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9화 사월(四月)과 시월(弒月)
"어디가 안 좋은데! 내가 지은 이름이 어디가 안 좋은데? 넌 내가 지은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아니면 이 두 글자가 싫은 거야?"
향혈해는 화가 났다.
월령안은 그가 좋지 않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그가 지은 이름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 안 되었다.
이 이름은 그의 마음속에 담긴 말해서도 안 되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희망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이름을 비웃을 수 있어도 월령안은 그러면 안 되었다!
월령안은 이 이름이 좋지 않다고 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네가 정말 장월이라는 이름을 지으면 네가 방금 입수한 이 섬이 바로 날아갈 것이라고 장담하지."
"무슨 뜻이야? 나한테서 빼앗아 갈 거라고?"
향혈해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긴 눈매에서 예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당연히 천진난만하게 월령안이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월령안이 지금 그의 말에 대답하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가볍게 웃었다.
"장월…… 육장봉의 장, 월령안의 월이라. 육 대장군께서 이 이름을 들으신다면 이 섬이 계속 너에게 있을 것 같아?"
육장봉은 비록 군인이었으나 강도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매우 포악했다.
월령안은 향혈해에게 준 충격이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한 마디 덧붙였다.
"다시 네 신분을 생각해 봐……. 네가 '장월' 두 글자로 이름을 지어 날 끌어들인다면 육장봉이 널 어쩌지 않아도 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월씨 가문은 결백하고 나라를 위하는 좋은 가문이니 너와 같은 해적 우두머리와 연루되어서는 안 되지."
육삼이 있으니 월령안은 말을 아주 함축적으로 했다. 그러나 그녀는 향혈해가 그녀의 뜻을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젠장!"
바다 요괴같이 귀티를 풍기던 향혈해는 자기의 모습이 망가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저주를 퍼부었다.
"내가 이걸 잊어버리다니. 지금 바로 바꿔야겠. '시육도(弒陸島)'라고 바꿀 거야."
"시육이라고? 시부(弒父)에 쓰는 그 시?"
월령안은 두 손을 꼭 움켜쥔 채, 다급히 물었다.
향혈해는 농담하듯 되물었다.
"아니면? 일이삼사의 사(四 - 弒와 중문 발음이 같다)겠니? 넌 내가…… 그렇게 착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월령안은 두 눈을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사월(四月)…… 시월(弒月)…… 알았다!"
'사월'이라는 조직은 없었다. 도망친 월씨 가문 사람들로 구성된 북요 조직의 목적은 월씨를 죽이는 것이었다!
시, 신하가 군자를 죽이는 것이었다.
월씨 가문에서는 유배된 월씨 방계가 월씨 적계를 시해하려는 것이었다.
육장봉은 구금된 곳에서 도망친 월씨 가문 사람들이 북요에서 '사월'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북요에서 죽은 뒤로 월씨 가문의 모든 핏줄이 저주에 걸린 것처럼 밖에서 횡사했다.
그녀는 전에 줄곧 청주의 그 몇몇 노친네가 진정한 범인인 줄 알았다. '사월'이라는 조직이 개입되어도 깊이 개입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줄곧 그들의 짓이었다!
모두 도망쳐 나온 월씨 가문 사람들이 그들 월씨 가문의 사람들을 시해하려고 했다.
'사월'이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것은 고상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월씨 가문 사람을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들을 너무 고상하게 생각하고 그들이 월씨 가문을 구할 또 다른 길을 가는 중인 줄로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해할 수는 없으나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지 못하는 길. 그러나 이제 보니 그녀가 그러려니 하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랬군."
역시 부분적인 것에 미혹되어 전체적인 것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분명 쉽게 추론할 수 있는 일을 그녀는 이제서야 발견했다.
월령안은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는 것으로 시선에 담긴 씁쓸함과 비웃음을 지웠다.
"뭐야? 뭐가 떠오른 거야?"
월령안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향혈해는 잘 듣지 못했다. 다만 월령안이 그의 말에서 뭔가를 깨달았다는 것만 눈치챘다.
월령안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향혈해는 그 일이 월령안에게 매우 중요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월씨 가문의 골치 아픈 일과 사람을 떠올리자 월령안은 몹시 불쾌해졌다. 향혈해를 바라보자 그녀는 그의 모습이 매우 얄미워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아졌다.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난 너와 쓸데없는 얘기를 할 여유가 없어. 너한테 사흘의 시간을 주지. 강남 수역이 크게 혼란스러워져야 해. 강남 상인의 배가 바다로 나오기만 하면 약탈해. 강남의 수군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줘. 알겠어?"
'강남 총독이 천궁각의 사람을 해적으로 잡아들여서 이것으로 조정에 공로를 자랑하려고 했지? 그럼 내가 강남 이쪽 해역의 해적들이 날뛰게 해서 강남의 상인들이 불안에 떨게 만들어 주지. 해적들이 강남 일대의 해역을 뒷마당처럼 드나들면 강남 총독이 어떻게 조정에 공로를 자랑할 것인지 두고 봐야겠어. 돈을 빼앗긴 강남 상인들이 여전히 지금처럼 돈을 꺼내 강남 총독에게 길을 닦아 줄까?'
월령안의 당연한 말투는 향혈해를 화나게 했다.
"월령안, 난 허락한 적 없어!"
"나에게 네 허락이 필요하겠어? 난 너한테 통보하는 거야. 네가 안 한다면 너의 기방(旗幫) 부하들에게 헌 두목을 새 두목으로 바꿔 줄 거야."
그녀는 이미 왔고 얘기도 했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만약 호랑이를 때려잡을 능력이 없다면 그녀는 어찌 감히 호랑이 굴에 왔겠는가?
피 맺힌 원수를 진 향혈해는 선한 부류가 아니었다.
향혈해는 비웃더니 말했다.
"월령안, 넌 기방이 아직도 예전의 기방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날 바꾸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월령안은 내가 이 몇 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기방이 예전의 기방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해적은 여전히 예전의 해적이라는 것은 알겠어. 세상일이 어떻게 변해도 해적의 욕심은 변하지 않아."
월령안은 두 손을 겹쳐서 탁자 위에 올려놓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말했다.
"난 예전에 금은보화로 길을 열어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진 해적들이 서로 죽고 죽이게 하여 널 위해 기회를 빼앗아 주었지. 지금도 마찬가지야."
월령안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조롱하며 말했다.
"이 세상에는 야심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부족한 적은 없었어.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기회이고 그들을 끌어올려 줄 귀인이지. 난 항상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했어. 그래서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귀인이 되어도 괜찮아. 마치 예전에 내가 너한테 기회를 주고 널 끌어올렸던 것처럼 말이야."
"기다릴 수 있겠어?"
향혈해는 월령안이 해낼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것을 믿고 있었다.
그와 월령안은 서로 이용만 할 뿐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배 세 척에 천궁각 장인 몇 명일 뿐이야. 없어지면 없어지는 거지."
월령안은 공격하는 것을 멈추고 전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향혈해, 설마 넌 천진난만하게 이렇게 작은 일로 우리 월씨 가문의 뼈대를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순진하게 이 손해를 우리 월씨 가문에서 감당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월령안은 귀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공숙소화를 가리켰다.
"공숙소화, 천궁각의 소각주지. 넌 이 사람과 물어봐. 이번 일의 결과를 누가 감당하는지."
"우, 우리 천궁각에서…… 전부의 손해를 감당합니다. 전 천궁각의 백 년 신용으로 장담하지요. 절대 월씨 상사가 돈과 물건 모두를 잃게 하지 않아요. 만약 우리 천궁각의 장인을 구해내지 못하고 배 세 척을 돌려받을 수 없다면 모든 손해는 우리 천궁각에서 감당합니다."
이름이 지적당한 공숙소화는 벌떡 일어났다. 반 정도 일어선 그는 누구도 자기를 보고 있지 않자 머쓱하게 코를 만지며 다시 앉았다. 그리고 서럽고 유약하게 물었다.
"령안, 내 말이 맞지?"
월령안은 그를 힐끔 보고 대충 응대해 줬다.
"네, 맞아요."
공숙소화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린애를 달래는 건가?'
분명 어렸을 때의 월령안은 아주 귀엽고 매일 그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소화 오라버니라고 불렀다. 그런데 다 자란 지금에는 왜 이렇게 포악한 것인가?
그는 이 오라버니 자리를 위협을 받고 있었다.
월령안의 태도는 꿋꿋하고 아주 강경했다. 향혈해가 거절하기만 하면 바로 향혈해와 안면을 몰수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향혈해는 월령안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았다. 또는 그는 아직 월령안과 척질 자격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날개도 단단해지지 않은 그는 감히 관가의 사람과 정면으로 맞설 수도 없었다.
그는 월령안과 척진 대가를 감당할 수 없었다. 또 조정에 신분이 들켜서도 안 되었다.
어떡하면 좋다는 말인가?
향혈해는 난제에 빠졌다. 월령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았다.
"날 그렇게 보지 마. 나이가 얼만데 아직도 눈빛이 사람에게 상처 준다는 것을 몰라?"
월령안은 낮게 코웃음을 치며 여유로운 자세로 말했다.
그녀는 향혈해가 반드시 고개를 숙일 것을 알고 있었다.
향혈해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오만하고 강경하고 꿍꿍이가 깊고 냉혹하고 매정하며 동정심도 없지……. 월령안 알아?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없다고!"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손이 주먹을 쥐고 있었다. 손 등의 실핏줄이 툭 불거져 나왔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도 어느새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피차일반이야."
그녀에게 진 패배자일 뿐이었다. 그녀는 패배자가 몇 마디 모진 말을 해도 상관 없었다. 돈을 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월령안이 지나칠 정도로 평온한 기색으로 대충 응대하자 향혈해는 화가 나 피를 토할 뻔했다.
향혈해는 지금 월령안의 얼굴을 조금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세게 탁자를 내리치고 씩씩거리며 일어섰다.
"사흘 뒤, 네가 원하는 대로 되어 있을 거야."
"배웅하지 않을게."
월령안은 향혈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향혈해는 발걸음을 휘청거리다가 오른쪽 발이 왼쪽 발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재빨리 바로 선 뒤, 화가 난 그는 옷소매를 떨치며 소리를 내고서는 씩씩거리며 떠나갔다.
향혈해는 월령안이 비웃는 소리를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밖의 어인에게 명령을 내렸다.
"철수해!"
풍덩! 풍덩!
물에 뛰어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배에는 월령안, 육삼과 공숙소화 세 사람만 남았다.
구 두목과 마부의 시체는 향혈해의 사람에게 끌려가 물고기 밥이 되었다.
결국 월령안의 말대로 바다에 잠긴 것이다.
"돌아가요."
월령안은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분부했다.
육삼은 향혈해가 떠난 방향을 보면서 묻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월령안이 눈을 감고 피곤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자 입을 다물고 나가서 배를 몰았다.
하지만 공숙소화에게는 육삼 같은 눈치가 없었다.