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873)화 (873/1,004)

873화 우리 대장군이 어떤 사람인데

"음."

신분이 드러나면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모두 존재했다. 육장봉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이해득실을 따져 보았다.

"제가 전갈을 보낼게요."

월령안은 오래 머물지 않고 걸음을 재촉해 바삐 자리를 떴다.

이제 곧 개전하면, 그녀 또한 육장봉 못지않게 서둘러야 했다.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월령안에게 한마디 당부했다. 그러고는 붓을 들고 백지 위에 하나하나의 전투 배치도를 그렸다.

강남 수군은 도합 백여 명이 되었다.

육장봉은 그들을 열한 명씩 열 개 소대로 나누었다. 한 사람이 대장이고 나머지 열 명은 각기 양쪽으로 나뉘어 대장의 인솔하에 돌격하기로 했다.

열 개 소대 가운데서 세 개 소대가 선봉으로 나서고, 네 개 소대가 양 날개, 그러니까 양쪽 작은 수로로 잠입해 측면 공격하기로 했다. 나머지 세 개 소대는 뒤처리를 맡기로 했다.

육장봉은 인원을 배치한 뒤, 육일, 육이, 육사, 육오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육일이 앞장서서 돌격하고, 육이와 육사는 양 날개에서 포위 공격하며, 육오는 사람을 거느리고 지원하기로 했다.

* * *

해가 지고 육장봉이 이리저리 수정하며 작전 계획을 준비할 때, 육일 등 네 사람이 작은 배를 타고 건너왔다.

넷이 미처 전함에 접근하기도 전에 강남 수군이 한발 앞서 외쳤다.

"누구냐? 어서 돌아가거라."

한마디 외쳤지만 육일의 배가 속력을 줄이지 않자, 수군은 다시 한번 큰소리로 외쳤다.

"수군이 순시하는 중이다. 접근 금지!"

그러나 육일 등 넷은 여전히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질주해 앞으로 다가왔다.

"궁수 준비!"

수군 총교관은 육일 몇 사람이 충고를 듣지 않자 즉시 맞서 싸울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육장봉은 수군을 오후 내내 훈련시켰다. 어쨌든 지금 그들은 명령은 지켜야 하고 금지 사항은 행하지 말아야 하는 것 정도는 배우게 되었다.

총교관이 명령을 내리자 궁수들은 육일을 비롯한 몇 명을 조준했다.

"속도가 괜찮군. 보기에는 종씨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형편없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육일 몇 사람은 의기양양해서 배를 타고 있었다. 그들은 강남 수군의 기세를 보고 겁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느 정도 좋게 보았다.

육일은 뱃전에 서서 두 눈이 밝게 빛났다.

"대장군께서 있는 한, 아무리 형편없는 병마라도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게 되는 게 당연하지."

'우리 대장군이 어떤 사람인데.'

혼자 힘으로 상어 두 마리를 잡은 영웅이었다.

대장군이 할 수 없는 일은 없었다.

육일 몇 사람은 좀 알아보려는 생각은 있지만, 그렇다고 달려들어 강남 수군과 한번 붙어 볼 생각은 아니었다.

그들은 수군들이 힘내 향혈해의 세력을 청산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들을 이겨 버려서 사기를 떨어뜨려서는 안 되었다.

때문에 육일은 궁수들의 사정거리에 다가가자, 임시로 만든 육가군의 군기를 내걸고는 강남 수군에 소리쳤다.

"육가군 육일이다. 대장군의 명을 받고 수군을 인수하러 왔다."

"육가군?"

"육일?"

"수군을 인수한다고? 무슨 뜻이지?"

강남의 수군은 육일의 말에 활마저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육일의 말을 따로따로 떼어 놓으면 알아들을 수 있는데, 합쳐 놓으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육가군, 대장군은 모두 멀리 변경에 있는 인물들이었다. 어떻게 해상에 올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어떻게 그들을 관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총교관은 진중했다. 육일 그들의 배가 점점 다가오자 재빨리 소리쳤다.

"멈추고 접근하지 말라. 우선 신분을 밝혀라!"

"우리는 대장군의 명령을 받고 강남 수군을 인수하러 왔다."

육일 등 몇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영패 하나를 들고 균일한 속도로 강남 수군의 전함에 접근했다.

분명히 네 명밖에 없고 작고 낡은 배 위에 있지만 육일을 포함한 네 사람은 용맹스럽고 기세가 높았다. 그들은 마치 천군만마를 몰고 다니는 듯이 강남 수군의 위협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배 한 척에, 네 사람이 강남 수군 백여 명과 상대해도, 기세에서는 강남 수군을 꽉 내리눌러 강남 수군으로 하여금 겁을 먹게 했다.

수군은 모두 갑판에 모여 있었지만 아무도 손쓰려 하지 않았다.

총교관도 속은 얼어붙은 채, 겉으로만 일갈했다.

"당장 멈춰라. 아니면 사정을 봐주지 않을 테다."

하지만 감히 공격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못했다.

"사람을 보내 신분을 확인하라."

육일 등 몇 사람은 비록 멈추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요구에 잘 협조했다. 그러나 그의 협조는 강남 수군으로 하여금 자신들을 무서워한다고 여기게 했다.

총교관 옆의 부수(副手)가 총교관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했다.

"뭘 확인하느냐! 대장군이 우리 수군을 관할하지도 못하는데. 대장군의 명령을 받았다는 것은 틀림없이 거짓일 것이다."

오늘 아침 일찍부터 배 위의 그분은 속력을 내어 청어도로 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 모든 사람을 배 위에 잡아 두고 훈련시켰다.

그는 어쩐지 불안하기만 했다.

그는 괜히 청어도에 불리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잡혀서 훈련을 받다 보니, 그가 소식을 전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었다.

이 몇 사람이 나타나자 그의 마음속 불안감은 더욱 커져 갔다.

만일에 대비하여 부수는 말하면서 궁수의 활을 빼앗아 육일을 비롯한 몇 사람을 겨냥했다.

"똑바로 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라!"

슈욱……!

부수는 말도 채 끝내지 않고 수중의 활을 쏘았다. 그러고는 총교관을 건너뛰고 자기가 직접 명령을 내렸다.

"멍하니 뭣들 하는 것이냐? 틀림없이 해적들이 분장한 것이다. 어서 활을 쏴 죽이거라!"

"누굴 죽이려는 것이냐?"

바로 그때, 인기척을 들은 육장봉이 선실에서 나왔다.

그는 평상복을 입고 있었으나 여전히 그 품격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는 냉랭하게 부수를 힐끗 보더니 손을 들어 부수 수중의 활을 쳐 던졌다.

부수는 비틀거리며 겨우 몸을 가누고는 육장봉을 보자 당황했다.

그는 자신이 육장봉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배 위의 사람을 선동하려고 했다. 그리고 당장에서 고함을 질렀다.

"이자는 저들과 한 패거리다. 저들은 해적으로 관아의 전함을 약탈하려는 것이다. 너희들은 멍하니 앉아 무엇을 하는 것이냐. 어서 빨리……."

"헛소리."

육장봉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돌려 육일 등을 바라보았다.

"장사, 이 몇은……."

총교관이 변명하려는데 육일 등 몇이 흥분해서 소리 질렀다.

"대장군!"

"대, 대장군?"

총교관은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 그는 멍하니 육장봉을 바라보면서도 자기가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이? 우리 수군 모두를 때려눕힌 이 사람이 육 대장군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 사람은 온몸에 군인 기질이 배어 있어 군대 출신임이 틀림없었다.

특히 오늘은 수군을 훈련시킬 때 자신의 출신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자신도 이처럼 협조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전신(戰神) 대장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배 위의 다른 사람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하나같이 멀뚱멀뚱 육장봉을 바라보기만 했다.

"대…… 대장군? 정말로 그 대장군인가요?"

"어쩐지……."

어쩐지 그들을 모조리 때려눕힐 수 있다 했더니만 역시나였다.

배 위의 수군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감탄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유독 부수만은 '대장군'이라는 세 글자에 당황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자신의 직감이 틀림없으며 그들은 끝장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장군 육장봉!

이 사람은 대장군 육장봉이었다.

그가 강남 수군더러 청어도로 가라고 한 것은 틀림없이 해적을 토벌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들은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한 사람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수군 전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동안, 육일 등 몇은 작은 배를 몰고 수군의 전함에 접근했다.

배가 멈추기도 전에 네 사람은 전함에 뛰어올라 육장봉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대장군! 소인이 늦게 왔습니다. 대장군께서 용서해 주십시오."

"일어나라."

육장봉은 강남 수군의 놀라움을 외면한 채, 육일 등 몇 명에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각의 시간을 주겠다. 배 위 사람들을 잘 정비해라."

육장봉은 냉담하게 명령을 내리고, 멍하니 앉아 있는 부수를 지켜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일깨워 주었다.

"기억해라. 나는 어떤 소문도 새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예, 대장군!"

육일 등 몇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육장봉이 선실로 돌아간 다음, 그들은 육가군의 영패를 내보이며 총교관과 의논하려 했다.

"우리는 명을 받고 일하는 것이니 여러분이 협조해 주기 바라네."

총교관은 얼굴빛이 하얗게 바랜 채 가까스로 버티며 말했다.

"우리 강남 수군은 그쪽 소속이……."

육일은 입을 벙긋거리며 새하얀 이를 드러내 보였다.

"명을 어기는 자는 참수한다!"

"병……부, 가져와!"

동시에 육이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강경한 태도로 총교관에게 거절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총교관은 잠깐 갈등을 거쳐 드디어 '악한' 세력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러고는 육이의 '죽음의 시선'을 받으며 병부를 꺼냈다.

"이래야지!"

육사는 총교관이 휘청거릴 정도로 어깨를 '다독이고' 나서야 뒤돌아서 배 위의 다른 수군에게 말했다.

"잘 들어라. 우리 대장군은 단지 국경 지대 백만 대군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분은 추밀원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천하의 병마를 모두 장악한 것이다. 너희 강남 수군도 우리 대장군의 휘하에 있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수군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좋았어!"

육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들 네 사람이 인수할 것이 산산이 흩어진 모래알인 줄 알았다. 생각 밖에 수군은 조금이나마 군인 모양새가 잡혀 있고 명령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각이라도 그들이 군을 정비하기에는 충분했다.

육사는 어두운 얼굴로 외쳤다.

"이제 내 명령을 듣는다!"

배 위의 총교관을 포함한 수군들은 처음에 조금 망설이다가 곧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육일 몇 사람과 협력해 군을 정비했다. 예전의 산만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서로 뒤처지지 않으려 했다.

거의 아무 반항도 겪지 않고 육일 일행은 순조롭게 총교관의 직무를 이어받고 수군의 사무 전반을 인수했다.

월령안은 선실에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의 명성은 나무의 그림자와 같이 중요하다.

육장봉 대장군의 명성은 정말 힘이 있었다.

모래알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나태하고 목숨을 아끼던 강남 수군도 모두 의욕이 생겼다.

그녀는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서 그들이 이 상태를 유지해 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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