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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66)화 (866/1,004)

866화 당신은 저의 영웅이에요

그녀는 상처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안타까워했다.

"정말 괜찮은 거예요? 몸이 온통 상처투성이예요."

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만약 흉터처럼 상처가 가득 남는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가슴이 아플 것이었다.

"모두 살갗만 다쳤을 뿐, 치명적이지 않소."

육장봉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상처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상처를 처치하고, 약을 바르지도 못해요."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며 좌우를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다시 물었다.

"당신이 저를 데리고…… 이 섬으로 온 건가요?"

당시 육장봉은 심하게 상한 상태였다.

두 사람이 살아서 섬에 올라올 수 있었다는 것은 진짜 기적에 가까웠다.

"음, 우리는 파도에 밀려서 이 섬 부근에 왔었소. 섬이 보여서 당신을 데리고 헤엄쳐 왔소."

그는 눈을 뜨자마자 그와 함께 꼭 묶여 있는 월령안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물론 놀라움 외에도 더욱 많이는 기쁨이었다.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본 사람이 월령안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당시 두 사람은 모두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월령안을 품에 안고서 그녀의 입가에 입맞춤을 했다.

그 순간, 오직 월령안을 꼭 안고서 힘껏 입맞춤해야만 마음속 환희와 감동을 표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세한 것들은…… 그녀와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육장봉은 하마터면 온몸의 힘을 빼앗아 갈 뻔한, 짧지 않았던 입맞춤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하고는 바구니에서 죽통에 담긴 식수를 꺼내 월령안에게 건네주었다.

"입술이 다 말라 터졌소. 먼저 한 모금 마시시오."

"움직이기 싫어요. 먹여 주세요."

이제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월령안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나른하게 육장봉의 몸에 기대며 해이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냥 다시 살아난 희열을 감수하고만 싶었다.

육장봉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눈에는 애정이 넘쳐흘렀다.

"입술을 벌리시오."

월령안은 그의 손을 잡고 죽통 안의 물을 마셨다. 다 마시고 나서는 뾰로통해서 한마디 했다.

"저는 당신이 입으로 먹여 줄 줄 알았어요. 괜히 기다렸군요."

"지금 나한테 입맞춤해 달라고 암시하는 거요?"

육장봉은 텅 빈 죽통을 흘끔 보고는 살짝 아쉬워하며 말했다.

'이거 좋은 기회를 놓친 건가?'

"아니요. 해 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팔을 안고 그의 옆얼굴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그러고는 기쁨에 겨워 말했다.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다시 눈을 뜨자마자 당신을 보고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말이에요."

그녀는 자신이 죽는 줄 알았다. 또한 육장봉, 육 대장군이 원통하게 자신과 함께 누구도 모르게 바다에서 죽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 그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너무나 좋았다.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는 아직 살아 있어요. 멀쩡하게 살아 있다고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팔을 꼭 껴안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육장봉, 당신은 저의 영웅이에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햇빛이 겹겹이 쌓인 나뭇잎을 뚫고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으며 그녀의 눈매를 부드럽게 했다.

육장봉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달콤해졌다. 입꼬리도 저도 모르게 계속 올라갔다.

그는 월령안을 품속에 꼭 껴안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약속했다.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오."

그는 영원히 월령안 마음속의 영웅이 되어, 영원히 그녀를 보호하고 그녀가 상처받지 않게 하고 싶었다.

* * *

섬에 오르면 바다에서 떠다니기보다는 생존할 기회가 높았다. 하지만 섬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했다.

월령안은 잠깐 쉬고서 육장봉과 함께 이 낯선 섬을 탐색하기로 했다. 우선 그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그녀는 몸에 큰 상처가 없었다. 하지만 파도에 맞아 가슴이 몹시 답답하고 아팠다. 누워 있으면 그나마 나았지만, 일어서자 곧 숨을 헐떡였다.

육장봉은 긴장한 나머지 웅크리고 앉아 그녀를 업으려 했다.

"업히시오. 업어 줄 것이오."

월령안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그의 등을 툭툭 쳤다.

"당신이 저보다 더 많이 다쳤어요. 육 대장군…… 환자로서 자각이 좀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녀가 파도에 부딪쳐서 아프면, 육장봉은 더 아플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육장봉은 지금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그녀는 얼마나 생각이 없어야 육장봉의 등에 업히겠는가.

"모두 외상이라 아무것도 아니오. 어서 업히시오!"

육장봉은 또 재촉했다.

"참나……."

월령안이 살짝 힘을 준 순간, '쫙' 소리와 함께 육장봉의 웃옷에서 커다랗게 한 조각이 찢겨 나갔다.

원래 육장봉의 몸에 너덜너덜하게 걸려 있던 옷은 버티지 못하고 어깨가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육장봉은 잠시 멈칫하다가 비로소 천천히 일어났다. 겨우 옷을 묶고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내게 이 옷 하나밖에 없는데, 어떡할 거요?"

월령안은 멍하니 손에 들고 있던 찢긴 천을 흔들어 보이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믿으세요?"

"믿을 수 없소."

육장봉은 고개를 저으며 입가의 웃음기를 가까스로 누르며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내 부인이 손수 지은 옷이오. 망가뜨리면 더는 없단 말이오. 말해 보시오. 어떻게 배상할 것이오?"

"그럼……."

월령안은 육장봉의 속마음을 알아채고는 웃으면서 앞으로 다가가 찢어진 천을 육장봉의 팔에 묶어 주었다.

"그럼 제가 직접 하나 만들어서 배상하죠. 어때요?"

"열 개."

육장봉은 입가의 웃음기를 숨기지 못하고 입꼬리가 위로 치솟았다.

드디어 월령안이 다시 그를 위해 옷을 지어 주려 했다.

지난 삼 년간의 일이 월령안에게 미치는 영향이 날로 작아졌다.

월령안과 육장봉이 잠시 자리 잡은 이 섬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도처에 크고 장대한 나무들이 자라면서 하늘을 가려 최적의 은신처이기도 했다.

앞서 육장봉은 월령안에게서 감히 멀리 떨어지지 못하고, 섬 외곽을 빙 둘러보면서 물과 먹을 것을 찾고는 서둘러 돌아왔다.

지금 월령안이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 모두 상처가 있어 빨리 걸을 수는 없지만 섬 내부를 한번 살펴볼 수가 있었다.

섬의 외곽은 누군가 손을 써서 아무런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섬의 깊숙한 곳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예리하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기에 길이 있군요……."

이런 외딴섬에는 길이 있을 수가 없었다. 길의 흔적이 보일 정도면 반드시 사람이 밟아낸 것이었다.

"양옆은 풀들이 무성하고 울창하게 자라고, 가운데는 풀이 밟히기는 했지만 지금은 많이 자랐소. 흔적으로 보아 아마 거의 한 달 가까이 지나다닌 사람이 없는 모양이오."

육장봉은 고개를 숙이고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월령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람을 만나면 맞붙어 싸울 힘이 있나요?"

"당신 잊었소. 나는 당신의 영웅이란 말이오."

육장봉은 월령안의 손목에서 팔찌를 끌어서는 촤악 펼쳐 일직선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냉혹한 눈빛을 하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당신은 내 뒷배지. 당신이 있는 한, 한번은 말할 것도 없고, 끝까지 싸울 수 있소."

앞서 대어와 싸울 때도 그는 월령안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보물고로 몸에는 암기가 수없이 많았다.

지금 그녀가 바로 그의 곁에 있는데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실소하고 말았다.

"당신을 달래는 말인데도 믿으세요."

"한평생 나를 달래 주면 되잖소. 나는 괜찮소."

육장봉은 무심코 말하는 듯했지만 사실 매우 진지하다는 것을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월령안이 그를 달래지 않고 속이더라도, 만약 한평생 속인다면 그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두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월령안은 육장봉의 눈에서 진지함과 확고함을 보아냈다. 그녀는 마음이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입을 열어 승낙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입가에 맴도는 말을 가까스로 참아 내며 농담하듯 말했다.

"혼자 좋은 생각만 하시네요. 달랜다 해도 당신이 저를 달래야죠…… 대영웅, 우리 어서 가서 이 섬에 대체 뭐가 있는지 한번 보자고요."

육장봉을 평생 달래겠다는 약속은 너무나 버거웠다. 그녀는 지금의 그녀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감히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괜찮았다. 그녀와 육장봉은 아직 평생의 시간이 있었다.

그녀는 과연 육장봉을 평생 달랠 수 있을지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육장봉도 크게 갈등하지 않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소. 내가 당신을 달랠게……."

'한평생 말이오.'

육장봉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월령안은 그의 손을 툭 쳐 던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좀 다치지 마세요. 머리가 엉키잖아요. 여기는 빗이 없어요. 제가 머리가 산발인 채로 섬에서 생활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죠?"

그녀는 육장봉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약속할 필요가 없었다.

약속보다는 행동이 더 중요했다.

그녀는 평생 육장봉이 자신을 어떻게 달래는지 지켜볼 것이다.

"좀 있다 빗을 하나 만들어야겠소. 섬에 좋은 재료가 적지 않은 것 같소."

"빗도 만들 줄 아나요?"

"빗 만드는 게 어렵소?"

"어렵지 않나요?"

"당신이 장사하는 것보다는 쉬울 것 같소."

"장사하기가 어려운가요?"

"어렵지 않소?"

"당신이 전쟁터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어렵지 않아요."

"전쟁터에서 싸우는 게……."

두 사람은 내내 웃음꽃을 피우며 걸었다. 지루할 새가 없이 재미있기만 했다.

해가 저물 무렵 두 사람은 큰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동굴을 찾아냈다.

동굴 안에는 누군가 생활한 흔적이 역력했다.

게다가 은밀하게 숨겨놓은 생활용품들이 적지 않았다. 식기들과 옷감, 옷 등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양은 그리 많지 않고, 대략 대여섯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육장봉은 동굴 속을 한번 훑어보고 쓸 만한 물건들은 모두 꺼내었다.

"동굴 속에서 생활한 흔적은 뚜렷하지 않소. 어떤 흔적은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긴 게 아니오. 아마도 선대(船隊 - 여러 척의 배로 조직된 편대)들이 잠시 쉬는 곳인 것 같소.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 같군."

"산 위의 사냥꾼 오두막 같은 건가요?"

월령안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동굴 밖에 서서 경계 태세를 취하다가 육장봉이 나타나자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육장봉은 대답하며 깨끗한 옷 한 벌을 월령안에게 건넸다.

"갈아입지 않겠소?"

월령안은 어피복 차림새였다.

어피복은 몸에 착 달라붙어 바닷속에서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편리했다.

하지만 몸에 너무 착 달라붙어 그녀의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었다.

그는 감히 그녀 옆에 너무 가까이 다가설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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