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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59)화 (859/1,004)

859화 거친 해적, 바다 위 전투

하지만 그가 거칠게 말하자 뱃사람들은 더욱 사나워졌다.

"스스로 죽으려고 한 거네! 그러고도 우리가 구해 주기를 바라? 정 사람을 구하고 싶으면 당신네 스스로 힘으로 구하시지."

"이제는 더 버티기 힘들어! 곧 떨어지겠어!"

밖에서 육일과 육이의 고함 소리가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육오는 바로 울화통이 터져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했다.

"사람을 구해 달라고. 못 들었어?"

뱃사람들은 겁이 나 하기는커녕 오히려 흥분했다.

"와, 싸우려고? 좋아, 덤벼라!"

"흉터, 가서 사람을 구해."

월령안이 논쟁 소리를 듣고 걸어 나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 큰아가씨!"

육오를 도발하던 온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남자가 월령안의 말을 듣고 삽시간에 풀이 죽었다.

그는 육오에게 눈을 부릅떠 보이고는 '못난 자식'이라고 욕지거리를 했다. 그러고는 굵은 밧줄 두 묶음을 가져다가 한 묶음을 펼쳐 한쪽은 허리에 두르고 다른 한쪽은 선실에 묶었다. 그리고 다른 한 묶음은 어깨에 걸었다.

준비를 마친 뒤, 흉터는 육오를 노려보더니 육오 곁을 지나면서 일부러 난폭하게 밀쳤다.

육오는 부딪쳐서 어깨가 아프게 되자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노기가 서렸다. 하지만 어두운 표정의 월령안을 보고는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승선하기 전에 월령안은 그들에게 배에 오르면 모든 것을 뱃사람들의 지휘에 따라야 하며 폐를 끼치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육사가 파도에 휩쓸려 간 것은 그들이 지휘에 복종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였다.

"너희들도 가서 돕거라. 사람들을 다 데려와."

월령안은 확실히 불쾌해했다. 하지만 육오에게 뭐라 하지 않고 다른 뱃사람들에게 가서 육일 등을 데려오라고 했다.

육일을 비롯한 친위대는 모두 처음으로 출항했다. 만약 배에 익숙한 사람이 없다면 무사히 선실로 들어가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네, 큰아가씨."

뱃사람들은 비록 심드렁해 했지만 월령안이 명령하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나씩 밖으로 나갔다.

바깥의 비바람은 여전히 매우 크고 파도도 끊임없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뱃사람들은 마치 바다의 폭풍우가 그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처럼 안정되게 걸었다.

특히 선두에 선 흉터는 허리에 굵은 밧줄 두 묶음이나 매고서 비바람을 거슬러 걷고 있었다. 그는 걸음마다 속도가 매우 느렸으나 안정적이었다. 곧 뱃전에 도착한 그는 뱃전에 매달려서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는 육사를 보게 되었다.

"어…… 어…… 살려 주세요."

육사는 배의 끝자락을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있다 보니 손톱이 전부 빠져 두 손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거대한 파도가 그의 몸을 덮쳤다. 배 언저리를 잡고 있던 그의 손이 조금씩 밖으로 미끄러졌다. 당장이라도 놓칠 판이었다.

탁!

이때 또다시 밀려오는 파도에 육사는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손을 놓아 버렸다.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갔다.

"네 놈 목숨이 참 질기구나."

흉터는 밧줄 매듭을 풀더니 다른 한 밧줄을 풀어 던졌다.

"아악……!"

육사는 자기가 죽는 줄 알고 큰소리를 질렀다. 바로 이때, 그는 갑자기 허리가 졸리는 듯싶더니, 다음 순간 자신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쿵, 하는 큰 소리를 내면서, 육사는 갑판 위에 떨어졌다. 그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육사는 구원되었다. 그러나 흉터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직접 육사를 난폭하게 선실로 끌어 들여갔다.

육일 몇은 한발 앞서 선실에 들어갔다. 그들은 흉터의 난폭한 동작을 보고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 앞으로 다가가려는데 갑자기 '뚜뚜' 하고 길게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적의 습격이다!"

육일 몇을 제외한, 모든 뱃사람들은 안색이 바뀌었다. 하나같이 표정이 엄숙하고 눈빛이 험악해지더니 빠른 걸음걸이로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포위되었습니다."

"싸울 준비!"

일순간, 배의 모든 사람이 긴장하게 전쟁 준비를 하다 보니, 누구도 육일 등을 신경 쓰지 않았다.

뱃사람들은 모두 좀 전의 산만함을 벗어던지고 저마다 용맹하고 날쌔게 행동했다. 그들은 선체가 흔들리는 데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선실에서 움직이며 자신의 위치에 섰다. 모든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육일 등은 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들에게는 그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건달 기질이 있었다. 괜히 손을 써서 그들을 두들겨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큰형님, 저 손이 근질근질해요!"

다른 사람은 그나마 괜찮아서 참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육오는 방금 전에 흉터를 비롯한 뱃사람들에게 엄청 괴롭힘을 당한 터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당장 사람을 때리고 싶었다.

육일은 갑판에 닳아서 껍질이 벗겨지고 눈코가 퉁퉁 부은 육사를 힐끔 바라보고는 경고하듯 육오를 노려보았다.

"참아!"

어쨌든 상대방은 육사를 구했다.

게다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육오는 모른단 말인가.

큰 싸움을 앞두고 있었다. 지금은 내부 싸움이나 기 싸움을 할 때가 아니었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육일은 흔들리는 선체를 뒤로하고 비틀거리며 월령안에게 걸어갔다.

"마님,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저희는 전쟁터에서 작전을 지휘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나? 우리를 지휘한다고? 당신들이 자격이 있나?"

흉터는 월령안의 곁에 서서 마침 바깥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육일의 말을 듣고 그는 코웃음을 쳤다.

육일이 흉터 그들 몸에서 풍기는 건달 기질을 못마땅해하는 것처럼, 흉터 등도 육일 등에게서 나는 군인 기질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월령안이 있기에 누구도 함부로 굴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좀 전에 폭풍우가 들이닥쳤을 때도, 그들은 육일 등이 밖에 있게 내버려 두면서 한마디도 더 일깨워 주지 않았다.

육일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흉터의 이런 월권행위와 주인의 말을 가로채는 행위가 무척 못마땅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월령안만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당신네 대…… 대인께서 주 선실에 있으니 찾아가 보세요."

날씨가 바뀌자 뱃사람들은 기습 공격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육장봉은 이 사실을 안 뒤, 한발 앞서 전체 국면을 장악하기 위해 주 선실로 들어갔다.

"네, 마님."

육일은 한 바퀴 둘러보아도 육장봉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그들 대장군에게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 걱정하던 차에 월령안의 말을 듣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저희는 대인을 찾아가겠습니다."

육일은 휘청거리며 되돌아갔다. 몸이 많이 상한 육사를 편히 쉬게 한 다음, 다른 친위 몇 명과 함께 뱃머리 주 선실로 걸어갔다.

쿵…… 쾅…… 쾅…….

배 밖에서는 광풍이 휘몰아치고 소나기가 내리며 날씨가 더욱 악렬해져 전혀 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큰아가씨, 밖에 작은 배 다섯 척이 미리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운이 나빠 갑자기 폭풍을 만나 앞당겨 노출되었어요."

밖에서 정보를 알아낸 사람은 검고 말른 체형이었다. 씩 미소를 지어 보이자 흰 이가 드러났다. 거기에 흥분되어 새빨갛게 달아오른 눈동자까지 더해 어두컴컴한 선실에서 더욱 음산하고 공포스러워 보였다.

"이번 비는 마침 참 잘 왔군. 모두 작은 배니까, 사양하지 말고 그들을 바다로 돌려보내."

월령안은 장정들의 흉악한 모습과는 달리, 담담한 표정에 웃음을 띤 얼굴을 하고 있어서 여 보살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차분하게 내뱉는 말은 영문을 알 수 없이 등골이 서늘하도록 만들었다.

온 얼굴이 붓고 피범벅이 된 육사는 구석에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었다.

그는 줄곧 그들 대장군이 전쟁터에서 이미 아주 흉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월령안이 한 수 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만난다고 이 두 사람은 참으로 잘 어울렸다.

"얼씨구. 큰아가씨, 똑바로 서세요. 우리가 이제 저쪽과 부딪힐 겁니다!"

월령안이 명령을 내리자 뱃사람들은 기쁨에 울부짖었다. 기강 같은 것 찾아볼 수가 없지만 왠지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뚜뚜뚜…….

배에서는 또다시 귀를 째는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좀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육사 등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뱃사람들은 잽싸게 옆에 잡을 수 있는 것을 낚아챘다.

육사는 좀 전에 날아간 경험이 있어 전보다 더욱 신중하게 행동했다. 비록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 한쪽 팔걸이를 꼭 붙잡았다.

"키를 잡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큰 배가 풍랑을 헤치고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꼬리를 흔들었다. 선체는 흔들거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요동쳤다. 어느 한순간 육사는 배가 뒤집히는 줄 알았다.

육일 등은 주 선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도중에 누군가 제자리에 앉아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움직이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이번에 그들은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가장 빠른 시간에 주저앉아 잡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움켜잡고 애써 몸을 가누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순풍 방향, 육십 도. 돌격!"

주 선실에서 한마디가 들려왔다.

이와 함께 배가 갑자기 속력을 내더니 곧 '쿵' 하는 굉음이 울렸다. 무엇과 충돌했는지 배 전체가 물에 빠진 낙엽처럼 파도 따라 춤을 추었다.

"우욱……."

설령 육일 등이 진작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튕겨 나가 통로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하하하하…… 정말 잘했다! 이거야. 죽어 버려!"

뱃사람들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흥분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가까스로 선체가 안정되자 육일 등은 겨우 숨을 돌렸다. 이때 주 선실에서 다시 소리쳤다.

"순풍 방향, 삼십 도. 아직 하나 더 있군. 다시 한번, 저 개자식들."

"어서! 꽉 잡아!"

큰 손해를 봤던 육일 등은 더는 일깨워 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우선 먼저 주변의 모든 몸을 가눌 수 있는 팔걸이를 꽉 붙잡았으나 여전히 소용없었다.

배가 갑자기 속도를 내며 맞부딪칠 때면, 육일 등은 여전히 거대한 충격에 부딪쳐 날아가 버렸다. 좀 전과 마찬가지로 팽이처럼 통로에서 미끄럼을 타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통로에 있어 사방이 모두 사각지대인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아무리 미끄럼을 타도 밖에 나가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진작 밖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제 생각에…… 마님은 우리가 말을 듣지 않아 혼내는 것 같아요."

선체가 안정되자 육오는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운이 다 빠지고 없었다.

배가 파도에 실려 이리저리 흔들릴 때, 그는 비로소 인간의 몸이 이처럼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전쟁터에서 얼마나 영용하게 싸웠든, 지금 그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월령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해전과 지상전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이 해전을 얕봤던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어. 바로 그거야."

육이는 간신히 일어나 앉아서는 손을 들어 이마의 피를 닦아 내었다.

"승선하기 전에 월…… 마님은 우리에게 배 위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말해 주었어. 그중 하나가 바로 폭풍이나 전투 상황에는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있다가 뭐든 잡을 수 있는 건 모두 단단히 잡고 자기를 보호하는 것을 위주로 하라고 했어.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했지?"

"내가 먼저 싸움을 청하고 심지어 작전을 지휘하려고 했어."

육일은 자신이 먼저 월령안을 찾아가 싸움을 청한 것을 떠올리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들처럼 똑바로 서지도 못하면서 돕겠다고 나서다니. 그들은 자신을 너무 높게 보았던 것이다.

"우리……."

육일 등이 금방 선체가 진동하는 규칙을 알아내자 바깥의 상황이 또 바뀌었다.

"개자식들이 우리 뒤쪽으로 가서, 선미를 들이받았어."

쾅……!

선미가 크게 부딪히자 육일 등은 또다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개자식들이!"

육일 등은 끝내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쿵…….

곧이어 또 한 번 배가 부딪치면서 바다에서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육일 등뿐만 아니라 배에 있던 고참들도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작은 일이었다. 진짜 큰일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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