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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840)화 (840/1,004)

840화 진짜든 가짜든 중요하겠어요?

육삼이 나가자 그는 월령안의 맞은편에 앉아 두리번거렸다.

"이 자리는…… 해적 우두머리가 둘이나 앉았던 곳이니 다르긴 다르군."

월령안은 가볍게 웃음을 짓고 눈을 떴다.

"당신이 뭘 묻고 싶어 하는지 알아요. 아쉽지만 전 대답할 수 없어요."

"령안, 이러지 마. 우리는 비록 부모가 달라도 친남매나 다름없잖아. 넌 어렸을 때, 날 소화 오라버니로 불렀잖아. 남매였던 정을 봐서라도 내 궁금증을 좀 풀어 주면 안 될까? 아니면 난 밤에 잠도 안 올 거란 말이야."

그는 다른 장점은 없었지만 호기심이 강했다.

어렸을 때, 천궁각의 목마와 나무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하여 천궁각의 진각지보(鎮閣之寶)인 목마를 분해해 보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때 화가 나 돌아가실 뻔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가 천부적인 기질이 뛰어나고 총명하여 한 번만 분해했는데도 어떻게 조립하는지 알았기에 어린 나이에 천궁각을 물려받는 운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지쳐서 말하고 싶지 않아요."

월령안은 정말로 마음이 지쳤다.

향혈해는 선한 부류가 아니었다. 그와 협상을 하려면 한시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었다. 아니면 향혈해에게 역으로 당할 것이 뻔했다.

"난 네가 헛수고하지 않게 할게. 문제 열 개에 그 배 네 척의 이익 일 할을 너한테 양보할게."

월령안은 어려서부터 손해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말하면 눈물밖에 없었다.

그가 열 살일 때도 다섯 살 된 월령안을 이기지 못했다.

다섯 살인 월령안은 그의 다리보다도 크지 못했다. 조그마한 몸뚱이가 보기에는 귀여우나 실제로는 매우 총명했다.

그가 월령안더러 오라버니라고 부르라고 하자 어린 월령안은 진지하게 그와 도리를 따졌다. 결국 도리를 따지던 것으로부터 거래로 바뀌었다. 월령안이 그를 소화 오라버니라고 부를 때마다 그는 월령안에게 장난감을 하나씩 만들어 줘야 했다.

월령안이 어렸을 때 가지고 있었던 장난감은 거의 다 그가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 준 장난감은 그가 월령안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니 월령안의 소유물이었다. 그가 놀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려면 먼저 월령안에게서 빌려야 했다.

빌리는 것이니 물론 보수를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장인인 공숙소화는 월령안에 훈련되어 능숙하게 가격을 흥정할 수 있게 되었다.

월령안은 아무 물음에도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공숙소화가 입을 열자 그의 체면을 봐주어야 했다.

공숙소화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자 월령안도 사양하지 않고 가격을 흥정했다.

"문제 하나에 일 할."

그녀와 공숙소화는 모두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점은 공숙소화가 핑계를 대서 일 할의 이익을 양보해 주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공숙소화는 그녀의 실력을 보았고 또 그녀가 이 일로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일 할의 이익은 천궁각에서 마땅히 내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다만 친분이 있는 탓에 직접적으로 그녀가 힘을 써 줬으니 천궁각에서 이익을 내놓겠다고 말한다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숙소화는 어렸을 때 자주 쓰던 '거래'방식으로 이익을 내놓은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딱딱하지도 않고 어렸을 때의 추억도 되살릴 수 있었다.

친분이란 것은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일곱 개!"

이익을 내주는 것은 진심이지만 호기심도 진짜였다. 공숙소화는 월령안이 흥정하는 기세에 깜짝 놀랐다. 문제 하나에 일 할이라니, 월령안의 그 말을 듣고 그는 원래 아홉 개라고 말하려고 했던 것을 일곱 개로 바꾸었다.

흥정하는 것에 대해서 그는 역시 월령안에 못미쳤다.

"두 개."

월령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다섯 개!"

공숙소화는 이를 악물더니 또 물러섰다.

"세 개!"

월령안도 대충 대답했다. 거의 머리를 거치지 않은 대답이었다.

"그러지!"

공숙소화는 재빨리 대답했다. 그는 월령안이 정신을 차리고 후회할까 두려웠다.

"물어보세요."

월령안이 가볍게 웃었다.

그녀는 자기가 대답하기 싫은 일이라면 공숙소화가 갖은 방식으로 백 번을 물어도 그녀한테서 조금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공숙소화가 실망할까 두려워서였다.

공숙소화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문제, 향혈해는 정말 그때 영왕의 후손이야?"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겠어요?"

월령안은 뱃머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육삼이 엿듣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자 웃기만 하고 피하지 않았다.

그녀가 육삼을 데려왔다는 것은 육장봉이 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공숙소화는 궁금해서 물었다.

"무슨 뜻이야?"

"이건 두 번째 문제예요."

월령안이 일깨워 주었다.

공숙소화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간상배!'

물론, 공숙소화도 속으로만 욕할 뿐이었다.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문제로 해."

월령안이 다섯 살 때도 그는 손해만 보았다. 그는 지금도 월령안에게서 이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약속한 두 번째 문제인 만큼 월령안은 아무리 기운이 없고 말하기 싫어도 열심히 두 번째 답안을 말했다.

"월씨 가문의 계승이 끊어졌어요. 예전의 일이라 저도 많이 알지 못해요. 다만 영왕이 병으로 죽은 뒤, 우리 집의 그 조상은 영왕의 자식을 낳았죠. 그 아이는……."

여기까지 말한 월령안은 잠깐 멈췄다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영왕의 충성스러운 하인이 자기의 아이로 그 아이를 바꾸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는 데려간 후 영왕의 후손은 모조리 멸족되었어요. 우리 그 조상도 가문에 소식을 전한 적이 없어요.

그 하인은 우리 월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 영왕의 사람이에요. 모든 사건은 그가 혼자 한 것이었고 아이를 바꾼 일도 향씨 시위의 말뿐이지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은 없었어요. 그때 우리 아버지가 한 번 얘기하신 적이 있었어요. 자칭 영왕의 아이라는 사람이 월씨 저택으로 찾아와 월씨 가문에서 영왕을 지지했던 것처럼 자기를 지지해 달라고 했대요. 결국 아버지가 거절했지만요.

결국 그때의 일은 향 시위 한 사람만 알 뿐이에요. 그가 자기의 자식으로 영왕의 아이를 바꾼 것이 맞는지 아니면 자기의 아이가 영왕의 자식의 흉내를 내게 하여 영왕이 남긴 세력을 물려받게 한 것인지 누구도 모르죠. 안 그래요?"

공숙소화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이 사건 전체가 입 하나에 달린 일이라면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지."

공숙소화가 또 물었다.

"그럼 넌 어떻게 향혈해가 영왕의 후손이라고 믿는 거야?"

"그가 스스로 말했어요."

그게 아니면 그녀도 알아낼 수 없었다.

예전부터 월씨 가문은 줄곧 조정의 감시를 받으면서 살았다. 영왕의 자식이 맞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확신한다 해도 그들 월씨 가문은 감히 그 사람과 왕래할 수 없었다. 또 그의 후손들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유는 더욱 없었다.

공숙소화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알아봤어? 그가 말한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

"네 번째 문제예요."

월령안이 싸늘하게 귀띔했다.

"뭐라고?"

공숙소화는 일순간 반응하지 못했다.

월령안은 하는 수 없이 한 번 더 일깨워 주었다.

"문제 세 개를 다 대답했어요."

공숙소화는 어이가 없었다.

"꼭 이렇게 따져야 해?"

"아니면요? 또 일 할의 이익으로 문제 세 개를 바꿀래요?"

월령안이 생글거리며 선심 쓰듯 건의했다.

공숙소화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안 돼, 안 돼. 더 내주다가는 아버지가 날 죽여 버릴 거야. 우리 천궁각은 원래부터 너희 월씨 상사에서 수고비나 버는 정도인데 더 내주면 우리는 손해를 보게 돼."

"돈이 없으면서 뭘 또 물어요."

월령안은 짐짓 싸늘한 얼굴을 하면서 공숙소화를 모르는 척했다.

공숙소화는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궁금해서 그러잖아. 넌 내 호기심을 좀 만족시켜 주면 안 되는 거야?"

월령안은 팔짱을 끼고 도도한 얼굴로 말했다.

"가난뱅이는 호기심을 가질 자격이 없어요."

공숙소화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마음이 아프군!'

세 사람은 원래의 길로 돌아왔다.

거처에 돌아오자마자 공숙소화는 방으로 돌아갔다. 아버지가 안심할 수 있게 편지를 쓰겠다고 했다.

그는 해적 우두머리와 협상하는 일에서 아무 쓸모도 없기에 월령안은 그를 데려가지 않았어도 됐었다.

월령안이 그를 데려간 것은 실력을 보여 줘 그한테 자기가 이 일을 처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기 위해서였다. 일을 그녀에게 맡기기로 했으면 전적으로 그녀를 믿어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라는 그녀의 뜻이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편지에 쓰지 마세요."

월령안이 경고했다.

어떤 말은 얼굴 보고 할 수는 있어도 편지에 쓴다면 쉽게 약점이 잡힐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공숙소화는 월령안에게 손을 흔들며 마음속으로는 묵묵히 아버지에게 향혈해 신분에 대해 얘기하려던 계획을 지웠다.

육삼은 월령안을 따라 서재로 들어왔다. 서재로 들어오자마자 육삼은 입을 열었다.

"낭자, 오늘 일은…… 제가 대장군께 보고해도 되나요?"

월령안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당신이 당신네 대장군께 보고하는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가요?"

"그게…… 향혈해의 일은 좀 커서 제가 감히 결정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는 오늘 정말 식견이 넓어졌다. 그들의 마님은 정말 정도, 사도, 가릴 것 없이 다 꿰고 있었다. 상인인 그녀는 대장군보다도 인맥이 넓었다.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았다.

"전에 당신네 대장군에게 보고했다면 지금도 그대로 하면 됩니다. 제가 당신을 데려갔는데 제가 대장군이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월령안은 눈썹을 치켜뜨며 반문했다.

육삼은 뒤통수를 만지며 수더분한 얼굴을 했다.

"낭자, 낭자와 그 향혈해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그는 영왕의 후손이 정말 맞나요?"

"오 년 전에 제가 향혈해를 알게 되자마자 그가 알려 줬어요. 자기가 영왕의 후손이라고 또 영왕의 인신(印信 - 도장이나 관인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증거로 내놓았죠."

육장봉에게 보고한다고 하니 월령안은 인내심이 생겼다.

그러나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에 대해 월령안은 얼버무렸다.

그들 월씨 가문이 해상 무역을 그토록 크게 했으니 해적과 아는 사이인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해상의 해적들 중 칠 할은 그들 월씨 가문이 키운 것이었다.

"낭자, 사후에 향혈해의 신분을 알아보셨나요?"

월령안의 능력으로 알아보았다면 분명 진위를 파악했을 것이다.

"왜 알아봐야 하죠?"

월령안이 반문했다.

"알아보지 않고서 어떻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겠어요?"

육삼은 월령안이 일부러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했다. 또 증거도 있었다.

"진짜든 가짜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월령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죠. 영왕의 후손이라는 신분이 대단히 고귀하거나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한 신분도 아닌데요."

향혈해가 자기의 신분을 밝힌 것은 그녀더러 도와 달라는 목적이었다. 그녀가 그를 돕기로 한 것도 향혈해의 신분 때문이 아니라 향혈해라는 사람 때문이었다.

그래서 향혈해의 신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육삼은 중얼거렸다.

'말은 그렇다고 하지만…….'

"낭자, 이걸…… 제가 장군께 어떻게 말씀드리죠? 낭자께서 향혈해의 신분을 뻔히 알면서도 향혈해와 왕래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그는 영왕 후손의 신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월령안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절 협박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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