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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83)화 (883/1,004)

883화 당신은 아주 이기적이오

그는 몹시 바빴다.

총독부에서 나온 뒤, 육장봉은 육일더러 강남 주둔군의 수령을 제압하고 강남 주둔군의 통제권을 받아오라고 명령했다.

전에 육일은 강남의 주둔군을 징용했지만 모든 권리는 수령의 손에 있었다. 육장봉은 손을 쓰자마자 곧바로 주둔군의 수령을 해임하고 주둔군의 지휘권을 빼앗았다.

주둔군의 수령은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무력으로 육장봉의 사람을 이길 수 없었고 위엄으로는…….

수령은 육장봉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사람을 시켜 그를 잡아들이라고 할 때, 군에서의 심복과 그의 수하 장병들이 반드시 나서서 그를 위해 말을 해 주리라고 생각했다.

강한 용도 현지의 뱀을 누르지 못하는 법.

강남의 주둔군 전체는 모두 그의 사람이었다. 육장봉이 아무리 위엄이 있고 권력이 막강하다고 해도 바로 그의 사람들이 따르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군에서의 육장봉의 위신을 낮잡아 보았고 자기의 인품을 너무 높이 평가했다.

육장봉이 그를 잡아들이라고 명령하자마자 그의 심복은 그를 구하기는커녕 육일에게 협력하여 앞다투어 그에게 손을 써 제압하려고 했다.

"너희들…… 배은망덕한 개자식들 같으니라고!"

그 순간, 주둔군 수령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평소에 좋게만 대했던 심복이 결정적인 순간에 비적들보다 악랄하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심복들은 그의 편을 들기는커녕 그를 잡아 공을 세우려고 했다.

그에게 욕을 먹은 몇몇 심복들은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으나 그를 위해 말을 해 주는 사람은 여전히 없었다.

"배은망덕? 너희들은 조정의 밥을 먹고 조정의 급여를 타면서 인간 같은 짓은 안 했지 않느냐. 너야말로 배은망덕하다!"

육일은 주둔군 수령의 손을 뒤로 꺾어 버렸다.

"얌전히 굴어!"

주둔군 수령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음속으로는 당황스러워졌다.

'육일의 이 말은 무슨 뜻이지? 육 대장군이 뭘 알게 된 것은 아니겠지?'

그는 고개를 들어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그는 뭔가 물어보고 싶었으나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가 말을 꺼낸다면 사건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돌이킬 수조차 없을 것이다.

결국 주둔군 수령은 한마디도 못 하고 죽은 개처럼 육일에게 끌려갔다.

육장봉은 사람 마음을 매수하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명성이 강했다.

육장봉이 병사를 거느리고 북요를 이긴 뒤, 군에서의 그의 위신은 하늘의 태양과도 같았다. 군대의 장병들은 하나같이 그를 신처럼 숭배했다.

군대의 장병들은 호부를 몰라봐도 육장봉을 몰라보지는 않았다.

육장봉의 명령은 군에서 성지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육일은 성지를 들어서야 겨우 주둔군의 수령이 그의 안배에 따르게 했는데 육장봉이 주둔군 영지에 서 있기만 하자 군대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는 지금부터 강남 주둔군은 그가 맡는다고 말하자마자 군대에서는 그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커녕 분분히 환호하는 사람밖에 없었다.

"대장군, 용맹하십니다!"

"대장군, 용맹하십니다!"

주둔군 군영은 마치 설날처럼 떠들썩해졌다. 장병들은 하나같이 흥분해서는, 장창을 높이 쳐들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황제가 직접 와도 이 사람들이 이렇게 흥분할 것 같지 않았다.

육장봉은 별반 힘을 들이지 않고 강남의 주둔군을 손에 넣었다. 그의 명령이 전해지자 군에서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고 추진력도 아주 좋아 육일이 감탄할 정도였다.

그는 이 사람들이 식충이 강남 주둔군이 아니라 훈련이 잘되어 있는 육가군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뭍에 올라온 뒤, 조금도 쉬지 못했던 육장봉은 강남 주둔군을 수복한 뒤,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날 저녁, 그는 종씨 등 사람들을 데리고 월령안이 묵는 별원으로 왔다.

오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육삼은 화들짝 놀랐다. 대장군인 것을 보고 나서야 육삼은 시름을 놓았다.

육삼의 반응이 이렇게 클 만도 한 것이 강남는 월령안의 적이 너무 많았다. 다른 사람 말고 향혈해만 봐도 그랬다.

향혈해는 절대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육삼은 오후에 월령안이 먹을 음식에 독을 탄 하인을 잡았다. 월령안이 세심하여 하루 세끼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평소 먹고 마시는 것도 모두 검사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독에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인이 독을 탄 일이 밝혀진 뒤, 육삼은 줄곧 정신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번에 육장봉이 찾아온 것을 보자 육삼은 드디어 시름을 놓았다.

대장군이 있으니 그는 안심되었다.

육장봉이 찾아오니 영리한 하인이 가서 월령안에게 보고했다.

월령안은 서재에서 장부를 계산하고 있었다.

하인의 부름을 듣자 그녀는 잠깐 멍해졌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장부를 내려두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 대장군이 성큼성큼 서재로 들어왔다.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홀가분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아 조롱조로 입을 열었다.

"대장군께서 야밤에 뭘 원하셔서 친히 방문하셨나요?"

육장봉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가 사람과 배를 빌려 간 일로 월령안이 화를 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저도 모르게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을 원하오! 월령안, 지금부터 당신은…… 나한테 징용되었소!"

월령안이 반응하기도 전에 육장봉은 책상 앞으로 걸어가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상체를 숙인 채, 월령안을 온통 그의 숨결에 휩싸이게 했다.

* * *

육장봉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정말로 바로 월령안의 별원을 징용했다!

물론, 무상은 아니었다.

금방 강남 관리를 조사한 육장봉의 기세는 아주 드높았다. 그는 책자를 꺼내 월령안 앞에 던졌다.

"위에 적힌 사업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표기하시오."

그녀는 몹시 기뻐하며 물었다.

"당신이 시키신 거예요?"

책자에는 강남에서 죄를 저지른 관리들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이 기록되어 있었다. 큰 것은 밭, 점포 등이 있었고 작은 것은 금은, 골동품 등이 있었다.

이 책자를 만든 사람이 적잖게 품을 들였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소."

육장봉은 월령안의 맞은편에 앉았다.

"육이더러 미리 조사하라고 했소. 증거라고 칠 수 있지."

"절 위한 게 아니었네요."

월령안은 책자를 덮고 일부러 실망한 것처럼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시오?"

직감이 아주 강한 육 대장군은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위한 게 아니면 누구를 위한 것이겠소?"

"분명 당신이 조정에서 파견한 흠차 대신을 못 믿어서 그들 관리들끼리 서로 보호할까 봐 미리 강남에서 죄를 범한 관리들의 재산을 파악한 거잖아요."

월령안은 육장봉을 흘겨보며 책자를 책상 위에 놓았다.

육장봉이 말했다.

"그건 다 하는 김에 한 것이지. 주요하게는 당신을 위한 것이오."

"제가 당신을 믿으면 바보죠."

월령안이 실소를 하였다.

"그래도 감사하기는 하네요. 이 책자는 아주 쓸모 있겠어요. 그러나 당신이 나설 필요는 없어요. 제가 마음에 든 것은 저 스스로 살 거니까 끼어들지 마세요."

"갖고 싶지 않소?"

육장봉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얼굴에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가 겨우 월령안의 환심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월령안은 이 마저도 빼앗으려는 것인가?

"이건 제가 가지고 싶은 것과는 상관이 없어요."

월령안이 온화하게 말했다.

"당신은 조정의 중요한 대신이고 앞날이 창창하죠. 이런 일 때문에 약점이 잡힌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요."

"폐하께서는 내가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매우 좋아하시오."

그의 위치에서는 일부러 자기에게 오점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작은 잘못을 저질러 황제가 겉으로 약점을 잡아내게 하면 그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제가 싫어요. 그들은 당신에게 그 어떤 죄명도 뒤집어씌울 수 있지만 상인과 결탁하여 백성들에게서 이익을 빼앗은 것은 안 돼요."

월령안의 어여쁜 얼굴에 단호함이 떠올랐다.

"제가 목숨 걸고 돈을 버는 것은 저와 주변 사람들이 더 잘 지내게 하기 위해서지 그들이 돈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세상에 사업은 많고도 많아요. 제가 가지고 싶다고 모두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한테 있는 돈만큼 누리는 것이죠. 돈이 없다면 억지로 추구하지 않아요. 전 그렇게 탐욕스럽지 않아요."

육장봉은 물론이고 종씨 그들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진작 사업을 준비해 두었다. 그들이 돈이 부족하여 관가에서 나쁜 길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상업을 행하면 돈을 착실히 벌어야 하고 벼슬을 하게 되면 앞길을 착실하게 개척해야 하는 것이었다.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어떤 위치에 있으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육장봉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당신이 목숨 걸고 돈을 버는 것이 주변 사람들이 잘 지내게 할 수 있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싸우고 또 관가에서 힘들게 위로 오르려는 것 또한 주변 사람들이 더 편히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그도 월령안이 계속해서 노력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기의 힘이 닿는 한 월령안에게 모든 편의를 가져다주고 싶었다.

마치 그 삼 년 동안 월령안이 그에게 해 준 그 모든 것처럼 그도 지금 월령안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었다.

"제가 한 일은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지만 당신이 한 일은 조정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에요."

이 점에서 월령안은 매우 단호했다.

"저도 다른 사람이 당신 얘기를 꺼냈을 때, 처음 드는 인상이 여인 때문에 멍청해져 권력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고 백성들에게서 이득을 빼앗은 대장군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들이 저 때문에 당신에게 손가락질하며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게 싫어요."

그녀가 어떻게 그녀의 대영웅이 그녀 때문에 욕을 듣고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할 수 있겠는가?

그녀와 육장봉 둘 중에 만약 누군가 반드시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야 한다면 그녀는 그 사람이 자신이기를 바랐다.

그녀는 자기의 대영웅이 피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육장봉은 조금 억울한 듯이 말했다.

"당신이 내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며 잘못했다는 말을 듣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나는 당신이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월령안이 날 안타까워한다면 난 월령안을 안타까워하지 않나?'

"제가 열심히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데 그들이 왜 절 욕해요?"

월령안은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아듣지 못한 척, 얼버무렸다.

"월령안, 당신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뻔히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 마시오."

육장봉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십 년의 약속은 당신 머리 위에 걸린 날카로운 검과도 같소! 당신은 내가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이 싫다면서 또 어찌 내가 당신 홀로 이런 것을 대면하게 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전 모르는 척한 적이 없어요. 전 당신이 절 안쓰러워하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정말 그 지경까지 간 것은 아니에요."

월령안은 계속해서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육장봉이 그녀를 대할 때, 항상 마음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말투를 누그러뜨리고 부드러운 어조로 애원했다.

"육장봉, 절 믿어 주시면 안 되나요? 범씨 가문과의 십 년 쟁탈전이든, 폐하가 요구하신 돈이든, 전 모두 완성할 수 있어요. 저 때문에 선을 넘는 일을 하지 마세요. 네?"

육장봉은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월령안, 당신은 아주 이기적이오. 아시오?"

'그녀가 입을 열어 부탁하기만 하면 내가 고집을 부리지 못하리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나한테 애원하다니. 월령안은 나를 손아귀에 꽉 잡고 있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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