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화 어찌 보면 우리의 운이지
육장봉은 그녀의 결정 때문에 가장 적절한 구조 시간을 놓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큰아가씨,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기십시오."
방향이 틀림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흉터 등도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월령안의 말을 더욱 굳게 믿었다.
"음."
월령안은 대답하고 나서 끊임없이 해면을 훑었다. 마음속으로는 다음 순간에 육장봉의 모습을 볼 수 있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묵묵히 기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다에는 기적이 거의 없었다.
흉터 그들은 배를 운전해 핏물을 따라 앞으로 달렸다.
반 시진 뒤, 그들은 해수면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일대의 해역은 쾌청하고 구름이 없으며 해풍도 잔잔했다.
해면의 이러한 흔들림은 날씨와 무관하고 바닷속의 생물이 일으킨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큰아가씨,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저희가 바다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흉터는 월령안에게 한마디 하더니 사람을 데리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흉터 그들은 빠르게 돌아왔다.
"큰아가씨…… 백상아리와 고래상어가 싸우는 중입니다. 앞쪽은 그들이 싸우면서 만들어 낸 파도와 소용돌이입니다. 저희는 감히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부군 나리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흉터 등 몇 사람은 배에 올라서도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바다의 두 제왕이 싸우는 모습이 그들에게 준 충격이 무척이나 큰 모양이었다.
"백상아리?"
고래상어 한 마리가 육장봉 열은 삼킬 수 있었다. 그런데 백상아리 한 마리가 더 있다니. 육장봉이 버텨 낼 수 있을까.
월령안은 한껏 숨을 들이마시고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
"왜 백상아리가 영문 없이 이 해역에 나타났을까? 아니다! 고래상어가 이 일대에 나타난 것도 비정상적인 일이야. 그놈들이 갑자기 내해에 나타날 수가 없어. 문제가 있는 거야."
흉터 역시 정색했다.
"백상아리가 이 해역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놈이 고래상어와 싸우게 된 것은 피비린내를 맡고 먹이를 찾아 먹으려다가 맞붙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는 이변이 아니라는 말이네."
월령안은 앞쪽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눈빛이 어두워졌다.
여러 가지 상황이 그녀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
백상아리도, 고래상어도 이곳에 나타난 것은 우연일 수가 없고, 자연현상일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설명 가능하다면 이는 누군가 일부러 두 상어를 내륙 해역으로 끌고 온 것이었다.
그 사람이 누구냐?
월령안은 향혈해를 제외하고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녀가 손쓰지 않아도 향혈해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을 모양이었다. 게다가 향혈해는 그녀보다 더 확실하게 준비해 두었다.
이번에 육장봉이 재수가 없게 앞당겨 고래상어와 백상아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와 향혈해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예측할 수가 없었다.
육장봉이 그들을 대신해 고생했다. 운수가 사납게도 그들 대신 커다란 상어 두 마리와 맞붙었고 그들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이런 것들을 부하들이 모르면 안 되었다.
월령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어 두 마리는 향혈해가 끌고 와서 우리를 대적하려던 것이었다. 우리가 앞당겨 만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우리의 운이기도 하지."
"향 두목요? 미친 거 아닙니까? 상어를 제어하지 못하면 모두 같이 죽을까 두렵지도 않은 겁니까?"
흉터는 한껏 숨을 들이켰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는 월령안의 말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놀랐을 뿐이었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치고 상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놈들은 사람은 물론이고, 배까지도 삼킬 수 있었다.
향혈해가 상어를 내해로 끌고 들어온 것은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
월령안은 차갑게 웃었다.
"외력을 빌리지 않으면 향혈해가 무엇으로 우리를 이기겠어? 하지만 상어 두 마리가 있으면 다르지. 우리가 둘 중 어느 한 마리를 만나든 죽음뿐이거든."
향혈해는 물론 미치지 않았다.
그가 상어 두 마리를 내해에 끌어들일 방법이 있는 만큼, 당연히 그놈들을 끌고 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흉터는 숨을 한껏 들이마시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부군 나리가 이번에 저희와 동행하시기를 잘했습니다. 그리고 또 재주도 좋고요. 안 그랬다면, 우리는 아마 끝장났을 거예요."
"그래. 다행이야…… 그가 있어서."
육장봉을 만난 것은 그녀의 행운이었다.
월령안은 잠깐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모든 표정을 거두고 과감하게 명령을 내렸다.
"철수한다. 안전지대로 철수."
바다 제왕 사이의 대결 현장은 곧 도살장이었다.
그들과 같은 '새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쫓아간다 해도 육장봉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육장봉은 아무 일이 없는데, 그들이 먼저 상어 두 마리에 찢겨 죽을지도 몰랐다.
"그래요. 좋습니다…… 큰아가씨."
흉터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실려 있었다.
그는 스스로 놀란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은 게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동시에 행운이라고 연거푸 외쳤다.
양심 없는 줄 알지만, 육장봉이 앞당겨 두 대어를 만난 게 너무나 잘된 일이었다.
월령안 일행은 안전지대로 물러갔을 뿐, 멀리 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앞쪽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앞쪽의 싸움이 끝나는 순간, 그들은 즉시 달려갈 것이다.
싸움의 결과를 수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육장봉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흉터 그들은 속으로 육장봉이 인간의 몸으로 바다 제왕들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눈치 있게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육장봉은 그들을 대신해 대어와 싸우게 되었다. 인정으로든, 도리로든 그들은 끝까지 지켜야 하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흉터 등은 돌아가면서 쉬었다.
월령안은 줄곧 눈을 뜨고 앞쪽에서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앞쪽의 싸움이 끝나면 자신이 가장 먼저 알아차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다림은 밤새 지속되었다.
하룻밤이 지나도 앞쪽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해면은 여전히 파도가 일렁이며 살기를 숨기고 있었다.
"큰아가씨, 하루 밤낮을 새우셨으니 좀 쉬세요. 저희가 지켜보겠습니다."
흉터는 새빨갛게 핏발이 선 월령안의 눈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생사에 익숙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가까운 사람의 횡사에도 무감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하는 수 없이 습관 되었을 뿐이었다.
"음, 상황이 있으면 불러."
월령안은 확실히 피곤했다.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옷을 입은 채로 뱃머리에 누워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랬다. 그냥 눈을 감았을 뿐이었다.
앞쪽에 있는 육장봉은 생사가 불분명했다. 그녀는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마치 그 삼 년 동안처럼 말이다.
육장봉이 전선에 있는 동안, 그녀는 전선에 격전이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밤을 꼬박 지새웠다.
그녀는 육장봉이 전선에서 생명이 위험해질까 걱정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더 잘하지 못하고, 노력이 부족해서 육장봉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되었다.
그 삼 년 동안 육장봉은 전선에서 선전했고, 그녀는 후방에서 마음을 졸였다.
육장봉의 대군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긴장하고 불안해했다.
육장봉이 군대를 이끌고 승리를 거두었다는 소식에 그녀는 누구보다도 흥분하고 기뻤다.
그때 그녀는 늘 끊임없이 전선에 물자를 보내곤 했다.
육장봉과 그의 대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서였다. 하지만 사실 그뿐만이 아니라 오직 그 방식만으로 자신의 기쁨과 걱정, 긴장감을 나타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런 방법으로밖에 육장봉을 도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겨우 일 년 남짓이 지났다.
하지만 월령안은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녀는 심지어 남편을 하늘처럼 여기고, 육장봉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그의 걱정을 자신의 걱정으로 여기던 그 여인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월령안은 입가에 담담하고 자조적인 미소를 떠올렸다.
지난 일 년 남짓한 사이, 너무나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그에 따라 그녀의 마음도 굳게 다져졌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또다시 삼 년 동안 일편단심 육장봉을 위해 걱정하던 아련한 여인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파도 소리와 함께 월령안은 천천히 얕은 잠이 들었다.
그녀가 겨우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인데, 몸 아래의 배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 같았다.
누구의 깨움도 필요 없이 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벌떡 일어났다.
"끝난 거야?"
"보아하니 끝난 것 같습니다. 큰아가씨께서는 잠깐 기다려 주세요. 제가 가서 보고 오겠습니다……."
흉터 등은 줄곧 앞쪽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앞쪽에서 갑자기 큰 흔들림이 있는 것이 상어 두 마리가 서로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것 같았다.
"이리 서두르지 않아도 돼. 여진이 가라앉은 다음, 배를 운전해 가 보자."
월령안은 흉터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녀는 육장봉을 걱정했다. 하지만 육장봉을 위해 불필요한 희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투가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다. 흉터가 지금 위험을 무릅쓰고 헤엄쳐 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었다.
잠시 기다리자 해수면의 바람과 파도가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월령안은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흉터에게 배를 운전해 접근하라고 명령했다.
그녀가 며칠 동안 내린 결정들은 모두 올바르기 이를 데 없었다. 때문에 설령 이 순간 여파가 계속될지라도 사람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작은 배를 타고 조금씩 싸움터 중심에 접근했다.
상어 두 마리가 만들어낸 진동은 너무나 컸다. 바다의 표면은 마치 산산조각이 난 것처럼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그 힘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작은 배는 파도에 실려 마구 흔들렸다.
사람들은 몇 차례나 파도에 날아가는 줄 알았지만 결국 여전히 바다 위에 끄떡없이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놀라서 마음속으로 해신의 보호에 연신 감사드렸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가운데, 그들은 싸움터 중심에 점점 가까워졌다. 곧 앞쪽 해역에서 일렁이는 흰색이 은은하게 보였다.
물보라의 흰색이 아니라 바닷물고기의 허연 배였다.
그리고 그 허연 뱃가죽 위에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검은 점이 있었다.
조금 더 다가서면 검은 점이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미친 듯이 하루 밤낮을 찾아다녔던 육장봉이었다.
"큰아가씨, 보세요……."
"부군 나리야! 큰아가씨, 부군 나리가 살아 있습니다."
배 위에 사람들은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 흥분된 모습은 마치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이 그들인 듯싶었다.
월령안 역시 웃으며 말했다.
"참 좋군."
너무나 기뻤다. 드디어 그를 찾게 되었다.
그녀는 싸움을 금방 끝낸 육장봉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눈으로 직접 그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는 이전처럼 오직 소식만 기다리며 혼자서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