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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84)화 (884/1,004)

884화 사랑받는 사람은 겁이 없어요

월령안은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네. 전 아주 이기적이에요. 그런데 어떡하겠어요? 누가 당신더러 절 좋아하라고 했어요? 사랑받는 사람은 항상 겁이 없다고요. 아니에요?"

육장봉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내가 졌다!'

월령안이 입을 열어 부탁을 하기만 하면 육장봉은 그녀를 거절할 수 없었다. 월령안이 고집을 부리는데 육장봉은 타협하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원하지 않더라도 육장봉은 결국 월령안이 바라는 대로 나서지 않고 월령안이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사업체를 거래하러 가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이 언짢아 한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화내지 마세요. 여야 전체에서 제가 당신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당신이 나서지 않아도 그들은 감히 절 괴롭히지 못하니 걱정할 거 없어요."

그녀가 관가의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그들의 특별 대우를 바라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오직 공평한 기회만을 원했다. 그녀는 돈을 낸 다른 사람 때문에 돈을 내지 않은 자기가 기회에서 밀리는 것이 싫었다.

육장봉은 일부러 그녀를 도우려고 나설 필요가 없었다. 육장봉이 있는 이상, 그 사람들은 감히 그녀를 차별하지 못했다.

육장봉의 짜증 나고 언짢던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오늘 밤, 오직 이 말만이 내가 듣고 싶은 말이오."

"하루 한마디면 만족하세요."

육장봉을 달랜 월령안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당신이 원하던 배와 사람은 사흘 뒤에 도착할 거예요."

육장봉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바로 일 이야기로 흥을 깨뜨리다니. 달콤한 말을 좀 더 해 주면 안 되나?'

그러나 월령안이 말한 것처럼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데 무슨 수가 있겠는가?

육장봉이 물었다.

"나와 함께 가겠소?"

"강남 이쪽의 일이 어떻게 되는지 봐서요. 제가 몸을 빼지 못한다면 당신 혼자 가세요. 제가 흉터에게 말해 놓았으니 그는 최선을 다해 당신에게 협조할 거예요."

재산까지 내놓았으니 월령안은 육장봉이 그녀의 사람을 전부 빼 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빼 가. 어차피 빼 갈 수 있는 사람이면 남길 수도 없어.'

육장봉은 강요하지 않고 정중한 어조로 월령안을 일깨워 주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스스로 버티려고 하지 마시오. 당신은 지금 남자가 있는 사람이오.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의 남자는 감당할 수 있소. 알겠소?"

월령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저의 대장군!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당신을 찾을게요."

그러나 그녀는 강남에 그녀가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육장봉이 남쪽으로 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 남쪽의 상업이 발달하여 변경의 권력 중심과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남쪽에서는 돈이 더욱 잘 먹혔다.

여 총독이 트집을 잡지 않으니 월씨 가문이 남쪽에서 쌓은 인맥으로는 상업계에서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말하지는 못해도 적이 아주 적었다.

* * *

육장봉이 여서 등 사람들을 잡아들인 뒤, 친위대더러 강남 주둔군을 움직이게 했을 때만 해도 강남의 작은 관리들과 여 총독의 가족들은 육장봉과 여 총독 등 사람들이 해적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 손을 잡고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흠차 대신이 도착하자 그들은 더 이상 요행을 바라지 못했다.

조정이 강남의 관리들을 건드리려는 의도가 선명했다.

흠차 대신이 도착한 그날 저녁, 많은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부 관리들은 금은보석 등을 파묻어 후손들에게 남기는 등 후사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날 밤, 양식 창고, 관아 및 총독부의 하인들은 모두 소식을 받았다.

"모든 증거를 인멸하거라. 증인까지도!"

증거를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불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강남 각지의 양식 창고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났다. 주변의 백성들은 야밤에 깜짝 놀라 깨어났다. 그들은 집도 내버려 두고 하나같이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어서 불을 꺼."

"어서 도망쳐. 불이 났어……."

어떤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불을 끄려 하였으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도저히 끌 수 없었다.

양식 창고뿐만 아니라 중요한 문서를 두고 있는 관아에도 갑자기 큰불이 났다. 문지기들은 전부 죽은 것처럼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순찰하던 병사들도 집단으로 실종된 것처럼 누구도 불이 금방 났을 때, 화재 지역을 지나간 사람이 없었다.

큰불이 하늘 높이 치솟아 부근의 백성들을 놀라게 해서야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불길이 너무 세진 뒤라 불을 꺼도 양식 창고와 관아의 물건을 구할 수 없었다.

하룻밤에만 강남 각지의 서른여 곳에서 불이 났다!

비록 가을철이 건조하여 불이 쉽게 난다지만 하룻밤에 서른여 곳, 그것도 모두 조정의 중요한 곳에 불이 났다는 것에 사람들 전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흠차 대신은 하인의 부름에 깨어나 이 소식을 듣고 피를 토할 정도로 화가 났다.

"조사하거라…… 불이 난 원인을 당장 조사하거라!"

불이 난 원인은 알아내기 아주 쉬웠다. 날이 밝자 바로 보고가 들어왔다.

"양식 창고, 관아의 화제는 모두 내부에서 방화한 것으로 문지기의 소행입니다. 방화한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었습니다. 화재 현장에는 불에 타 망가진 화신상(火神像)이 있었는데 사교와 연관된 듯합니다."

흠차 대신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 뒤로 넘어갈 뻔했다.

'사교와 연관되었다고?'

이런 말은 어린애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화한 사람들도 다 죽었으니 단서가 끊겨서 그가 조사하고 싶어도 손을 쓸 수 없었다.

설상가상인 것은, 흠차 대신이 이튿날 여 총독 등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강경한 자세를 취하며 흠차 대신더러 자기들을 풀어 달라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황제에게 고발해 흠차 대신을 난감하게 굴겠다고 했다.

흠차 대신의 능력이 부족하고 총독부의 통제력이 부족하여 어젯밤 불이 난 일을 오늘 여 총독 이 사람들이 전부 알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손을 잡고 흠차 대신에게 반항하기로 호흡을 맞춘 것이다.

특히 여 총독은 어제의 주눅 들었던 얼굴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강한 어조로 발악했다.

"대인께서 강남에 오시자마자 강남에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흠차 대인, 강남이 정말 혼란스러워진다면 이 결과를 책임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흠차 대인, 제가 일품 봉강 대신이라는 것을 잊으신 건 아니시죠? 대인께는 제가 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음은 물론이고 증거가 있다고 해도 대인께서 절 심문하고 구류하실 권리가 없습니다. 무슨 용기로 저를 잡아 두고 풀어 주지 않는 것입니까?

흠차 대인! 강남은 세수(稅收)의 중점 지역입니다. 추세(秋稅) 징수도 코앞인데 우리를 여기에 구류하셔서 징수하는 일에 지장이라도 간다면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흠차 대인……."

여 총독은 말끝마다 조롱의 의미를 가득 담아 '흠차 대인'을 외쳤다. 흠차 대신은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는 부랴부랴 심문을 마치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강남의 일을 이렇게 크게 벌리고 마지막에 여 총독 등 사람들을 단죄하지 못한다면 죽는 것이 자기의 일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이 왜 이렇게 된 것이지? 분명 내 손에 증거가 있었는데? 맞다……. 내 손에 있는 증거와 육 대장군께서 넘겨주신 증인을 반드시 보호해야겠어.'

"여봐라……."

호(胡) 흠차는 높은 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절박하고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부른 사람이 오기도 전에 하인이 다급히 뛰어왔다.

"대인, 큰일 났어요. 서원에 안치했던 그분이…… 중, 중독되어 사망했어요."

"뭐라고? 사람이 죽어? 숨이 끊어졌다는 말이야? 살릴 수 없어?"

호 흠차는 휘청거렸다. 하인이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분명 넘어졌을 것이다.

서원에 안치했다는 사람은 바로 전에 부두에서 시위의 경계를 뚫고 육장봉의 앞에 가 고발했던 중년 남자였다.

육장봉은 어제 전체 총독부의 통제권을 모두 호 흠차에게 넘겼다. 당연히 그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람이 죽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중요한 증인이 죽었으니 그의 손에 있는 증거는 또 하나가 빠졌다. 여 총독 등 사람들을 단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연이은 악몽으로 호 흠차는 타격을 받고 시선이 흔들렸다. 그는 얼빠진 표정으로 하인을 여러 번 불렀으나 하인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대인, 대인…… 소인을 놀라게 하지 마세요!"

하인이 호 흠차가 겁을 먹고 미쳤다고 생각할 때쯤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던 호 흠차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여봐라, 가마를 준비하거라. 지금 당장 대장군을 뵈러 간다."

강남의 음모는 너무 깊었다. 그는 추밀원과 협력해야 했다. 이것으로 인해 육장봉에게 약점을 내주는 격이 되더라도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육장봉을 찾아가 협력하는 것이 그가 일을 잘못하여 황성사에게 강남의 일을 가로채 갈 기회를 주는 것보다 나았다.

육장봉은 중서(中書) 육부를 억압한다면 그들은 정치상에서 일부 이익을 내놓으면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곳에서 얻어내면 되는 일이었다.

만약 그가 강남의 사건을 잘 처리하지 못해 황성사가 맡아 완성한다면 황성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는 바로 육부의 죄인이 되는 것이었다.

"추밀원 좋은 일만 하게 되었네!"

호 흠차는 "굴욕"적인 마음을 가지고 육 대장군을 만나러 왔다. 그는 육 대장군과 협력하는 일로 논의를 하자고 했으나 뜻밖에도 육 대장군은 아예 그를 만나지도 않았다.

다만 육삼더러 말 한마디를 전하라고 했다.

"추밀원은 군권을 장악하고 있고 정무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호 흠차는 조급해졌다.

"강남의 일은……."

육삼은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한번 반복했다.

"추밀원은 군권을 장악하고 있고 정무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강남의 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어? 육부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하겠다면 황성사를 찾아가라고 해. 우리 추밀원은 이런 보람 없이 고생만 하는 일을 안 해.'

"호 대인, 나가시는 길은 이쪽입니다."

육삼은 호 흠차가 다시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호 흠차가 떠났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가 먼저 돌아서서 떠나갔다.

호 흠차는 그 자리에 굳어졌다. 그는 육장봉이 왜 자기와 협력하는 것을 거절한 것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육 대장군께서는 내가 중서 육부를 대표해 그와 협력하자는 것인 줄 모르시는 건가? 육 대장군께서 이번에 날 도우시면 앞으로 군사 급여, 양식 문제에서 우리 육부에서도 체면을 봐줘 더 이상 떼먹지 않을 수도 있잖아? 육 대장군께서는 우리와 협력하면 얻게 되는 좋은 점에 대해 정말 알고도 거절하신 걸까?'

호 흠차는 육 대장군 앞으로 쳐들어가 그 이해관계를 분명히 말해 주어 그를 도와준다면 얻게 될 좋은 점을 육 대장군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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