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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46)화 (846/1,004)

846화 저도 구해 주십시오

월령안이 나오자마자 두건을 두른 장정이 다가와 보고했다.

"큰아가씨! 사람들을 모두 구했습니다. 모두 열아홉 명입니다. 모두 잔혹한 형벌을 받아 몇 명만이 겨우 걸을 수 있습니다."

"먼저 그들에게 지혈제를 발라 주고 관졸의 옷으로 갈아입혀라. 될수록 걸어 나가야 하니까 그들더러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해.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은 업도록 해라."

아무튼 그녀가 방금 전에 들어왔을 때도, 뒤편에는 부상당한 관졸들뿐이었다. 지금 나가도, 여전히 부상당한 관졸들이면 누구도 의심을 품지 않을 것이다.

"네, 큰아가씨!"

월령안이 명령하자 '포졸'들은 알아서 척척 천궁각 장인들에게 약을 발라 주고 다시 죄수복 대신 관졸들에게서 벗겨낸 관복으로 갈아입혔다.

감방의 다른 죄수들은 '포졸'의 행동을 보고는 자기도 살려 달라고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절규에 '포졸'은 감방을 칼로 치며 위협했다.

"모두 입 닥쳐. 소리치지 마. 더 소리치면 죽여 버릴 거야!"

이 '포졸'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저마다 피를 본 사람들이라 흉악한 기운은 감옥에서 가장 흉악한 범인들도 넘볼 수가 없었다.

가장 심하게 떠들어 대는 범인 몇 명을 두들기자 감방의 범인들은 조용해졌다. 모두 고분고분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구출된 천궁각 장인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천궁각 장인들은 대부분이 크게 다쳐 하나같이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다. 남에게 끌려 나와서야 간신히 눈을 떴다.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해적요!"

그들에게 옷을 갈아입혀 주던 '포졸'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벙긋 웃었다.

"해…… 해적?"

천궁각 장인들은 두 눈을 뒤집더니 혼절해 버렸다.

마침 월령안이 다가왔다.

"그들을 놀래지 마."

오직 나무 공예만 연구하던 장인들이라 워낙 간이 콩알만 한했다. 그런 데다 방금 전에 관아에 해적으로 오해받아 잡혔으며 지금도 몹시 겁날 것이다.

"큰아가씨, 저희는 진짜 해적이잖아요. 속인 것도 아닌데."

'포졸' 복장을 입은 장정들이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

"월…… 월 낭자?"

혼절하지 않은 장인이 월령안을 보고서는 잠깐 멍해 있다가 놀람과 동시에 기쁨에 겨워 말했다.

"월 낭자, 맞나요?"

"네, 제예요. 당신들을 구하러 왔어요."

월령안은 직접 찾아온 뜻을 밝혔다.

하지만 뜻밖에 장인들은 월령안의 말에 크게 반응했다.

"이 해적들은…… 월 낭자가 데려온 건가요?"

"네."

월령안이 맞다고 하자 몇몇 장인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옆에 사람들을 힘껏 밀치며 큰소리로 외쳤다.

"안 됩니다. 우리는…… 그냥 가면 안 됩니다. 이렇게 그냥 가면 안 됩니다……. 우리의 결백을……."

"그래, 그래, 맞습니다. 우리는 그냥 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해적이 아닙니다. 관아에서 우리들의 누명을 벗겨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해적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가면 우리는 누명을 벗을 수가 없습니다."

천궁각의 다른 장인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마치 순결을 지키려는 아가씨들처럼 자기 몸을 껴안으며 기어코 '포졸'들이 자신을 다치지 못하게 했다. 실제 행동으로 자신들은 해적을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월령안은 마냥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

그녀는 선비가 글을 많이 읽으면 바보가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장인도 오래하다 보면 바보가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한 터였다.

"약은 바르지 않아도 된다. 그냥 기절시켜 끌고 가거라."

월령안은 바보들과 도리를 따질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마디 분부하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녀의 임무는 그들을 구해 내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현실의 잔혹성을 가르치는 것은 공숙소화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녀는 주제넘게 남의 일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

"낭자…… 그들은 나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를 구해 주세요! 저는 평범한 백성입니다. 저는 법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땅을 팔려 하지 않자 그 개놈의 관리가 저를 가둔 것입니다."

"낭자…… 저도 법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장장이일 뿐입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모르고 잡힌 것입니다."

"낭자…… 선심을 베풀어 주십시오. 저희를 모두 풀어 주십시오. 저희는 모두 좋은 사람들입니다."

이 광경을 본 다른 범인들은 악랄한 '포졸'들이 사람을 때리지 않자 대담하게 몇 마디 외쳤다. 하지만 월령안은 결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고 계속 밖으로 나갔다.

남아 있는 '포졸'들은 이것이 다른 사람은 관계치 말라는 뜻임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칼을 들어 특별히 소란스러운 몇몇을 위협했다.

"그냥 입 닥쳐. 더 떠들었다가는 죽여 버릴 거다."

"대인, 저희는 억울합니다. 정말 억울하다고요……. 제발요. 제발 저희를 살려 주십시오. 저희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금방 희망을 품었던 죄수들은 그들이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하나같이 무너져 내리며 대성통곡했다.

"너희들……."

몇몇 '포졸'들은 감방의 범인을 보며 들어 올린 칼을 좀처럼 내리칠 수가 없었다.

만약 월령안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저 범인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더 비참했을 것이다.

몇몇 '포졸'들은 마음이 약해져 칼을 거두어들이고는 몸을 돌려 그들의 우두머리 앞에 다가갔다. 그러나 그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우두머리가 칼등으로 그들을 내리쳤다.

"무슨 바보짓이냐. 조정에서 곧 흠차 대신을 파견해 강남의 일을 조사할 것이다. 그들이 결백한지는 당연히 흠차 대신이 조사한다. 너희들은 자기가 무엇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남의 사건까지 판결해 주려고?"

우두머리는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끔찍해 보였다.

"이 감옥 안의 범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그들의 몇 마디 말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처참하게 운다고 정말로 무고한 것도 아니다…… 저놈 보이지?"

우두머리는 자신이 땅을 팔지 않아 잡혀 왔다고 울며 하소연하던 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은 데릴사위로 남의 집에 들어갔어. 며느리와 불륜을 저지르다 들키니까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가산을 빼앗았다. 이런 사람도 자기가 무고하다고 말하면, 그럼 도대체 어떤 게 유죄냐?"

"어떻게 그럴 수가?"

마음이 약해졌던 '포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범인을 바라보았다.

그 범인은 놀라서 움츠러들었으나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우두머리가 그들을 속인 게 아니었다.

"가증스럽군! 감히 우리를 속이다니!"

'포졸'들은 화가 나서 칼을 들고 그 범인을 혼내 주려 했다. 그러나 우두머리가 막아 나섰다.

"됐어. 이런 놈은 관아에서 처리할 거다. 큰아가씨께서 기다리고 있다. 어서 가자."

우두머리가 먼저 천궁각 장인을 업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기타 '포졸'들도 그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천궁각 장인들을 업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우두머리는 감방을 나오기 전에 허리에 찬 영패를 끌어 손길이 미치지 않는 구석에 던져 버렸다.

그들은 조정의 사람들에게 누가 탈옥시켰는지 실마리를 남겨 주어야 했다.

월령안은 감옥에 들어올 때, 상처를 입은 관졸들에게 둘러싸여 왔다. 지금 그녀는 또 부상당한 '포졸'들에 둘러싸여 나갔다.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진짜 관졸이 아니므로, 만약 진짜 관졸과 맞닥뜨리면 쉽게 발각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일행은 감옥을 벗어나자마자 쏜살같이 성 서쪽의 부두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이 달아난 지 얼마 안 되어, 교대 근무하러 온 간수가 탈옥한 것을 발견했다.

관졸들은 흔적을 따라 쫓아갔다. 거리 세 개를 쫓아가서야 멀리 월령안 일행을 발견하고 고함을 질렀다.

"멈춰! 야, 저기…… 게 섯거라!"

그러나 그들의 고함소리는 월령안 일행을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빨리 도망치게 만들었다.

관졸들은 전력으로 추격했다. 그리고 앞쪽에 행인이 있는 것을 보고 소리 질렀다.

"그들은 탈옥범이다. 그들을 막아라."

그런데 생각 밖으로 그들이 외치자마자 거리의 행인들은 모두 꼬리 빳빳이 줄행랑을 놓았다.

"개차반 같은 것들!"

관졸들은 화가 나서 한마디 악담을 퍼붓고는 더 빨리 달렸다.

월령안 일행도 뒤지지 않았다. 그들은 비록 사람마다 등에 사람을 업었지만 먼저 달린 우세가 있었다. 양쪽의 거리가 끊임없이 가까워졌지만 그들 일행은 성 서쪽의 부두에 거의 도착한 상태였다.

"어서. 배만 타면 못 따라올 거야."

월령안은 비록 여자지만 달리는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늦지 않았다. 심지어 뒤처진 사람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격려해 줄 여유까지 있었다.

성 서쪽 부두에는 모양새가 똑같은 배 다섯 척이 멈춰 있었다. 월령안은 내키는 대로 아무 배나 올라탔다.

"어서 승선해!"

"네!"

다른 사람들도 주저하지 않고 모두 월령안의 뒤를 따라 배에 올랐다.

"출발!"

마지막 사람이 갑판에 뛰어오르자마자 배가 움직였다.

다섯 척의 배가 동시에 움직여서 강 가운데로 저어 갔다.

관졸은 부두까지 쫓아와서 눈을 뻔히 뜨고 배 다섯 척이 갈수록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어서 가서 배를 몰고 와."

우두머리 관졸이 옆에 부수(副手)를 밀치면서 명령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분부했다.

"그들이 타고 있는 배를 지켜봐. 달아나지 못하게 해."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배 다섯 척이 강 한가운데서 서로 교차하면서 에돌았다. 어느 배가 어느 배인지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배 다섯 척은 강 한가운데를 한 바퀴 돌더니, 곧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관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걸 어떻게 지켜보라는 거지?'

* * *

월령안이 천궁각의 장인들을 데리고 배에 올라 떠날 무렵, 여 총독도 수군 군영에 도착했다.

수군 군영은 불길이 하늘로 치솟고 주둔지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게다가 불길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이냐? 불을 끄는 사람이 없는 것이냐?"

여 총독은 난잡하고,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수군 군영을 보고 화가 나서 야단쳤다.

"대인…… 불, 불길이 너무 세서 끌 수가 없습니다."

불에 얼굴이 검게 그은 수군이 얼굴을 붉히며 변명했다.

"불을 꺼야 할 거 아니야! 사람은? 다 죽었어? 올해 겨우 전함 열 척을 보충했다. 만약 모두 타 버리면 너희들은 죽음으로 사죄해야 할 것이다."

군영은 해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군영에 가장 많은 것도 전함이었다.

지금 불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전함들이었다.

전함들이 불길에 휩싸인 것을 보면서, 여 총독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이렇게 큰 손실을 보았으니, 설령 범인을 잡더라도, 그는 직무상 과실 죄를 면하기 어려웠다.

"네. 네. 소인, 당장 불을 끄라고 명하겠습니다."

수군은 감히 더는 변명하지 못하고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뒤돌아서 불 속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조직해 불을 껐다.

"너희들도 가서 불을 꺼라!"

여 총독은 불빛 밖에 서서 하늘까지 치솟는 불길을 보며 곁의 친위대에게 말했다.

"예, 대인!"

친위대는 수군을 도와 물을 나르며 불을 껐다.

그러나 큰불이 하늘을 찌를 듯 세차게 타올라, 그들은 불을 제대로 끌 수가 없었다. 그들이 끼얹은 물은 변두리에 작은 불씨나 끌 수 있을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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