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7화 배신
살아 움직이는 살인 무기 육장봉이 있기에, 월령안은 흠차 대신을 기다려 여 총독의 주의력과 화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이 마음을 놓고 앞당겨 행동할 수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월령안이 먼저 요청했다.
"저는 바다에 나갈 거예요. 같이 가실래요?"
"풍도 해역에 가려는 것이오?"
육장봉은 그릇과 수저를 내려놓고 가볍게 입술을 오므리며 웃었다.
월령안은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미인계는 쓰지 않는다고 한 거 아니었나?'
"풍도 해역은 수시로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면 반드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월령안은 세상 물정에 훤했다.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다.
"언제 들어갈 수 있소?"
월령안은 체념하고 대답했다.
"여름, 겨울 두 계절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안전해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육장봉이 대답하기도 기다리지 않고, 또 능글맞게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당신네 수군이 지금 쓰는 배로는 안 돼요. 들어가면 반드시 좌초할 거예요."
장인이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그 연장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
조정은 수군을 별로 중시하지 않았다. 수군이 지금 사용하는 전함으로는 해적들과 대적할 수가 없었다.
"어떤 배가 들어갈 수 있소?"
육장봉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물었다.
"공부에서 지금 만드는 중인 전함은 될 거예요."
하지만 일이 년 시간이 지나야 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년을 기다리면 모든 게 다 끝난 다음이었다.
육장봉은 아침 식사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는 정색하고 물었다.
"어떻게 협력하려 하오?"
그는 월령안이 좋은 값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풍도 해역'을 좋은 가격에 팔려는 것이었다.
"풍도 해역에 들어가는 것은 급하지 않아요. 아니면, 조금 뒤에 조계안더러 저하고 이야기하게 하시겠어요?"
월령안이 넌지시 물었다.
그녀는 어쩐지 손해 볼 것 같아 육장봉과 이야기할 마음이 없었다.
육장봉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럼 바다에 나가는 목적을 말해 보시오."
"큰일은 아니에요. 다만 아랫사람들을 정리하려고 해요. 향혈해의 세력을 저희 월씨 가문 해상에서의 세력에서 떼어 내야죠."
향혈해의 배가 가라앉을 것을 뻔히 알고 있기에 그녀는 바다에서의 자신의 실력을 보존하기 위해 꼭 미리 철수해야 했다.
"관아와 협력할 생각은 없소?"
육장봉이 물었다.
"없어요."
그녀는 그 방법을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군대와 비적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가.
육장봉은 눈썹을 찌푸렸다.
"해적을 키우는 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오. 호랑이를 길러 화를 부를 수 있으니 조심하시오."
월령안이기에 육장봉은 참지 못하고 몇 마디 더 말했다.
"향혈해가 가장 좋은 예이오. 그를 거꾸러뜨리더라도 제이, 제삼의 향혈해가 있을 것이오……. 해적 떼를 일부러 키우다가는 후환이 끊이지 않을 것이오."
"후환이 끊이지 않아도 키워야 해요."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익이 있는 곳에는 분쟁이 있기 마련이에요. 당신은 군대를 거느린 대장군이므로 무릇 상단이 거치는 길은 태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조정의 병마들이 안전을 지켜 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주나라 병마는 당신의 인솔 하에 육지에서 가장 강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유명한 상로들이 언제 안전했던 적이 있나요? 육지의 상로조차도 안전을 기대할 수 없는데, 해상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주나라 수군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당신이 그들과 한번 붙어 보면 알 거예요."
월령안은 수군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었다.
무릇 주나라의 수군이 능력이 조금이라도 뛰어났으면 향혈해가 그 주둔지마저 태워 버리게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은 어쩔 수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해상 거래를 하는 사람이 만약 바다에 자기 세력이 없으면 남이 뼈마저 삼키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월씨 가문에서 비록 해적을 키우지만, 결코 민간 배를 약탈한 적이 없고, 쉽사리 주나라의 상선도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
월령안은 여기까지 말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자기 자랑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저희 월씨 가문에서 키우는 해적들이 주나라 해역에서는 첫 번째 방어선이에요. 저희는 적국의 배 한 척도 이유를 둘러대고 바다를 통해 주나라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요."
"당신 수하의 사람들이 조정의 부름을 받을 수 있소?"
육장봉은 주나라의 해역이 줄곧 평온하기만 했던 것은 월씨 가문 등 상인들의 공로가 적지 않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육장봉은 월령안이 돈을 물 쓰듯 하지만 장사에서는 동전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보았다. 때문에 그는 상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대장군, 해적은 깨끗하게 제거할 수 없어요. 바다에 이익이 있는 한, 누군가는 모험할 거예요. 당신이 이 사람들을 불러들이면, 또 다른 무리가 생길 거예요. 게다가……."
그녀는 이번에는 정말로 조소를 보냈다.
"제가 생각하기에 조정에서 그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해도 감히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설령 조정에서 쓴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제가 장담하건대 그들도 삼 년 이내에 주나라 수군과 똑같이 변할 거예요. 누워서 돈을 벌 수 있는 마당에 누가 목숨을 걸려고 하겠어요?"
안일한 생활은 사람의 투지를 무너뜨리고 평범하게 만든다.
물론 안일하고 평범한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칼에 피를 묻히며 언제 어쩔지 모르는 생활도 결코 좋은 생활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은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니었다.
수군의 무능함은 그들이 너무나 안일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월씨 가문에서 키우는 해적들처럼 항상 생존 위기에 처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그런 위기감이 월씨 가문의 해적들로 하여금 바다의 제왕이 되게 했다.
월령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지금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은 못 믿을 거예요. 혹여 제가 조정의 병마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당신의 신분을 숨기고 저와 함께 바다에 나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의 패기를 한번 보세요. 그리고 다시 강남 수군의 전투력을 보세요. 어떤가요?"
육장봉은 월령안이 일부러 그를 자극하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추밀원사로서 천하의 군사 사무를 관리하지만 정작 수군에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항상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두 적국 북요와 금나라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바빴다.
게다가 바다 쪽은 줄곧 평온해 줄곧 아무 위기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홀시되고 말았던 것이다.
마침 이 기회를 빌려 바다에서의 주나라의 힘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행동을 하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의논한 뒤, 바로 그날 오후에 출발했다.
육장봉이 옆에 있자 경호원 육삼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그를 남겨 두었다.
"여 총독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세요. 어떤 자그마한 움직임이라도 가장 빠른 시간에 저에게 알려 주세요. 최대한 빨라야 해요. 육삼이 대장군에게 몰래 일러바치는 것처럼 말이에요."
육삼은 할 말이 없었다.
'이 일은 그냥 지나갈 수가 없구먼.'
"대장군, 제 말이 맞나요?"
월령안은 외면하고 아무 일도 없는 척하는 육장봉에게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피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흠흠……!"
육장봉은 멋쩍게 헛기침을 하더니 정색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그 일은 육삼이 제멋대로 결정한 것이오. 내가 벌을 내릴 거요."
"당신은 몰랐다고요?"
월령안은 장난스럽게 되물었다.
"내가 저놈을 훈계했소. 근데 저놈이 명령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한 것이오."
그는 소식을 모두 받았다.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절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인정하면 월령안은 틀림없이 그와 말다툼을 할 것이다.
때문에 이 덤터기는 계속해서 육삼에게 뒤집어씌우는 수밖에 없었다.
육장봉은 결백을 밝히기 위해 사정을 보지 않고 물었다.
"육삼, 내 말이 맞지 않느냐?"
육삼은 하마터면 울 뻔했지만 육장봉의 '애정' 어린 눈빛 아래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네, 대장군께서 소인을 훈계했지만 소인이 제멋대로 행동했습니다."
'대장군은 너무하는군.'
그가 잘못했던 것이다. 그는 진작 알았어야 했다. 육장봉은 월령안에게 꽉 잡혔다. 두 사람 사이에서 그는 확고하게 월령안의 편에 섰어야 했다.
그는 만약 다음번에 또 육장봉에게 전갈을 보내면 성을 갈리라 다짐했다.
육삼은 손을 들고 단호한 표정으로 맹세했다.
"소인은 대장군과 마님에게 다짐합니다. 더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대장군과 마님께서는 소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됐어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죠."
월령안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고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녀는 진짜로 육삼에게 벌을 줄 생각이 없었다.
물론 육삼을 처벌하지 않은 것은 그녀의 마음이 선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벌하는 건 소용없을 것이고 중하게 벌하자니 그녀에게 자격이 없었다.
육삼은 크게 기뻐하며 흥분해 충성심을 표했다.
"아가씨, 감사합니다. 아가씨, 이제 소인의 표현을 보면 아실 겁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육장봉은 육삼을 노려보았다.
'이제 마님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니. 육삼 이놈이 배신하려는 모양이군.'
월령안은 큰 배를 준비해 육장봉과 육일 등 친위들을 이끌고 바다로 나갔다.
햇빛은 갑판에 내려앉아 배에 한 층의 황금빛을 뿌려 놓인 듯 사람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었다.
선원들은 갑판 위에서 분주히 오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열정적인 미소가 넘쳤고 밖에 드러낸 근육에는 땀이 흥건했다. 햇볕에 그은 검은 살갗은 햇빛 아래서 반지르르해 생기가 넘쳤다.
"출항!"
선장의 고함과 함께, 선원들은 각자 자기 임무에 바쁘게 움직였다.
얼마 안 되어 큰 배는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정말 아름답지 않으세요?"
월령안은 일을 끝내자마자 뱃머리에 서 있는 육장봉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걸어와 그를 이끌고 함께 뱃머리에 앉았다.
육장봉은 월령안의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품에 끌어안았다.
바다는 아름답고도 평온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평온함은 겉모습일 뿐, 바다에는 미지의 위험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의 품속에 살짝 기대어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게 내버려 두었다.
"제가 처음 바다로 나갔을 때도 지금 당신처럼 뱃머리에 서서 물과 하늘이 이어지는 먼 곳을 바라보았어요. 그 순간, 저는 바다가 제 발밑에 있고, 제가 바다를 정복한 것만 같았어요."
월령안은 말을 마치고 스스로 웃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육장봉을 올려다보며 어여쁜 표정으로 물었다.
"육장봉, 그때 제가 정말 바보 같았죠?"
참 바보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육장봉은 임기응변으로 대답했다.
"귀엽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