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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88)화 (888/1,004)

888화 여 총독이 가진 비장의 수

임 순무는 다리가 나른해져 절망적인 얼굴로 물었다.

"그럼 우리는 지금 어떡하죠? 황성사가 우리를 겨냥해 온 것이라면 우리는……."

"왜 당황해! 황성사가 알아낼 수 있을지는 둘째치더라도 우리가 이미 황성사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어느 대인이 강남으로 왔는지 알아봐야지."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만 알아낸다면 상대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마치 호 흠차처럼 말이다. 그가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으름장을 놓았지만 지금은 개처럼 말을 잘 듣지 않는가.

"대인, 하지만 황성사입니다!"

임 순무의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

'황성사의 소식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총독은 미친 게 아닌가?'

여 총독도 당황했다. 그러나 수하 앞이니 그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황성사인들 또 어떠냐? 우리는 누가 왔는지 알기만 하면 다 수가 있다!"

황성사 그 귀신 같은 곳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신비스러운 곳이었다. 어디에 아부해야 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신비스러웠다. 소식을 알아내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지금, 유일하게 황성사와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월령안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낱 여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여 총독은 짜증을 내며 대청 안을 돌아다녔다. 계속해서 여러 바퀴를 돌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월령안에게 배첩을 보내 그녀가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거라. 내가 직접 찾아가 오늘의 오해를 풀고 싶다고 말해!"

그렇다, 오해였다!

황성사가 나서서 월령안을 보호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황성사가 나서지 않았더라도 그 멍청이들이 월령안을 가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가장 먼저 월령안을 풀어 줬을 것이다.

그라고 월령안에게 보복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절대 일시적인 분풀이로 자기의 앞길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대장군이 월령안을 남다르게 대한다는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분수도 모르고 사람들 앞에서 월령안에게 손을 쓰는 것은 괜히 스스로에게 강한 적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임 순무는 여 총독이 직접 나서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즉석에서 수하더러 월령안에게 배첩을 보내라고 했다.

강남 총독이 직접 방문하는 일은 여 총독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보기에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월령안은 절대 거절할 수도, 감히 거절하지도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거절했다!

"전 아주 바빠요. 요즘 시간이 없어요."

그럴듯한 이유도 없이 바쁘다는 말 한마디뿐이었다.

여 총독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 얼굴이 굳어졌다.

"체면을 세워 줘도 뻔뻔스럽게 구는구나. 내가 먼저 화해를 요청했다고 널 정말 무서워하는 줄 알아? 너 월령안에게 뒷배가 있다면 나 여서에게는 비장의 수가 없는 줄 아느냐? 네가 순순히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내가 거칠게 나오기를 바란다면 내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거라!"

여서는 굳은 얼굴로 임 순무에게 말했다.

"가서 조방(漕幫)에 말을 전하거라…… 월씨 가문의 화물은 절대 부두를 떠날 수 없다고. 전부 압수하라고! 월씨 상사의 사람이 알아본다면 숨길 필요 없이 내 뜻이라고 알려 주거라!"

조방은 전체 주나라의 배를 통제하고 있었다. 주나라 경내에서 수로로 움직여야 하는 화물은 반드시 조방의 손을 거쳐야 했고 조방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월씨 상사는 주나라 전체에 분포되었다고 말할 수 없으나 조금이라도 큰 성에는 모두 월씨 가문의 사업체가 있었다.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물이었다. 월씨 상사에서는 반드시 육로로 가야 하는 화물 말고 다른 화물을 몽땅 조방에 맡겨 운송하였다.

배로 가는 운송비는 쌀 뿐만 아니라 소모가 작았다. 조방 역시 항상 공평하고 제때 도착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린 터라 여태까지 오랫동안 양측은 줄곧 즐겁게 합작하였다.

그러나 지금 조방은 월씨 가문의 모든 화물의 운송을 멈췄다. 쉽게 썩는 과일과 채소, 그리고 쉽게 죽는 물고기와 새우 등이 모두 강에 정박된 채로 있었는데 화물을 실은 배는 뭍에 다다르게도 못했다.

조방이 월씨 가문 화물의 운송을 멈춘 일을 먼 곳에 있는 가게 주인들은 아직 모르지만 부근에 있고 오늘 물건을 받아야 하는 상사 관리인들은 전부 알아 버렸다.

그들이 소식에 빨라서가 아니라 조방이 숨기지 않았다. 월씨 상사가 묻자 조방이 대답했다.

"우리도 어찌 된 일인지 몰라요. 전에 불을 지펴 양식 창고를 태운 범인이 화물선에 숨어 있다고 관부에서 명령을 내렸어요. 모든 배는 관부의 검사가 없이는 전부 부두에 세울 수 없어요."

이 소식은 아무리 보아도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월씨 상사의 사람도 알아보았지만 배에 화물이 정체된 곳은 월씨 가문 한 곳뿐이 아니었다. 많은 상사의 화물이 하는 수 없이 강에서 떠돌면서 부두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소식을 받자마자 속으로 알아챘다.

"조방이라고? 그들의 짓이구나."

월령안은 잠깐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하긴, 조방만 강남의 관리들을 모두 배로 끌어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그들 손에 있는 이익만이 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지."

조계안이 조용하게 어두운 곳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시선은 날카로운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강남 관가에서 보이지 않는 흑막이 바로 조방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느냐? 넌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뭘 알아낸 것이 아니냐? 조방이 화물선을 압수한 것은 관부의 명령 때문이지 일부러 널 겨냥한 것은 아니다."

월령안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몰래 가슴을 쓸어내린 뒤, 일어나서 조계안에게 예를 올렸다.

조계안은 퉁명스럽게 월령안을 흘겨보았다.

"됐어, 다른 사람도 없으니 너도 연기할 필요 없어."

'전에 육장봉이 있을 때는 왜 나한테 순순히 예를 올리지 않았대? 참……. 내가 예전에 그녀를 그토록 좋아했으면서도 그녀가 이렇게 가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니.'

월령안도 조계안과 격식을 차리지 않고 조계안이 앉자 따라서 앉았다.

조계안이 다시 묻기 전에 월령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모르시는 게 있는데 조방은 작은 파벌이 아닙니다. 그들은 감히 관부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지만 그들이 이처럼 협조적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절대 일반 사람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 총독도 안 되냐?"

조계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에 드리운 예리한 기운을 감추며 무심한 척, 물었다.

"여 총독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여 총독도 조방더러 우리 월씨 가문만 겨냥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 월씨 가문은 조방과 교분이 있었다.

조방 방주가 구세대의 친분도 생각하지 않고 그녀를 난감하게 굴도록 하는 것은 절대 한낱 문관인 여 총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친분을 따지지 않더라도 그들 월씨 가문은 조방과 사업적 거래가 있었다. 조방은 여 총독을 위해 자기의 명성을 더럽힐 필요가 없었다.

여 총독의 체면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저의 추측일 뿐이죠. 조방이 옳은지 아닌지는 여 총독 그들이 앞으로 어떤 수를 쓰는지, 어디의 세력을 움직이는지 봐야죠."

월령안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그 미소에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황성사라는 미끼가 있는 한, 여 총독은 반드시 온갖 방법을 대서 저를 핍박할 거예요. 제가 스스로 그를 만나러 가게끔요. 저한테서 황성사의 소식을 알아내려고요. 저는 그들이 아는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황성사 사위와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조계안은 황성사에 있어서 황성사가 관리들 눈에 얼마나 무서운 존재로 비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여 총독 등 사람들에게 황성사 사위가 갑자기 강남에 나타난 것은 육장봉이 성을 봉쇄한 것보다 더욱 그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잘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잠을 이루기도 힘들 것이다.

사람들은 조급해지고 당황하면 정체를 드러내는 법이다.

"그래, 앞으로는 너의 결정에 따를게."

조계안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고 신경 쓰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

그가 강남에서 보름 남짓이 조사하면서 그 몇 차례 큰불이 남긴 단서를 따라가다 보니 오늘에서야 조방에 다다랐다.

그러던 참에, 월령안이 조방을 의심하고 있다는 말을 듣자 그는 깜짝 놀라 뛰어오를 뻔했다.

그는 자기 옆에 월령안의 첩자가 있을까 봐 두려웠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강남에 있는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강남의 부유한 상인들이 돈으로 길을 개척하며 강남 관가를 그물처럼 연결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심지어 보통 관리들은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일을 해야 했다. 이를 본 조계안은 돈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또 강남 관가의 부패함을 지켜보았기에 조계안은 황형이 왜 그토록 월령안을 경계하는지 이해되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많았다. 관리를 매수하는 것은 모두 작은 일이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돈이 있으면 병사를 키우고 양식을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월령안이 바다에서 한 일처럼 말이다.

만약 예전에 그들 조씨 가문이 월씨 가문을 억누르지 않아서 월씨 가문이 마음껏 발전하게 내버려 두었다면 월씨 가문은 진작에 막대한 부를 쌓았을 것이다.

그때면 황실도 월씨 가문의 눈치를 보며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견디기 힘들군. 어쩐지 육장봉이 반드시 월령안 수중의 사람들을 거두어들인다 했어. 비록 몇백 명일 뿐이지만 육장봉은 조정의 태도를 대표한 것이니까.'

조정은 그 누구도 사적으로 병사를 키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 내놓는다면 조정도 월령안과 따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월령안은……. 월령안은 영리한 사람이었다.'

향혈해의 일이 폭로되자 그녀는 매우 깔끔하게 바다에 심은 비장의 패를 전부 꺼내 육장봉에게 보여 주었다.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삼, 오백 명 정도 되었고 바다에서는 제왕이라고 불릴 수 있었으나 절대 큰 소동을 일으킬 수는 없어 마침 그의 황형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였다.

더구나 육장봉이 그녀의 사람을 거두어들이겠다고 했을 때, 월령안은 육장봉이 그들을 만나는 것을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육장봉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정말로 영리한 사람이야. 염 황숙께서 친히 가르치신 아이다워.'

* * *

조계안은 별원에 도착한 뒤, 떠나지 않았다.

그는 유령처럼 밤낮 별원의 밀실에만 갇혀 지냈다. 물론, 그가 뭘 하는지 아는 사람도, 그를 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밀실 밖에서 황성사 사위가 지키고 있어 누구도 그를 가까이하지 못했다.

월령안은 조계안이 밀실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했다. 그녀의 밀실을 쓰는 것이 그녀더러 자기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조계안 이 인간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월령안은 정말 그에게 눈을 흘긴 뒤, 쫓아내고 싶었다.

쓰는 사람은 의심하지 않고, 의심하는 사람은 쓰지 않는다는 도리를 조계안은 왜 모르는 것일까?

월령안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조계안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범씨 가문의 강호 마을을 대적하는 일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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