가지겠다고 했어!"

그는 월령안이 본론에 충실하지 않고 그의 일을 열심히 돕지 않으면서 돈만 노렸다고 말하고 싶었다!

"조왕의 뜻은 싫으시다는 건가요?"

월령안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육삼, 어서 감사하다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조계안은 즉석에서 기분 나쁜 내색을 했다. 그는 육삼의 손에서 다급히 은표를 빼앗았다.

"내가 왜 싫겠어? 육장봉같이 여기에 없는 인간도 삼 할이나 받는데 내가 왜 싫겠어!"

"아쉽네요, 오십만 냥에 가까운 돈이었는데."

월령안은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조계안의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손에 든 은표를 흔들며 월령안의 앞에서 받았다.

"갑자기 횡재한 기분은 역시 좋군."

"전하께서 기쁘시면 됩니다."

월령안은 웃음기를 감추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전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절대 이 살찐 양 같은 조방을 놓치지 않고 쪽쪽 빨아내어 전하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어요."

"응, 잘해!"

조계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월령안이 떠보듯이 물어보았다.

"내일 화물선을 조사하는 일은요?"

"이까짓 일은…… 내가 말해 놓으면 돼."

'제운에게 희망을 주어 제운이 돈을 토해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정도는 나도 안다고.'

"전하, 영명하십니다! 강남의 사건이 전하께서 친히 총관하셔서 다행이에요. 만약 전하가 아니었다면 그 누가 와도 강남의 사건은 해결할 수 없었을 거예요."

월령안은 전혀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래? 육장봉도 안 되는 거야?"

조계안은 으쓱해졌다.

그는 자신이 월령안의 마음속에서 이토록 대단한지 모르고 있었다. 육장봉보다도 대단했다.

"육 대장군께서도 안 되시죠."

'육장봉이 이 멍청이들과 노닥거릴 인내심이 어디 있겠어?'

육장봉의 처사 풍격으로 보면 그는 분명 백관의 질책과 탄핵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성을 봉할 것이다. 그리고 죄가 있든, 없든 전부 가두고 하나하나 조사할 것이다.

죄가 있으면 단죄하고 없으면 풀어 줄 것이다.

육장봉이 온다면 사건은 분명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또 분명 미움을 살 것이고 트집 잡히기도 쉬울 것이며 사람들이 따라 하여 관가의 규칙을 망가뜨릴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을 육장봉은 정말 할 수 없었다.

"알면 됐어!"

가면 아래에서 조계안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가면도 가리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는 지금 마치 무더운 여름날에 얼음을 입에 문 것처럼 속으로부터 밖까지 더없이 통쾌했다!

굳이 아쉬운 것을 꼽으려면 바로 육장봉이 없는 것이었다. 월령안이 '육장봉이 전하보다 못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육장봉이 직접 듣는 편이 더 통쾌할 것이다!

조계안은 둥둥 들뜬 마음으로 떠나갔다. 길 가는 내내,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밀실로 들어간 후, 그가 혼자 있게 되어서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

'혹시 내가 월령안에게 농락당한 것이 아닌가? 어쩐지 마지막에 나는 월령안을 질책하지 않고 월령안더러 최선을 다해 나를 도우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월령안을 도와 제운을 속이는 판까지 짜겠다고 약속한 것 같은데?'

"월령안이 날 이용한 거 아니야?"

조계안은 참지 못하고 입구의 사위에게 물었다.

두 사위는 줄곧 어두운 곳에서 조계안을 보호했다. 조계안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전하, 사십만 냥이 넘는 돈과 조운의 지분이에요."

돈을 이렇게나 많이 주는데 좀 이용당하면 어떤가?

그들이라면 흔쾌히 월령안에게 이용당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 내키는 걸 어떡해?'

조계안이 생각했다.

사위는 조계안을 오랫동안 따라다닌 이들이었다. 조계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두 사위는 서로 마주 보다가 설득했다.

"전하, 이전에는 월 낭자가 아무 이유 없이 돈을 준 사람은 육 대장군 말고 없었어요. 전하께서 두 번째십니다. 월 낭자 마음속의 지위를 알 수 있죠."

조계안이 입이 또 헤벌쭉해졌다. 그러나 수하들의 앞에서 너무 드러내기 민망하여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의 말도 맞다!"

육장봉이 돌아오면 그는 반드시 육장봉에게 한바탕 자랑할 것이다. 육장봉이 질투 나서 죽게 할 것이다.

* * *

이때, 멀리 바다에 있던 육장봉은 갑판에 서서 끊임없이 재채기를 했다.

조계안이 그를 욕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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