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1화 좋은 시기를 만나지 못한 것뿐
병사가 무능하면 혼자 무너지지만, 장수가 무능하면 한 무리가 무너진다.
그는 강남 수군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
그의 수하 사람들도 그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결코 강남 수군처럼 기개가 전혀 없이 연약하고 무르지는 않았다.
월령안은 몰래 웃고는, 잊지 않고 육장봉을 위로했다.
"그만 화내세요. 나중에 강남을 위에서 아래까지 한 번 싹 척결하고 수군을 새로 모집해서 잘 훈련시키면 되죠."
"소용없소."
육장봉은 고개를 저었다.
"향락과 부귀의 지방에서는 패기가 있는 사내를 키워 낼 수가 없소. 당신은 강남의 관리들이 계속 바뀌어도 왜 여전히 이 모양인지 모르오?"
"알아요."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귀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미인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며, 권력은 오기를 꺾을 수 있죠. 못된 자들과 한 패거리가 되는 게, 홀로 정신을 차리고 전체 강남과 적으로 맞서는 것보다 훨씬 낫죠. 강남은 향락과 부귀의 지방으로서 다른 것은 없어도 돈, 미색은 차고 넘쳐요."
월령안은 비웃음을 흘리며 풍자적으로 말했다.
"남자들은 결국 평생 재물, 여인, 권세를 추구하는 게 아닌가요. 강남에서 당신이 못된 자들과 한 패거리가 되면 이런 것들을 모두 쉽게 얻을 수 있어요. 반대로 갓 사회에 발을 내디딘 소년처럼 열정적이고 정의를 고수하며 자아를 굳게 지키려면, 배경이 있고, 뒷받침이 있으면 그나마 괜찮아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없으면 도리어 패가망신하게 될 거예요. 그 똑똑한 척하는 관리 나리들이 어떻게 선택할지는 전혀 물을 필요도 없고요."
육장봉은 월령안을 흘겨보았다.
"당신은 원인이 그렇다면, 그 뿌리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오?"
월령안도 화가 나서 그를 못마땅하게 흘겨보았다.
"당신은 그 뿌리가 우리 같은 상인들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으신 거잖아요."
"그럼 아니란 말이오?"
육장봉이 되물었다.
"물론 아니죠."
월령안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상인들 수중에 있는 돈이 강남 관료 사회의 부패를 가속화했다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근본 원인은 상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있어요. 누군가는 지름길을 가고 싶고, 누군가는 권세로 돈을 바꾸려 해요……. 그것이 관료 사회 부패를 낳게 하는 진정한 원인이에요. 설령 상인들이 없다고 해도, 지주나 부자들이 사적인 욕망을 위해 돈으로 관리 나리들에게 도움을 청할 거예요."
월령안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멈추더니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설령 강남 관료 사회의 부패가 모두 상인들의 잘못이라고 한들, 당신이 강남의 상인들을 모두 죽일 건가요? 상인들의 거래를 금지할 건가요?"
월령안은 묻고 나서 육장봉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대답했다.
"불가능하죠. 농업이 없으면 안정될 수 없고, 공업이 없으면 부유할 수 없으며, 상업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요. 상인들이 없었더라면, 강남은 지금의 부유함이 없을 것이고, 국고에도 강남의 세금 징수로 인한 수많은 돈이 없을 것이에요. 당신이 강남의 상인들을 몽땅 때려죽이면 주나라의 절반이 무너질 거예요.
설령 당신이 그 세금 징수를 다른 곳에서 메운다 해도 부유한 강남을 영남과 같이 빈궁한 지역으로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영남 그 지방의 관리들은 횡령하지 않나요? 모두 똑같은 거예요. 권력과 재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권력과 금전 거래가 생기게 되는 거예요. 다만 강남이 부유해서 관리들이 더욱 많이 횡령했을 뿐이죠."
육장봉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맞는 얘기요. 이 일은 상인들과 무관하오. 권세가 욕망을 낳은 거요. 사람들을 바꾸고, 죽이며 상업을 억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오."
육장봉은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해결하려는 마음을 접지 못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으로 그의 미간을 펴 주었다.
"생각하지 마세요. 어느 자리에 있으면 그 자리의 직책을 다하면 되는 거예요. 당신은 대장군이지 승상 나리가 아니며, 폐하는 더더욱 아니에요. 당신은 조정의 관리를 임면할 권리가 없고, 그들을 감독하고 심사할 권한은 더더욱 없어요. 관리를 어떻게 임용하고, 관리의 횡령을 어떻게 막느냐는 승상 나리나 폐하께서 알아서 할 일이에요."
물론 그녀는 육장봉에게 이 일을 철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관리와 부자, 상인 사이 권력과 금전 거래는 수천 년 동안 존재했다.
그 가운데 철혈 황제가 있어 횡령한 관리와 뇌물을 준 부자들에게 중형, 가혹한 형벌을 내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깨끗하게 척결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라면 사심이 있기 마련이고, 사심이 있으면 횡령, 뇌물 수수 같은 일은 영원히 근절될 수가 없다.
설령 권력과 금전의 거래가 없다고 해도,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거나 제 식구를 감싸는 등 일이 있게 마련이다.
인간성은 원래부터 그런 게 아닌가.
관료 사회의 일은 너무 복잡해서 몇 마디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었다. 또한 일개 여 상인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월령안은 육장봉과 이 이야기를 계속할 마음이 없어, 말을 돌렸다.
"어젯밤 종씨, 흉터 그들과 연락이 닿았어요."
"그들은 모두 괜찮소?"
관료 사회의 폐단은 너무 깊어, 육장봉도 더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월령안의 화제에 맞춰 물었다.
흉터 등 몇 사람이 월령안과 함께 그를 구하러 갔던 일을 육장봉은 진작 알고 있었다. 둘은 한동안 흉터 그들을 걱정했었다.
"흉터 그들은 다들 어피복을 입고 있었고 또 헤엄도 잘 쳐요. 물론 그들은 우리보다 운도 더 좋았어요. 바다에서 상선을 만나 구조되었대요."
월령안은 내통자에게서 흉터 그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소식에 기뻐했다.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무슨 소식을 전해 왔소?"
"그들은 향혈해의 사람과 이미 한판 싸우고 한 무리를 섬멸했대요. 다행히 흉터 그들이 전한 소식이 있어, 향혈해가 대어를 이 해역으로 끌고 온 것을 알았기에 종씨 그들은 미리 대비해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네요."
월령안은 이까지 말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입술을 오므리며 가볍게 웃었다.
"참,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특별히 따로 말했어요. 육일 그들이 가장 빠른 속도로 해상 작전 기술을 익혀 이번 싸움에서 무척 용맹했대요. 그들이 도와서 향혈해가 끌어 온 대어를 제압하지 않았더라면, 종씨 그들도 죽지 않더라도 참패했을 거라네요."
"군인의 직책일 뿐이오."
육장봉은 담담한 표정으로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의 사람이 만일 그러한 패기마저 없다면, 그의 친위대가 될 자격이 없었다.
월령안은 본래 육일 등을 몇 마디 칭찬하려 했었다. 하지만 육장봉이 이렇게 담담한 것을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식견이 좁은 것이 되잖는가.
"흠흠……!"
월령안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엄숙하게 말했다.
"지금 속도로 가면, 내일 아침 일찍, 향혈해의 소굴로 들어갈 수 있어요. 대낮에 전쟁을 벌이면, 제 사람들이 도와주기 어려워요. 당신이 이 수군을 거느리고 나머지 해적을 모두 전멸할 수 있겠어요? 음…… 한 명도 살려 두지 않는 게 제일 좋아요. 향혈해의 사람들이 저를 알고 있기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좀 번거로울 거예요."
월령안은 이 강남 수군을 믿지 않았다.
육장봉이 없었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밤에 전쟁을 벌여 종씨의 사람을 수군의 배에 혼입시켜 암암리에 수군을 돕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육장봉이 있기에 그녀는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어쨌든 세상에서 했던 일은 다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강남 수군 앞에서 그녀의 사람을 폭로시키지 않을 수 있다면 될수록 폭로시키지 않는 게 좋았다. 아니면 무척이나 번거로울 것이다.
육장봉은 강남 수군의 전투력을 겪어 봐서 알고 있었다.
그는 목숨을 한없이 아끼는 이 강남 수군들이 일거에 향혈해의 사람을 해치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육장봉은 이렇게 준비했다.
"저녁 무렵에 싸움을 시작할 거요. 그들이 안 되면, 그때 가서 당신의 사람들이 다시 손쓰시오."
어쨌든 조정에서 모집한 관병들이었다. 육장봉은 그들을 신임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싸움을 잘 못 해도 괜찮았다. 다만 명령을 기꺼이 따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앞으로 돌격할 용기가 있다면, 그들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있었다.
"좋아요. 그럼 속도를 내라고 명령하세요. 제가 종씨 그들에게 전갈을 보낼게요. 그들더러 보이지 않는 곳에 잠복해 있다가 강남 수군과 협력하라고 할게요."
월령안은 당연히 의견이 없었다. 종씨 그들을 폭로시키는 위험보다 향혈해의 사람을 더욱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육장봉의 계획은 아주 좋았다. 강남 수군이 안 될 때, 그녀의 사람들이 나서기로 했다.
육장봉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강남 수군에 당신의 사람이 있소?"
월령안은 불편해하며 웃어 보였다.
"지피지기해야 백전백승할 수 있잖아요. 강남 수군은 별로지만 어쨌든 관아라는 껍질을 걸치고 있으니 일반인들보다 소식이 빨라요."
그녀의 사람이 지원하지 않으면, 향혈해가 어떻게 쉽사리 수군 군영을 불태우고, 또 깔끔하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겠는가.
물론 월령안은 잘난 척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강남 수군에는 향혈해의 사람도 있어요. 그자는 강남 관료 사회에 적지 않은 첩자를 심어 놓았어요. 강남에서는 그자의 소식이 저보다 훨씬 빠를 거예요."
첩자를 얕잡아보아서는 안 된다. 첩자를 잘 쓰면 거물들에 못지않게 힘을 쓸 수 있다.
거물들은 매수하기가 쉽지 않으며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첩자들은 달랐다. 몇 사람을 잃어도 크게 손해 보지 않으며, 게다가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고 남의 감시를 받지 않았다.
"그자를 높이 사는 것이오?"
육장봉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되물었다.
"그자를 높이 사지 않으면, 그의 수하들을 해결하려고 제가 직접 다녀가지 않을 거예요."
월령안은 육장봉이 향혈해를 안중에 두지 않자, 잠깐 생각하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당신, 향혈해를 얕잡아보지 마세요. 그자가 영왕의 후대든지, 아니든지 그는 이미 영왕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았어요. 강남에서 세력이 작지 않아요. 그리고 계략과 수단만 놓고 말해도, 그자는 저에 못지않아요."
월령안은 이까지 말하고 나서 잠깐 멈추었다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그자가 저보다 유일하게 못한 점은 야심이 너무 크고, 가지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독선적이며 자만하고 있다는 거예요."
"당신 말이 맞소. 그자는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형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소."
육장봉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심드렁한 모습으로, 향혈해를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향혈해는 형세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운이 없어 좋은 시기를 만나지 못한 것뿐이에요."
지금의 향혈해는 확실히 큰일을 이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향혈해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그의 일을 망쳤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