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6화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는 일
"월령안, 나는 지금 조정 관리들이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사사로이 병기를 매매한 일에 대해 말하고 있소. 주나라와 북요 전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오. 다른 데로 말을 돌리지 마시오."
육장봉은 차가운 표정으로 월령안을 노려보았다.
"그 일전이 있든지, 없든지 조정 관리들이 사사로이 병기를 매매하는 것은 위법이오. 알겠소?"
월령안의 세 치 혀는 참 대단했다.
무릇 그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았다면 월령안에게 말려들어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을 뻔했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오는 무슨 오요……. 당신에게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은 당신에게 협력해달라는 것이오."
관리들이 감히 몰래 무기를 사고팔았으니 반드시 철두철미하게 깔끔하게 처리했을 것이다.
월령안이 말한 것처럼 그는 증거가 없어 그들을 심문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는 누가 참여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월령안은 알고 있었다.
월령안이 그들에게서 병기를 샀으니 틀림없이 누가 가담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의 수중에는 증거까지 있을 수 있었다.
"저는 협조할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증거도 없어요."
'있어도 내놓지 않을 거예요.'
월령안은 몸을 옆으로 돌렸다. 바닷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를 흐트러뜨리면서 그녀 눈 속의 차가움과 걱정을 감추어 주었다.
육장봉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빛도 전에 없이 진중했다.
"참여자 명단만 알려 주시오. 다른 건 당신이 할 필요 없소."
"말할 수 없어요."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눈빛은 단호했다.
"당신이 연루될까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오? 내가 있는데 뭐가 두렵소?"
설령 월령안이 그 일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그는 월령안을 깔끔하게 제외시킬 수 있었다.
"이 일은 저한테까지 연루될 것도 없어요."
월령안은 고개를 저었다. 눈에는 조소가 서려 있었다.
"이런 일에…… 제가 어떻게 직접 나서겠어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직위가 높고 권력이 센 사람일수록 죽음을 더 두려워한다. 이를테면 그녀였다.
그녀 같은 사람들은 수중에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무릇 위험하거나 법을 어기는 일 같은 것은 모두 남이 대신 처리해 주었다. 조정에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절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그럼 뭐가 무서운 것이오?"
육장봉은 서슬이 퍼렇고 기세가 드셌다.
"두려운 게 아니라……."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떤 일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눈도 사람을 속이죠. 당신이 본 것이 꼭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오?"
육장봉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그 속에는 위험한 빛이 번뜩였다.
월령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 꼭 끝까지 추궁해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육장봉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억울하게 희생된 장병들을 위해 책임을 질 것이오."
"전쟁터에는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어요."
전쟁터에 나가면,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했다. 누구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놈이겠는가.
"적의 손에 죽지 않으면 억울하게 죽은 것이오. 내 병사들은 당신 덕분에 굶어 죽지 않았소. 그러나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소? 다른 병사들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겠소?"
그는 추밀원사로 천하의 병마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모든 장병을 책임져야 했다.
월령안은 그를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당신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다른 사람들은 유죄일지 모르지만 저와 거래한 사람들의 취지는……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비열하지는 않아요."
월령안은 해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당신은 잘 아실 거예요. 군중 물건은 항상 구매자가 있어요. 멀리는 몰라도, 지금 바다의 해적만 해도 그래요. 무릇 조금이나마 명성이 있는 자들은 금은보화가 가득하지만 무기가 모자라요. 수중에 좋은 무기가 있어 부르는 값이 아무리 높아도 바다에서는 모두 팔 수 있어요. 당신은 생각해 보셨나요? 왜…… 그때 당시, 제가 마침 군중에서 쓰다 버린 병기를 살 수 있었는지?"
"당신에게 증거가 있소?"
육장봉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월령안은 지금 그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인가.
"없어요."
이런 일에 어떻게 증거를 남길 수 있겠는가.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당시 행동이 전선의 급한 불을 껐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어요. 그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그들을 팔아넘길 수 없어요."
월령안은 자신한테서 어떤 소식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 주기 위해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상인으로서는 더 말할 수 없어요. 상인은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평판에 기대야 해요. 특히 이런 빛을 볼 수 없는 거래를 할 때는 평판이 금은보화보다 더 중요하죠. 제가 그들을 팔아넘기고 평판이 떨어지면 앞으로 누가 감히 저를 믿겠어요? 월씨 가문은 앞으로 어떻게 장사를 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오."
육장봉의 얼굴빛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러나 말투는 전처럼 날카롭지 않고 한층 누그러져 있었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월령안의 이 거래가 아니었다면 그는 북요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큰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또 다른 모순이 생겼다. 이는 월령안을 만나기 전 육장봉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괴로운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서 이기심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월령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쾌한 말투로 말했다.
"사실, 그들이 무기를 저한테 파는 것도 대단히 큰 위험 부담을 안는 것이에요. 따라서 이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해서 공적인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죠?"
"당신, 지금 그들을 위해 사정하는 것이오?"
'월령안은 너무 담대한 게 아닌가?'
"네."
월령안은 대범하게 인정하고 손을 들어 눈을 가리는 잔머리를 귓등으로 넘겼다. 그녀는 확고한 눈빛으로 깜빡이지도 않고 육장봉과 마주 보았다.
"전쟁 기간에 저는 병기와 양식을 끊임없이 살 수 있었어요. 그래 제가 그들을 위해 사정할 만한 가치가 없는 건가요?"
그녀가 두 배, 세 배의 가격을 지불했지만, 전쟁 기간에 대량의 식량과 병기를 살 수 있는 건 기적이었다. 두세 배의 가격이 무슨 대수인가.
육장봉은 바로 무언가 말하려 했다.
"당신……."
월령안은 육장봉의 말을 가로챘다.
"말씀하지 마시고……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저에게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아무 증거도 없어요.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 당시, 조정에서는 당신에게 군대를 철수하라고 강요하기 위해, 식량과 마초 및 병기 공급까지 끊어 버렸어요.
호부에서는 날마다 우는 소리를 하고, 국고는 텅텅 비어 말이 달릴 수 있을 정도였으며 관리들은 삼 년간 봉록을 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연해 일대의 주둔군은 그때 당시 병부에 병기와 군량, 마초를 끊임없이 요구했죠. 그리고 병부든, 이부든 전혀 확인하지도 않고 요구하는 대로 주었어요. 당신은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그녀는 연해 지역의 관리들이 병기와 군량, 마초 등을 매매하는 데 얼마나 많이 연루되었는지 몰랐다. 그녀는 조사하지도 않았다. 또한 육장봉도 조사하지 않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일단 조사하기 시작하면 연루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아마 황제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육장봉은 침묵에 빠졌다.
그는 월령안에게 설득당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육장봉,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아요. 조정의 관리들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뻔뻔스럽지도 않고요. 엎어진 둥지에는 성한 알이 없어요.
조정의 관리들은 이기심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주나라의 강산과 사직을 위해 자신의 힘이 닿는 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어요. 어쩌면 당신은 그들의 방법에 찬성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그 삼 년간, 그녀 혼자 전선의 군량과 마초, 병기를 위해 죽기 살기로 뛰어다녔던 것만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그녀를 도왔었다. 하지만 그들이 한 일은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되었다.
설령 지금 전쟁에서 이겼다 해도 세상에 알려서는 안 되었다.
"저도 그들의 방법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고조 황제가 나라를 동원해 치뤘던 전쟁 때문에 두려움이 생겼던 거예요."
월령안은 말하면서 줄곧 육장봉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였다. 육장봉이 얼핏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계속해 말했다.
"그 전쟁에서 주나라는 참패했어요. 모든 이들이 그것은 고조 황제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 잘못은 누구에게 덮어씌워졌나요? 고조 황제는 여전히 황제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전쟁을 고집했던 관리들과 그 후손들은 지금도 과거 시험에 참가할 수 없어요. 그 전쟁에서 병사를 거느렸던 장령들과 그들의 후손들은 아직도 귀양지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요.
멀리는 그만두고, 서씨 가문만 해도 그래요…… 서 아저씨의 사례가 바로 눈앞에 있잖아요. 서 장군은 고조 황제를 구하기까지 했지만 패전 장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전 가문이 모두 죽었어요. 서 아저씨는 지금까지도 감히 사람들 앞에서 서씨 가문 사람이라고 말하지 못해요.
이런 참혹한 사례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조정의 관리들이 어떻게 나서서 당신을 지지하겠어요? 육장봉, 그들이 한 짓은 옳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그들을 배신할 수 없어요. 아시겠어요?"
끝으로 월령안은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육장봉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없이 애원했다.
어떤 일은 정말 간단하게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는 진실과 거짓으로 가늠할 수도 없다.
어떤 일은 최종 결과를 보아야 하고, 최종적으로 이익을 얻는 자를 보아야 한다.
병부와 호부가 손잡고 연해 주둔군에 군량, 마초, 병기를 준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 일은 어떻게 보아도 조정의 관리 제도가 부패한 것이다.
당시 전선에 있는 육장봉은 군량과 마초, 병기가 몹시 필요했다.
그녀는 많은 돈을 손에 쥐고서도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살 수 있는 방법도 찾지 못했다.
조정의 관리들은 아무도 감히 육장봉에게 군량과 마초, 병기를 공급하겠다고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단 입을 열게 되면, 육장봉이 패전할 경우,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더욱 비참하게 죽기 때문이었다.
육장봉은 황제가 받쳐 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녀가 돈으로 군량과 마초, 병기를 살 때, 살 수 있는 곳을 알려 주는 것뿐이었다.
이런 큰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일을 해낼 수 있고, 빈틈없이 하며, 병부⋅호부⋅공부…… 그리고 각지 주둔군 장령들이 모두 암암리에 협조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당시 승상과 부승상뿐이었다.
이 역시 그녀가 소씨 가문과 장씨 가문을 전멸시킬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수 남겨 두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 간에 얼마나 많은 개인적인 원한이 있든지 간에 국가 대사 앞에서는 모두가 통일 전선에 서고, 이 나라의 번성과 강대함을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소 승상과 장 부승상이 그때 당시 이기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육장봉 둘 다 이 호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육장봉이 이 일을 들추어내는 것을 진심으로 원치 않았다.
들추어내면, 설령 모든 일이 강산과 사직에 유리하더라도 연루된 모든 자들은 참수의 말로를 모면할 수 없을 것이다. 지어는 자손 후대에까지 화가 미치고 뭇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다.
"육장봉, 이 일은 폐하께서도 묵인했을 거예요."
월령안은 조금 더 힘을 주어 육장봉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조마조마해서 말했다.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어때요?"
육장봉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월령안의 하얗게 질렸지만 여전히 그의 옷자락을 꼭 잡아당기는 손가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